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4월의 위기
“왜?! 왜?! 왜에에에?!!”
상황을 직감한 감독의 절규가 울려퍼졌지만, 훈련장에 모여 있던 코치진과 선수단을 그런 하찮은 것에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벤야민!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누워 있어!”
“막스! 괜찮아요?! 젠장, 빨리 누가 들 것 좀 가져와!”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사이드라인에서 대기하고 있던 팀닥터 사이먼 모리스가 숨이 턱까지 차올라서 헉헉거리면서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다들 물러나! 파울루, 벤야민을 좀 봐줘!”
“…전 괜찮아요···.”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벤야민 셰슈코가 자신의 얼굴을 살피는 파울루 모라오의 손길을 쳐냈지만, 바로 사이먼 모리스의 호통이 이어졌다.
“내가 괜찮다고 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괜찮지 않아!”
고통스럽게 한쪽 무릎을 부여잡고 쓰러져있는 코트 디부아르 국가대표팀 소속의 측면 공격수를 세밀하게 살피던 사이먼 모리스가 혀를 차면서 사이드라인을 향해서 손짓했다.
“들것을 가지고 와!”
“아, 이런 젠장···!”
무릎을 찌르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있던 막스 코넷은 팀닥터의 지시에 욕설을 내뱉었다.
이미 충돌하는 순간에 잘못된 것을 느꼈었다.
하필 이럴 때만 기가 막히게 잘 들어맞는 자신의 감을 원망하는 가운데, 사이먼 모리스를 따라서 숨을 헐떡거리면서 도착한 스태프들이 막스 코넷을 조심스럽게 들것에 싣었다.
“바로 병원으로 갈거야. 파울루는 벤야민을 챙겨서 오도록 해.”
“아니, 저는 괜찮다니까요.”
“눈이잖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파울루 모라오의 부축을 받아서 일어난 벤야민 셰슈코가 코치의 팔에 기대서 터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어··· 오전 훈련은 취소에요. 다들 쉬었다가 점심 먹고, 오후에 전술 브리핑을 위해서 다시 모입시다.”
훈련장 한켠에서 절망하고 있는 젊은 감독을 힐끗 바라본 카롤리나가 형민을 대신해서 선수단에게 지시를 내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하기 전날.
잠깐의 막간을 이용해서 가벼운 전술 훈련을 진행하다가 터진 악재였다.
골문 앞에서 헤딩 경합을 벌이던 벤야민 셰슈코와 막스 코넷이 충돌했는데, 착지하는 과정에서 막스 코넷의 무릎이 살짝 뒤틀렸다.
그리고 떨어지는 와중에도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내뻗은 막스 코넷의 손 끝에 벤야민 셰슈코가 눈이 찔렸고.
실제 상황이 아니었다면 싸구려 B급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순간이었지만, 훈련장에 모여 있는 아무도 웃을 수가 없었다.
***
“막스는 어때?”
온갖 인상을 쓴채 사이먼 모리스와 통화를 마친 형민에게 카롤리나가 물었다.
“무릎 근육이 뒤틀렸어. 1개월 이상 아웃이야.”
“사실상 시즌 아웃이네.”
팔짱을 낀채 작전판에 기대서 대화를 듣고 있던 태진이 두툼한 팔짱으로 풀고 묵묵히 막스 코넷이라고 적힌 마커를 부상자 명단으로 옮겼다.
“벤야민은?”
“병원에서 조금 더 정밀 검사를 하고 싶어하기는 하는데, 각막이나 그런게 손상을 입은건 아니래. 그런데 심하게 타격이 와서, 한 1주일 정도는 초점이 잘 안 맞을 수도 있다고 하네.”
걱정했던 것보다는 좋은 소식이지만, 그렇게 벤야민 셰슈코도 1주일 아웃.
태진이 묵묵하게 또 하나의 마커를 옮기고 있는 가운데, 카롤리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뭔 꼴이니···.”
그동안 피트니스 코치 파울루 모라오와 팀닥터 사이먼 모리스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새하얀 공백을 지키던 번리의 부상자 명단에 불과 3일 만에 3명이나 이름이 올라갔다.
