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단 한 번의 기회
“대기해!”
전방 압박을 하는 동료를 도와주러 움찔한 카림 아데예미에게 오히려 자제를 요구하는 주장의 맹렬한 외침이 수비 라인에서 들려왔다.
“하아···.”
카림 아데예미는 긴 한숨을 내뱉으면서 자신의 위치를 고수했다.
리버풀의 관점에서는 왼쪽 수비수 앤드류 로버트슨과 왼쪽 중앙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 파비뉴가 형성하는 삼각형의 중앙 정도의 위치이다.
또한 경기장 전체를 내려다보면 좌우로는 리버풀의 페널티 박스와 사이드라인의 중간, 그리고 위아래로는 다시 페널티 박스와 하프라인의 중간이라는 절묘한 지점.
3명의 상대팀 선수가 자신과 대략 비슷한 거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어떻게 생각하면 3명이 동시에 자신을 견제할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역습 상황이 벌어졌을 때에 아무도 자신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무인지대 같은 곳.
겨우 22명이 뛰어다니는 경기장에서 선수 하나가 가장 조용히 숨어있을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공격을 위협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장소라고 카롤리나가 머리를 쥐어짜서 짚어낸 지점이었다.
거기다가 왼쪽 수비수 앤드류 로버트슨은 미친듯이 사이드라인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는 번리의 오른쪽 수비수 구가에게 신경이 팔려있고.
중앙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는 파트너인 이브라힘 코나테와 함께 페널티 박스에서 계속 움직이고 있는 벤야민 셰슈코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 파비뉴는 공격 상황에서 전방 침투를 시도하는 니코 곤잘레스가 계속 시야에서 알짱거리는게 신경이 쓰이는 모습이고.
그렇게 골키퍼 닉 포프를 제외한 9명의 동료들이 필사적으로 움직이면서 만드려고 노력하는 것은 바로 자신을 위한 단 한번의 틈.
그리고 그 틈을 만들어내면 자신이 뭔가를 만들어줄거라는 굳건한 신뢰.
“후아···.”
감독과 코치진, 그리고 동료 선수들의 기대를 한 몸에 걸머진 카림 아데예미는 뜨거운 한숨을 토해냈다.
월드컵에서 혜성처럼 등장해서 팀을 우승까지 견인했지만 실제로는 팀에서 막내였던 독일 국가대표팀과는 다르다.
그때는 어린 자신에게 의존하는 상황에 대해서 진심으로 미안해하면서 실수를 해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고, 경기장에서 어떤 상황이든 탓하지 않고 전투적으로 만회해주었던 감독과 베테랑들이 있었지만, 번리에서는 이제 자신이 주력이다.
물론 감독이나 코치진, 심지어 동료들도 자신을 탓하지는 않을거다.
하지만 지금 감독의 전술은 오로지 자신 만을 돌파구로 삼고 짜여져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도 없다.
실패하면 감독은 자기 자신을 탓하겠지만, 카림 아데예미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유소년 출신 에이스로 팬들이 동질감을 느끼는 대상인 드와이트 맥닐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무게감.
당장이라도 소용돌이치는 미드필드의 쟁탈전 속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애써 참으면서 카림 아데예미는 고개를 좌우로 돌려서 선수들의 위치를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전반 43분.
번리의 모두가 피땀을 흘리면서 만들어내기 위해서 혈투를 벌인 기회가 찾아왔다.
***
“앗차!”
리버풀의 촉망받는 젊은 미드필더 하비 엘리엇이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나직한 탄식을 내뱉었다.
아무리 앞으로 공을 보내려고 해도 철통같은 번리 수비에 막혀서 전진할 수가 없자, 결국 답답한 마음에 직접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다.
어차피 뺏겨도 뒤에서 파비뉴와 옆에서 주장 조던 헨더슨이 든든하게 백업을 들어와줄 것으로 생각하면서 어느 정도는 믿고 질러본 돌파.
그러나 자신이 실수했을 때에 올 지원에만 집중하다가 막상 돌파하기로 선택한 상대가 누군지 간과했다.
적어도 프리미어 리그에서 이제 제정신이 박힌 선수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 짓.
번리의 블랙홀 니콜라스 세이왈드를 상대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한 결과는 참담했다.
하비 엘리엇은 다리를 넓게 벌려서 선 상대를 보고 그 다리 사이로 공을 확 밀어넣으면서 돌파를 시도했는데···.
상대는 문어발이라도 되는지 순식간에 자세를 바꿔서 공은 공대로 가볍게 차단하고, 앞으로 돌진하던 자신의 가슴을 가볍게 어깨로 들이받아서 바닥에 쓰러뜨렸다.
아니, 이건 자신이 가슴을 상대의 어깨에 가져다가 박아버린 꼴이다.
“막아!”
