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OGC 니스
“어떤 대표?”
반문하는 친구의 말에 태진이 혀를 차면서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알바 아니지만, 아무리 네가 학교 다닐 때부터 화상이었어도 이제는 모른척하는 티가 난다.”
“…그런가.”
중얼거리는 독신의 말에 유부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거절할거라면 깔끔하게 거절해야지, 이렇게 질질 끄는건 상대한테 예의가 아니라고. 모르고 있었을 때라면 괜찮지만, 이제는 너도 슬슬 눈치를 채고 있을거 아니야?”
“음···.”
사내 연애 뿐만 아니라 연애 그 자체와 별로 인연이 없었던 형민의 얼굴에 고심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싫으면 그냥 만나서 관심은 고맙지만 괜찮다고 확실하게 얘기해줘.”
자, 여기서는 그러면 좋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봐야지?
은근슬쩍 유도심문을 펼치고 있는 친구의 말에 형민이 눈썹을 찌푸렸다.
“야, 너···.”
“궁금하냐고? 당연히 궁금하지.
소파에 느긋하게 등을 기댄 애 둘 딸린 유부남이 여유롭게 말했다.
“번리처럼 아무 것도 할게 없는 동네에서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
“야!”
발끈한 형민을 무시한 태진이 킬킬대면서 물었다.
“그래서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너랑은 얘기 안 해!”
“딱 보니까 마음이 없는건 아닌데?”
“아오!”
플레잉 코치가 아니라 그냥 코치 연수 중이었으면 양국 축구협회의 협조 요청이고 나발이고 바로 이 자리에서 한국으로 반송하는건데!
정태진을 보내면 최전방 공격수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들부들 떠는 형민에게 태진이 소파의 등받이 위에 양 팔을 펼치고는 느긋하게 다리를 꼬았다.
“자, 어서 이 형님에게 연애에 대한 비법을 전수해달라고 빌어라. 크크크크!”
“꺼져!”
***
특별 휴식일에서 선수들이 복귀하자, 뭔가 뾰루퉁한 감독과 흠칫흠칫 놀라면서 어깨 너머를 살피는 수석코치, 그리고 뭔가 비밀을 서로 공유한듯 함께 실실 웃으면서 대견한 표정으로 감독을 바라보는 태진과 파울루 모라오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훈련이 딱히 더 느슨해진건 아니었지만, 훈련장의 분위기 자체는 밝았다.
카타르 월드컵으로 인한 겨울 휴식기 이후 12월말부터 2월말까지 16경기를 달려온 것에 비해서, 3월 마지막 주부터 4월 초까지 2주간 진행되는 국가대표팀 소집기간 덕분에 3월에는 경기가 4개 밖에 잡혀 있지 않았다.
프리미어 리그는 뉴캐슬과 레스터를 상대로 각각 1경기씩 총 2경기.
첼시를 상대로 하는 FA컵 5라운드 1경기.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OGC 니스를 상대로 하는 유로파 리그 16강 2차전이었다.
2차전이라고 하지만, 1차전은 이미 PSG를 상대로 진행했으니까 실질적으로는 단판 승부.
공교롭게도 PSG의 크리스토프 갈티에 감독이 직전 시즌까지 지휘하면서 유로파 리그에 올려놓았던 팀이 바로 OGC 니스였다.
“우리, PSG를 상대로도 이겼는데 니스 정도는 가볍게 상대할 수 있지 않겠어?”
퍼스트팀 회의실.
호기롭게 말하는 태진을 형민과 카롤리나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야, 세상이 다 네 생각처럼 쉽게 되는줄 아냐?”
말 속에 뭔가 뼈가 있는 형민의 떨떠름한 대답이었고.
“태진, 불길하게 그런 사망 플래그 올리지 말고 닥치세요.”
이건 불안해하는 카롤리나의 정중한 경고였다.
히쭉히쭉 웃으면서 노트북을 열은 태진이 자신이 정리한 자료를 대형 스크린 위에 띄웠다.
코치 연수나 플레잉 코치라고 해서 자신이 수행해야 하는 코치로서의 역할을 허투루 하는 것이 아니다.
