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Interlude
늦은밤.
정기 뉴스가 끝난 티비에서는 스포츠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축구에 미친 나라 답게 모든 방송국에서 일제히 축구 관련된 내용을 쏟아내고 있었지만, 이 방송사는 프리미어 리그 중계 독점권을 가진 그야말로 핵심 중의 핵심.
거기에 서로 라이벌 팀 출신으로 탁월한 입담과 서로와의 입씨름을 벌이면서 팬들을 즐겁게 한 두 선수 출신 패널을 중심으로 유럽과 영국에서 일어난 가장 크고 중요한 소식들을 다루고 평가하는 인가 높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주제는 단연코 전 유럽을 뜨겁게 강타한 번리의 대어 사냥이었다.
[…건 정말, 최고의 경기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대형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패널 중 한 명이 탄성을 울렸다.
스크린 속에서는 PSG의 공격이 차단당하고, 다시 차단당하고, 또 차단당하는 모습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PSG의 크리스토프 갈티에 감독이 완전히 번리의 김 감독한테 먹혔어요. 이건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완벽한 전술적인 패배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패널 둘 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수준의 수비수 출신이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압도적으로 상대팀의 공격을 차단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하지만 번리는 공격진과 미드필드, 그리고 수비진까지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최전방부터 들이닥치는 거센 압박으로 PSG의 공격을 하나하나 다 차단했다.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리오넬 메시를 완전히 지워버린 것도 주효했지만, 번리의 나머지 선수들이 감독의 전술을 정말 잘 수행했어요.]첫번째 패널이 동의를 요청하는듯 짧은 턱수염을 기른 동료 패널을 돌아보자, 상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사실 메시가 저렇게 경기에서 사라진건 예전에 지성 박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을 정도에나 본건데,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오늘 경기에서 이렇게 완벽하게 막아낼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독무대라고 하기에는 번리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좋은 경기를 펼쳤습니다.]하이라이트 화면이 넘어가면서 네이마르와 킬리안 음바페가 번리 수비진의 필사적인 방어를 뚫고 날린 슈팅을 온 몸을 날려서 막아내는 번리의 골키퍼 닉 포프의 모습이 등장했다.
[…가뜩이나 공격 기회가 제한되어 있는데, 그걸 다 뚫고 슈팅을 날려도 골키퍼가 저렇게 골문을 틀어막아 버리면 뭐··· 답이 없지요.] […오늘 번리는 공격과 수비가 완벽하게 조화됐으니까요. 반대쪽에서 드와이트 맥닐이나 벤야민 셰슈코, 그리고 특히···.] […그렇지요. 카림 아데예미. 후아!]카림 아데예미가 경기에서 뛰는 모습이 하이트라이트로 편집되어서 대형 스크린 위에 떠올랐다.
미드필드에서 찔러주는 패스를 받아서 역동적으로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움직임.
PSG가 보유한 월드클래스 수비수들을 한 두 명 정도는 가볍게 따돌리는 몸놀림과 기술, 그리고 속도.
저돌적으로 돌파하는 때와 교묘하게 공을 돌리면서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줄 때를 결정하는 판단력.
그리고 더 좋은 기회가 있다면 슈팅에 욕심을 내지는 않지만, 본인에게 좋은 기회가 온다면 마다하지 않고 칼같이 마무리하는 결정력.
심지어 심심하면 상대편을 압박해서 공까지 탈취하는 수비까지 모든 순간이 완벽했다.
[…이건 진짜 유소년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영상이에요. 공격수는 이렇게 움직이는거라고. 움직임, 기술, 속도, 판단력, 결정력, 과감함! 거기에 동료를 활용하는 지능과 이타심까지 겸비하면 상대편을 이렇게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고 알려줘야 해요.]패널들이 감동하는 표정으로 하이라이트를 지켜보는 가운데, 함께 앉아서 하이라이트를 지켜보던 진행자가 미소를 지으면서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에 번리가 목표해야 하는 지향점은 어디일까요?]진행자의 질문에 패널 둘은 서로 마주보았다.
