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43)
143화: 3월의 밤하늘
FA컵 경기를 끝으로 3월이 마무리되면서, 각국의 국가대표팀에 소집되지 않은 선수들과 코치진은 특별히 일주일 간의 휴가를 부여받았다.
덕분에 이 기간 동안 오랫동안 못 봤던 가족을 한국에서 부른 태진이 희희낙락하고 있는 가운데, 3월의 마무리와 4월의 준비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논의하기 위해서 형민의 집무실에 모여 있던 번리 풋볼 클럽 퍼스트팀 코치진은 순간 방 한구석에서 터져나오는 욕설에 고개를 돌렸다.
“이런 X친!”
하지만 감독이 노려보고 있는 티비에서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전달받은 최신 뉴스를 확인한 코치진은 감독을 무시했다.
“축하해요, 태진!”
“오오! 축하하네!”
옆에서 형민의 궁시렁만큼이나 얼떨떨한 표정을 지은 태진이 더듬거리면서 감사를 표했다.
“어라? 아니···. 이건··· 아, 감사합니다.”
티비에서는 아나운서가 발표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네, 번리의 공격수 태진 정이 3월의 선수상을 깜짝 수상한 가운데, 3월의 감독상은 2승을 거둔 위르겐 클롭 감독이 가져갔습니다. 태진 정은 프리미어 2경기에서 4골을 기록하면서 번리의 2승을 견인했는데요. 번리의 형민 김 감독도 2승을 거뒀지만 아쉽게 2위를 차지하면서 상을 놓쳤습니다. 아무래도 리그 감독 협회의 평가 위원들이 골득실 차이가 더 높은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의 손을 들어준 것 같습니다.]“우하하하! 내가 이달의 선수라니!”
드디어 실감이 나는지, 3월에 열린 프리미어 리그 2경기 동안 무려 4골을 넣으면서 번리의 2승을 견인했던 태진이 파안대소를 터뜨리면서 급히 한국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티비 앞에서 떠나서 소파에 앉아 있던 태진의 옆에 털석 내려앉은 형민은 온갖 인상을 찌푸리면서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아니 골득실 차이로 감독상을 평가하는게 어딨어! 리버풀이 2승을 거두는 것보다 번리가 2승을 거두는게 더 어렵다는걸 감안해야지! 상대적인 난이도 평가 없는거야?!”
“아니 근데 김, 그동안 한번도 이달의 감독상 같은거에는 관심이 없었잖아?”
지난 시즌에 수상했던 올해의 감독상 트로피도 아서에게 주려고 했다가 그가 한사코 거부하면서 지금 형민의 집무실 한켠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는걸 잘 아는 파울루 모라오의 질문에 형민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저 자식이 상을 안 받을 때의 얘기고요!”
***
“네, 들어오세요.”
방문에서 들려온 노크 소리에 헬레나가 대답했다.
방금까지 작성하고 있는 이메일의 마지막 한 줄까지 완료하고 나서 노트북에서 고개를 들자, 전혀 의외인 사람이 그녀의 사무실 안에 있었다.
“태진! 여기는 왠 일이에요? 아, 아니다. 얘기는 들었어요. 이 달의 선수상을 수상한거 축하해요!”
“아, 감사합니다.”
살짝 쑥스러운 듯이 뒷머리를 글적거린 태진이 감사를 표했다.
“아, 자리에 앉으시겠어요?”
그녀의 자리에서 일어나서 소파에 손짓하자, 태진이 고개를 저었다.
“긴 얘기는 아니에요. 다름이 아니라 다음주 휴식기에 제 가족이 번리에 방문하기로 했거든요.”
“아, 그렇군요. 꽤 오랜만에 가족을 보는거지요?”
“그렇지요? 사실 월드컵 기간 동안에도 거의 못 봤으니까, 12월부터라고 생각하면 거의 4개월째 못 본거나 다름이 없지요.”
헬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들도 아빠랑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기뻐하겠네요.”
