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3)
13화: 재정비
전반전이 끝나갈 무렵, 아스톤 빌라는 60%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슈팅 수는 7대11로 오히려 열세.
유효슈팅은 더 심각한 열세인 1대7.
그리고 결정적으로 스코어는 0대2.
강등 1순위로 평가받는 원정팀에게 처참하게 두들겨 맞은 아스톤 빌라의 구단주 나세프 사비리스의 이빨이 갈려나가는 소리가 옆자리에 앉은 헬레나에게까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미스 카트라이트. 제가 잠시 급한 일이 있어서···.”
웅얼거리면서 헬레나에게 사과한 나세프 사비리스가 부들부들 떨면서 전반전이 끝나고 자리를 떠났다.
그러자 손님의 옆자리를 비워둘 수 없었던 아스톤 빌라의 CEO인 크리스챤 퍼슬로우와 풋볼 디렉터인 요한 랑게가 어두운 얼굴을 한채 헬레나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앉았다.
겉으로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흥이 난 헬레나는, 여전히 경기 자체는 잘 이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솔직히 박스석에서는 경기장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 즐겁게 와인을 홀짝였다.
그리고 경기장에서는 그녀의 번리가 김의 느긋한 지휘 하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상대팀의 공격을 후반전 내내 무력화시켰다.
그렇게 후반전 90분이 마무리가 되고 추가시간이 주어진 시점.
아스톤 빌라의 홈구장 빌라 파크에 울려퍼진 장내 아나운서의 암울한 목소리가 마치 천사의 노랫소리처럼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
“골. 골입니다. 후반 93분. 번리의 크리스 우드 추가골. 점수는 0대3. 0대3 입니다.”
***
어···분명히 그때는 그렇게 호기롭게 대화를 끝냈었는데, 라고 형민은 생각했다.
“안 돼요. 선수 이적자금은 여유가 전혀 없어요.”
여름이적 시장이 닫히는 8월 31일에서 불과 2일 밖에 남지 않은 8월 30일 오전, 전날 아스톤 빌라를 3대0으로 완파하고 정식 감독으로 취임한 형민의 요청으로 소집된 긴급 이사회였다.
선수 지원에 대한 요청을 듣자마자 거절한 헬레나의 단호한 대답에, 형민은 다시 애원했다.
“지금 그대로는 갈 수 없다니까요. 헬레나도 아시잖아요.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마테이 비드라, 벤 깁슨, 아론 레논, 그리고 필 바즐리까지 이적하면서 퍼스트팀에 등록된 선수 자체가 21명 밖에 없는데, 그 중에 골키퍼가 3명이고, 데일 스티븐스는 장기 부상이어서 올해는 뛰지도 못해요. 필드 플레이어가 17명 밖에 없다고요. 지금 벤치에 앉을 인원도 부족해요.”
눈썹을 꿈틀거리면서 고민하던 헬레나가 물었다.
“리저브팀이나 유스팀에서 발탁하는거는요?”
“자, 유스팀은 논외로 할게요. 어차피 단시일 내에 퍼스트팀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면 벌써 리저브팀으로 올렸을테니까. 리저브 중에 퍼스트팀에서 뛸 만한 선수는 리차드 나르티, 베일리 피콕-파렐, 그리고 제이콥 베도인데 셋 다 임대 중이에요. 심지어 베일리는 골키퍼니까 당장 필요한 자원도 아니고요.”
“임대 해지는 안 되나요?”
축구라는 미지의 산업에서 헬레나의 가이드 역할을 수행하게 된 존 바나스키위츠가 형민 대신 대답해주었다.
“현재 계약상으로는 불가능해요.”
한숨을 내쉰 헬레나는 다시 한번 자신의 악덕상사(이자 아버지)를 향해서 원망을 날린 다음에 당면한 문제로 돌아왔다.
“김···당신도 잘 알겠지만 우리는 지금 자금이 별로 없어요. ALK 캐피탈이 물러나기 전에 막스 코넷이랑 네이선 콜린스, 그리고 코너 로버츠까지 영입했고 그나마 있던 여유 자금은 ALK 캐피탈이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서 다 가져갔다고요. 올해 간신히 운영을 할 수준의 자금은 어떻게든 확보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정말 이적을 위한 자금은 없어요.”
