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카라바오컵 결승전
쿵!
“비켜라, 꼬마야.”
“아, 뭐래. 멀대 같이 크기만 한 주제에.”
방금 전에 거친 헤딩 경합을 하면서 둘 다 경기장에 나동그라진 가운데, 벌떡 일어난 번리의 중앙 공격수 벤야민 셰슈코는 거의 동시에 일어나면서 자신에게 빈정거리는 리버풀의 중앙 수비수 이브라힘 코나테의 도발을 바로 맞받아쳤다.
20살짜리 새파랗게 어린 유망주가 개기는 모습··· 이라고 하기에는 이브라힘 코나테도 아직 23살 밖에 되지 않았다.
같은 레드불 시스템 출신으로 한 명은 RB 잘츠부르크, 다른 한 명은 RB 라이프치히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역사도 같다.
다만 포지션이 한 명은 최전방의 중앙 공격수, 다른 한 명은 최후방의 중앙 수비수로 반대쪽 극단에 위치했던 것 뿐.
둘이서 투닥거리는 와중에 어느새 밖으로 흘러간 공이 골킥을 위해서 리버풀의 골키퍼 알리송에게 전달됐다.
벤야민 셰슈코는 못 마땅한 표정을 짓는 이브라힘 코나테를 뒤로 하고, 감독이 작전 회의에서 신신당부한대로 리버풀의 다른 중앙 수비수인 버질 반 다이크와 이브라힘 코나테 가운데에 적당한 위치를 잡았다.
그리고 골킥을 찰 준비를 하는 상대팀 골키퍼를 등진 벤야민 셰슈코는 번리쪽 진영을 바라보았다.
거의 하프라인까지 내려간 번리의 수비 2선에서는 선발 출전한 니콜라스 세이왈드와 토마소 포베가가 리버풀의 중앙 미드필더인 하비 엘리엇과 조던 헨더슨을 각각 견제하고, 그 뒤에는 니코 곤잘레스가 좌우로 순찰하면서 빠져나가는 패스를 차단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중앙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 파비뉴는 견제를 포기.
대놓고 파비뉴한테 패스를 보내라고 유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냥 곱게 넘어가면 안 될까?”
자신에게 연결될 수도 있는 짧은 패스를 견제하기 위해서 다가오는 번리의 젊은 공격수에게 리버풀이 자랑하는 월드클래스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가 피식 웃으면서 말을 건냈다.
“곱게 나한테 공을 넘겨주면 곱게 넘어가 줄께.”
하지만 공을 넘겨주지 않는다면 유혈사태가 발생할 것을 예고하면서 한마디도 지지 않는 유망주의 발언에 버질 반 다이크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아직은 자신보다 체격이던 경험이던 한참이나 부족하다.
하지만 골문 바로 앞에서 얼쩡거리는 상대팀 공격수 인근으로 패스를 보내는 미친 골키퍼는 없으니, 자연스럽게 최후방에서 빌드업을 담당하는 자신을 피해서 공이 나갈 것은 당연한 얘기.
거기에다가 자신을 견제하는 동시에 만약 이브라힘 코나테에게 패스가 전달되면 바로 뛰어가서 차단할 준비를 하고 있는 젊은 공격수의 모습에 버질 반 다이크는 상대팀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대체 저 미친 감독은 또 무슨 미친 짓거리를 계획하고 있는거야···.”
***
그리고 리버풀의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는 독일 출신의 명장 위르겐 클롭 감독이 비슷한 맥락에서 수석코치인 펩 린더스와 대화 아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저 친구는 대체 무슨 생각인거지? 선수들이 저걸 견딜 수 있다고?”
“글쎄요···.”
네덜란드 국적의 젊은 전술 천재도 상대 감독의 전술에 허를 찔린듯, 감독의 질문에 확답을 하지 못했다.
솔직히 이건 질문이 아니긴 했지만.
얘네들은 오늘 전반전만 경기하고 집에 가나?
