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겨울 이적시장의 마지막 날
“…3,000만 파운드요?!”
“그래. 거절하기 힘든 금액이지.”
번리의 풋볼 디렉터 조너선 랜드리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이적시장이 마감하는 시점까지 몇 시간 남지 않았다.
그런데 이적시장 마지막 날에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 같은 에이전트가 관리하는 선수에게 같은 금액으로 제안이 하나씩 들어왔다.
다만 대상이 다를 뿐.
“와우트를 보낸다면 대체자를 영입할 수 있나요?”
“일단 우리가 생각했던 중앙 공격수 후보들은 벌써 다 거절당했어. 그쪽도 다들 대안이 없는 상태니까···.”
언제나 작은 예산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올려야 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짧은 번리의 영입명단에 올라와 있는 중앙 공격수 영입 후보는 겨우 3명.
스파르타 프라하 소속으로 유로파 리그에서 번리에게 온갖 고민거리와 고통을 안겨주었던 20살의 공격수 아담 흘로첵.
인터 밀란 유스팀 출신이지만 토마소 포베가와 마찬가지로 퍼스트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임대를 전전하고 있는 23살의 공격수 안드레아 피나몬티.
같은 인터 밀란 유스팀 출신으로 아직 퍼스트팀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해서 임대를 돌고 있는 20살의 공격수 세바스티아노 에스포지토.
문제는 안드레아 피나몬티와 세바스티아노 에스포지토는 둘 다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임대 계약이 체결되어 있고, 번리를 누르고 유로파 리그 조별 예선을 1위로 통과한 스파르타 프라하는 주전 공격수를 겨울 이적시장 마지막 날에 매각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는 것이다.
“안드레 안데르손을 더 일찍 데려올 수는 없나요?”
형민은 자유계약을 통해서 여름에 합류하기로 한 라치오의 공격수 얘기를 꺼냈지만, 조너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라치오도 거절했어. 뭐, 우리가 안드레를 데려가는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겠지.”
라치오 입장에서는 겨울 이적시장 마지막 순간에 후보이지만 주요 전력 중 하나를 헐값에 내보내느니, 후반기 동안에 잘 활용하고 여름에 자유 이적으로 풀어주겠다는 생각이다.
자신들이 키워낸 유망주를 빼가는 번리의 위기를 고소하게 생각한다는 괘씸죄가 적용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을테고.
“하지만 이런 제안이 다시 오는 것도 쉽지 않아. 도르트문트도 위기에 몰려 있으니까 이런 제안을 한거 잘 알잖아.”
조너선의 말에 형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BVB 도르트문트.
비록 독일 분데스리가의 절대 강자 바이에른 뮌헨에게 밀려서 만년 2인자의 설움을 삼키고 있기는 했지만, 유럽 본토에서는 대형 구단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명문이다.
열광적인 팬들이 만들어내는 홈경기의 분위기 만큼 유망주들을 잘 키워서 매각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는데, 이번 시즌에 갑자기 중앙 공격수 포지션에 공백이 생겼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 맨체스터 시티에게 팀의 주포 엘링 할란드를 매각한 다음에 대체자로 영입한 것은 아약스 소속의 공격수 세바스티엔 알레.
원래 세바스테인 알레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면서 2019/20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3,650만 파운드의 거금을 기록하고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웨스트햄으로 이적했다.
그런데 2시즌 동안 48경기에서 10골을 넣는데 그치면서 실패작으로 평가받았다.
그런 세바스티엔 알레를 네덜란드의 명문 아약스가 1,925만 파운드로 영입했는데, 거기서 에릭 텐 하그 감독의 지휘 하에 다시 제대로 부활.
2020/21 시즌에는 23경기에서 13골을 넣으면서 예열을 마치더니, 2021/22 시즌에는 43경기에서 무려 34골을 넣으면서 네덜란드의 1부 리그인 에레디비지를 초토화 했다.
그런 세바스티엔 알레를 2,600만 파운드를 지급하고 도르트문트가 영입했는데,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악성 종양이 발견되면서 수술대에 올랐다.
