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기세등등
기세가 오른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기세를 탄다는 말도 있다.
카타르 월드컵으로 인한 겨울 휴식기 이후 번리는 12월과 1월에 치른 8경기에서 4승 2무 2패를 거뒀다.
절반 이상의 경기에서 승리한 것은 훌륭한 성적이었고,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4위를 유지하면서 카라바오컵과 FA컵에서 순항하고 있었지만 승리를 거두고 나면 무승부나 패배가 나오면서 흐름이 계속 끊긴 것도 사실이다.
특히 프리미어 리그만 놓고 보면 2승 2무 2패로 딱 반타작이다.
하지만 2월부터 미묘하게 번리의 기세가 달라졌다.
월드컵 휴식기를 마무리하고 번리로 복귀한 카림 아데예미가 다시 팀과의 호흡을 맞추는데에 성공한 것 때문인지, 아니면 와우트 웨그호스트 대신 정태진이 공격수 자리를 채운 것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번리는 2월의 첫 3경기에서 3승을 거두는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그리고 나서 유로파 리그에서 무려 PSG를 3대 1로 대파하는 이변을 일으킨 번리 선수단에는 어떤 상대도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기세가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세는 단순히 주전급 11명 뿐만 아니라 그 밑의 후보급 선수들에게도 확실히 전염되기 시작했다.
***
목요일에 PSG와의 경기를 치르고 나서 불과 3일.
번리는 브라이튼을 터프 무어로 불러들여서 프리미어 리그 24라운드를 치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겨울에 진행된 월드컵으로 엉망진창으로 꼬여버린 리그 일정 덕분에 1월말에 브라이튼을 상대로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하고 나서 불과 1달만에 2번째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지난 경기에서는 브라이튼의 홈구장 팔머 스타디움에 방문해서 2대 1로 승리.
특히 카림 아데예미가 복귀한 후 전반전에 벤야민 셰슈코와 사이좋게 1골씩 넣으면서, 후반전 연장시간이 되서야 만회골을 하나 넣은 브라이튼을 가볍게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설욕을 다짐하고 나온 그레이엄 포터 감독이 지휘하는 브라이튼을 상대로 PSG와 경기에서 지친 주전들 대신 후보와 로테이션 자원을 중심으로 선발진을 구성했다.
팽팽한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통로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가운데, 그와 마주 잡은 손을 꼼지락거리면서 지루해하는 어린 플레이어 에스코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는 태진을 뒤에서 누군가 쿡쿡 찔렀다.
“태진 코치님.”
“응? 조? 뭔 일이야?”
뒤를 돌아본 태진은 자신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조 겔하트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만 있으면 심판진과 함께 입장해서 하는데, 무슨 얘기를 하려는거지?
화장실이라도 급하게 가야 하나?
느긋하게 생각하는 태진에게 조 겔하트가 진지하게 말했다.
“오늘 경기, 제대로 한번 뛰고 싶어요.”
“어, 모든 경기를 제대로 뛰어야지.”
무슨 대단한 얘기인가 싶어서 심드렁하게 대답하는 태진에게 조 겔하트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게 아니라요. 오늘 경기에서 다들 제대로 한번 날뛰고 싶어한다고요.”
“응···?”
고개를 들어서 앞뒤로 줄을 살펴보니, 자신들끼리 얘기하면서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브라이튼 선수들과는 달리 번리 선수들은 하나 같이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아니, 이건 긴장한게 아니라 독기가 오른건가?
흉흉하게 눈빛을 빛내는 젊은 번리 선수들을 보면서 태진이 피식 웃었다.
“감독한테 한번 시위를 하자?”
“뭐, 감독님한테 시위까지는 아니지만요. 저희도 해낼 수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어요. 적어도 우리가 발목을 잡지는 않을거라는걸.”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서 로테이션과 후보 자원들이 대거 출전하는 가운데 형민이 선수들에게 불안감이나 우려를 조금 노출했던 것일까?
