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30)
130화: 겨울 이적시장의 마지막 날
2023년 1월 31일.
유럽에 위치한 대부분의 축구 리그들이 맞이하는 겨울 이적시장의 마지막 날이다.
전반기에 확인한 팀 전력의 약점을 보강하고 잉여 전력으로 판별된 선수들을 방출할 수 있는 기회.
따라서 겨울 이적시장은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다급한 팀들이 오버페이하거나, 아니면 잉여 전력을 헐값에 방출하면서 싼 가격에 좋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양극화가 진행된다.
잘만 이용한다면 좋은 기회이고, 잘못하면 호구가 되기 딱 좋은 위험천만한 동시에 박진감이 넘치는 시간.
그러나 이번 겨울 이적시장은 별다른 영입이나 방출 계획이나 작업이 없었던 번리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구단들이 조용하게 넘기는 분위기가 강했다.
카타르 월드컵 때문에 긴 겨울 휴식기를 가지면서 팀 전력을 다시 가다듬을 시간이 주어져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맨체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리고 토트넘이 주요 선수를 1명씩 영입한 것을 제외하면 큰 움직임은 없었다.
아니, 없어야 했다.
그렇게 소소한 선수 이적과 임대 정도만 일어나던 유럽 겨울 이적시장에서 마지막 날에 제대로 사건이 터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가한 겨울 이적시장을 만끽하다가 졸지에 소용돌이 한복판으로 내던져진 번리 풋볼 클럽의 풋볼 디렉터 조너선 랜드리스가 있었다.
***
[…뭐라고?!] […지금 기사가 곧 뜰 거라니까요!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는 이미 돌기 시작했고, 일간지들도 일제히 인터넷 기사를 내고 있어요. 조금 있으면 TSPN이나 BCC 같은 방송에서도 얘기가 나올거에요!] […알겠어. 바로 확인해볼께.]급작스러운 보고를 받고 나서 전화를 끊은 조너선 랜드리스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이 넘들이 미친건가?
살짝 떨리는 손으로 저장된 전화번호부를 쭉 훑어내려가던 조너선은 마침내 자신이 찾던 이름을 발견하고 바로 눌렀다.
빨리 받아라, 빨리 받아라, 빨리 받아라.
그의 마음이 통한듯, 통화음이 두번도 채 울리지 않은 다음에 상대는 전화를 받았다.
[…조너선!] […알렉산더! 이게 어떻게 된거야?!] […나도 몰라!]알렉산더 바이에르.
독일인으로 주로 독일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고객으로 데리고 있지만, 점차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본인도 서서히 유럽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중년 에이전트이다.
주요 고객으로는 유벤투스에서 미드필드의 핵심 자원으로 부상한 미국 국가대표팀 소속의 웨스톤 맥케니.
바이에른 뮌헨을 거쳐서 BVB 도르트문트에 합류한 니클라스 슐레.
맨체스터 시티의 미드필드에서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율리안 바이글.
그리고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를 거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루카 요비치 등이 있다.
하지만 그가 번리와 접점이 존재하는건 퍼스트팀 선수 중 2명이나 그의 고객이기 때문이다.
바로 카림 아데예미와 와우트 웨그호스트.
그리고 오늘 사건의 핵심은 카타르 월드컵을 강타하면서 돌풍을 일으킨 주역, 카림 아데예미였다.
당혹한 두 중년 남자가 전화기를 사이에 두고 각자의 상황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거기서 연락을 받은거 없어?] […난 아무런 연락도 못 받았어. 구단 쪽에는 연락이 온거 없어? 제안은 그쪽으로 먼저 들어가야 하잖아!] […우리는 아무 것도 못 받았어. 선수쪽이랑 먼저 접촉을 했나 해서 문의한거야!] […사전 접촉 같은건 없었어!]그넘들이 미친건가?
순간 말하지 않아도 서로 같은 생각을 방금 공유했다는걸 알 수 있었다.
[…미친게 아니라면···.]알렉산더 바이에르가 말을 하다가 갑자기 말끝을 흐렸다.
아무리 사적인 대화라고 해도 에이전트 입장에서 특정 구단을 대놓고 비판하는게 조심스럽다.
[…무능한거겠지.]하지만 그런걸 신경 쓸 필요 없이 알렉산더 바이에르의 발언을 대신 마무리한 조너선은 자신 앞에 켜져있는 노트북에서 기사가 하나씩 뜨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기사까지 떴네.]***
고의로 언론에 흘린게 아니라면 내부에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언론으로 유출된 것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물론 어느쪽이든 상대의 악의와 무능 중 한 쪽에는 손을 들어줘야 하는데, 조너선은 소위 대형 구단들의 경우에는 일단 악의라고 생각하기로 결심했다.
악의인줄 알았는데 무능했던걸로 밝혀지는게 그 반대의 경우보다는 나으니까.
물론, 이 넘들이라면 진짜 무능한걸 수도 있다.
그렇게 자신의 노트북과 휴대폰을 번갈아가면서 바라보던 조너선의 시야에 새로운 이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람이 뜨는 동시에 휴대폰이 맹렬히 진동하기 시작했다.