헬레나가 애원하다시피 해서 카트라이트 펀드로부터 자금을 받아낸 그 현장에 있었던 형민은 그런 헬레나에게 자금을 더 구해오라고 요구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재 있는 퍼스트팀 인원으로 한 시즌을 치루는건 불가능에 가까운 얘기였다.
망설이던 형민은 결국 준비해왔던 B안을 꺼내들었다.
“어···그럼 이건 어떨까요?”
“뭔데요?”
이제 이 대화는 끝났으니 다른 일을 하러 가고 싶지만 정식으로 부임한 신임 감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와서 들어준다는 티를 팍팍 내면서 헬레나가 그를 바라보자, 형민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어차피 우리가 이번에 체질 개선을 하려는거잖아요?”
“체질 개선보다는 리빌딩이지만. 어쨌든, 그렇죠.”
“그럼 젊은 선수들을 영입해서 비싸게 파는 구조로 가는건가요?”
“가능하다면? 일단 지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늙은 선수들을 젊은 친구들로 교체하는게 우선이겠지요.”
귀찮다는 듯이 대답한 헬레나가 다시 자신의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
졸지에 늙은 선수들이 된 베테랑들에게 마음 속으로 묵념을 잠깐 올린 형민은 그녀의 말을 잡아서 계속 이어가기 시작했다.
“가능성이 있는 젊은 친구들을 마구 영입해서 비싸게 팔 수 없지만, 임대해서 쇼케이스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
다시 노트북에서 자신에게로 넘어오는 헬레나의 시선에, 형민은 손짓발짓을 동원해서 자신의 구상을 애써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각 클럽에는 가능성이 있는 젊은 선수들이 많지만, 실제로 이 친구들이 잠재력을 온전히 달성하기 위해서는 실전 경험을 쌓아야 돼요. 그리고 경기에서 뛰어야 몸값도 올라가고 원래 팀에서 기회도 주어지기 때문에 본인들도 열심히 뛰고요.”
“그래서요?”
“상위 클럽들 중에 가능성이 아주 높은, 사실상 퍼스트팀 수준이지만 경쟁 때문에 바로 퍼스트팀에 합류하지 못하는 수준의 선수들을 임대하는거지요. 번리에서 경기를 출전하는걸 보장하고, 대신 비용은 그쪽에서 부담하는걸로요.”
“번리가 위성 구단이 되는건 용납할 수 없네.”
옆에서 듣던 마이크 갈릭이 난입하면서 이의를 제기했지만, 형민은 고개를 저었다.
“위성 구단이 되자는건 아니에요. 누굴 임대하는지, 돌러보낼지 말지는 우리가 결정하니까요. 가능하면 완전 이적 조항도 넣어서 여력이 된다면 완전히 영입하는거죠. 단순히 임대로 끝내자는게 아니라. 다 키워놓고 수익을 남이 가져가는 것은 아쉬우니까요.”
마이크 갈릭과 존 바나스키위츠가 시선을 교환하는 사이에 헬레나가 살짝 손을 들었다.
“미안한데 위성 구단이 뭔가요?”
“위성 구단이란건 상위 팀과 계약을 맺고, 그 상위 팀의 선수들을 임대로 공급을 받는 클럽을 말해요. 쉽게 말해서, 메이저리그에서 AAA팀이나 AA팀 같은거죠.”
형민의 설명에 헬레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AAA팀? AA팀? 그건 뭐지요?”
헬레나의 반문에 마이크 갈릭과 존 바나스키위츠, 그리고 형민까지 세 사람이 순간 말문이 막힌채 시선을 교환했다.
“크흠···그러니까, 작은 클럽이 큰 클럽한테서 선수를 빌려오고, 큰 클럽은 후보 선수들을 경기에 출전시켜서 키우거나 몸값을 높여서 판매하는거요.”
형민이 정식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수석코치의 역할을 맡기로 한 아서가 옆에서 듣고만 있다가 말문이 막힌 세 사람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알겠어요. 작은 은행이 자금이 부족할 때에 큰 은행에서 단기로 자금을 당겨오는거랑 똑같은거네요. 근데 메이저리그라면, 야구를 얘기하는건가요? 스포츠는 하나로만 통일해주시면 좋겠어요. 가뜩이나 축구 공부를 하는 것도 힘드니까.”
