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PSG를 격파하면
“나쁘지 않은걸?”
“그렇지?”
조르지니오 바이날둠 대신 이드리사 게예가 선발로 출전한 것을 제외하면 PSG의 선발 라인업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사실 두 선수들이 PSG 전술에서 맡는 역할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누가 나오든지 큰 의미가 없기도 하고.
그리고 크리스토프 갈티에 감독이 펼칠 전술도 완벽하게 예측했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건···.
“아, 정말 저런건 잘 한다니까.”
공을 받으려다가 몇 걸음 떠밀리면서 공을 놓친 리오넬 메시가 짜증을 내는 것을 본 카롤리나가 키득거렸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바른 생활 사나이이자 번리의 부주장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참 좋은 점은, 경기장 밖에서는 어느 누구에게나 정중하고 상대를 존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번리 풋볼 클럽의 임직원과 선수, 그리고 팬들에게 공통적으로 인기가 많은 이 젊은이가 더 좋은건, 경기장 안에서는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짜증내는 세계적인 공격수는 거들떠보지도 않은채 니콜라스 세이왈드는 자신이 뺏어낸 공을 팀동료에게 밀어주고, 친절하게 리오넬 메시 옆에 다시 가서 버티고 섰다.
공격 상황이건 수비 상황이건 너는 리오넬 메시만 지워라.
어제 전술 회의에서 형민은 니콜라스 세이왈드에게 간단명료하지만 쉽지 않은 지시를 내렸고, 그는 이를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 리오넬 메시라는 선수의 존재감을 깨끗하게 경기장에서 지워내고 있었다.
공을 만져야 견제를 떨쳐내던 드리블을 하던 패스를 하던 말던 할거 아닌가.
평론가들과 팬들 사이에서 찰거머리 같은 수비력과 미칠 것 같은 활동량으로 중원의 파괴자이니 청소부이니 심지어 미드필드의 블랙홀이라는 별명까지 붙기 시작한 젊은 미드필더를 상대로 점점 신체적인 능력이 저하되고 있는 리오넬 메시가 해볼 수 있는게 없었다.
“그래도 원래의 메시라면 저렇게 막을 수 있지는 못했을거야.”
리오넬 메시를 봉쇄하고 시작하자.
이런 생각을 한 감독이 형민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거의 모두가 실패했던 이유는, 이런 찰거머리 같은 수비를 헌신적으로 수행할 선수도 별로 없거니와, 있다고 해도 그를 뿌리칠 정도의 움직임과 실력, 그리고 속도를 리오넬 메시가 겸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게 이제는 안 된다.
이렇게 한 시대가 저물어 가는 모습에 카롤리나가 아쉽다는듯 살짝 한숨을 내뱉었다.
그녀 자신도 여자 축구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드필더였지만, 부상과 함께 선수 생활이 상대적으로 짧게 마무리된 면이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일거다.
“시간과 썰물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하잖아.”
옆에서 형민이 하는 말에 카롤리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상대팀 선수가 우리를 상대로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발휘하는걸 꼭 보고 싶은건 아니라고.”
“흐흐흐. 그건 그렇지.”
리오넬 메시가 봉쇄되면서 옆에서 분주해진 원정팀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보면서 형민이 낮게 키득거렸다.
이게 체스라면 우리는 비숍 하나를 떼어냈지만 너네는 퀸을 잃은거지.
니콜라스 세이왈드를 이용해서 리오넬 메시를 지워버린 형민이 팔짱을 끼었다.
자, 크리스토프 갈티에 감독도 초짜가 아니니까 이런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가지고 있겠지.
그런데 너희가 그 대응책을 활용할 시간을 내가 줄 것 같아?
그렇게 훗날 터프 무어에게 ‘스타가 가서 죽는 곳’이라는 별명을 안겨준 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
“이런···!”
크리스토프 갈티에 감독은 혀를 찼다.