네가 먼저 대답해라, 라는 맹렬한 무언의 눈빛을 교환한 다음에 결국 첫번째 패널이 피식 웃으면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이 정도 모습이라면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당연히 다음 시즌에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할 것을 기대할 것 같습니다. 뭐, 이미 4위권에는 어느 정도 안착한 것으로 보여집니다만.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가 확고부동한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3위와 4위 경쟁은 충분히 번리가 도전할만하거든요.] […리버풀이 확고부동한 1위를 차지한건 아니지.]두번째 패널이 끼어들자 첫번째 패널이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말한적 없거든?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가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지.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금 도대체 몇 위인데 나한테 그러는거야?] […크흠!]후반기에 성적이 추락하면서 7위까지 밀려난 친정팀에 대한 언급에 괜히 입을 열었다가 본전도 못 건진 두번째 패널은 애꿎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돌리고 딴청을 피웠다.
[…카라바오컵에서는 결승에도 진출했으니 준우승까지는 확보했고, FA컵에서도 아직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 김 감독과 번리가 가장 탐을 낼 트로피라면 아무래도 유로파 리그겠지요.]첫번째 패널의 말에 진행자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번리는 구단의 140년 역사상 한번도 유럽 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적이 없으니까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는 순간이기는 합니다. 그리고 다음 상대는 리그앙의 니스로 정해졌는데요. 아무래도 PSG를 꺾었으니까 니스까지는 해볼만한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니스를 넘어선다고 해도 그 다음이 쉽지 않기는 합니다. 아직도 꽤 큰 팀들이 유로파 리그에서 살아남아 있으니까요.]첫번째 패널이 동의를 하는 동시에 우려하는 점을 지적했다.
유럽 챔피언스 리그보다 한 끗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그래도 유럽의 최상위 클럽들이 참여하는 큰 규모의 대회이다.
그리고 16강부터는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서 밀려났던, 아니면 처음부터 유로파 리그에 참여했던, 대형 구단들이 생존해서 우승 경쟁을 벌이게 된다.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아직 토트넘과 아스널이 건재하고, 지난 시즌에 이탈리아 세리에A를 깜짝 우승했던 AC밀란이나 전통의 강자 유벤투스, 그외에 AS로마나 세비야, 바이에른 레버쿠젠 같은 팀들이 모두 16강에 진출했다.
대부분 유럽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그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이를 갈고 있는 상황.
[…당연히 번리 입장에서는 이번 시즌에 기대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고, 우승컵도 하나 이상은 들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만큼 상황이 좋기는 합니다. 솔직히 우승을 못하면 어때요? 지금도 김 감독은 번리와 함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걸요.]잠시 진행자와 첫번째 패널의 대화를 지켜보던 두번째 패널이 끼어들었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건 아무래도 다음 시즌이겠지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름 이적시장이 상당히 두려워질겁니다.] […아무래도 그렇지요.]번리 팬은 아니었지만, 약팀의 선전에 고무되어 있던 세 사람이 모두 어두운 얼굴을 했다.
번리가 이번에 PSG까지 격파하면서 실력을 온 유럽 무대에서 과시한건 좋았지만, 그런만큼 이적시장이 열리면 탐욕스러운 대형 구단들이 맴돌 것이 분명하다.
아무리 번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해도 아직은 선수에게 지급할 수 있는 금전적인 보상이나 구단의 역사로부터 오는 명예, 그리고 시설과 지원 같은 부분에서는 경쟁이 되지 않으니까.
번리 구단의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는 선수 판매를 통한 수익금이 구단 경영에 필요한 상황이다.
[…과연 번리가 다음 시즌에도 지금과 같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걱정되네요.]진행자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
프로그램의 종료를 알리는 BCC 방송국의 로고가 티비에 떠오르자, 형민은 리모콘을 조작해서 티비를 껐다.
그 순간, 형민의 집무실 문이 살짝 열렸다.
“형민? 여기서 뭐 해요?”
소파에서 파묻혀서 티비를 보고 있던 형민은 퍼뜩 놀라서 앉았다.
“헬레나?”
문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던 헬레나는, 들어오라는 형민의 손짓에 그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오면서 의외라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술을 마시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아니, 승리했으니까 술을 마실 이유도 없잖아요? 여기서 뭐 하고 있어요?”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서···.”
뒷머리를 글적이면서 대답하는 형민의 표정에 헬레나는 미소를 지었다.
“하긴. 오늘 정말 멋진 경기였지요. 오늘 경기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평생 기억에 남길만큼.”
이사석에서 열정적이다 못해서 감격에 눈물을 흘리면서 날뛰는 번리의 팬들과 터프 무어가 떠나갈듯이 외쳐진 응원가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헬레나도 뜨거운 한숨을 내뱉었다.
