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FC 코펜하겐
“아아···!!!”
탄식과 함께 경기장에 순간적으로 정적이 감돌았다.
어깨가 축 늘어진채 골네트에서 공을 꺼내는 자신들의 골키퍼를 바라보는 FC 코펜하겐 선수들의 표정은 홈팬들의 표정과 판박이였다.
절망.
그런 분위기를 감지한듯, 킥오프와 함께 전반 1분 만에 선취골을 넣어버린 카림 아데예미도 원정팬들에게 다가가서 번리 선수들과 함께 상대적으로 얌전한 골 세레모니를 하고 있었다.
“와아아아.”
“와아. 신난다.”
골을 넣은 것은 기쁘지만 왠지 살짝 힘이 빠지는듯한 느낌으로 자신을 향해서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는 원정팬들에게 인사한 카림 아데예미는 자신의 뒷목을 휘감는 두터운 팔뚝에 고개를 들었다.
이제 번리에서 이 팔뚝의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주로 감독의 목에 제일 많이 감겨있기는 하지만.
“카림! 작작해라. 안 그러면 나중에 코펜하겐 뒷골목에서···.”
“아오! 그런 겁주는 얘기는 하지 마세요!”
태진의 짖궂은 농담에 카림 아데예미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만류했다.
물론 FC 코펜하겐 축구팬들이 진짜 길거리에서 그럴 짓을 할리가 없기는 하지만.
어쨌든, FC 코펜하겐 입장에서는 8강까지 진출한 여러 상대 중에 그래도 한번 해볼만한 상대라고 생각했을 수는 있다.
물론 번리가 유로파 리그 16강전 1차전에서 PSG를 꺾었고 프리미어 리그에서 4위를 차지하면서 유럽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에 들어가 있지만, 선수층이 얇고 시즌이 막바지에 돌입했다.
일반적으로 중소형 구단들이 선수들의 체력과 부상 관리에 문제가 생기는 시점.
물론 1차전에 내준 2골을 만회하는게 쉽지는 않겠지만, 홈경기라는 이점도 있고 경기가 시작하기 직전까지 팬들도 38,000석의 파르켄 스타디움이 떠나가라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경기가 시작하자 마자 확인사살을 당하니까 FC 코펜하겐측 선수와 팬들 모두 힘이 빠져보였다.
그렇게 객관적인 전력도 밀리는데, 1차전까지 합치면 이제 누적 3대 0으로 무려 3골 차이를 89분 동안 따라잡아야 하는 FC 코펜하겐.
성공한다면 유로파 리그 역사상 손꼽히는 대역전 중 하나로 등극했겠지만, FC 코펜하겐의 운수 나쁜 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으아아아!!!”
이번에 코너 플래그로 달려가서 양 팔을 벌린채 환호하는 주인공은 막스 코넷이었다.
번리 선수들이 그를 잔디 위로 쓰러뜨린 다음에 뛰어오르면서 자축하는 가운데, 조금 더 절제된 방식으로 기쁨을 표현한 형민이 침묵이 내려앉은 홈팀의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바라보았다.
“마음이 급했던 것 같은데.”
정교한 공격 전술로 전반 1분과 전반 41분에 번리가 성공시킨 골을 만들어낸 카롤리나가 옆에서 중얼거렸다.
“그럴 수 밖에 없지? 1차전에서 2대 0으로 밀리고 나서 2차전에서도 선제골을 먹었으니까.”
고개를 흔들면서 형민이 대답했다.
선제골을 내줬던 FC 코펜하겐의 선수들은 절망과 불안감을 떨쳐내려는듯, 전반전 동안 과격한 압박과 활동량을 가져가면서 번리를 밀어붙혔다.
선수들의 맹활약에 다시 기세가 올랐던 홈팬들도 함성을 지르면서 맹렬한 공격을 응원했고.
하지만 이제 번리 선수들도 시즌 초반에 비해서 훨씬 더 노련해졌다.