경기의 시작과 함께 리오넬 메시가 봉쇄된 것을 보자마자 번리 감독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상대팀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를 우리팀의 선수 중 한명으로 지워버린다면 일단 한 수를 먹고 들어간다.
물론 PSG에 리오넬 메시만 있는건 아니다.
킬리안 음바페와 네이마르는 혼자서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 미드필드와 수비진, 그리고 골키퍼까지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오늘은 왼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실질적으로 3백을 형성한 압두 디알로가 중앙 수비수 콤비인 제임스 타코우스키와 아넬 아메드호지치와 함께 후방을 단단하게 틀어막고 있다.
특히 PSG에서 떠밀리듯 떠난 압두 디알로는 자신을 내보낸 것을 후회하게 해주겠다는듯 철통 같은 수비수로 오른쪽 측면에 배치된 네이마르를 완전히 봉쇄하고 있었다.
아니, 이제 와서 이럴거면 그냥 PSG에 있을 때에 저 실력을 그대로 발휘하지.
압두 디알로가 떠난 다음에야 PSG에 부임한 크리스토프 갈티에 감독이 한탄해봤자 별로 의미가 없었다.
어쨌든, 이렇게 공격진이 틀어막히면 미드필드와 측면 수비진에서 함께 공격을 풀어가줘야 하는데, 문제가 3개나 발생했다.
첫번째는 강력하지만 너무 전진하는 성향이 강한 공격진을 살리기 위해서는 창의성보다는 수비력을 중점에 두고 미드필드진을 구성하면서 좋은 패스가 잘 안 나오고 있다는 점.
두번째는 그렇다면 미드필드가 수비력이라도 출중해서 단단히 지킬 수 있어야 하는데, 어처구니 없이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빠진 상태에서도 번리의 나머지 미드필더 2명이 PSG의 미드필더 3명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
세번째는 답답한 공격 전개를 풀어주기 위해서 측면 수비진이 계속 최전방 침투를 시도하면서 정작 수비진이 흔들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형민과 번리 코치진이 의도한 틈으로 번리 선수들이 파고들었다.
퍽!
토마소 포베가가 걸어온 거친 어깨싸움에 마르코 베라티가 날아갔지만,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니코!”
주심이나 잔디 위에 내팽개쳐진 상대 선수 같은건 신경쓰지 않는다는듯, 프리미어 리그에서 단련된 이탈리아 출신의 미드필더는 빼앗은 공을 바로 근처에서 압박 및 지원을 위해서 기다리고 있던 니코 곤잘레스에게 보냈다.
“간다!”
바르셀로나 유스팀이 자랑하는 보석은 공을 바라보는 고개를 들어올리지도 않은채 긴 외침과 함께 오른발을 힘차게 휘둘렀다.
“좋았어!!!”
번리의 홈팬들이 일제히 쾌재를 부르는 가운데, 단번에 경기장을 가로지르는 패스는 PSG의 페널티 박스 왼쪽을 파고드는 번리의 오른쪽 측면 공격수에게 전달됐다.
공을 받아낸건 지난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서 세계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카림 아데예미.
바로 발 앞으로 부드럽게 안착하는 공을 다시 부드럽게 앞으로 밀어내면서 이제 번리에서 가장 위협적인 공격수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돌파하기 시작했다.
“안 돼! 막아!”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지켜보고 있던 크리스토프 갈티에 감독이 비명처럼 외쳤다.
역습을 시도하다가 차단되면서 다시 역습을 당했다.
PSG의 선수들 대부분이 미드필드 어딘가에서 역동작에 걸려 있는 상황.
심지어 좌우 측면 수비수인 아슈라프 하키미와 후안 베르나트는 아예 하프라인을 넘어서 번리쪽 진영에 들어가 있다.
반대로 번리는 공격수 3명 만을 투입해서 PSG의 페널티 박스를 휘젓고 있는 것에 만족하는듯, 여전히 리오넬 메시에게 껌처럼 달라붙어 있는 니콜라스 세이왈드를 제외하면 미드필드와 수비진이 각자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오히려 재정비에 들어갔다.
