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질주의 끝
“…김 감독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스널과의 경기 후 기자회견.
팽팽한 전반전에 이어서 후반전에 교체투입된 루카 수키치를 중심으로 맹공을 퍼부었지만, 아스널의 아론 램즈데일 골키퍼의 분투에 아쉬운 무승부를 거둔 번리의 감독이 기자회견을 진행할 차례였다.
카메라 셔터와 플래시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기자의 질문에 형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을 이어갔다.
“제가 이 문제에 대해서 발언을 하는게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한마디만 부탁드립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미켈 아르테타 감독에게 조금 더 시간이 주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있기는 합니다. 아무래도 팀의 큰 방향을 바꾸는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기자회견실에 배치된 카메라들의 플래시와 셔터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기자가 질문을 이어갔다.
“하지만 김 감독님은 번리에서 바로 방향을 바꿨다고 생각되는데요?”
“어··· 그래도 저랑 아르테타 감독이랑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아스널과 같은 큰 클럽이 방향을 바꾸는 데에는 시간도 걸리고, 목표하는 곳까지 도달하는 데에도 부담이 많으니까요.”
옆에서 형민의 답변을 듣고 있던 번리의 언론담당관 셸리 파이퍼의 안색이 안 좋아졌다.
기자들이 게걸스럽게 달려들 수 있는 먹음직스러운 답변이 던져진 꼴이다.
방향의 전환, 전환에 걸리는 시간, 목표하는 도착지까지 파생될 수 있는 질문이 수십가지인데, 하나 같이 안 좋은 방향으로 튈 수 있다.
하필이면 답변을 한 사람이 번리를 한 시즌 만에 유럽 대항전 진출을 놓고 경쟁하는 팀으로 끌고 올라온 형민이어서 문제가 더 크다.
하지만 역시 기자는 기자.
가장 셸리 파이퍼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다음 질문을 끌고 갔다.
“그 말씀은 번리가 아직 큰 클럽이 아니다, 라고 말씀하시는걸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아씨, 나한테 왜 그래.
질문을 받은 형민은 치밀어오르려고 하는 화를 애써 억눌렀다.
물론 상대팀 감독이 경기 전에 급작스럽게 해임되었으니, 다른쪽 감독을 붙들고 늘어지는건 이해가 가지만 굳이 이런 질문을 하는 의도는 뭐지?
형민은 애써 한숨을 참으면서 최대한 침착하게 답변하려고 노력했다.
“…번리는 아직 성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언젠가는 프리미어 리그의 다른 대형 클럽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클럽의 규모가 아무래도 좀 작은 편이기는 하지요.”
형민의 생각에는 무난한 답변이었는데, 기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듯 카메라들의 셔터와 플래시 소리들이 갑자기 급박해지기 시작했다.
어라, 보통 이러면 뭔가···.
이상한 느낌에 언론담당관의 얼굴을 보고 확인하려는 형민에게 바로 다음 질문이 나왔다.
상황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자 급하게 기자들의 질문을 끊고 난입하려는 셸리 파이퍼보다 더 빨리 던져진 질문.
“그 말씀은 더 큰 클럽으로 옮기실 의향도 있다, 라고 해석해도 될까요.”
구조 상으로는 분명히 질문인데 끝이 물음표가 아니라 마침표였다.
지난 3주 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그리고 뉴캐슬까지 3개의 클럽이 부진한 성적을 이유로 감독들을 해임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8위, 아스널은 9위, 그리고 뉴캐슬은 15위.
해고당한 감독들은 각각 에릭 텐 하그, 미켈 아르테타, 그리고 에디 하우.
솔직히 엉망진창이었던 팀을 물려받았고 이를 제대로 개편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고 항변할 수 있었지만, 세 팀 모두 유럽 대항전에 진출할 희망이 없어지는 순위권으로 밀려나면서 이번 시즌이 아니라 다음 시즌을 미리 준비하기 위한 행보를 이미 시작한 상태였다.
