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3월의 질주
“쟝!”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상대팀 공격수를 발견한 골키퍼의 비명에 쟝-클레르 토디보가 태진에게 다시 따라붙었지만, 니스의 나머지 수비수들 중에 지원을 올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태진의 지시를 받은 번리의 왼쪽 공격수 막스 코넷이 왼쪽으로 넓게 벌리면서 오늘 2어시스트를 기록했던 니스의 오른쪽 수비수 유세프 아탈은 페널티 박스 밖으로까지 끌려나가 있는 상황.
반대편에 서 있던 니스의 왼쪽 수비수 조르단 로톰바는 방금 전속력으로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타고 최전방까지 치고 올라온 번리의 오른쪽 수비수 구가를 견제하느라 중앙에 신경을 쓸 틈이 없다.
그러면 남은 니스의 중앙 수비수 단테가 있는데, 그는···.
“이런!”
상황을 깨달은 니스의 골키퍼 왈테르 베니테즈와 태진을 쫓던 쟝-클레르 토디보가 동시에 짤막한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늦었다.
39살의 노장 수비수가 어느새 중앙으로 파고든 번리의 오른쪽 공격수 카림 아데예미와 1대 1로 매치업이 되어버렸다.
바이에른 뮌헨과 브라질 국가대표팀까지 거치면서 풍부한 경험을 가진 베테랑 수비수이지만, 경험 만으로 기술과 속도를 모두 장착한 카림 아데예미를 막아낼 수 있었다면 월드컵에서 그 무수히 많은 축구 강국들이 이 젊은 공격수에게 탈탈 털리지 않았을거다.
이미 신체적인 기량이 완연히 하락세에 도달한 노장을 지원해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 쟝-클레르 토디보가 다시 단테를 향해서 한걸음 움직인 순간.
태진이 교묘하게 조정한 번리의 공격진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
“나도!”
중앙에서 배급을 담당하고 있는 니코 곤잘레스를 향해서 오른쪽의 구가와 왼쪽의 막스 코넷이 동시에 손을 들면서 외쳤다.
덕분에 꼼짝없이 니스의 좌우 측면 수비수들이 상대편의 측면 공격을 견제하기 위해서 붙들려 있는 가운데, 니스의 두 중앙 미드필더 콤비인 마리오 레미나와 파블로 로자리오도 패스의 길목을 가로잡기 위해서 수비진에 지원을 가지 못했다.
하지만 사방에 니스 선수들이 깔려 있는 가운데 니코 곤잘레스가 선택한 것은 바로 손을 들지 않은 사람이었다.
느긋하게 공의 밑을 걷어찬 니코 곤잘레스는 자신을 앞에서 가로막는 니스의 두 중앙 미드필더의 머리 위를 넘어가는 로빙 패스를 날려보냈다.
목표는 페널티 박스 정중앙.
“어어?!”
두 명의 베테랑 미드필더가 멍하게 자신들의 머리 위에서 아치를 그리면서 넘어가는 공을 지켜만 보고 있는 가운데, 카림 아데예미의 움직임으로 자신에게 찰거머리처럼 달라붙던 쟝-클레르 토디보를 따돌린 태진이 씩 웃으면서 허공을 향해서 몸을 띄웠다.
“막아!”
골키퍼의 외침과 동시에 니스의 중앙 수비수들이 움직였다.
우선 쟝-클레르 토디보.
역동작에 걸렸지만 젊은 프랑스 국적의 수비수는 바르셀로나가 탐냈을 정도로 신체적인 능력이 훌륭했다.
비록 한발 늦었지만, 공이 허공에서 떨어지는 시간을 이용해서 태진과 골문 사이로 몸을 띄우면서 헤딩슛이 골문으로 향할 각도의 대부분을 차단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렇게 쟝-클레르 토디보가 태진과 함께 허공에 뛰어오르는 사이에, 단테는 젊은 수비수의 옆으로 따라붙으면서 골문을 향하는 나머지 각도를 차단했다.
이제 남아 있는 좁은 각도는 뒤에서 자세를 잡고 있는 골키퍼가 충분히 예측하고 막아낼 수 있는 범위 안.
기습적인 로빙 패스였지만 급한 가운데서도 완벽하게 슈팅을 차단한 니스의 골키퍼와 수비진이 안도하고 있는데, 허공에서 상대팀 공격수의 얄미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르신을 얕보니까 이렇게 되는거야!]그러면서 태진은 고개를 틀어서 니코 곤잘레스의 로빙 패스로 날아오던 공을 다시 페널티 박스 안으로 떨구어주었다.
“어라?”
아무 것도 하지 못한채 허우적거리면서 허공에서 다시 잔디 위로 내려가는 쟝-클레르 토디보의 얼굴에 멍한 표정이 새겨졌다.
