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천적
드와이트 맥닐을 포위한 맨체스터 시티 선수가 3명이나 있으니까, 니콜라스 세이왈드는 어느 방향이나 선택해서 들이받으면 상대편 선수를 밀어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일카이 귄도간은 같은 편의 포위망을 피해서 드와이트 맥닐에게 접근해야 하는 상황.
그 짧은 시간 차이가 드와이트 맥닐에게 필요한 순간을 제공했다.
“아앗!”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도착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드와이트 맥닐은 뒤에서 덤벼오는 필 포든을 등과 어깨를 이용해서 다시 뒤로 밀쳐내고, 그 반동을 이용해서 앞에서 다리를 뻗어오는 로드리의 다리 사이로 강하게 공을 밀어넣었다.
“오오오!!!”
드와이트 맥닐은 앞으로 깡총 뛰면서 뒤로 넘어지면서도 다리를 앞으로 뻗어서 방해를 시도하는 필 포든의 견제와 여전히 정면을 가로막고 있는 로드리의 저지를 동시에 피해냈다.
“가!”
찰나의 순간에 기회를 포착한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거칠게 후뱅 디아스의 어깨에 부딪쳐가면서 틈을 만들어주었다.
번리의 팬들에게서는 감탄성이, 맨체스터 시티의 팬들에게서는 탄식이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 울려퍼지는 가운데 드와이트 맥닐은 엉켜있는 후뱅 디아스와 니콜라스 세이왈드를 피해서 로드리의 등 뒤로 흘러나가는 공을 쫓아서 달렸다.
“막아! 접근하지 못하게 해!”
“패스! 컷백을 조심해!”
맨체스터 시티의 골키퍼 에데르송의 지시에 중앙 수비수 존 스톤스가 견제하던 벤야민 셰슈코를 팽게치고 드와이트 맥닐의 앞을 가로막기 위해 달려갔다.
다급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후방 지원을 요청하는 조심성은 잃지 않았다..
어느새 패널티 박스 인근까지 지원하기 위해서 달려온 맨체스터 시티의 중앙 미드필더 케빈 더 브라위너와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던 리야드 마레즈가 존 스톤스의 요청에 따라서 페널티 박스 중앙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번리의 벤야민 셰슈코와 조 겔하트에게 향했다.
“벌려줘!”
벤야민 셰슈코의 외침과 함께 마치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에게 밀려나듯, 벤야민 셰슈코와 조 겔하트는 페널티 박스 오른쪽으로 물러났다.
짧고 빠른 드리블로 왼쪽 측면에서 페널티 박스를 향해서 대각선으로 침투하는 드와이트 맥닐과는 반대 방향.
어느 순간이라도 드와이트 맥닐의 컷백 패스나 짧은 크로스가 연결될 수 있는 상황에, 존 스톤스를 제외한 맨체스터 시티의 나머지 수비수들은 어쩔 수 없이 벤야민 셰슈코와 조 겔하트를 따라서 오른쪽으로 끌려갔다.
“아니야! 자리를 지켜줘!”
맨체스터 시티의 골키퍼 에데르송의 다급한 지시가 울려퍼졌지만, 이미 늦었다.
빠르게 전진하면서 존 스톤스와 1대 1 상황을 마주한 드와이트 맥닐은 왼쪽 어깨를 쓱 내렸다.
“앗!”
너무 시간을 끄는 데에 집중했다.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상대편 공격수와 대치 상황을 만드는 동안 더 많은 수비 지원이 도착할 것을 기대했던 존 스톤스는 드와이트 맥닐의 움직임에 따라서 본능적으로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였다가 간단한 속임수에 넘어간 자신에게 한탄했다.
하지만 이미 그 짧은 순간을 이용한 드와이트 맥닐은 존 스톤스가 역동작에 걸려 있는 사이에 공을 자신의 오른쪽으로 밀어내면서 페널티 박스 정중앙으로 빠져나갔다.
이제 남아 있는건 골키퍼 만이 가로막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의 골문.
그리고 존 스톤스한테 일시적으로 가려졌던 시야 때문에 맨체스터 시티의 골키퍼 에데르송은 드와이트 맥닐의 정확한 움직임을 파악할 수 없는 가운데 단순히 감에 의존해서 막을 위치를 잡아야 했다.
어차피 슈팅이 향할 수 있는 각도는 오른쪽과 중앙과 왼쪽.