“아, 네. 그렇지요.”
“네. 어, 저 그런데···?”
태진이 헬레나의 궁금해하는 표정에 미소를 지었다.
“가족들은 주로 맨체스터에 있을 예정이지만, 하루 정도는 번리에 와서 구경을 할 예정이거든요. 그리고 반필드에 와서 저녁을 같이 먹으려고 합니다.”
“아, 네. 뭐, 반필드 시설을 가족들이 편하게 사용하셔도 되요.”
헬레나가 미소를 지었다.
“그런걸 일일히 저한테 말씀해주지 않으셔도 되고요.”
“아, 그게 아니라요.”
태진이 손을 내저었다.
“헬레나도 저녁 식사에 오시라고요. 어, 이건 초대라고 해야 하나?”
“아, 네···.”
헬레나는 순간 당황했다.
전혀 모르는 직원의 가족이 방문했는데 같이 식사하는 자리에 참석하는건 뭔가 이상한 것 같다.
“어··· 물론 제가 태진의 가족을 만나는 것도 기쁠 것 같고 많이 반가울 것 같지만···.”
자신의 책상을 손짓하면서 일이 많아서 참석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시늉을 하려던 헬레나의 동작이 태진의 다음 말에 멈췄다.
“형민이도 부를거에요. 지난 여름에 저희 별장에 같이 와서 지내면서 제 가족들이랑 많이 친해졌거든요.”
아하.
헬레나는 허리 위에 양 손을 올리고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중매라도 하시는건가요?”
“중매라니요!”
태진이 킬킬 웃으면서 양 손을 들어올려서 손바닥을 펼쳤다.
“우유부단한 친구의 등을 살짝 떠밀어 준다,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 우유부단한 친구는 등이 떠밀리고 있는지 모르고요?”
“전혀 모르지요!”
“흠··· 뭐, 알겠습니다.”
도움을 준다면 받아야지.
헬레나의 대답을 확인한 태진이 실실 웃으면서 몸을 돌려서 나가다가 집무실 문가에서 멈췄다.
“그날은 왠지 편한 복장이 좋을 것 같지 않아요?”
***
“어라?!”
태진의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던 퍼스트팀 회의실 안으로 걸어들어오는 사람을 발견한 형민이 놀랐다.
평소의 정장 차림과는 다르게, 화장기가 거의 없는 얼굴에 간단한 청바지와 흰 티셔츠, 그리고 한 손에는 코트만 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색달랐다.
“헬레나?! 여기는 왠 일이에요?”
“태진의 가족들이 왔다고 해서, 같이 저녁 먹자고 초대를 받았어요.”
“아, 네.”
형민에게 미소를 지은 헬레나는 두 아이들에게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안녕? 난 헬레나라고 해.”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전혀 상반되는 성격의 두 아이들이 그래도 어설픈 영어로 싹싹하게 대답했다.
영국에서 와서 많이 보기는 했지만,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새하얀 피부에 금발 미인을 발견한 두 아이들은 헬레나가 신기한지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태진과 헬레나가 둘 다 간과한 것은 휴가 기간 동안 반필드 트레이닝 센터의 구내식당이 저녁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덕분에 반필드 트레이닝 센터까지 배달하는 유일한 정체불명의 아시안 퓨전 음식점에서 온갖 요리를 시켜서 퍼스트팀 회의실에서 식사를 해야 했다.
그 오묘한 요리가 차려진 식사를 다 먹고 난 태진의 아내 혜린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마침내 피식 웃었다.
“이 사람한테 계획을 맡기면 이렇게 되는거지요.”
“아니, 난 분명히···!”
아내에게 지적당한 태진이 반박하려고 했지만, 혜린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돌려서 형민에게 말을 걸었다.
“평소에 일 할 때에도 좀 그렇지 않아요? 앞에서 잘 나가다가 뒤에서 마무리가 미흡하다던가?”
“음···.”