마침 셋 모두 객관적으로 봤을 때에 번리보다 성적은 떨어지지만 재정이나 팬층, 경기장과 시설까지 훨씬 더 큰 규모의 클럽들.
거기에 현재 강등권까지 떨어진 울버햄튼의 브루노 라게 감독의 자리도 위태롭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하아···.”
올해 초에 첼시에 열어버린 이직설에 다시 불을 붙이려는 기자들의 노력에 형민은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김 감독님? 그렇다면 더 큰 클럽으로 이직할 생각이···.”
“…번리가 파산이라도 당하지 않는 이상 없다고! 없다고요!”
순간 기자회견실 안에 정적이 흘렀다.
방금 형민의 입에서 나온 말을 곰곰히 씹어보느라 형민과 기자들 모두 침묵하는 가운데, 번리의 언론담당관 셸리 파이퍼는 그냥 양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나서 여기서 더 이상 커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카메라들의 셔터와 플래시 소리들이 더 커졌다.
“…감독님!”
“…김 감독님! 파산에 대해···!”
“…서는 어떻게···!”
“…정 상황이 안 좋은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리는 기자회견장을 바라보면서 사고를 쳤다는 것을 깨달은 형민은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최대한 애처롭게 보내보았다.
그러나 번리의 젊은 명장의 간절한 시선을 받은 셸리 파이퍼는 그냥 고개를 가로저을 수 밖에 없었다.
감독님, 우리 X됐어요.
셸리 파이퍼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오는 것 같은 환청에 형민은 좌절했다.
아, 젠장.
***
회의실 테이블 건너편에 보란듯이 펼쳐진 신문 1면에 대문짝만하게 적힌 제목을 읽으면서 형민은 고개를 움추렸다.
아니, 신문을 펼쳐든 헬레나가 일부러 그에게 시위하는게 틀림없었다.
요즘 세상에 누가 종이로 된 신문을 읽는다고?!
“영국에서는 아직도 종이 신문이 잘 팔려요. 특히 스포츠 타블로이드지는요.”
그의 생각을 읽은듯, 헬레나가 치고 들어왔다.
“아니, 내가 의도한게 그게 아닌거 잘 알잖아요!”
“아는데···.”
헬레나와 나머지 이사진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에요. 이건 당신을 탓할 문제가 아니니까. 제가 알아서 수습을 할께요.”
다만 경기장 재건 때문에 바빠 죽겠는데 이런 사태를 발생시킨 기자들에게 잠깐 짜증이 솟구쳤을 뿐.
더 이상 보고 싶지도 않다는듯 신문을 멀찍히 치워버린 헬레나가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자, 회의를 시작하시지요!”
첫번째 안건은 경기장 재건의 진척상황을 보고 하기 위해서 특별히 핵심 경영진 미팅에 참석한 에밀 카트라이트의 현황 보고였다.
“…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단 반조립된 경기장 모듈이 미국에서 맨체스터 선착장으로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터프 무어 뒤에 마련된 공터에서 적재될 예정이고, 5월 초까지는 모든 모듈이 준조립 내지는 완조립되어서 도착하는 일정입니다.”
대형 스크린에서 슬라이드 한 장이 넘어갔다.
“계획한대로, 박스석은 일반 좌석이 다 조립된 다음에 설치됩니다. 뭐, 어차피 박스석도 모듈 방식으로 완조립된 형태로 경기장 위에 얹혀지니까 실제로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습니다. 그럼 전체적인 일정을 다시 확인해보겠습니다.”
대형 스크린에서 영상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5월 28일에 터프 무어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루고 바로 고별식을 갖고, 5월 29일부터 폭파 작업이 시작됩니다. 미리 사전 답사를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폭파물을 설치하고 폭파까지 진행하는건 3일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면 6월 1일부터 1주일간 잔해물 제거 작업이 진행됩니다.”