“그나저나, 헬레나는 아직도 여기서 뭐 해요?”
“저요? 아, 미국 쪽이랑 마무리할 일이 좀 있어서요. 계속 통화하면서 그걸 처리하다가 늦었네요.”
터프 무어 재건 계획이 승인된 다음부터 헬레나와 에밀은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일단 번리 풋볼 클럽은 전 주민이 격렬하게 찬성하는 가운데 영국 역사상 가장 빠른 경기장 재건 승인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훗날, 번리 지역구의 하원 의원 자말 휘긴톱은 승인이 늦어지면 다음 수순은 주민 투표로 소환되서 탄핵당할 것 같다는 공포를 느꼈다고 실토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승인이 나온건 나온거다.
그 와중에 그녀의 동생 에밀은 경기장 재건의 관리감독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아서 한편으로는 겐슬러 건축사무소와 업무를 조율하고 다른쪽으로는 영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미국에서 반조립된 경기장의 모듈을 주문해서 번리로 수송했다.
그리고 도착한 모듈들을 터프 무어의 뒷편에서 주민들이 피크닉을 위해서 애용했던 넓은 평지에 차곡차곡 자재를 쌓아올리고 공사팀을 섭외하면서 본격적인 공사 준비에 돌입한 것 덤.
심지어 그 모든걸 무보수로 하고 있다.
공사를 준비하면서 유럽의 다양한 축구 경기장을 공금으로 투어할 수 있다고 자신을 혹하게 만든 누나와 그걸 순진하게 믿은 자신을 원망했지만, 이미 배는 떠난 상황.
다른 경기장을 구경하기는 커녕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도 못할 정도로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 공사 준비 때문에 바쁘군요.”
맞은편 소파에 앉으라는 손짓을 하면서 형민이 물었다.
“공사 시작은 언제인가요?”
“우리가 프리미어 리그의 마지막 홈경기를 치르는 시점이니까, 5월 29일이 되겠네요. 아스톤 빌라와 28일에 마지막 홈경기를 하고, 그날 밤에 바로 팬들과 함께 터프 무어 고별식을 진행한 다음날부터 폭파 작업이 시작되요.”
“폭파 작업이요?”
형민의 떨떠름한 표정에 헬레나가 피식 웃었다.
“최신 건축 공법으로 진행하는거니까, 뭔가 경기장 조각이 날라다니는 그런건 아니에요. 최대한 빨리 기존 관중석을 철거하고 새로운 관중석을 설치하기 위해서 필요한 작업이에요.”
얘기하면서 헬레나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덕분에 잔디는 완전히 새로 깔아야 하지만.”
헬레나는 멀쩡한 잔디를 한번 갈아엎어야 한다는게 속이 쓰리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것도 돈, 저것도 다 돈이다.
대표이사의 고충에 공감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는 형민에게 헬레나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런데 형민, 제가 묻고 싶은게 있는데요.”
“그게 뭔가요?”
“카롤리나랑 에밀 사이에 뭔가 있나요?”
“엥?!”
황당함과 당혹감과 무지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한 형민의 표정을 보면서 헬레나가 눈썹을 찌푸렸다.
“아니 그걸 왜 저한테···.”
하긴, 본인과 관련된 일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남자인데, 남의 연애사를 눈치채고 있을리가 없기는 했다.
“분명히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어··· 그런건 직접 물어보면 되는거 아닌가요?”
헬레나의 중얼거림에 형민은 이해가 안 간다는듯 되물었다.
“물어봤어요! 물어봤는데, 그 주제가 나오면 두 사람 다 슬슬 피하기만 하고···.”
헬레나가 팔짱을 끼면서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한번 제대로 걸리기만 해봐라···.”
“근데 동생분이··· 어, 카롤리나랑은 나이 차이가 조금 나기는 하지만, 굳이 연애하는걸 반대할 이유는···.”
서양 사람들도 그런 막장 드라마 같은 상황이 발생하나?
아니면 카트라이트 가문의 격에 카롤리나가 맞지 않는다던가?
유럽에 넘어온 후, 가족의 연애사에 관여하는 사람을 처음 본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형민에게 헬레나가 혀를 찼다.
“그게 아니라, 연애를 할 시간이 있다는건 일을 더 할 여유가 있다는거잖아요! 바빠 죽겠는데 동생이라는 자식이 빠져서···!”
아, 그런거구나.
그럼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