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4)
14화: 재정비
에너지 드링크를 통해서 벌어들인 엄청난 수익금으로 거대 재벌의 반열에 오른 레드불.
젊은 세대들이 즐기는 에너지 드링크라는 테마에 맞춰서 브랜드를 힙하게 만들기 위한 마케팅에 집중하는 레드불이 선택한 수단은 스포츠이다.
성층권에서 자유낙하로 뛰어내려서 세계 최초로 맨몸으로 음속을 돌파하거는 등 다양한 종류의 익스트림 스포츠와 도전을 후원하면서 마케팅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레드불을 유명세를 얻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힙한 브랜드 중 하나를 만들어낸 레드불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포뮬러원과 축구이다.
각각 전세계에서 가장 많고 광범위한 팬층을 가진 두가지 스포츠.
이중 포뮬러원에서는 레드불 레이싱과 스쿠데리아 알파 타우리 등 2개의 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0년 초반에는 세바스챤 베텔을 앞세워서 4연패를 거두고, 한동안 부진을 겪다가 2021년에 메르세데스의 독주를 물리치고 막스 베스타펜을 앞세워서 우승을 차지했다.
포뮬러원의 강자로 등극한 레드불에서 축구에 대한 투자 및 운영을 담당하는 것은 전세계에 4개의 구단을 보유하고 있는 소위 ‘레드불 풋볼 그룹’이다.
오스트리아 1부 리그에 소속된 RB 잘츠부르크.
독일 분데스리가에 소속된 RB 라이프치히.
미국 MLS에 소속된 뉴욕 레드불.
그리고 브리질 1부 리그에 소속된 레드불 브라간티노.
각 구단은 동일한 축구 철학에 기반해서 선수단을 운영하고, 유망주들을 발굴해서 육성하며 노하우를 공유하고, 심지어는 코치진까지도 내부에 순환하면서 공유한다.
물론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리그인 오스트리아, 브라질, 그리고 미국에서 발굴한 유망주들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 독일 분데스리가의 자매 구단으로 보내는 것까지 매끄러운 체제가 구축되어 있다.
이중 RB 잘츠부르크는 레드불 풋볼 그룹이 전세계에 소유하고 있는 축구 클럽들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물론 오스트리아 1부 리그에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축구계의 관점에서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매번 상위권을 기록하는 RB 라이프치히만큼 위상이 높지는 않다.
그러나 레드불의 본사인 오스트리아에 위치했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모집된 레드불 시스템의 유소년 선수들 중 유럽 축구에서 통용될 만한 잠재력을 가졌다고 판단된 어린 선수들이 첫번째 관문으로 도착하는 곳이 바로 잘츠부르크였다.
이렇게 잘츠부르크에서 – 필요하다면 위성 구단인 오스트리아 2부 리그의 리퍼링에 보내져서 – 경험을 쌓은 다음에 다음 수준의 레드불 클럽으로 이적하거나, 아예 최상위 리그의 구단들에게 매각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RB 잘츠부르크 시스템은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 육성 프로그램 중 하나로 손꼽혔다.
잘츠부르크라는 등용문을 거쳐서 현재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만 해도 리버풀의 사디오 마네, 타쿠미 미나미노와 나비 케이타, 울버햄튼의 황희찬, 레스터의 팻슨 다카, 브라이튼의 에녹 음웨푸 등 무려 6명이나 되었고, 이를 유럽의 5대 리그로 넓히면 수십명에 달했다.
물론 최근에 레드불 출신 중 최고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맨시티, PSG 등 유럽의 최고 명문 구단들이 하나 같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BVB 도르트문트의 엘링 홀란드였지만.
이렇게 레드불 시스템의 등용문인 RB 잘츠부르크의 선수 영입과 이적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건, 15년째 잘츠부르크에서만 재직하면서 코치와 감독을 거쳐서 이제 선수의 영입과 이적을 총괄하는 테크니컬 디렉터 직을 역임하고 있는 마크 랑이었다.