당장 OGC 니스와의 경기가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혜린의 머리 너머에 태진이 짓는 온갖 표정에 형민은 자비로운 마음을 베풀어서 이번 한번만은 친구를 놀리는 것을 넘어가주기로 했다.
난 인자하니까.
“가끔씩?”
“푸흡!”
테이블 건너편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헬레나가 터져나오는 웃음을 결국 터뜨린 가운데, 온갖 배신감을 얼굴에 아로새긴 태진이 형민에게 눈썹을 찌푸렸다.
너, 나중에 두고 보자.
두고 보자는 사람이 제일 안 무섭던데?
서로 많은 말이 담긴 눈빛을 교환하고, 태진이 자신의 두터운 팔뚝을 의미심장하게 쓰다듬는 가운데 헬레나가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고는 살짝 아쉬운듯 말했다.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소파에서는 두 아이들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러게요.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헬레나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혜린이 그녀의 코트를 챙겨주면서 나직하게 대화하는 가운데, 형민이 아이들을 슬쩍 돌아본 다음에 태진을 바라보았다.
“오늘밤에는 어떻게 할거야?”
“호텔로 돌아가야지.”
태진의 대답에 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뭐 도와줄건 없어?”
“에이. 아직은 나랑 와이프랑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
“그래. 먹은건 치우지 마. 내가 치우고 갈께.”
“네가 치운다고?”
태진이 한쪽 눈썹을 들어올리는 모습에 형민이 살짝 발끈했다.
“야, 내가 애 키우는 사람은 아니지만 정리정돈은 충분히 잘 하거든?”
“아니, 그게 아니라···.”
태진이 웃으면서 혜린과 나직하게 대화를 나누는 헬레나를 돌아보았다.
“…너는 헬레나를 데려다줘야지.”
“헬레나를? 왜?”
평소에도 헬레나 혼자서 번리 주변을 잘 다녔는데? 라고 말하려는 순간, 그 둘의 대화가 들린듯 혜린이 그들을 향해서 얼굴을 돌렸다.
“형민씨, 그러는거 아니에요. 늦었으니까 어서 일어나서 헬레나를 숙소까지 데려다주시고, 형민씨도 들어가서 쉬세요. 여기는 저희가 정리하고 애들이랑 같이 맨체스터로 돌아갈테니까.”
“어···.”
굳이 이런게 필요한가, 라는 의문이 형민의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한쪽 눈썹을 치켜들면서 살짝 인상을 쓰는 혜린의 표정에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난 여름에 한국에 있는 태진의 별장에서 지내면서 깨달은건데, 혜린이 평소에는 아주 온화하고 서글서글하지만 저 표정을 지은 다음에도 즉시 움직이지 않으면 바로 불호령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동안 태진이나 두 아이들에게 향한 것은 자주 보고, 자신에게 저 표정이 향한건 거의 처음이나 다름 없었지만.
서둘러서 코트를 챙겨입고, 헬레나와 함께 회의실을 나서는 형민의 등 뒤로 문이 닫히자, 마음 속으로 열까지 센 태진과 혜린이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음··· 아무래도 쉽지 않지?”
“정말··· 형민씨가 강적이기는 하네요. 헬레나도 고생이 많겠어요.”
“흐흐흐. 그래도 재밌잖아?”
“뭐, 재밌기는 하네요. 번리도 조용하고 한적해서 좋아보여요.”
오늘 하루 동안 번리 읍내를 돌아다닌 혜린이 괜찮았다는듯 말했다.
“내가 있어서 좋아보인건 아니고?”
“하아···.”
근거 없는 자신감을 표출하는 남편을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혜린이 저녁 식사의 잔재가 널부러진 테이블에 손짓했다.
“됐고, 빨리 치우기나 하세요.”
“넵!”
***
3월말이었지만 번리의 날씨는 낮에 10도, 밤에는 여전히 3, 4도까지 떨어진다.