심지어 시즌 내내 1장도 없었던 레드 카드도 한 장이 추가되면서 니코 곤잘레스는 앞으로 프리미어 리그 3경기 결장이 예정되어 있다.
이번 시즌에 옐로우 카드를 10장이나 수집해서 경고 누적으로 2번 출장 금지를 먹었던 구가도 있었지만, 측면 수비수가 옐로우 카드를 받는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구단 차원에서의 징계도 강도가 달랐다.
물론 유쾌한 젊은 브라질 국적의 측면 수비수는 카드당 벌금의 규모를 가지고 자신이 훨씬 더 남는 장사를 했다며 니코 곤잘레스를 열심히 놀려댔지만.
하지만 당장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가 내일로 다가온 가운데, 22명의 퍼스트팀 선수단 중 4명이나 이탈한 형민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유스팀 선수들을 불러서 벤치를 채워야 할 것 같은데?”
부상자와 경고 누적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9명까지 들어난 벤치조차 채우지 못할거라는 소식에 번리의 코치진 모두가 얼굴이 핼쑥해졌다.
***
“후아···.”
부상자 3명에 경고 누적 1명.
총 4명이나 퍼스트팀에서 이탈하면서, 이거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지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옆에서 의료진의 부축을 받아서 구가가 걸어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때요?”
최근에 흰머리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 팀닥터 사이먼 모리스와 함께 올드 트래포드의 경기장으로 달려나갔던 피트니스 코치 파울루 모라오가 다가오자 형민이 물었다.
“근육 경련이야. 오늘은 출전 못 해. 한 1주일 정도는 훈련도 쉬고 푹 쉬는게 좋을 것 같은데.”
시즌 내내 쉬지 않고 번리의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오르내리면서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던 사자머리의 브라질 출신 오른쪽 수비수도 이제 탈이 난 모양이었다.
경기 시작 전에 문제가 생긴게 다행인지 아니면 불행인지.
행운과 불운 사이에서 헷갈리는 형민이 아찔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카롤리나가 심판진에게 제출하기 위해서 작성하던 선발 명단을 들고 형민에게 급하게 다가왔다.
“구가를 빼고 찰리를 넣을께.”
“응, 그렇게 해줘.”
서둘러서 선발 명단을 수정한 카롤리나가 다시 심판진에게 뛰어가는 가운데, 형민은 어수선한 번리 선수들을 보면서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아, 이거 안 좋은데···.”
***
번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3대 0으로 대패했다.
최전방 공격진부터 최후방 수비진까지 골고루 구멍이 나면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번 시즌에 번리가 3골 차이 이상으로 패배한 것도 이미 5번째.
FA컵에서 리버풀에서 3대 0으로 패배하면서 탈락한 것을 제외하면 프리미어 리그에서만 3골 차이로 4패를 거뒀다.
프리미어 리그 32라운드까지 치르는 동안 20승 4무 8패.
기세가 오르면 활활 타오르면서 강적도 격파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경기력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대패를 당하기도 한다.
유망주들과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가운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슬럼프가 길지 않다는 것.
전체적인 성적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경기 다음날 회의실에 모인 형민과 코치진의 얼굴은 어두웠다.
“목요일이 스파르타 프라하 원정경기인데··· 선발진을 어떻게 꾸릴지 고민을 좀 해야 할 것 같아.”
카롤리나의 말에 모두의 시전이 약속한듯 작전판에 올려진 선수들의 현황으로 향했다.
카림 아데예미, 벤야민 셰슈코, 막스 코넷, 그리고 구가까지 굵직굵직한 이름들이 부상자 명단에 올라가 있었다.
“그래도 니코는 징계가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대상으로 한거여서 유로파 리그 출전이 가능하다는건 다행이네.”
태진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니코가 아직도 징계가 2경기 더 남았으니까··· 이번 경기에서 니코가 선발 출전하는건 고정이네.”