아니면 터프 무어에서 PSG를 발라버리는 주전들을 보면서 혈기가 끓어올랐을까?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 출신으로서 경기가 시작된 다음에 기세 싸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는 태진은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젊은 선수들을 둘러보면서 피식 웃었다.
이제 와서 보니까 조 겔하트 뿐만 아니라 다른 젊은 선수들도 일제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플레잉 코치인 자신의 허락만 떨어지면 당장이라도 통로 반대편에 서있는 브라이튼 선수들에게 덤벼들 것 같은 기세등등한 분위기.
“감독의 지시에 반하는 행동은 절대로 허용할 수 없어.”
“그건 당연하지요!”
“그럼요!”
번리 선수들이 서 있는 줄 앞뒤로 선수들이 태진의 발언에 동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그럼··· 우리 한번 날뛰어볼까? 흐흐흐”
“좋습니다!”
***
[…으아아아!! 또 골입니다! 후반 58분, 번리의 좌측 공격수 막스 코넷이 좌측 수비수인 자말 루이스의 크로스를 받아서 골을 넣습니다! 번리의 4번째 골이 들어갑니다!]“와아아아!!!”
더 라이플 볼런티어 인.
번리 지역구 하원의원과 자치구 관청을 직격한 스팸 폭탄 작전의 사령부였던 이곳은 이제 본연의 임무로 돌아와서 다양한 이유로 터프 무어로 가지 않은 지역주민들이 홈팀의 경기를 시청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주고 있었다.
모여 있는 팬들이 팀의 4번째 골을 자축하고 있는 가운데, 바에 앉아서 함께 느긋하게 맥주를 마시고 있던 타일러 부자 중에 아버지 밋치 타일러가 환호성을 마무리하고 옆에 앉아 있던 아들 헨리 타일러에게 의아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오늘 경기는 좀 쉬어가는 경기라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요?”
이기고 있으니까 기분은 엄청 좋은데,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거구에 어울리지 않는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들이 대답했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발표된 선발 라인업만 보고 팬들은 다 감독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아, 이번 경기는 한 템포 쉬어가는구나.
목요일에 PSG를 박살낸 여파가 아직 가시지도 않았고, 사실 이제 와서 감히 감독의 전술이나 선수 선발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왈가왈부할 간 큰 팬은 적어도 번리 반경 10마일 안에서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들 그냥 그려러니 했다.
그래도 유로파 리그와 컵대회에서 그동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던 후보들과 로테이션 선수들이 브라이튼을 상대로 무승부까지는 끌어내주기를 희망하면서.
그런데 이건 뭐지?
전반전 초반에는 좀 팽팽한가 싶더니, 전반전이 중간 정도 지나자 번리 선수들이 일제히 날뛰기 시작했다.
27분에 조 겔하트가 정태진과 1대 1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득점에 성공하더니, 막스 코넷, 크리스티안 메디나, 그리고 다시 막스 코넷까지 하프타임 전후 30분 동안 무려 4골을 집어넣고 있었다.
브라이튼 선수들이 폭탄 맞은 표정으로 멍해져 있는 가운데, 홈팀 테크니컬 에어리에에 서있는 감독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비춰지고 있었지만 번리 팬들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어··· 뭔가 김 감독님이 무슨 수를 쓰신거겠지요?”
“…그렇겠지?”
잘은 모르겠지만 이기면 감독님 덕분, 지면 위대한 감독님의 훌륭한 지시를 잘 따르지 않은 무능력한 선수 탓이라는걸 확실히 머릿속에 입력하고 있는 번리 팬들은 헨리 타일러의 발언에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경기장에서 날뛰고 있는 정태진과 번리 선수들이 들으면 엄청나게 섭섭하게 생각할 얘기였지만.
***
“으하하하!!”
코너 플래그로 달려간 정태진은 자신의 양 팔을 활짝 벌리면서 자신을 향해서 환호하는 홈팬들을 향해서 웃음을 터뜨렸다.