가위 바위 보와 같은 3가지 선택지에, 다시 위와 중간과 아래라는 3가지 선택지까지 추가하면 골문을 대략 9개의 사각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리고 에데르송 정도 되는 월드클래스 골키퍼라면 그 중에 3개의 위치 정도는 막아낼 수 있고, 잘만 위치를 잡으면 5개나 6개까지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미 앞으로 튀어나가서 슈팅 각도를 좁히는건 너무 늦었다.
페널티킥을 막는 심정으로 자신의 왼쪽으로 몸을 날린 에데르송은, 각도가 나오자마자 바로 오른발을 휘둘러서 자신의 오른쪽 하단 밑으로 슛을 날린 드와이트 맥닐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으아아아!!!”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이 원정팬들의 함성으로 진동하는 가운데, 형민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멍하게 골 장면을 바라보았다.
“이게 뭐야···.”
드와이티가 오늘 갑자기 정신이 나갔나?
기회가 된다면 개인 전술로 돌파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서 형민이 제재하지는 않았지만, 오늘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하면서 감독이 내린 지시 사항들도 있었고, 중간중간에 훨씬 더 정석적인 선택지들도 많았다.
3명한테 포위를 당했을 때에 사이드라인으로 공을 빼내는 것부터 돌파를 하는 가운데 벤야민 셰슈코나 조 겔하트에게 짧은 크로스를 보내거나 뒤에서 달려오는 세바스챤 셰만스키에게 컷백 패스를 보내거나.
일반적으로 드와이트 맥닐이라면 골에 욕심을 내도 패스를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위치에 가서 서있는 정도로 끝나는데, 방금 전에는 무식할 정도로 욕심을 내면서 끝까지 본인이 마무리 해버렸다.
“이건 뭐지···.”
멍하게 중얼거리던 형민이 홈팀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바라보자, 실점 장면에 고통스러운듯이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고 주저앉아 있던 맨체스터 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눈이 마주쳤다.
이거, 자네가 계획한거야?
그럴리가 없잖아요?
그렇지?
전반전 내내 진행되던 감독들의 수싸움을 혼자서 쓰레기통에 쳐박아 버린 젊은 에이스의 움직임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세 손가락 안에 손꼽히는 명장 둘이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
삑!
“아오!”
맨체스터 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다시 고통스럽게 머리를 감싸쥐었다.
가뜩이나 머리가 다 빠지고 있어서 그의 두피 관리사가 계속 경고를 주고 있지만, 고통스러운 장면에 머리를 움켜쥐는 버릇을 고칠 수가 없었다.
경기장에서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었지만, 정작 레드 카드를 받은 당사자인 후앙 칸셀루는 묵묵히 사이드라인으로 걸어나오고 있었다.
휘슬이 불리자마자 경기장 안으로 뛰어들어간 번리의 의료진들이 잔디 위에서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 드와이트 맥닐을 둘러싸고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천적이라는게 존재하는건가···.”
“그런 말을 하는건 자네 답지 않은걸?”
그의 수석코치이자 실질적인 멘토인 후안 마누엘 릴로, 별칭 ‘후안마’의 말에 펩 과르디올라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번리만 만나면 경기가 꼬이잖아요!”
“그건 그냥 상성이 잘 안 맞는다고 표현하는거야.”
그게 그거 아닌가요, 라고 펩 과르디올라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형민 김이 이끄는 번리와는 벌써 6번째 맞대결이다.
지난 시즌 첫번째 경기에서 2대 1로 눌러주었을 때에는, 잠깐잠깐 놀라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다가 FA컵 4강전에서 맞붙었을 때에 2대 0으로 패배했을 때에는 기분이 안 좋기는 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자신의 생각한 전술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고, 컵대회에서 이변이 자주 일어난다는건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무승부만 거두면 우승이 확정되는 프리미어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드와이트 맥닐이 갑자기 미쳐 날뛰면서 3대 0으로 패배하고 우승까지 놓치자 조금씩 불안감이 오르기 시작했다.
선수들도 은연 중에 슬슬 번리를 상대하는걸 꺼려하기 시작했고.
그래도 이번 시즌 첫번째 경기에서 엘링 할란드와 필 포든을 앞세워서 5대 2로 폭격을 가하면서 제대로 한 수를 가르쳤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시즌 FA컵 4강전에 이어서 이번 시즌 카라바오컵 4강전에서는 시작하자마자 니코 곤잘레스의 기습슈팅으로 골을 먹더니, 경기 내내 꼬이면서 결국 2대 1로 패배했다.
그리고 오늘 이 경기.
두 감독의 구상 그대로 흘러간 전반전과는 달리 후반전은 혼돈의 카오스 그 자체였다.