다행히 한 달 중 3분의 1 정도는 오는 비가 오지 않아서 춥지만 맑은 밤.
헬레나와 함께 반필드 트레이닝 센터를 나온 형민이 물었다.
“춥지 않아요?”
헬레나의 코트가 두툼해보이기는 하지만, 그 밑에 반팔 티셔츠 한장 밖에 걸치지 않았다.
형민의 걱정에 헬레나가 미소를 지었다.
“저는 원래부터 추위를 잘 안 타요.”
“열량 소모가 다 그쪽으로 가는건가요?”
형민의 질문에 헬레나가 번리 읍내를 향해서 천천히 걸어가면서 대답했다.
“그럴지도? 하지만 뉴욕의 겨울도 만만치 않게 춥기는 하거든요. 번리보다 겨울이 짧기는 하지만.”
“아, 그렇군요.”
형민이 중얼거리면서 헬레나의 옆에 따라 붙었다.
반필드 트레이닝 센터 옆을 흐르는 칼더 강 위에 차가운 강바람이 불기는 했지만, 아직 번리의 외곽 패디햄 마을이 진입하기 전까지는 숲과 밭으로 이루어진 평지가 계속 이어진다.
칼더 강변을 따르는 인적이 드문 산책길을 천천히 걸어가는 가운데 헬레나가 밤하늘을 가르켰다.
“멋지지 않나요? 가끔씩 이걸 보기 위해서 일부러 차를 가져오지 않기도 해요.”
물론 비가 오는 날에는 꼭 차를 가져오기는 하지만.
헬레나가 덧붙였다.
주변에 시야를 방해하는 불빛들이 없는 가운데, 구름이 활짝 개인 밤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뿌려져 있었다.
“멋있네요.”
헬레나와 함께 하늘을 올려본 형민이 동의했다.
잠시 멈춰서 밤하늘과 별들을 관찰하던 두 사람이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 두 사람 사이에 불편하지 않은 침묵이 맴돌았다.
그렇게 걷고 또 걷다가 마침내 패디햄을 지나서 그 둘을 알아볼 만한 사람들이 있을만한 번리 읍내를 피해 외곽으로 돌아서 걸어가는 가운데, 형민이 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헬레나, 있잖아요.”
그를 힐끗 바라보면서 묵묵히, 하지만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헬레나의 옆모습을 바라보던 형민이 잠깐 멈춰섰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함께 발을 맞춰서 걸었다.
“하아··· 이런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음··· 어떤 말을 하고 싶은걸까요?”
헬레나의 질문에 형민이 한참이나 고민에 잠겼다.
어느새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던 번리 읍내의 유일한 스타벅스를 지나서, 마침내 그녀가 1년 반째 장기투숙하고 있는 홀리데이 인이 저 멀리 눈에 들어왔다.
더 이상 할 말을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거라는 것을 깨달은 형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있잖아요, 헬레나.”
“네, 얘기해요.”
겨우 영하를 상회하는 매서운 추위 때문인지, 어딘지 모르게 쌀쌀맞게 들리는 헬레나의 목소리에 형민이 슬쩍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추위 때문에 뺨이 상기된 것 외에는 그녀의 표정에서 아무 것도 읽을 수 없었다.
낮은 조명 만이 켜져 있는 주차장을 함께 지나서 환하게 밝혀진 호텔 로비가 눈에 들어와서야 형민은 하고 싶은 말을 찾을 수 있었다.
“다음에도 같이 별들을 보러 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다음에도?”
“다음에도. 아니, 자주.”
자신이 한 말을 정정한 형민의 표정에 헬레나가 미소를 지었다.
“저도 좋을 것 같네요.”
어느새 호텔 로비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벨보이가 정중하게 정문을 열어주는 가운데, 형민이 주머니에서 한 손을 꺼내서 흔들었다.
“자, 그럼.”
인사하고 돌아서려는 형민에게 헬레나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물었다.
“잠깐 들어왔다 가지 않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