형민이나 카롤리나가 그런걸 용납할 성격도 아닐 뿐더러, 태진 자신이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카라바오컵 결승전을 대비하기 위해서 머리통을 통째로 갈아넣었던 형민과 카롤리나를 대신해서 니스의 전력 분석을 진행한건 바로 태진이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니스는 4-2-3-1 포메이션이야. 뭐, 그건 다들 잘 알고 있을테고.”
태진이 슬라이드를 넘기면서 설명을 시작했고, 그 설명을 들으면서 형민과 카롤리나도 집중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
[문제는 네가 입을 너무 싸게 내돌린다는거지!]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 있던 형민이 경기장을 향해서 외쳤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최전방에서 상대팀 수비수들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태진의 귀에는 당연히 들어가지 않았을테고.
“아, 내가 이 자식의 입을 틀어막았어야 했어!”
“음··· 기본적인 전술 자체는 틀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느새 형민의 옆에 와서 선 카롤리나가 경기장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사실 이런 난타전이 터질줄은 아무도 모른거잖아.”
3월이지만 벌써부터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기 시작한 OGC 니스의 홈구장 알리안츠 리비에라의 홈팀 테크니컬 에어리어도 벌집을 쑤신듯이 분주하다.
니스의 베테랑 감독 루시엥 파브르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코치진과 함께 상의를 거듭하고 있는 모습.
“아, 저 자식이 니스가 PSG보다 쉬울거라는 사망 플래그를 올릴 때부터 알았어야 했어!”
전체적으로 태진이 제안한 작전을 기반으로 형민과 카롤리나가 살짝만 살을 덧붙인 전술.
니스의 수비진이 경기 초반에 느슨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간파한 태진의 제안으로 경기가 시작하자 마자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날린 기습 중거리슛이 들어가면서 한 골 앞서가기 시작했다.
거기에 중앙 수비수 중 하나는 움직임이 둔하다는 점을 공략하면서 골문 앞에서 활발하게 움직임을 가져간 벤야민 셰슈코가 전반전에 추가골을 넣으면서 2대 0으로 마무리되었을 때에는 솔직히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전술에 제대로 먹혀들어간걸 확인한 태진도 득의양양했다.
그래서 카라바오컵에서 소진됐던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고 무리하지 않기 위해서 하프타임 때에 조기 교체를 단행한건데···..
···젠장,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이를 악물고 나온 니스가 포메이션을 4-4-2로 변형하면서 추가 공격수를 투입하고 7분만에 2골을 연속으로 넣으면서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부랴부랴 카림 아데예미를 투입해서 한 골을 넣고 다시 앞서 나갔더니, 니스의 루시엥 파브르 감독도 잠자코 있지는 않겠다는듯 방금 공격수 안디 텔로트를 교체 투입하면서 바로 만회골을 넣었다.
이제 점수는 살떨리는 3대 3.
“아오··· 지금 우리 교체카드가 뭐가 있지?”
“경기의 흐름을 바꿀만한 카드? 그런거 없는데?”
벤야민 셰슈코는 정태진이랑 교체되서 나왔고, 이미 경기장에 들어가 있는 드와이트 맥닐을 업그레이드할 만한 자원이 벤치에 남아 있지 않다.
오늘은 쉬어갈거라는 통보를 받고 느긋하게 벤치에 널부러져 있었던 카림 아데예미는 급하게 몸을 풀고 이미 조 겔하트와 교체투입되서 한 골을 넣었고.
“어, 미안한데···.”
파울루 모라오가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나오는건 극도로 드문 경우였기 때문에 형민과 카롤리나가 동시에 긴장했다.
“드와이티는 이제 슬슬 교체해야 돼. 사실 오늘 경기에 출전한 것도 조금 무리한거라··· 레드존에 들어간지 좀 됐어.”
“으아···.”
형민이 괴로운듯 얼굴을 감싸쥐었지만, 드와이트 맥닐의 경기 시간을 60분 정도로 제한한다는건 이미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모두가 동의한 상황이었다.
“막스한테 교체투입을 준비해달라고 전해줘요. 제가 대기심한테 얘기할께요.”
카롤리나가 대신 대답하자, 파울루 모라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벤치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
결자해지.
태진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사실 아무도, 특히 형민은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거다.
코치가 제안한 전술이 가장 좋은 전술이었고, 그걸 선택한 감독이 보완해서 진행하고 그 결과를 책임진다.