다행히 치료는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하지만, 언제 전력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
돌아오지 않는 공격수를 기다리면서 전반기를 주전급 중앙 공격수 없이 보낸 도르트문트에서는 긴 망설임 끝에 결국 겨울 이적시장 막판이 되서야 보강을 단행하기로 결심했다.
장기적으로 젊은 유망주들이나 유소년들, 그리고 세바스티엔 알레의 복귀를 가로막지 않을 선수.
그렇지만 당장 분데스리가 우승 경쟁에 단기적으로 기여를 할 수 있는 즉시 전력감.
긴 고민 끝에 그들이 낙점한 것이 번리에서 벤야민 셰슈코와 주전 경합을 벌이고 있는 베테랑 공격수 와우트 웨그호스트였다.
이제 31살이 된 노장 공격수를 영입하기 위해서 지불하는 금액으로는 굉장히 크지만, 와우트 웨그호스트의 스타일 상 속도에 대한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나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모양.
물론 겨울 이적시장이 몇 시간 남지 않은 시점에 대안도 없이 도르트문트에 도움이 될 만한 수준의 주전급 공격수를 팔 구단은 별로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그러나 2021/22 시즌 겨울 이적시장에서 1,400만 파운드로 와우트 웨그호스트를 영입했던 번리 입장에서는 30살이 넘어간 베테랑 공격수를 매각해서 불과 1년 만에 1,600만 파운드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거절하기 힘들었고, 도르트문트도 바로 그걸 노리고 제안을 보낸 상태였다.
금액도, 대상도 모두 적절하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이적시장이 몇시간 남지 않은 시점 뿐.
이미 BVB 도르트문트의 스포팅 디렉터 세바스티안 켈로부터 사과와 애원이 섞인 전화를 받았던 조너선은 그들을 탓하기도 힘들었다.
따라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카림 아데예미를 영입하겠다고 보낸 기고만장한 제안은 바로 걷어찰 수 있었지만, 이번 제안을 그렇게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
“하아··· 아무리 그대로 대안이 없다면 솔직히 와우트를 보내주기 힘들어요.”
형민의 말에 조너선 랜드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대안이 없다면 보내기 힘들지. 그런데 말이야···.”
조너선의 묘한 표정에 형민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내가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까 대안이 없는게 아니더라고.”
“…그게 뭔데요?”
묻고 싶지 않지만, 일분 일분이 중요한 이적시장 마지막 날이어서 어쩔 수 없이 질문한다는 표정을 지은 형민에게 조너선이 오전의 퍼스트팀 훈련이 끝난 다음에 유소년 팀 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반필드 트레이닝 센터의 실외 훈련장을 향해서 손짓했다.
“저기, 소속이 없는 베테랑 공격수 하나 있잖아?”
“태진이요?!”
“…나?!”
유소년 훈련 중에 갑자기 풋볼 디렉터의 방으로 소환된 정태진.
못 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형민이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조너선이 태진에게 상황을 간단하게 요약해주었다.
“그러니까,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단기 계약으로 퍼스트팀에 플레잉 코치로 합류해달라는거야. 포지션은 벤야민 셰슈코의 백업으로.”
“하아···.”
당혹감과 황당함과 호기심과 흥미가 뒤섞이는 태진의 표정에 형민은 옆에서 푹 한숨을 내쉬었다.
“어··· 음···.”
잠시 고민하던 태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큰 틀에서 저는 관심이 있기는 한데요. 저를 여기로 보내준 한국 축구협회의 입장도 있고, 무엇보다 제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저를 자유계약으로 풀어준 FC 서울의 입장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뭐, 그건 그렇군. 그러면 그거 말고 따로 마음에 걸리는건 없나?”
“음··· 저 친구의 생각?”
옆에서 오랜 고등학교 동창을 지휘할 생각에 한숨만 푹푹 쉬고 있는 친구를 손가락질 하면서 피식 웃는 정태진에게 조너선 랜드리스도 같은 웃음으로 답변해주었다.
“김은 내가 책임질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야.”
“뭐, 그렇다면 저는 좋습니다.”
선수 생활을 은퇴했다고는 하지만, 막상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마지막 불꽃을 한번만 더 태우는게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사실 엊그제 은퇴한 선수가 바로 옆에서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을 본다면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참기 힘든게 당연하다.