그리고 마크 랑은, 레드불 시스템의 선수 육성 프로그램만큼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레드불 멤버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레드불의 코치 육성 프로그램의 출신으로부터 연락을 받아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김! 하하하, 프리미어 리그 구단의 정식 감독님이 나한테까지 연락을 주시다니 영광이군!”
마크 랑은 휴대폰을 한쪽 귀에 대서 통화를 이어가는 동시에, 구단 사무실의 복도를 빠르게 걸어나갔다.
물론 서둘러 가면서도 마주치는 스태프들에게 살짝 손을 들어서 인사를 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나는 언젠가 자네를 반드시 퍼스트팀 감독으로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무슨 마법을 부린건지 잘츠부르크를 떠나고 2달만에 프리미어 리그 정식 감독이 될 줄은 몰랐어! 모두 자네 소식을 들으면서 기뻐하고 있다고. 물론 나도 요즘 번리 경기를 열심히 챙겨보고 있고.”
도착한 회의실 문을 비어있는 손으로 열고 들어가려던 마크 랑은 휴대폰 너머로 전달받는 내용에 멈칫했다.
“…응. 물론이지, 언제나 그런건 관심이 많지. 자네도 그건 잘 알지 않나.”
그가 회의실 안으로 들어서자, 긴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가 통화 중인 것을 보고는 목소리만 낮춘채 자기들끼리의 대화로 돌아갔다.
이적 시즌의 막바지에 임박해서 구단의 영입과 이적을 담당하는 테크니컬 디렉터의 전화기는 불이 나는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다들 마크 랑의 통화가 끝나기를 조용히 기다려주었다.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듯 한 손을 올린채, 눈썹을 모으고 건너편에서 말하는 내용에 집중하던 마크 랑은 상대편의 말이 끝나자 잠시 생각하는듯 텀을 두었다가 대답했다.
“…그건 굉장히, 매우 흥미로운 제안인걸? 마침 내가 이적위원회에 바로 들어가야 하는데 말이야. 빠르게 논의해보고 다시 알려줄께.”
마크 랑이 전화를 끊고 자신의 자리에 앉자, 옆자리에 앉아있던 풋볼 디렉터인 크리스토퍼 프뤤드가 물었다.
“무슨 일이야?”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그를 바라보는 RB 잘츠부르크 이적위원회의 멤버들을 둘러보면서 마크 랑은 미소를 지었다.
“영국으로 넘어간 우리의 친구 김이 아주 흥미로운 제안을 전해왔어.”
***
8월 31일에 이적 시장이 마감되기 전에, 번리 풋볼 클럽은 무려 4명의 유망주를 임대하는데에 성공했다.
전임 구단주로서 프리미어 리그의 온갖 구단들을 들쑤시면서 인맥을 총동원한 마이크 갈릭은 결국 형민이 잘츠부르크 시절 유럽 유소년 대항전에서 맞상대하면서 점찍어두었던 두 유망주를 임대했다.
첫번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리저브팀에 속해 있는 튜니지아 국적의 미드필더 한니발 메이브리.
두번째는 아스톤 빌라의 리저브팀에 속해 있는 잉글랜드 국적의 미드필더 제이콥 램지.
프리미어 리그에서 준주전급으로 유망주를 쇼케이스하고, 실전 경험을 쌓게 해주겠다는 제안에 두 구단은 귀가 솔깃해졌다.
따라서 완전 영입에서는 감히 번리가 시도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금액을 책정했지만, 나머지 부분에서는 형민과 이사진들이 기대했던 대로 임대료도 면제해주고 주급까지도 직접 부담했다.
반면에 레드불은 더 까다로왔는데, 이는 RB 잘츠부르크의 체제 자체가 유망주를 키워내는데에 최적화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봐, 김. 나도 도와주고 싶다고. 그런데 잘 알잖아. 우리 애들은 번리가 아니어도 충분히 잠재력을 터뜨려서 몸값을 높일 수 있어. 오히려 우리 입장에서는 한참 성장에 중요한 이런 시기에 우리의 지도를 못 받는게 더 걱정스럽다고.”
“좋아요. 알았어요. 그건 인정해요, 마크. 그럼 이건 어때요?”
RB 잘츠부르크의 테크니컬 디렉터인 마크 랑과 통화를 이어가던 형민이 제안했다.