전술이 실패했을 때에 절대로 남을 탓하지 않는 형민의 칼 같은 자세는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실제로 전반전은 태진의 전술이 그대로 먹히면서 루시엥 파브르 감독의 잔뜩 찌푸려진 얼굴과 함께 2대 0의 우위로 끝났고.
후반전에 일어난 상대팀의 전술 변화에 대응하는건 감독의 영역이지 첫 전술을 제안한 코치의 영역이 아니다.
실제로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투덜거리고 있는 형민이 온갖 욕을 다 퍼붓고 있어도, 자신의 전술에 대해서 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태진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아마 PSG랑 비교하면서 쉬운 경기를 예측했던 자신의 싼 입만 욕하고 있겠지.
하지만 감독이 전술을 탓하지 않으면 뭐하냐, 정작 나는 책임을 느끼는데.
속으로 자책과 책임감이 각각 절반씩 자리를 잡고 싸우는 가운데,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카롤리나와 파울루가 분주히 뛰어다니는 모습이 태진의 눈에 들어왔다.
곧이어서 사이드라인에서 막스 코넷이 몸을 풀고 있는 모습이 보이자, 돌아가는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이미 왼쪽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드와이트 맥닐을 교체할 생각이겠지.
아직 시즌이 3개월이나 남은 시점에 한쪽 날개가 꺾일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지친 기색을 숨기지 못한채 가벼운 악수와 포옹과 함께 드와이트 맥닐이 사이드라인 밖으로 빠져나가고, 팔팔한 막스 코넷이 경기장 안으로 뛰어들어는 것과 함께 태진의 머릿속에 상황을 만회할 생각이 떠올랐다.
“막스! 여기로 와봐!”
“넹!”
경기장 안으로 달려들어오는 막스 코넷이 자신에게로 살짝 방향을 바꾸는 것을 확인한 태진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씩 미소를 지었다.
플레잉 코치가 좋다는게 뭐냐.
경기장 안에서 생각난걸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거지.
“후아···.”
막스 코넷에게 짤막한 지시를 내린 태진은 길게 숨을 내쉬면서 니스의 중앙 수비수 쟝-클레르 토디보에게 부딪쳤다.
나머지 선수들에게 지시를 직접 내리기에는 시간도 없고 상대가 작전을 눈치챌 위험이 너무 높다.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형민과 카롤리나가 알아서 작전을 읽어주기를 바래야지.
퍽!
“킁!”
장신의 젊은 수비수는 태진의 돌진에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면서도 자리에서 밀리지 않고 버텨냈다.
쟝-클레르 토디보, 올해 나이 23살.
툴루즈 FC 유소년팀을 거쳐서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의 양대 강자 중 하나인 바르셀로나에 합류했다.
비록 바르셀로나에서는 퍼스트팀에서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임대를 전전하다가 결국 니스로 떠났지만, 23살을 맞이하는 이번 시즌에 프랑스 출신의 젊은 수비수는 리그앙에서는 손꼽히는 수비수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솔직히 바르셀로나라는 중압감을 견디기에 그냥 너무 어렸던 거다.
객관적인 관점에서는 그런 좌절을 극복한 젊은 유망주의 성장에 대견해야 하지만, 지금 태진은 그냥 자신의 돌입을 밀어내는 상대편 수비수를 공략하기 바빠서 그런거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아씨, 빨리 빨리 비켜라!]프리메라 리가 생활 동안에 갈고 닦은 스페인어로 낮게 내뱉은 태진의 짜증스러운 발언에 젊은 수비수가 바로 낚였다.
[아저씨나 비켜요!] [아저씨?!]이게 스페인어로 얼핏 들으면 아저씨인데, 동시에 늙은이나 어르신으로도 해석이 된다.
[어허, 이 자식이···.]갑자기 꼰대스러움이 확 올라온 태진은 이 4가지 덕목이 부족한 젊은이에게 가르침을 선사하기로 결심했다.
마침 태진의 작전을 알아차린 형민의 지시를 받은 구가가 사이드라인을 타고 코너 플래그를 향해서 맹렬하게 전진하면서 최전방으로 침투하고 있기도 하고.
“구가! 여기로!”
“오케잉!”
패스를 달라는 외침과 함께 태진은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는 척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면서 왼쪽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어느새 페널티 박스 안까지 밀고 들어와서 수비 라인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는 상대팀의 베테랑 공격수의 움직임에 니스의 수비 라인이 요동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