영상 속에서는 기존의 터프 무어의 3D 모델이 무너져 내리고, 잔해가 치워지는 모습이 일정표와 함께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6월 8일부터 1주일간 터를 다지는 작업을 진행하고, 6월 15일부터 경기장의 관중석을 구성하는 모듈을 순차적으로 설치하게 됩니다. 동시에 잔디를 다시 까는 작업도 진행이 되고요.”
모듈들이 마치 레고처럼 하나씩 조립되면서 새로운 경기장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최대 6주 안에 관중석 조립과 잔디 설치까지 끝내는 일정입니다. 좀 빡빡하기는 하지만, 다행히 6월과 7월에는 번리 날씨가 나쁘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나쁘지 않다는건 매일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상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기 쉬운 상황이 아니지만, 어차피 일반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공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에밀은 그 부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생략했다.
어차피 이 회의실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번리의 날씨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겪어왔으니까.
“아무리 늦어도 8월 1일부터는 경기장과 일반 관중석이 사용 가능할 수 있습니다. 박스석은 경기가 없는 날에 조금씩 설치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지만, 10월말까지는 완료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경기장 내에 각종 편의시설과 매점은 병행해서 설치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완성된 경기장 위에 박스석들이 하나씩 설치되는 영상이 밑에 일정표와 함께 돌아가기 시작마고, 마지막으로 완성된 경기장의 3D 모형이 360도로 스크린에서 회전했다.
“후우···.”
마이크 갈릭이 손수건을 꺼내서 이마 위에 땀을 닦았다.
벌써 몇번이나 논의하고 확인한 내용이었지만, 여러가지 의미에서 떨리는건 어쩔 수 없었다.
“정말 3개월 만에 경기장이 완공될 수 있는건가?”
“박스석을 제외한 일반석 만이지만, 가능합니다.”
에밀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정말 믿겨지지 않네요. 이렇게 큰 공사를 이렇게 빨리 끝낼 수 있다는게.”
옆에서 마찬가지로 긴장된 표정의 존 바나스키위츠가 덧붙였다.
“이미 인터 마이애미가 한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고, 그 후로도 기술 자체는 개발이 많이 됐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신축하는 경기장의 경우에는 이런 모듈 방식으로 건설을 많이 하고 있어요. 주거지도 그렇고요.”
팬들과 평소에 소통하면서 의견을 조율하는건 마이크 갈릭과 존 바나스키위츠가 주축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이 편안하게 느낄 때까지 에밀이 상세한 설명을 계속했다.
어떤 건축 프로젝트에서도 고객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쓰는 시간을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는 건축학과 교수의 말이 피부로 와닿는 순간이었다.
자신들의 궁금증 뿐만 아니라 팬들이 질문할 수도 있는 내용까지 확인한 두 중년 남자가 마침내 충분히 납득되었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헬레나가 다음 순서의 진행을 시작했다.
“경기장이 완공되면 총 35,000석이 됩니다. 박스는 총 24개가 마련되고요. 이제부터 이걸 어떻게 나누고 분배하면 좋을지 논의해야 하는데···.”
헬레나가 에밀을 돌아보았다.
“에밀은 나가봐도 좋아요.”
“아, 저는···.”
남아 있으면 안 되나요, 라고 묻고 싶었지만, 헬레나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미스터 카트라이트는 여기서 불필요한 회의를 참석할만큼 시간이 널럴하지 않을텐데요?”
힐끗 카롤리나를 향했다가 다시 자신에게 향하는 푸르고 차가운 두 눈에 에밀이 흠칫했다.
“…바로 나가봐야 하는 일이 기억나서, 다음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공개된 사실에 아예 한 손을 흔들면서 대놓고 배웅하는 카롤리나를 뒤로 하고 서둘러서 나간 무급 직원을 만족스럽게 바라본 헬레나는 이사진과 함께 번리의 향후 30년간 재정을 결정지을 내용을 논의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