그리고 니스의 골키퍼와 베테랑 수비수가 경악에 입을 벌리고 있는 가운데, 완벽한 속임수로 텅 빈 골문을 마주한 채 자신의 발 앞으로 떨어지는 공을 확인한 카림 아데예미가 씩 웃었다.
“슛, 그리고 골!”
***
“내 전술은 완벽했어!”
태진의 우렁찬 목소리에 마찬가지로 흥분한 형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완벽은 쥐뿔이! 후반전에 완전히 털렸잖아!”
감독의 반발에 베테랑 플레잉 코치는 코웃음을 쳤다.
“상대팀 전술 변화는 네가 지휘해서 대응했어야지.”
“그래서 결국 내가 지휘해서 4대 3으로 이겼잖아!”
형민의 주장에 태진이 고개를 힘차게 가로저었다.
“아니지! 그건 내가 공격 전술을 실행해서 이긴거지!”
“막스를 투입한 것도, 구가를 전진시킨 것도 난데?!”
“내가 막스한테 지시한걸 네가 따라간 것 뿐이잖아!”
“공격 전술은 이미 카롤리나가 짜놓았던거잖아!”
라커룸에서 버스로, 버스에서 전세기까지.
경기에서 졌다면 서로 책임을 지겠다고 엄숙한 분위기를 조성했겠지만, 경기에 이겼으니까 이제 쉬지 않고 누가 맞았느니 누가 틀렸느니 앞자리에서 아웅다웅하는 두 고등학교 동창 남자들을 카롤리나가 하찮다는듯이 바라보다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니키.”
“네, 코치님!”
언제든 누구든지 해치우겠습니다, 라는 충견의 모습을 얼굴에 새긴 오스트리아 출신의 바른 생활 사나이에게 카롤리나 슈테판이 지시했다.
“다들 피곤하니까 둘 다 닥치라고 가서 전해주렴.”
“네, 코치님!”
정말 자리에서 일어나는 젊은 미드필더를 보면서 번리 선수단은 숨을 죽였다.
“저, 감독님. 코치님.”
“왜, 니키?”
형민의 질문에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어깨를 으쓱하면서도 공손하게 말했다.
“슈테판 코치님이 두 분 다 닥치라고 하십니다. 피곤한데 선수들이 쉬지 못하고 있어서요.”
“어? 어. 알겠어···.”
전세기 안에 다시 평화로운 정적이 찾아왔다.
번리 선수단과 코치진이 숨죽여서 키득거리는 가운데, 오늘도 번리의 위계질서가 다시 한번 확립되었다.
수석코치 카롤리나 슈테판, 그리고 그 다음에 부주장 니콜라스 세이왈드.
감독과 플레잉 코치는 저 밑인걸로.
***
“으아아아!!!”
코너 플래그에서 원정팬들을 향해서 포효하고 있는 베테랑 공격수를 바라보면서 형민은 혀를 찼다.
분명히 우리팀이 득점하면 좋은거야, 그렇지?
그런데 난 왜 아직도 쟤가 골을 넣으면 배가 아플까?
고등학교 때부터 같은 팀이면 참 든든한 아군이었던 고등학교 동창의 화끈한 골 세레모니에 원정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면서 동참했다.
“태! 진! 정! 태! 진! 정!”
아직 응원가를 만들어줄 수준은 아니지만, 한 음절씩 끊어서 부르기 좋은 이름 석자를 외치는 것만으로 구호가 만들어진다.
이름 한 가운데에 서양인들이 죽을 것처럼 발음하기 힘들어하는 한 글자를 가진 형민이 다시 혀를 찼다.
“오, 아직 죽지 않았네.”
옆에서 팔짱을 낀채 태연하게 말하는 카롤리나의 말에 형민이 인상을 있는대로 찌푸렸다.
“아씨··· 난 와우트가 그리워.”
“난 아닌데? 지표를 봐봐, 지표를.”
정태진은 OGC 니스와의 일전을 치루고 돌아온 다음 터프 무어에서 상대한 프리미어 리그 26라운드의 뉴캐슬 전에서 0대 0으로 팽팽한 가운데 후반전에 교체 투입됐다.
그리고 64분과 89분에 한 골씩 넣으면서 뉴캐슬을 침몰시켰다.
그 다음에 진행된 FA컵 5라운드에서는 지금도 치열하게 프리미어 리그 3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첼시를 상대로 선발 출전해서 후반에 경기의 첫 골이자 결승골을 성공.
심지어 후반전 끝에는 드와이트 맥닐의 골을 어시스트하면서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오늘 레스터의 홈구장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치르고 있는 프리미어 리그 27라운드.