“아니야! 자리를 잡아!”
리버풀의 어린 미드필더의 자해 행위에 가까운 시도에 주심이 휘슬을 불 생각조차 하지 않는 가운데, 리버풀의 베테랑 미드필더들 사이에서 엇갈리는 외침이 울려퍼졌다.
깊게 내려앉아 있었던 수비형 미드필더 파비뉴가 선제적으로 공을 차단하기 위해서 앞으로 성큼 다가가는 반면에, 하비 엘리엇 근처에 있던 주장 조던 헨더슨은 오히려 뒤로 내려가면서 진영을 재정비하려는 시도.
“아차!”
서로의 실수를 깨달은 두 베테랑들이 짤막한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두 사람의 포지션이 한순간 겹쳤다.
하비 엘리엇은 아직도 충돌에 따른 충격에 잔디 위에 쓰러져 있는 상황.
번리의 철통 같은 수비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인내심을 지키면서 전반 40여분 동안 미드필드에서 한 번도 위험한 상황을 내어주지 않았던 리버풀.
프리미어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팀에서 처음으로 수비 상황에서 모든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이 잠깐 멈췄다.
“수비!”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 있던 위르겐 클롭 감독과 중앙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의 외침이 동시에 울려퍼졌지만, 그것보다 공이 탈취될 기미가 보이자마자 니콜라스 세이왈드에게 달려간 덕분에 바로 공을 전달받은 니코 곤잘레스의 짧은 외침이 더 빨랐다.
“카림!!”
전반 43분을 통틀어서 처음으로 외쳐진 이름.
미친듯이 움직이던 9명의 번리 선수들과는 달리 정적으로 거의 움직임을 가져가지도 않고, 심지어 패스도 연결이 되지 않아서 리버풀 선수들이 무의식적으로 머릿속 한 구석으로 밀어두었던 선수.
그리고 경기의 절반에 달하는 시간 동안 번리 선수들도 의식적으로 회피하면서 상대팀의 관심이 엷어진 장소.
그곳을 향해서 니코 곤잘레스가 오른발을 힘차게 휘둘러서 앞으로 쏘아보낸 공이 우아한 곡선을 그리면서 왼쪽으로 휘어서 카림 아데예미의 옆을 지나서 리버풀의 페널티 박스로 맹렬히 날아갔다.
“으악!”
리버풀 벤치가 머리를 움켜쥐는 가운데, 드디어 전반전 내내 인내하고 인내하면서 기다리던 틈을 제공받은 카림 아데예미는 몸을 돌려서 전속력으로 공을 쫓아서 달렸다.
공의 속도를 줄이거나 높일 필요도 없을만큼 완벽한 속도로 잔디에 깔리듯이 날아가는 공.
퍽!
공을 차단하기 위해서 앞으로 한걸음을 내딪었던 버질 반 다이크는 옆에서 같이 움직이면서 어깨를 부딪쳐오는 벤야민 셰슈코와 충돌했다.
“이런!”
주심에게 진로방해를 주장할 수도 없을만큼 짧은 순간.
거구의 수비수에게 도전한 대가로 벤야민 셰슈코는 잔디 위에 나동그라졌지만, 대신 카림 아데예미를 위해서 소중한 1초를 벌었다.
그 와중에 마치 날아가는 것처럼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번리의 젊은 공격수와 골라인 사이에는 이제 리버풀의 골키퍼 알리송 밖에 남지 않았다.
“뒤를 막아줘!”
자신이 비워놓을 골문을 채워줄 것을 동료들에게 요청하면서 리버풀의 베테랑 골키퍼가 필사적으로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달려나가는 그 긴박한 와중에도 몸을 살짝 자신의 오른쪽으로 기울였다.
카림 아데예미는 왼발잡이.
일반적인 패턴은 오른쪽에서 치고 들어오면서 왼발로 슈팅을 날리는 것.
그러니까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여서 왼발로 슈팅을 차낼 각도를 차단하는게 가장 안정적으로 슛을 막아낼 확률을 높인다.
그렇게 알리송은 마지막 순간까지 최대한 몸을 펼쳐서 골문을 향하는 각도를 좁혀갔다.
***
“흡!”
이미 달리기 시작한 다음부터 카림 아데예미는 거의 숨을 들이마시지 않고 있었다.
이미 심장은 미친듯이 뛰고 있고, 시야는 점점 정면으로만 좁혀지는데 귀에는 분명히 경기장이 떠나가라 고함을 지르고 있을 관중도 동료들의 외침도 안 들린다.
니코 곤잘레스가 완벽하게 보내준 패스 덕분에 전속력으로 질주하면서도 공을 따로 통제하기 위해서 건드릴 필요가 한번도 없었다.