“으아아아!! 골, 또 골이다!!”
뒤에서 쫓아온 번리 선수들이 그의 거구 위에 뛰어오르면서 관중들과 함께 고함을 지르는건 덤이었다.
4골이나 내어준 다음에 필사적으로 2골을 만회했던 브라이튼 선수들이 하나 같이 고개를 떨구는 가운데, 신이 날대로 난 장내 아나운서의 외침이 터프 무어 내에 길게 울려퍼졌다.
“골! 골입니다! 번리 풋볼 클럽의 5번째 골! 후반 89분, 그 주인공은 바로 한국에서 온 두번째 사나이···!!”
“태!!! 진!!! 정!!!”
관중들이 우렁차게 그의 이름 석자를 외치면서 일제히 화답하는 가운데, 브라이튼의 맹렬한 추격에 찬물을 끼얹는 쐐기골을 성공시킨 정태진은 자신에게 어시스트를 찔러준 조 겔하트의 머리통을 자신의 두터운 팔뚝으로 힘껏 휘감은채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외쳤다.
“그래! 바로 이거야!”
“으악! 코치님! 저 죽어요!”
***
브라이튼을 상대로 5대 2로 승리.
그 다음에 진행된 토트넘과의 프리미어 리그 25라운드에서는 후반전 막판에 카림 아데예미가 성공시킨 골로 1대 0 진땀승.
이번 시즌에 번리에게 2패를 당한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이를 바득바득 갈은 가운데, 카라바오컵 결승전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상대는 이번 시즌에 번리에게 커뮤니티 실드와 프리미어 리그 전반기에 1패씩 총 2패를 안겨준 리버풀.
누적 스코어는 9대 2.
모하메드 살라가 4골이나 넣은 가운데, 다르윈 누네즈와 디오고 조타에게 선발 자리는 좀 밀렸지만 이상하게 번리만 만나면 펄펄 나는 로베르토 피르미누가 2골을 넣었고, 그 다음으로는 제이미 바디와 루이스 디아즈, 그리고 주장 조던 헨더슨이 각각 1골씩 넣었다.
사실상 번리의 미드필드와 수비진이 리버풀의 공격진을 제어하지 못하지 못했다는게 여실히 드러나는 지표들.
물론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이집트 국가대표팀의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를 제어할 수 있는 팀이 몇이나 되는지 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리버풀이 모하메드 살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는 하지만, 그 하나 밖에 없는 원맨팀도 아니고.
위르겐 클롭 감독의 특성상, 특정 선수에게 공격을 풀어가는 역할을 전담시키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기 때문에 PSG처럼 봉쇄작전을 쓰는 것도 불가능하다.
전원이 전방 압박에 참여하고 경기 중 페이스 조절로 강렬한 압박과 패스를 돌리는 템포까지 모두 장착한 상황.
맨체스터 시티는 점점 리버풀처럼 압박을 강화되고, 받내로 리버풀은 점점 맨체스터 시티처럼 패스에 능숙해지는 가운데 그 사이에 낀 번리만 골치가 아팠다.
그렇게 코치진과 함께 비디오 분석 자료를 돌려보던 형민이 머리를 감싸쥐었다.
“이야··· 이건 뭐, 갈수록 좋아지네.”
옆에서 함께 자료를 보고 있던 태진이 혀를 차면서 감탄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리버풀을 이끌고 유럽 챔피언스 리그와 프리미어 리그를 우승하면서 완성한 소위 1기 리버풀이 자랑했던 것은 단단한 미드필드를 기반으로 좌우 측면 수비수들이 엄청난 활동량과 패스 능력으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하면서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
트렌트 알렉산서-아놀드와 앤드류 로버트슨이라는 탁월한 좌우 측면 수비수를 보유한 장점을 극대화한 전술이었다.