레스터의 공격수 켈레치 이헤아나초가 선제골을 넣었지만, 바로 태진이 만회골을 넣으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더니, 이제 후반전 끝판에 추가골을 넣으면서 2대 1로 끌려가던 레스터의 맹추격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다.
3월에만 4골 2어시스트.
이 정도 페이스면 풀 시즌을 뛰었다면 득점왕 경쟁에 합류할 수 있다.
“뭐, 조커로 기용하기에는 차고 넘치지. 간간히 컵대회에 선발 출전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고.”
형민의 생각을 읽은듯, 카롤리나가 자신들의 플레잉 코치를 평가했다.
“아쉽다. 젊은 시절이었다면 충분히 유럽 무대에서 통했을 실력인데.”
“충분히 통했어. 프리메라 리가에서 2시즌 동안 58경기 23골. 어시스트도 8개.”
이게 또 본인은 못 마땅해도 남이 친구를 평가절하 하는 느낌만 들면 바로 반박한다.
카롤리나가 피식 웃었다.
“알아. 그러니까 더 아쉽다는거지. 아예 유소년 시절에 건너왔거나 선수 생활 초기에 유럽에서 뛰었다면 정말 볼만 했을거야.”
“그래.”
한숨을 내쉬면서 형민이 답했다.
“그건 정말 그래.”
***
[…아, 안타깝네요.]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번리의 김 감독도 담담한 표정이네요.]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캐스터와 해설자가 안타까운 탄성을 토해내는 가운데 중계 카메라는 원정팀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비췄다.
카라바오컵 결승전에서 모두를 경악시킨 전술을 들고 나와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던 번리였지만, FA컵에서는 결국 리버풀의 벽을 넘지 못하고 8강전에서 좌절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양팀 감독 모두 어느 정도는 마음을 비우고 로테이션과 후보 자원들을 중심으로 선발진을 구성했는데, 리버풀이 가진 선수단의 깊이를 번리가 쫓아가지 못하는 모습이네요.]캐스터의 지적에 해설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 카라바오컵은 주전과 로테이션 자원을 가리지 않고 쏟아부을 수 있었던 결승전이었으니까요. 일반적인 상황에서 번리의 선수단을 리버풀과 비교할 수는 없지요.]번리 유치원이라고 하지만, 유치원도 형님반이 있고 동생반이 있다.
확실히 번리의 로테이션급 자원은 현재보다 미래가 훨씬 더 기대되는 유망주들로 구성되어 있다.
비록 앞에서는 정태진이, 그리고 뒤에서는 찰리 테일러가 젊다 못해 어리기까지 한 선수들을 뒷받침해주었지만 리버풀을 상대로 승리를 이끄는게 순수하게 의지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중계 스크린에서는 살짝 아쉽다는 표정을 지은 형민이 홈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걸어나오는 위르겐 클롭 감독을 향해서 걸어가는 모습이 비춰졌다.
[아, 이번에도 이상한거 들고 나오면 어떻게 하나 어젯밤에 잠을 한 숨도 못 잤다고!]호탕한 웃음과 함께 오른손으로 악수를 하고, 다른 손으로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독일어를 말을 거는 거구의 감독에게 형민이 피식 웃었다.
[저도 그런 짓을 매번 하면 위가 안 남아나요.] [하긴 그야 그렇지. 아마 오토바이를 타고 아우토반을 질주하는 느낌이었을테니까.]한계 속도 이상으로 달리고 있어서 잠깐이라도 정신을 놓치면 그대로 이 세상과 하직하게 될 것 같은 긴장감에 심장은 터질 것 같은데, 정작 타고 있는 오토바이는 땅 위를 굴러가는게 아니라 통통 튕기면서 허공에 붕 떠 있어서 식은땀이 멈추지 않는 느낌.
그가 느꼈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한 독일인 감독에게 형민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쨌든, 승리를 축하드려요.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FA컵도 우승까지 가세요.] [그래야지! 자네가 첼시도 꺾어줬으니까 대진표가 조금은 더 편해지기는 했고. 자네는 좀 아쉽겠지만.] [저희는 이제 유로파에 집중해야지요.]프리미어 리그 3위팀 감독의 발언에 프리미어 리그 1위팀 감독이 짓궂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프리미어 리그 우승에는 도전하지 않고?] [감독님이랑 과르디올라 감독이 있는데요? 이번 시즌은 힘들어요. 두분이 알아서 하세요.]형민의 대답에 거구의 리버풀 감독이 박장대소했다.
[푸하하하!! 이번 시즌! 이번 시즌이라고! 그럼 다음 시즌에는 도전을 해보겠다는걸로 들리는데?!] [뭐, 그건 그때 가서 어떻게 될지 봐야지요.]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아쉬운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선발진과 그들을 위로하는 벤치 멤버들을 보면서 형민이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