그렇게 잔디에 깔리듯이 날아가는 공을 따라서 순식간에 페널티 박스를 돌파해서 절반 이상을 가로지르자, 어느새 이를 악물고 자신을 향해서 달려오던 리버풀의 골키퍼가 살짝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이면서 양 팔을 활짝 벌렸다.
이제 심장이 한두 박자 정도 더 뛰면 서로 충돌한다.
더 이상 방향전환이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에 마침내 몸을 허공에 띄우면서 리버풀의 골키퍼가 가진 필사적인 표정에 막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옅게 떠오른 순간.
카림 아데예미는 자신의 왼발을 꺽어서 아직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채 날아가던 공을 골키퍼의 왼쪽으로 밀어냈다.
“아아아!!!”
웸블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6만명의 관중 중 절반은 환호의 외침을, 나머지 절반은 절망의 비명을 질렀지만 카림 아데예미의 귀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잔디 위에 미끄러지면서도 페널티를 감수하겠다는듯 자신의 발목이라고 붙잡기 위해 팔을 뻗어오는 리버풀 골키퍼를 날아오르듯이 뛰어넘고.
달려오던 관성 그대로 오른발을 필사적으로 뻗어냈다.
텅!
옆으로 빠져나가던 공이 오른발 발등에 제대로 걸렸다.
생각보다 제대로 맞아서 꽤나 힘이 실린 슈팅.
날아오던 속도에 카림 아데예미의 오른발에 더한 힘까지 실린 공은 맹렬히 회전하면서 리버풀의 골문을 향해서 궤도를 변경했다.
“안 돼!!”
처음에 페널티 박스가 돌파된 다음에 전속력으로 골문을 향해서 달려가던 리버풀의 중앙 수비수 이브라힘 코나테가 온 몸을 던지면서 필사적으로 발 끝을 뻗었다.
잔디 위에 미끄러지는 거구가 뻗어낸 발에 공에 걸릴 것 같은 순간.
맹렬하게 회전하던 공은 그 발 끝을 살짝 스쳐지나가면서 그대로 골라인을 통과했다.
“으아아아아아!!!”
정확히 웸블리 스타디움의 절반이 하늘을 향해서 포효하는 가운데, 잔디 위에 드러누운 카림 아데예미에 그대로 파랗고 파란 하늘을 향해서 양 팔을 들어올렸다.
전반 43분.
형민이 번리 선발진의 체력과 활동량을 통째로 갈아넣어서 만들어낸 선제골이 들어갔다.
***
“여기 빨리 아이스!!”
“여기요!”
“이쪽도 필요해!!”
하프타임.
번리의 라커룸은 전쟁터였다.
탈진한 선수들이 바닥이 널부러진 가운데, 팀닥터 사이먼 모리스과 피트니스 코치 파울루 모라오가 필사적으로 뛰어다니면서 후반전에 다시 나가야 하는 선수들을 조금이라도 더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었다.
발목과 무릎, 그리고 목 뒤에까지 얼음으로 가득 채워진 수건이 둘러지고, 반강제적으로 이온음료를 섭취 중.
“상황은 어때?”
사이먼 모리스와 파울루 모라오와 함께 움직이면서 선수들의 상태를 점검하던 카롤리나가 다가오자 작전판 옆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형민이 물었다.
“벤야민, 드와이티, 구가는 아웃.”
“알겠어.”
작전판에서 세 명의 이름이 내려지고 다시 세 명의 이름이 올려졌다.
“미드필더는?”
“니코도 아웃. 토마소는 60분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데.”
“음···.”
일단 니코의 이름이 빠지고 그 자리에 루카 수치키를 집어넣었다.
잠시 망설이던 형민이 토마소 포베가까지 빼고 크리스티안 메디나의 이름을 올렸다.
“아니야. 나오라고 해. 여기서 잘못 부상당하면 후유증이 오래 갈 수도 있어.”
“본인은 더 뛸 수 있다고 생각할텐데?”
똑같이 경기 중에 부상을 입는다고 해도, 어느 정도 체력이 보존된 상태에서 부상을 입는거랑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부상을 입는거랑 결과가 다를 수 밖에 없다.
하다못해 체력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는 선수가 쓰러지면서 자신의 몸을 보호할 조치를 본능적으로 취할 가능성이 높기라도 하지.
아무리 결승전이 중요하다고 해도 감독이 거기에 앞날이 창창한 선수의 커리어를 걸 수도 없고 거는 것을 허용할 수도 없다.
“고집 피우지 말고 나오라고 해. 크리스가 그 자리에 들어갈거야.”
형민의 결정에 카롤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렇게 전달할게.”
카롤리나가 몸을 돌려서 토마소 포베가가 있는 곳으로 뛰어가는 가운데, 형민이 작전판을 두드리면서 큰 소리로 선수들의 이목을 모았다.
“자, 지금 있는 자리에서 들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