더욱이 이번에는 자신의 요구가 아니라 구단의 상황에 따른다는 적절한 명분도 있고.
어차피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코치 연수의 명목 하에 번리에서 지낼 계획이었던 태진이 순순히 동의하자, 조너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시계를 확인했다.
“자, 그럼 이적시장은 8시간 있다가 마무리되니까, 두 사람은 각자 볼 일을 보고 있으면 내가 한국쪽 문제는 해결하도록 하지.”
이제부터 한국과 독일을 번갈아가면서 오가는 빠른 협상을 진행해야 하니 나가달라는 정중한 축객령에 형민은 어깨를 떨구면서 조너선 랜드리스의 방을 나갔고, 그 뒤를 따라나선 태진이 친구의 축 쳐진 어깨에 팔을 둘렀다.
한국 축구협회의 연락처를 찾기 위해서 휴대폰을 들어올린 조너선의 귀로 복도를 걸어가면서 감독과 플레잉 코치가 나누는 대화가 들려왔다.
“나 다음 경기에 선발 출전 시켜줘!”
“아씨! 꺼져!”
***
“그래서 한국쪽은 대체 어떻게 설득한건가요?”
늦은 밤.
긴급히 비행기를 수배해서 독일로 날아간 와우트 웨그호스트의 메디컬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양국 축구협회와 FIFA에 이적 서류와 선수 등록이 모두 완료되었다.
물론 한국 축구협회와 FC 서울을 통해서 받은 정태진에 대한 자료도 영국 축구협회와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에 등록이 완료되었고.
마침내 종료된 상황에 대해서 보고하러 헬레나의 방에 들린 조너선 랜드리스에게 헬레나가 궁금한듯 물었다.
그녀도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큰 틀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바빠서 뛰어다니는 조너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그가 무슨 수를 써서 한국 축구협회와 FC 서울을 설득했는지는 묻지 않고 있었다.
“간단합니다.”
“그러니까 그 간단한게 뭔데요?”
“이번 여름에 한국에서 프리 시즌을 보내기로 했어요.”
“호오?”
헬레나는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경영진 회의에서도 언제나 논의했지만, 형민이 번리에 있는 동안에는 동아시아에서 마케팅 활동을 많이 할 계획이기는 했잖아요? 장기적인 의존도는 줄이더라도···. 투어를 하는 것 만큼 마케팅 효과가 좋은건 별로 없지요.”
조너선은 씩 웃었다.
“보통은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까지 돌아다니니까 한 국가에서는 한 경기, 많아야 두 경기 정도를 소화하고 다시 떠나는데···.”
“우리는?”
“한국에서만 총 4경기를 치르기로 했어요. 한국 K-리그 올스타를 상대로 1경기. FC 서울을 상대로 1경기. 나머지 2경기는 한국 축구협회에서 선정하는 팀들의 홈구장에서.”
“오호라.”
FC 서울 입장에서는 이런 거대한 흥행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고, 한국 축구협회 입장에서도 올스타 전을 통한 흥행 뿐만 아니라 번리와 친선 경기를 치르고 싶어하는 상대를 2팀이나 고를 수 있으니 단기적으로는 소속 구단들에게 엄청나게 영향력이 강화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FC 서울은 특별히 자신들의 트레이닝 센터를 저희에게 열어주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훈련 시설 같은 부분에 있어서도 편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보통 프리시즌을 타국에서 소화하면 여러가지 부대비용들을 직접 지불해야 되는데, 이런 흥행을 몰고 가면 대부분의 비용들이 수익에서 해결된다.
그리고 숙박과 같은 것들도 현지 업체들과 잘 제휴를 맺거나 단기 마케팅 계약을 체결하면 상당히 좋은 조건을 얻어낼 수 있다.
특히 친선 경기라면 입장료 수입을 절반씩 나누는게 일반적인 관행이고, 번리 구단 상품들을 판매하면 쏠쏠하게 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
“마이크랑 존에게 얘기를 해야겠네요. 준비하라고.”
“이미 얘기를 해두었습니다. 아주 신나하던데요.”
“흐흐흐.”
돈이 흘러들어오는 소리에 헬레나와 조너선이 미소를 교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