그 다음에 소위 2기 리버풀이 목표한 것은 미드필드에도 창의성을 추가하면서 공격을 더욱더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동시에 템포를 늦추고 싶을 때에 더 부드러운 패스 플레이를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
바르셀로나를 거쳐서 바이에른 뮌헨에서 꽃을 피우면서 양 팀에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휘를 받았던 미드필더 티아고 알칸타라를 영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진행된 작업이었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이번 시즌에 제대로 안착했다.
“그동안 리버풀이 미드필더들 내구성 문제로 계속 신음했는데··· 유망주들이 확실히 잘 성장했어.”
옆에서 같이 자료를 분석하던 카롤리나가 감탄 반, 탄식 반을 토해냈다.
같이 자료를 보던 파울루 모라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화면을 전환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자료를 대형 스크린에 띄웠다.
“음···.”
형민이 나직하게 침음했다.
원래 시즌의 절반 이상을 소화하지 못했던 리버풀의 창의적인 미드필더들.
티아고 알칸타라나 나비 케이타, 아니면 알렉산더 옥슬레이드-챔버레인이나 심지어 하비 엘리엇까지.
이번 시즌에는 일제히 출전가능한 경기 숫자가 뛰어올랐다.
30살을 넘어선 티아고 알칸타라나 워낙 부상을 자주 입어서 아예 내구성 자체가 의심되는 알렉산더 옥슬레이드-챔버레인을 제외한 나머지 미드필더들은 출전가능한 경기 숫자가 80%를 넘어서 90%에 육박하는 상황.
“이번 시즌에 갑자기 좋아진건 왜일까요?”
형민의 질문에 프리미어 리그 전반적으로, 그리고 상대팀의 피지컬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는 파울루 모라오가 어깨를 으쓱했다.
“여러가지 요인이 결합된 이슈인 것 같아요. 일단 구단에서도 선수들이 몇번 부상을 입어서 어디를 관리하는 데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 더 잘 알고 있을 것 같고요. 또 이번에 월드컵에 출전을 못한 선수들은 충분한 휴식을 가질 수 있었겠지요.”
그렇지만 하비 엘리엇과 알렉산더 옥슬레이드-챔버레인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은 월드컵에 출전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건 파비오 카르발류까지 영입되면서 그동안 리버풀의 창의적인 선수들이 가지고 있던 출전 경기에 대한 부담이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선순환 구조를 탄거겠지요.”
“소화해야 되는 경기 시간이 줄어드니까 휴식을 취할 수 있고, 휴식하니까 부상 빈도가 낮아지고, 부상 빈도가 낮아지니까 다시 소화해야 하는 경기 시간이 다시 줄어든다, 그런 말인가요?”
옆에서 듣고 있던 태진의 질문에 파울루 모라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시즌에 하비 엘리엇이나 파비오 카르발류가 모두 잠재력이 폭발했으니까요. 이런 선수들이 전체 출전시간의 30%나 40% 정도를 소화해주면, 티아고 알칸타라나 나비 케이타가 소화해야 하는 출전시간이 확 줄어들어요.”
“거기에 유망주들이 성장할 수 있을만큼 충분한 경기시간이 부여되고. 이번 시즌에 리버풀이 유망주 육성은 성공했네.”
카롤리나가 파울루 모라오의 말을 이었다.
덕분에 리버풀은 치열한 프리미어 리그 우승 경쟁에서 드디어 맨체스터 시티를 1위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데에 성공했다.
물론 한 경기 한 경기마다 순위가 뒤바뀔 위험이 존재할 만큼 여전히 우승 경쟁은 치열하다.
하지만 이제는 실수를 안 하는 팀에게 프리미어 리그 우승 트로피가 안겨지는 상황이 만들어진 가운데, 우선 이번 시즌의 두번째 트로피를 확보하기 위해서 카라바오 결승전에 임하는 리버풀을 상대해야 했다.
“그러면 이걸 어떻게 상대하지?”
태진의 질문에 코치진의 시선이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는 형민에게 집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