“확실히 애들이 더 유연해지기는 했어. 이전 같았으면 저렇게 압박을 당했을 때에 맞받아치는 것 밖에 선택하지 못했을텐데.”
공격 일변도였던 지난 시즌이나 이번 시즌 전반기와는 다르게, 수많은 경기들을 치루면서 자연스럽게 템포 조절을 하는 방식을 깨우친듯, 유연하게 물러나서 FC 코펜하겐의 공세를 견뎌냈다.
경기가 순간순간은 불리해보여도, 기회를 기다리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타이망이 반드시 찾아올거라는 경험과 그 타이밍을 살릴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
감독이나 코치진이 아무리 훈련을 시켜도 가르칠 수 없는 2가지를 깨우친 번리 선수들이었다.
그렇게 전반전 동안 FC 코펜하겐 선수들이 체력을 소진하도록 끌어낸 다음에 다시 역습을 시도하면서 가볍게 추가골을 넣었다.
“다음 시즌에는 더 다양한 전술들을 구현해볼 수 있을 것 같아.”
형민이 밝은 목소리로 말하자, 카롤리나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몇 명이나 지킬 수 있을줄 알고? 이번 시즌처럼 또 처음부터 다시 리빌딩해야 할 수도 있다고.”
“어우···.”
형민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와아아아!!!”
“어어?!”
경기장에서 벌어진 상황에 관중들의 함성과 함께 형민과 카롤리나가 놀라움에 눈을 크게 떴다.
***
[…어어? 페널티! 주심이 페널티 스팟을 가리킵니다!] […아, 저건 솔직히 그냥 지나갈 수 없었겠지요. 전반전의 종료를 알리려는듯 휘슬을 물고 있던 주심이 그 직전에 파울을 선언합니다.]캐스터와 해설자가 안타까운 듯이 대화를 주고 받았다.
1차전은 원정에서 2대 0으로 끝났으니까, 그 자체로는 그렇게까지 나쁜 결과는 아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승부를 만회했어야 하는 2차전 홈경기에서 전반전이 3대 0으로 끝날 위기에 처한 FC 코펜하겐에게 동정이 안 갈 수가 없었다.
[…번리 선수들끼리 잠깐 논의가 있는데요. 결국 정이 페널티킥을 차기 위해서 다가섭니다.] […보니까 서로 양보를 했던 것 같은데요. 카림 아데예미가 차지 않겠다고 손을 흔듭니다.]전반 1분만에 골을 넣어서 상대팀의 희망을 침몰시켰는데, 페널티까지 넣어서 아예 장례식까지 치루고 관짝에 못을 박아버리면 당분간 덴마크에 근처에 얼씬거리지 못할 수도 있다.
홈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등에 받던 카림 아데예미는 냅다 달려가서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는 정태진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로파 리그 8강 2차전. FC코펜하겐(홈) : 번리 (아데예미 1분, 코넷 41분, 정, p45분, 비엘 60분, 디알로 o87분)
***
“후우··· 이제는 진짜 시즌 막바지에 달한 것 같네요.”
프리미어 리그 30라운드의 브렌트포드 원정경기 다음날.
오전의 회복 훈련을 끝내고 선수들을 집으로 돌려보낸 다음, 어제 경기에 대한 분석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파울루 모라오가 중얼거렸다.
주중에 있었던 유로파 리그 원정경기에서 FC 코펜하겐은 후반전에 2골이나 필사적으로 성공시키면서 따라붙었지만, 이미 2경기에 걸쳐서 5골이나 넣었던 번리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유로파 리그 4강전을 예약한 상태에서 프리미어 리그로 돌아와서 치른 30라운드는 브렌트포드를 상대로 셰만스키가 후반전에 유일한 골을 성공시키면서 쉽지는 않지만 승리를 확보했다.
“뭐, 이제 선수들의 조직력이나 전술적인 이해도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으니까 다행이지요.”
형민이 브렌트포드 전을 분석했던 자료를 정리하면서 말했다.