“아예 그 친구들을 완전 이적시킬 금액을 불러보세요. 그 기준으로 완전 이적 조항을 추가한 임대계약을 체결하고, 우리쪽에서 주급은 부담할께요. 임대료는 없는 대신 출전 보장에 대한 페널티를 걸고, 우리 퍼스트팀에서 위상은 핵심 선수로 취급할께요.”
“핵심 선수로 취급한다는건 어느 정도로 인지하면 되지?”
“부상이거나, 선수 보호 차원에서 휴식을 취해야 하거나, 아니면 컵 대회를 제외하면 무조건 선발로 출전시킬께요.”
“…누굴 원하는거지?”
형민은 수화기 너머로 들리지 않도록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니콜라스 세이왈드랑 카림 아데예미요.”
형민은 반대편에서 흠칫하는 느낌과 함께 마크 랑의 한숨을 들을 수 있었다.
“…크리스토퍼랑 마티아스가 둘 다 나를 죽이려고 덤벼들겠군. 알았어. 내가 얘기해보고 알려줄께.”
통화를 끊은 마크 랑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이적을 시켜야 했지만.
그래도 이적시장의 마지막 날에 RB 잘츠부르크의 공공연한 비밀병기 두 명을 내어주도록 풋볼 디렉터인 크리스토퍼 프뤤드와 퍼스트팀 감독인 마티아스 야이슬레를 설득할 생각을 하자 눈 앞이 살짝 깜깜했다.
훗날 잘츠부르크에 남아 있는 친구가 형민에게 귀뜸해준 바에 의하면, RB 잘츠부르크 퍼스트팀의 감독인 마티아스 야이슬레는 형민과의 통화를 끝낸 마크 랑의 집무실로 바로 불려갔다.
정확한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야이슬레 감독은 고성을 지르면서 분노하고 또 분노했지만 구단의 구조와 수익에 합당한 상황에서 결국 퍼스트팀의 핵심 자원인 2명을 내주는데에 동의했다.
그리고 다행히 당장의 현금흐름에 민감하지 않은 레드불 풋볼 그룹의 넉넉한 재정상태 덕분에 형민도 이적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일단 탑클래스의 유망주들을 임대해서 희희낙락했다.
그러나 오는게 있으면 가는게 있는 법.
선수단을 보강한 기쁨도 잠시, 형민은 헬레나가 소집한 긴급 이사회에 참석하고는 좌절했다.
“애슐리 웨스트우드를요?!”
“네. 노리치에서 제안이 왔고, 솔직히 이건 거절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31세 베테랑 미드필더를 영입하기 위해서 노리치가 제안한건 현금 일시불로 1,000만 파운드.
그것도 이적 즉시 지급하겠다는 제안이다.
좋은 선수를 얻는 동시에 강등권의 경쟁 상대의 전력을 약화시키는 절묘한 한 수.
휘청거리는 번리의 재정상황에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라는 것은 제안을 보낸 노리치나 제안을 받은 번리의 이사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럼 그 자금 중 일부로 임대한 선수를 완전영입할 수 있는건가요?”
형민의 질문에 헬레나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임대를 한 다음에는 우리 소속이잖아요? 딱히 주급을 많이 내거나 하고 있지도 않고. 굳이 불필요한 거금을 지출하는 것보다 지금은 임대인 것으로 신분을 유지하는게 재정적으로 유리해요. 나중에 자금이 생기거나 하면 가장 우선순위로 임대선수들의 완전영입을 진행할께요.”
하지만 그 모든게 일단 당장 선수들과 구단 직원들의 급여를 매주 줄 수 있을 때에 가능한 미래의 얘기다, 라고 헬레나가 설명을 덧붙였다.
간신히 유망주로 미드필더 3명을 보강했더니 베테랑 미드필더 1명을 빼앗긴 형민은 소형 구단의 설움에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물론 이적시장 마지막 날에 자신의 선수들을 빼간 형민이 자신과 같은 일을 당했다는 것에 대해서 RB 잘츠부르크의 마티아스 야이슬레 감독이 고소하게 생각했는지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