오로지 오른쪽 측면 수비수 구가만 신나게 사이드라인을 타고 달려가서, 카림 아데예미가 방금 비운 자리를 채우고 PSG의 왼쪽 측면에 배치된 선수들이 수비를 지원하러 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을 뿐.
수비진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서 어수선한 가운데,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세르히오 라모스가 카림 아데예미의 진로를 차단하기 위해서 앞으로 나서고 함께 선발 출전한 마르퀴뇨스가 그 뒤를 지원했다.
“아차!”
갈티에 감독은 다시 혀를 찼다.
순발력이 뛰어난 마르퀴뇨스가 앞에서 가로막고, 경험이 풍부한 세르히오 라모스가 그 뒤에서 카림 아데예미가 빠져나가는걸 막는게 훨씬 더 이상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PSG의 페널티 박스 왼쪽 측면에서 대각선으로 파고드는 카림 아데예미를 상대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세르히오 라모스가 먼저 상대를 하게 되었다.
세르히오 라모스는 세비야 유스팀 출신으로 불과 19살의 나이에 레알 마드리드에 합류했다.
그 후 무려 16시즌을 레알 마드리드에서 보내면서 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우승 트로피를 보유한 수비수 중 한 명이 되었다.
프리메라 리가와 유럽 챔피언스 리그는 물론, 유로와 월드컵까지도 우승한 경험이 풍부한 백전노장.
그러나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제 36살이 된 베테랑 수비수는 카림 아데예미가 골문으로 직접 향하는 길목을 차단하는 노련함은 충분했지만, 카림 아데예미가 밀어낸 공이 자신의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에는 순발력이 부족했다.
“마르퀴뇨스!”
뒤에서 골키퍼 지안루이지 돈나룸마가 비명처럼 주장의 이름을 불렀지만, PSG의 주장도 이미 식은땀을 흘리면서 옆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카림 아데예미의 짧은 패스를 받은건 페널티 박스 밖으로 빠져나갔다가 어느새 다시 침투한 번리의 중앙 공격수 벤야민 셰슈코.
골문 정면에서 완벽한 슈팅 기회를 잡은 젊은 공격수를 막기 위해서 PSG의 중앙 수비수 마르퀴뇨스가 전신을 펼치면서 몸을 날렸다.
“훗.”
그리고 그런 수비수의 다급한 표정을 본 벤야민 셰슈코는 슬쩍 웃음을 흘리면서 다시 자신의 왼쪽으로 공을 흘려주었다.
“으앗!”
분명히 슈팅을 날릴 각도이고, 완벽한 슈팅 찬스인데 수비수를 따돌리고 다시 공을 넘겨주었다.
마르퀴뇨스와 지안루이지 돈나룸마가 동시에 짤막한 비명을 터뜨리는 가운데, 카림 아데예미와 벤야민 셰슈코를 거쳐간 공을 넘겨 받은건 PSG의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조용히 침투하고 있던 드와이트 맥닐이었다.
그리고 번리가 자랑하는 유소년 출신의 스타는 그대로 PSG의 골문을 향해서 폭풍처럼 드리블로 밀고 들어갔다.
“안 돼!”
PSG의 선발 골키퍼 지안루이지 돈나룸마는 아직 24살에 불과하다.
하지만 카테나치오의 근원지이자 수비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골키퍼가 그 수비의 최고봉이라는 생각하는 이탈리아 출신.
그리고 그런 이탈리아의 성인 국가대표팀에서 주전 골키퍼를 차지하고, 클럽팀에서는 베테랑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를 밀어낸 젊은 스타는 그 짧은 순간에도 최선의 판단을 내리고 순식간에 몸을 돌리면서 앞으로 달려나갔다.