두 사람 모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반대편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힐끗 쳐다보니, 번리의 젊은 명장은 팔짱을 낀채 무표정한 얼굴로 경기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본인들은 하프타임 때에 교체되도 좋다는듯, 번리 선수들은 거의 전원이 미친듯한 활동량으로 경기장을 뒤덮고 있었다.
표면적인 포메이션은 번리의 전형적인 4-3-3이지만, 실제로 구성을 뜯어보면 전혀 다르다.
왼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압두 디알로가 중앙 수비수 콤비인 제임스 타코우스키와 아넬 아메드호지치와 함께 3백을 형성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니콜라스 세이왈드와 토마소 포베가가 미드필드까지 전진한 구가와 함께 미드필드에서 나란히 2선을 구성했다.
마지막으로 최전방은 역시 왼쪽부터 나란히 선 드와이트 맥닐, 벤야민 셰슈코, 그리고 카림 아데예미.
이렇게 9명이 형성한 정사작형이 하프라인을 절반 정도 걸쳐진 위치에 배치된 가운데, 니코 곤잘레스가 자유롭게 2선의 위아래를 넘나드면서 필요한 곳에 지원을 나가거나 공격 상황에서 패스를 이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리버풀이 후방 빌드업을 시도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서 벤야민 셰슈코가 아예 공격은 신경쓰지 않는다는듯 쉬지 않고 수비수들을 쫓아다니면서 방해를 하고 있고.
“이게 뭐지?”
위르겐 클롭 감독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뒷목이 싸늘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중얼거렸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리버풀이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상대팀의 수비 블록을 뚫어내고, 그 와중에 공을 뺏기면 다시 강렬한 전방 압박을 걸어서 상대편이 자신의 진영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틀어막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중앙에서 파비뉴가 중앙 수비수들과 함께 정삼각형을 형성해서 수비를 굳히고, 좌우 측면 수비수인 앤드류 로버트슨과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전방으로 진출하면서 중앙 미드필드에 위치한 조던 헨더슨과 하비 엘리엇과 연계해서 최전방으로 패스를 공급한다.
압박과 패스를 부드럽게 오갈 수 있는 실력과 체력이 뒷받침되어 주면서 완성된 리버풀 2기.
그런데 오늘은 측면도 중앙도 다 틀어막혔다.
번리의 오른쪽 수비수 구가가 신나게 최전방까지 치고 올라가니까, 뒷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 리버풀의 왼쪽 측면 수비수 앤드류 로버트슨이 쉽게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미드필드에서는 조던 헨더슨과 하비 엘리엇이 번리의 니콜라스 세이왈드와 토마소 포베가의 미친듯한 활동량과 수비력에 맞서면서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고.
거기다가 리버풀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답답한 중앙의 패스 전개에 관여하기 위해서 조금 전진하기만 하면, 기다렸다는듯 번리의 왼쪽 공격수 드와이트 맥닐이 뒷공간을 파고든다.
결국 중앙도, 측면도 막혀버린 가운데 후방에서 공을 한번 돌려보려고 하면, 이미 벤야민 셰슈코가 알짱거리면서 중앙 수비수들과 끊임없이 신경전을 벌여서 공을 보내기가 껄끄럽다.
그렇다고 수비형 미드필드에서 위치를 잡고 있는 파비뉴를 통해서 뭘 해보려고 하면 니코 곤잘레스가 발다박에 불이 붙은 것처럼 순식간에 뛰어와서 압박한다.
공이 있던, 공이 없던.
끊임없이 움직임과 압박을 반복하니까 번리쪽 선수들의 체력도 엄청나게 소진되지만, 리버풀의 선수들이 마음 편하게 공격에 전개할 수가 없다.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상황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던 위르겐 클롭 감독이 고개를 계속 갸웃거렸다.
그래, 번리 입장에서는 다 좋다.
지속적인 압박으로 상대편 공격을 틀어막고, 계속 최전방에서 위협하면서 수비수들의 긴장감도 높일 수 있고.
다 좋은데, 이런 식으로 선수들을 굴리면 90분 동안 체력이 유지될리가 없지 않나?