미국 사람인데 야구에 대해서도 전혀 모를 줄은 몰랐어요, 라고 옆에서 형민이 중얼거리는 것을 무시하면서 헬레나가 계속했다.
“상환이 가능한 수준이라면 빚을 낼 수도 있는거고, 선수라는건 임대가 끝나면 돌려주면 되는거 아닌가요? 좋은 생각인 것 같은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네요.”
“위성 구단은 비용을 내지 않지만 어떤 선수가 오거나 가는지 선택할 수 없어. 위성 구단이 아니라면 보통은 좋은 선수를 임대하려면 그 구단에 임대료를 내야 하네.”
마이크 갈릭이 설명했다.
“어느 정도의 비용인가요?”
“글쎄, 선수에 따라서 다르지만···프리미어 리그에서 통할만한 선수를 임대하려면 매월 적게는 25만 파운드에서 많게는 100만 파운드까지도 내야 할 수도 있네. 당연히 주급도 우리가 부담해야 하고.”
“음···.”
헬레나가 빠른 속도로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시즌이 8월부터 5월까지니까, 넉넉하게 10개월. 소유권이 넘어오는 것도 아니고 빌리는 것 뿐인데 연간 250만 파운드에서 1,000만 파운드? 배보다 배꼽이 더 큽니다. 기각.”
단숨에 형민의 제안을 쳐내는 헬레나의 말에 형민이 다시 매달렸다.
“임대료를 내자는게 아니에요! 오히려 임대료 없이, 그쪽 구단에 주급도 부담을 시킬 수 있어요.”
“아니, 그걸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건가요?”
존 바나스키위츠가 묻자, 형민이 대답했다.
“대신 출전 보장을 걸고, 출전 보장이 깨졌을 때에 강하게 페널티를 내는 식으로 계약을 진행하는거죠. 만약에 임대료가 원래 월 25만 파운드인 선수라면, 출전 보장이 지켜지지 않은 달에 대해서는 월 50만 파운드 정도를 배상하겠다고 하는거죠.”
“음···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건가요?”
헬레나가 옆에서 중얼거렸지만, 형민과 존 바나스키위츠는 흥분해서 빠르게 대화를 주고 받고 있었다.
“그런 계약에 응할 구단이 있을까요?”
“돈보다 선수가 뛰는게 중요하다면, 그리고 그 선수의 몸값이 올라가는게 확실하다면 분명히 응할거에요. 아무나 되지는 않겠지만, 열심히 찾아보면 그런 선수를 한두명 정도는 찾을 수 있고, 그러면 우리는 무상으로 선수를 데려올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임대한 선수가 적응에 실패하거나, 장기 부상이라도 당해서 한달 이상 출전을 못하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마이크 갈릭이 말하자, 형민이 이미 생각해뒀다는 듯이 대답했다.
“아무 때나 우리가 임대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조항을 넣으면 돼요. 대신 그쪽도 제대로 뛰고 있지 않으면 임대를 해지할 수 있도록, 쌍방 해지 조약을 걸겠다고 하겠지만요.”
세 명의 이사진이 형민의 제안을 머릿 속에서 정리하는 가운데, 형민이 쐐기를 박았다.
“이렇게 하면 우리는 당장 자금 지출 없이 퍼스트팀 자원을 영입할 수 있고, 임대 온 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있고, 선수의 원래 클럽은 선수의 몸값이 올라갈 수 있으니까 모두 윈윈 아닐까요? 그리고 정말 뛰어나다면 우리는 자금 여유가 생겼을때 검증된 선수를 미리 합의된 이적료를 내고 완전히 영입하면 됩니다.”
“흠···.”
형민이 조마조마하면서 기다리는 가운데, 이리저리 계산을 하던 헬레나가 고개를 살짝 돌려서 마이크 갈릭과 존 바나스키위츠의 의견을 무언으로 확인하고 나서 형민을 바라보았다.
“좋아요. 그런 조건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영국 내의 다른 구단으로부터는 임대로 2명 밖에 데려올 수가 없어요.”
존 바나스키위츠가 걱정스럽게 지적했다.
“그러니까, 영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데려와야지요.”
“이렇게 짧은 시간에 어디서 그런 선수들을 찾지요?”
“아,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이사들의 허락을 받아낸 형민이 환하게 웃으면서 단언했다.
“제가 아~주 좋은 거래처를 알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