“이제 시즌 마지막까지 체력만 잘 관리할 수 있으면 큰 이슈는 없을 것 같아요.”
이제 프리미어 리그는 8경기가 남았다.
남은 상대는 순서대로 웨스트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QPR,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울버햄튼, 본머스, 그리고 아스톤빌라.
진짜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쉬어갈 상대가 하나도 없다는 말이 맞다.
이번 시즌에 반짝 승격했지만 처참한 성적으로 거두면서 이미 강등을 선예약한 QPR은 그렇다고 해도, 미친듯이 강등권 탈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울버햄튼과 본머스는 절대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이미 프리미어 리그 상위권 팀들이 한번 이상 덜미를 잡힌 상대들.
거기에 전통적인 중위권 강호였던 웨스트햄은 최근에 부진하지만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은 언제든지 상위권 팀을 잡을만한 단단한 선수단과 맞춤형 전술을 가지고 나올 수 있다.
거기에 스티븐 제라드 감독의 지휘 하에 유럽 대항전 진출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아스톤 빌라나 이번 시즌에 부진하지만 오히려 감독이 경질된 이후 다시 경기력이 회복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만만하지 않은 상대이고.
지금도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위해서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고 있는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는 말을 해도 입만 아프다.
“이제 조금씩 첼시는 멀어지네.”
프리미어 리그 순위표를 살펴보던 카롤리나가 중얼거렸다.
3월말까지만 해도 승점 1점 차이로 치열한 3위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아스널과 FC 코펜하겐과의 8강전 사이에 상대한 리즈와 거둔 무승부가 뼈아팠다.
첼시가 승점 6점을 획득하는 가운데 번리는 2점만 획득하면서 첼시는 승점 66점, 번리는 승점 61점으로 결국 5점이나 벌어졌다.
아무래도 모든 컵대회에서 다 탈락하면서 프리미어 리그에 올인할 수 있는 첼시에 비해서 아직도 유로파 리그와 프리미어 리그를 병행하고 있는 번리의 전력이 분산될 수 밖에 없다.
“음··· 그러면 QPR은 확실히 잡아야 하고, 울버햄튼이랑 본머스, 웨스트햄까지는 잡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손가락을 꼽아가던 태진이 말을 흐렸다.
아스톤 빌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그리고 리버풀까지가 문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야 전반기에 기분 좋게 대파했지만, 나머지는 상당히 까다로운 상대들.
아직 임시 감독 체제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최근에 경기력이 많이 개선되면서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그렇게 너무 멀리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형민이 태진의 생각을 제지했다.
“앞으로 한 경기 한 경기씩만 보면서 가자고.”
“그래, 그게 좋겠네.”
태진이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이 앞서갔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럼 일단 웨스트햄 전에 집중하자고요. 그러면서 차근차근 상대를 하면 되니까요.”
형민이 회의실을 둘러보자, 코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10경기, 최대 11경기. 부상 문제만 발생하지 않으면 괜찮을 것 같지 않아요?”
순간 감독의 발언에 회의실 안에서 정적이 흘렀다.
오랜만에 퍼스트팀 회의에 참석한 팀닥터 사이먼 모리스와 피트니스 코치 파울루 모라오가 살짝 창백해진 얼굴로 불길한 발언을 한 감독을 노려보는 가운데, 옆에서 카롤리나가 열심히 나무로 된 회의실 테이블을 두들겼다.
나무를 만지면 불길한 발언이나 악령을 상쇄할 수 있다는 유럽인들의 미신을 열심히 행사하는 카롤리나를 본 형민이 의아한 표정으로 둘러보았다.
“왜 그래? 우리 이번 시즌에 별로 부상 이슈가 없었잖아?”
형민의 두번째 발언에 모여있는 코치진의 얼굴이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씨, 이 X끼 또 여기서 사망 플래그를 올리고 난리야!”
카롤리나가 나직하게 욕설을 내뱉자, 형민이 상처입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진짜로. 설마 별 일 있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