일단 뭐라고 써보냈는지 읽어나 보자.
애처롭게 진동하는 휴대폰을 무시하고 일단 이메일을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짧고 간결한 이메일은 그의 예상대로 코웃음 밖에 안 나오는 내용이었고, 그제서야 조너선은 쉬지 않고 몸을 떨던 그의 휴대폰을 집어들었네.
[…네, 조너선 랜드리스입니다.] […조너선! 잘 지내고 있어?]상대편에서 짐짓 반가운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조너선은 대놓고 욕설을 박아주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눌렀다.
[…뭐, 요즘 찌라시 같은 기사들이 하도 많아서 귀찮기는 하지요.]그러니까 빙빙 돌리지 말고 바로 말을 하라고.
조너선의 냉랭한 목소리을 못 알아차린듯, 상대편은 그대로 말을 이어갔다.
모른척 하는 조너선에게 상대편이 그대로 끌려들어왔다.
[…아, 아니야. 내가 직접 말해줄게. 다름이 아니라 우리가 카림 아데예미를 영입하고 싶어. 무려 3,000만 파운드라고. 전액 현금으로 일시불로 지불하지.]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빨리 좋다고 말해!
조너선은 상대편의 말 뒤에 숨겨진 메시지에 더 이상 한숨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내쉬었다.
[…존. 카림 아데예미의 바이아웃은 7,300만 파운드에요. 조금이라도 주변에 물어봤다면 확인할 수 있었을텐데요?]방금 끝난 월드컵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동시에 자신이 속한 국가대표팀의 멱살을 강제로 잡아 끌어서 우승시킨 21살짜리 월드클래스 공격수를 푼돈 3,000만 파운드에 영입하겠다고?
미친거 아니야?
실제로 조너선의 생각이 들리지는 않았겠지만, 어처구니 없는 제안을 보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풋볼 디렉터 존 머토우가 잠시 침묵했다.
[…이봐, 조너선. 자네가 혹시 모를 수도 있어서 그런데··· 이미 언론에서는 대서특필하고 있다고.] […뭐, 기자들이 이적시장 동안에 추측성 기사랑 찌라시를 섞어서 쓰는건 언제나 있던 일이니까요. 제가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하지만 기사를 본 선수 본인의 생각은 어떨 것 같아?]번리 같은 시골 구단을 떠나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큰 구단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그렇게 쉽게 저버릴 수 있을까?
그런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협박 같지도 않은 협박에 조너선은 코웃음을 쳤다.
지금 누구를 호구로 알고 있나···.
[…선수가 무슨 생각을 할지는 솔직히 제가 알 바 아니고요. 번리 풋볼 클럽의 입장은 선수와의 계약이 3년이나 남아 있고, 명확하게 바이아웃 조항도 존재하는 만큼 7,300만 파운드 밑으로는 매각할 생각이 없다는 거에요.] […그걸 선수 본인이 받아들일까?]조너선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돌려서 내려다보았다.
그의 집무실 창문에서는 반필드 트레이닝 센터의 외부 훈련장이 바로 보인다.
방금 전까지 진행되던 퍼스트팀 훈련에서 뭔가 게임에 졌는지, 통화의 대상을 포함한 퍼스트팀 선수들의 일부가 다른 선수들이 킬킬대면서 지켜보는 가운데 벌칙으로 양 손을 귀에 올린채 토끼뜀을 뛰고 있다.
파울루 모라오는 아예 휴대폰을 꺼내서 이 진기한 장면을 촬영하고 있고.
물론 벌칙을 받는 본인들도 깡총깡총 뛰면서 킬킬대다가 삼지사방으로 넘어지면서 볼링핀처럼 옆에서 뛰던 동료까지 쓰러뜨리는건 덤이다.
정태진이 번리에 임시 코치로 부임하면서 다른건 몰라도 훈련 중에 나오는 벌칙은 기발한 것들이 확실히 늘었다.
피식 웃은 조너선은 통화로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선수 본인은 괜찮을 것 같은데요? 정 걱정되시면 에이전트랑 얘기해보세요. 구단의 입장은 확고하니까.]아, 근데 에이전트랑 얘기를 해보니까 에이전트도 별로 관심이 없던데?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시티 등 유럽 최상위 구단에 고객들을 가진 에이전트 입장에서 안타깝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한물 간 목적지이다.
차라리 있는 기회 없는 기회를 다 부여받으면서도 성적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번리에서 조금 더 성장한 다음에 매년 유럽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위해서 경쟁하는 팀으로 이적하는게 낫지.
그 위대한 알렉스 퍼거슨 경의 은퇴 이후 갈피를 못 잡고 전술도 선수 영입도 갈팡질팡하는 구단에 합류해서 선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낭비할리가 없다.