덧붙이는 카롤리나의 말에 형민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경기장 위에 니코 곤잘레스가 있다는건 어떤 의미에서 번리의 전술적인 방향성을 단순화 하는 영향도 있다.
수비나 활동량도 괜찮고 패스 능력은 번리에서 손꼽힐 정도로 훌륭하지만, 반대로 상대편 페널티 박스 안에 적극적으로 침투하거나 육탄수비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따라서 니코 곤잘레스와 함께 중앙에서 어떤 조합을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경기의 방향이 달라진다.
“스파르타 프라하는 뭔가 변화가 없어?”
형민의 질문에 스파르타 프라하 분석을 진행했던 카롤리나가 고개를 저었다.
“전반기랑 똑같아. 겨울 이적시장에 큰 이동도 없었고. 여전히 아담 흘로첵을 중심으로 측면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패턴이야. 물론, 앞으로 경기에서도 그대로 나와준다면 말이지.”
스파르타 프라하는 유로파 리그 조별 예선에서 이미 2번이나 상대해봤다.
당시 전적은 번리의 2승으로 압도당했지만, 정작 조별 예선에서는 1위를 차지하면서 번리를 2위로 밀어냈던 경험이 있었다.
그만큼 아담 흘로첵을 앞세운 공격이 일반적인 팀들에게는 알면서도 당할 수 밖에 없는 무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번리의 2승도 솔직히 선제골을 내줘서 뒤쳐진 다음에 2골을 넣으면서 역전한 경우였기 때문에, 만약에 스파르타 프라하가 뒷문을 걸어잠그는 데에 성공한다면 골치가 아프다.
지금 상대팀의 수비진을 강제로 부숴버릴 수 있는 카림 아데예미 같이 날카로운 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음··· 제 생각에는요.”
한참이나 고민하던 형민이 코치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선순위를 먼저 정해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남아 있는 9경기를 어떻게 소화할 지에 대해서 고민하던 코치진이 조금 의아한 얼굴로 형민을 바라보았다.
“우선순위를 정하다니?”
코치들을 대표해서 카롤리나가 묻자, 형민이 회의실 한쪽에 걸려 있는 대형 일정표에 손짓했다.
“지금 우리한테 남아 있는건 프리미어 리그랑 유로파 리그잖아. 하지만 이 둘이 같은 무게를 가지고 있는건 아니지.”
잠시 코치진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전반기에 2승을 거둬서 완승했던 스파르타 프라하를 상대로 2경기만 더 치르면 결승전이다.
여차하면 유로파 리그를 우승할 수 있는 영광을 포기하겠다는 감독의 발언에 다들 흠칫했다.
“…아쉽지 않겠어?”
태진의 질문에 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무리해서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둘 다 놓치고 싶지는 않아. 그리고 지금 우리한테는 프리미어 리그가 더 중요해. 이사진한테도 전반기에 얘기했잖아.”
매 시즌마다 유럽 대항전에 진출하는 클럽이 되는게 특정 시즌의 유럽 대항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추락하는 클럽보다 낫다고.
그 대화를 기억하는 카롤리나와 파울루 모라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프리미어 리그에서 전력에 손상이 없는 범위에서 우리가 낼 수 있는 최상의 전력을 짜보자고.”
이제는 전술적인 선택에 맞춰서 선수를 기용하는게 아니라, 선수의 가용여부에 따라서 전술을 짜야 한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자는 감독의 말에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파울루 모라오가 먼저 손을 들었다.
“네, 파울루.”
“그럼 드와이티는 유로파에 나가면 안 돼. 적어도 준결승전이라도 쉬어야 해.”
“아···.”
회의실 안에 안타까운 탄식이 흘렀다.
이번 시즌에 오른쪽의 카림 아데예미가 갑자기 잠재력을 폭발시키면서 드와이트 맥닐은 군소리 없이 공격 전개를 백업하는 위치를 맡았다.
덕분에 선수 본인의 지표들은 전체적으로 하락하고, 출전 시간 대비 활동량이나 피로도가 올라가 있는 상황.