그가 시작 휘슬부터 종료 휘슬까지 쉬지 않고 압박한다고 해서 헤비메탈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도르트문트 시절의 전술을 프리미어 리그에서 그대로 활용하지 않는 이유는 기나긴 시즌을 거치면서 선수들의 체력이 버텨주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체력을 소진해버리면 아무리 번리 선수들이 날고긴다고 해도 하프타임 즈음에는 체력이 슬슬 바닥이 나게 된다.
저 미드필드의 미치광이 같은 니콜라스 세이왈드는 예외이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되면 후반전에 체력이 바닥난 번리를 상대로 리버풀의 공격수들이 신나게 공격을 퍼부을거고, 그렇게 슈팅이 들어갈 여부를 확률 싸움으로 끌어가면 리버풀이 이길 가능성이 확 올라간다.
그래서 전반전에 번리의 맹렬한 압박을 확인한 다음에 아예 후반전의 역공을 위해서 공격수들에게 전반전에 무리하기 보다는 체력을 비축해둘 것을 지시했었는데···.
거기까지 생각을 이어간 리버풀은 위르겐 클롭 감독은 고개를 획 돌려서 비장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상대팀의 테크니컬 에어리어와 벤치를 바라보았다.
“…설마···?”
***
“…이 세상에 너 밖에 없을거야.”
전반 30분을 넘어서 40분을 넘어가려는 시점.
팔짱을 낀채 경기를 지켜보는 형민 옆으로 다가온 카롤리나가 같이 경기장을 지켜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그 리버풀을 상대로 전반전에 승부를 내고 후반전에 내려앉겠다고? 미친거 아니야?”
“미친거 맞지.”
형민은 순순하게 인정했다.
“근데 리버풀을 상대로 정석적인 방법으로 승리를 거둘리가 없잖아?”
“하아···.”
카롤리나가 한숨을 내뱉었다.
형민은 이번 시즌에 화끈하게 번리를 두들겨팼던 리버풀을 정상적인 방법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선수들의 실력부터 전술의 완성도, 그리고 조직력과 선수들 간의 호흡까지 모두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대를 정석대로 접근하면 또 대패 당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그가 생각한 미친 짓이라는건···.
“…벤야민은 벌써 레드존에 근접했어. 무조건 하프타임 때에 교체해야 되고. 드와이티도 후반전에 투입하기 어려울 수 있어.”
벤치에서 선수들의 활동량 지표들을 보면서 벌써 새하얗게 질린 파울루 모라오의 전언을 전달한 카롤리나가 고개를 저었다.
“구가도 슬슬 지쳐보이고, 니코랑 토마소도 지금 상태라면 60분쯤 되면 레드존에 들어갈거라고 하네.”
“그래도 니키가 있으니까 미드필드를 전원 교체할 필요는 없어서 다행이다.”
“그걸 말이라고···.”
형민이 생각한 전술은 단순무식했다.
최선의 라인업을 짜서 전반전에 리버풀을 상대로 선취골을 넣은 다음, 후반전에 내려앉아서 경기를 잠궈버린다.
그러기 위해서 전반전에는 선수들의 체력을 아끼지 않고 맹렬히 밀어붙인 다음에, 하프타임 전후로 교체카드 5장을 탈탈 털어서 선발진의 절반을 교체한다.
다시 말해서, 90분 동안 뛸 거리를 45분 동안 압축해서 뛰고 또 뛰는 강렬한 압박으로 어떻게든 틈을 만들어내는 작전이다.
이미 자신이 투입될 것을 예상하고 있는 벤치의 후보들의 표정도 긴장감과 비장함이 감돌고 있었다.
아마 후반전은 1골 차이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서 1분 1분이 마음 졸이는 사투가 되겠지만, 정면 승부를 벌이고 빤히 보이는 대패를 당하는 것보다는 마음이 편할거라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보다는 선제골을 넣는 것 자체가 여전히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걸 위해서 저렇게 아껴두고 있는거잖아.”
“하아···.”
다시 한번 한숨을 내뱉은채 리버풀쪽 진영을 유심히 바라본 카롤리나가 혀를 찼다.
“본인도 마음이 편해보이지는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