어떻게든 드와이트 맥닐이 골문을 향해서 슈팅을 날릴 수 있는 각도를 좁히고, 거리를 좁히면서 공격수가 실수를 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그렇게 판단한 지안루이지 돈나룸마가 양 팔과 양 다리, 그리고 심지어 머리까지 최대한 펼치면서 골문으로 향하는 슈팅 각도를 막았는데···.
“으헉!”
골키퍼의 개성 넘치는 비명과 함께 드와이트 맥닐은 골문 앞을 가로지르는 패스를 보냈다.
이미 몸을 던진 지안루이지 돈나룸마 골키퍼가 닭 쫓던 개처럼 자신의 옆을 그대로 지나가는 공을 하염없이 바라만 보는 가운데, 무주공산의 지대를 지나간 패스를 받아내는 대상은 벤야민 셰슈코에게 왼쪽으로 패스를 보낸 다음에 오른쪽으로 뛰어들어가서 세르히오 라모스를 따돌린 카림 아데예미.
그렇게 토마소 포베가의 탈취에서 시작된 번리의 공격은 눈 깜짝할 사이에 5번째 패스가 연결되면서 마무리를 앞두고 있었다.
“훗.”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수비진을 농락하면서 상대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여유롭게 삼각 패스를 한바퀴 돌린 번리의 젊은 공격진이 만들어낸 기회.
그걸 월드컵에서 스타로 등극한 카림 아데예미가 가볍게 왼발을 가져다대면서 마무리지었다.
“으아아아!!!”
그리고 터프 무어가 팬들의 격렬한 환호에 진동했다.
“아··· 정말···!”
코너 플래그에 모여서 환호하는 선수들과, 역시 기뻐하는 벤치의 후보들과 코치진과 함께 고함을 지르던 태진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팔짱을 낀채 웃고 있는 젊은 감독을 바라보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경기를 읽는 감각이나 두뇌 회전이 빠른건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유럽으로 건너온 다음의 자세한 행적을 알 수는 없었지만,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엔느-바이스바일러 아카데미를 수석으로 졸업하면서 독일 축구협회를 뒤흔든 논문을 제출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번리라는 프리미어 리그 시골 약팀의 멱살을 잡아서 유럽 대항전까지 끌고 올라간 것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고등학교 동창을 바로 옆에서 보면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은 마음에 갖은 핑계를 대서 번리에 온 것이다.
하지만 경기의 시작부터 한 장면 한 장면이 형민이 예상하고 계획한 그대로 흐르는 것을 보면 온 몸에 소름과 전율이 흘렀다.
“정말 대단하지?”
태진이 바라보는 시선이 향한 곳을 발견한 카롤리나가 옆에서 나직하게 말했다.
“이건 진짜··· 그냥 미친 것 같아.”
태진이 압도당했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모든 경기에서, 매번 그러는건 아니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수읽기를 성공할 때가 있다.
아니, 사실 성공하는 경우가 실패하는 경우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독일 축구계 최고의 재능들만이 모여서 감독 연수를 받는 엔느-바이스바일러 아카데미에서 동기들에게 일제히 좌절을 안겨준 친구를 바라보면서 카롤리나가 중얼거렸다.
“그래. 미쳤지. 그냥 저건 미친거야.”
대화하는 두 사람의 너머로, 열광하는 번리 홈팬들의 응원가가 울려퍼졌다.
“Welcome! Welcome to the Jungle! (환영해! 정글에 온 것을 환영해!)”
“Kim’s got fun and games! (김이 너를 즐겁게 해줄꺼야!)”
“Kim’s got everything you want honey! (김은 니가 원하는 모든걸 갖고 있지!)”
“Kim knows the names! (김은 인싸들도 다 알고 있지!)”
“In the jungle, welcome to the jungle! (정글에! 정글에 온 것을 환영해!)”
“Watch it bring you to your shaking knees! (너의 떨리는 무릎이 꿇려지는걸 지켜봐!)”
(Guns & Roses의 “Welcome to the Jungle”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