“뭔가 문제가 있는건 아닌데, 아무래도 많이 지친게 눈에 보여. 신체 검사를 해도 피로도가 높은걸로 나오고. 시즌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본인은 끝까지 모든 경기를 소화할 수 있다고 하는데···..”
“…좀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할까요?”
말 끝을 흐리는 파울루 모라오에게 형민이 질문했다.
“그것도 그런데, 기본적으로 모든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면 기량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겠지. 그렇다면 프리미어 리그에 집중하는게 맞을거야.”
“음···.”
형민이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되면 측면 공격수 4명 중 3명을 가용하지 못하게 된다.
번리의 주식이었던 4-3-3 포메이션을 버려야 하나, 형민이 고민하는 가운데 카롤리나가 옆에서 고개를 번쩍 들었다.
“우리가 예전에 얘기했던거 말인데, 혹시 기억 나?”
카롤리나의 질문에 형민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거?”
“자말에 대한거.”
잠시 형민이 기억을 더듬던 가운데, 옆에서 파울루 모라오가 나직하게 탄성을 터뜨렸다.
“자말을 아예 측면 공격수로 끌어올려서 쓰자고 했던 그 얘기?!”
“네. 지금 측면 수비수는 동이 났으니까, 자말을 끌어 올려서 공격을 강화하는거지요.”
“하지만 구가가 빠지면서 오른쪽 수비도 구멍이 났는데? 측면 수비수 자원도 많지 않아.”
태진이 옆에서 이의를 제기하자, 이번에는 옆에서 급하게 머리를 굴리던 형민이 고개를 저었다.
“압두도 왼쪽 수비수를 볼 수 있고, 네이선도 오른쪽 수비를 볼 수 있으니까 그렇게까지 상황이 나쁘지는 않아. 물론 공격력은 조금 포기해야 겠지만, 수비력이 그걸 상쇄할 수 있으니까 괜찮을 것 같고.”
형민의 말에 카롤리나가 일어나서 작전판에 놓여져 있던 선수들의 마커를 한쪽으로 밀어내고 하나씩 마커를 다시 놓기 시작했다.
“자, 그럼 붙박이부터 정하자고.”
최전방 공격수로는 정태진.
왼쪽 공격수는 자말 루이스.
오른쪽 공격수는 조 겔하트.
미드필드에는 3명 중 한 자리에 니코 곤잘레스.
골키퍼는 닉 포프.
이렇게 5명은 스파르타 프라하를 상대하는 다음 경기에서 확실히 선발이 된다.
“거기에 오른쪽 수비수로는 찰리.”
태진이 지적하자 카롤리나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찰리 테일러의 마커를 오른쪽 수비수 위치에 놓았다.
“아담 흘로첵을 막아야 하니까 일단 니키도 넣자. 수비형 미드필더로.”
계속 고민하던 형민이 미드필드 조합에서 니콜라스 세이왈드를 선택해서 수비력을 강화하는걸 선택했다.
“중앙 수비수는 네이선이랑 아넬을 세우고, 압두는 왼쪽 수비수로 나가는걸로 하고.”
태진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바르셀로나에서 영입한 미카 마르몰은 잘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게 큰 무대에서 수비의 한 축을 맡기기에는 불안한 감이 없지 않다.
반면에 이번 시즌에 꾸준히 성장한 네이선 콜린스는 이제 나머지 3명의 중앙 수비수에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위치에 도달했다.
주장인 베테랑 수비수 제임스 타코우스키에게 휴식을 부여하고, 네이선 콜린스를 기용하면서 큰 경기를 통한 성장을 기대하겠다는 감독에 모두 동의했다.
“그러면 선발 라인업은 거의 다 나왔네요.”
공격수 3명, 수비수 4명, 그리고 골키퍼와 미드필더 2명까지.
총 10자리가 정해진 가운데 미드필드의 마지막 한 자리만 남았다.
“루카랑 세바스챤 사이에서 결정하면 되는거네.”
원하던 바는 아니지만, 선택지가 제한되면서 선발 라인업이 반자동적으로 뽑힌 형민이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