전반전에는 평소보다 조금 더 뒤로 물러나서 두 페널티 박스 사이의 공간을 숨 막힐듯이 틀어막는다는 형민의 계획과 후방에서 정교한 패스를 통해서 최전방에 기회를 엿보겠다는 펩 과르디올라의 계획이 맞물리면서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것처럼 공을 뺏고 빼앗기는 공방전이 벌어졌는데.
후반전의 시작과 함께 드와이트 맥닐이 개인 기량으로 한 골을 넣으면서 갑자기 경기가 활짝 열렸다.
만회골을 넣기 위해서 흥분한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최전방의 엘링 할란드를 향한 롱패스를 갑자기 내보내기 시작했고, 반대로 추가골을 넣으려는 번리 선수들이 맨체스터 시티의 골문까지 압박하러 진격했다.
한 팀이 상대편 페널티 박스까지 어떻게든 공격을 전개해서 슈팅을 날리고 나면, 다른 팀이 공을 받아서 반대쪽에서 슈팅을 날리는 정신 없는 경기.
물론 지켜보는 관중들과 평론가들은 신이 났겠지만, 경기가 자신들의 손에서 떠나는 것이 보이는 감독들이 느끼는 감정은 공포에 가까웠다.
그 와중에 후반 79분에 엘링 할란드가 번리의 페널티 박스 경계선에서 중앙 수비수 아넬 아메드호지치를 상대로 파울을 얻어냈고, 한참이나 VAR이 돌아간 끝에 주심은 페널티킥이 아니라 프리킥을 선언했다.
맨체스터 시티 입장에서는 다행히 리야드 마레즈가 프리킥을 멋있는 골로 연결하면서 동점골을 넣었다.
그리고 이제 후반 85분.
드와이트 맥닐의 돌파를 저지하던 맨체스터 시티의 왼쪽 수비수 후앙 칸셀루가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면서 경기에는 또 이변이 일어났다.
이제 브레이크도, 엑셀도 안 듣는 롤러코스터에 강제로 탑승당한 느낌.
누적된 추가시간까지 감안해도 경기는 10분 밖에 안 남았는데,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질까.
***
“드와이티, 왜 이러는거야···.”
같은 시간, 반대편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후앙 칸셀루가 퇴장당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형민이 중얼거리자, 그의 옆에 서서 함께 경기를 지켜보던 카롤리나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평소에 얌전하던 모범생이 눈깔이 뒤집히면 정말 무섭네.”
“그건 알겠는데, 왜 하필 오늘이냐고···.”
불만이 있으면 그냥 말로 해줘···.
후반전 내내 왼쪽 측면에서 미쳐 날뛰는 번리의 젊은 에이스 덕분에 오늘 형민이 구상했던 전술은 완전히 박살났다.
다행인건 펩 과르디올라가 내세운 전술도 같이 박살나면서, 골만 안 들어갈 뿐이지 강 대 강으로 난투전이 벌어지고 있다는거다.
나름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하기 위해서 열심히 고민해서 짜낸 전술이었는데 말이지···.
형민이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는 가운데, 드와이트 맥닐을 진료하던 의료진이 가방을 다시 들고 물러나오기 시작했다.
드와이트 맥닐은 살짝 절뚝거리면서 일어나기는 했지만, 위아래 몇번 뛰어올랐다가 내려오면서 자신이 멀쩡하다는 것을 과시했다.
“어때요?”
“뭐, 좀 심하게 멍은 들겠지만 근육이나 뼈에는 이상 없어. 경기가 끝난 다음에 얼음 찜질을 좀 받고, 내일 크라이오 머신에 돌리면 괜찮을거야.”
“내일 크라이오가 끝나면 내가 마사지를 하면서 다시 확인해볼께.”
팀닥터 사이먼 모리스와 피트니스 코치 파울루 모라오의 말에 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교체될까 옆에서 몸을 풀고 있던 자말 루이스가 살짝 아쉬워하는게 느껴졌지만, 저 미쳐 날뛰는 젊은 에이스를 교체하면 무슨 봉변을 당할까 솔직히 무섭다.
그리고 오늘 드와이트 맥닐의 발끝이 정말 정말 날카롭기도 하고.
“알겠어요. 고마워요. 수고하셨어요.”
의료진이 다시 벤치로 물어가는 가운데, 번리의 간접 프리킥으로 다시 경기가 재개되었다.
또다시 맹렬히 움직이는 드와이트 맥닐을 보면서 형민이 중얼거렸다.
“그냥 무승부만 해도 괜찮으니까 오늘 경기는 이제 사고 없이 끝내자,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