[…반 시즌 만에 2배의 수익을 올리는건데도?!]이제는 애원하는 상대의 목소리에 조너선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완전 이적 조항이 붙은 임대였으니까, 이적료가 지급된 시점이 반 시즌 전이었지만 실제로는 한 시즌 반이나 번리에서 뛴 선수에요. 그리고 솔직히, 자금 카림 아데예미의 시장가격이 얼마라고 생각해요?] [….]내가 산 가격이 아니라 네가 살 가격을 생각해라.
조너선의 암묵적인 지적에 상대편에서는 침묵이 흘렀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젊은 초대형 공격수들이 대거 매물로 등장했다.
가장 큰 대어로 손꼽혔던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킬리안 음바페는 자국의 대통령과 정치인까지 동원하고 감독을 뛰어넘어서 거의 풋볼 디렉터에 버금가는 권한과 금전적인 조건까지 모두 다 퍼부은 PSG와 계약을 갱신하면서 레알 마드리드를 뿌리치고 잔류를 선택.
그와 동일한 수준의 대어로 손꼽힌 BVB 도르트문트의 엘링 할란드는 바이아웃 6,000만 파운드를 일시불로 지급한 다음에 무려 46만 파운드의 주급과 5년 계약을 제안한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
위의 두 명만큼은 아니지만 바로 그 다음 레벨에서 가장 핫한 차세대 공격수로 손꼽혔던 벤피카의 다르윈 누네즈는 역시 8,500만 파운드를 지불한 리버풀로 이동.
킬리안 음바페를 놓친 레알 마드리드가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고, 그나마 이와 동일한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던 공격수 중 선두주자였던 RB 잘츠부르크의 크리스토퍼 은쿤쿠는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 4,950만 파운드에 맨체스터 시티가 낚아챘다.
카림 아데예미는 같은 RB 잘츠부르크 출신인데다가, 프리미어 리그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이미 검증이 완료되었는데 크리스토퍼 은쿤쿠보다 무려 4살이나 더 어리다.
거기에 유소년 시절부터 시도했던 형민이 지휘하고 프리미어 리그에서 2시즌 연속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번리에 와 있으니까, 선수가 불만을 가지고 나갈 여지도 없다.
솔직히 5,000만 파운드 밑에서 들어오는 제안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대로 까버려도 아무도 비난할 이유가 없었다.
[…번리쪽에서 어떻게든 방법이 없을까?]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풋볼 디렉터 존 머토우의 말에 조너선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니까 너네들이 지난 몇 시즌간 이적시장의 바보라고 불린거지.
우리가 왜 너네 사정을 봐줘야 하지?
아직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알렉스 퍼거슨 경 아래에서 유럽 최고의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를 대표했던 시절인줄 착각하고 있나?
전임 풋볼 디렉터였던 에드 우드워드는 비축구계 출신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형편없는 이적시장 성적과 감독 선임에 대한 책임이 많았지만, 후임자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린건 비슷해보였다.
[…방법이 없기는 왜 없어요?] […그게 뭔데?] […말씀드렸잖아요. 바이아웃 7,300만 파운드를 지급하시면 된다니까요.]좋은 수비수이기는 하지만, 레스터에서 장점만큼 심한 기복과 약점을 드러낸 찰라르 쇠윈쥐에 거의 3,700만 파운드를 쓰는 패닉 바잉을 하지 말고.
조너선은 레스터의 풋볼 디렉터와 감독이 제안을 받았을 때에 기뻐서 함께 춤을 췄을거라는 데에 자신의 월급 정도는 걸고 내기를 할 자신이 있었다.
[…음···.]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상대팀의 풋볼 디렉터에게 조너선은 또 한번 한숨을 내쉬려던 것을 참았다.
[…그럼 이만 끊을게요, 존. 다시 얘기를 하고 싶으면 바이아웃으로 제안을 보내세요. 7,300만 파운드, 일시불입니다.]너네들 멋대로 선수를 흔들겠답시고 먼저 언론에 찌라시를 뿌려버리지 말고.
전화를 끊은 조너선은 휴대폰을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내던지면서 그동안 참아왔던 한숨을 내쉬었다.
형민이 워낙 선수단 관리를 잘 하고 있고, 카림 아데예미의 에이전트인 알렉산더 바이에르도 레알 마드리드에서 고전을 금치 못한 루카 요비치를 통해서 준비가 되지 않은 젊은 선수가 대형 구단에 합류했을 때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뼈져리게 경험했어서 다행이었다.
쉽게 정신이 다른 데에 팔리는 선수라면 골치가 아플 수도 있었다.
물론 그렇게 정신이 쉽게 다른 곳으로 팔리는 선수라면 21살의 나이에 월드클래스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겠지만.
알렉산더 바이에르에게 상황이 종료되었다는 문자를 보낸 조너선은 자신의 의자에 몸을 파묻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이적시장도 12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이렇게 조용히 겨울 이적시장을 마무리 한 다음에 다음 여름 이적시장 준비에 돌입하면 딱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조너선은 느긋하게 온 몸의 긴장을 풀기 위해서 노력했다.
조금 있다가 다시 알렉산더 바이에르를 붙잡고 얘기할 상황이 발생할거라는건 꿈에도 상상을 하지 못한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