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54)
154화: 미래를 위한 준비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다음날.
번리의 풋볼 디렉터 조너선 랜드리스가 형민의 집무실 안으로 고개를 쏙 내밀었다.
“김, 잠깐 괜찮아?”
“네, 괜찮아요.”
형민의 집무실 안으로 걸어들어가면서 조너선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평소에 자주 보던 집무실이었지만, 여전히 휑한건 다름이 없었다.
끝에 놓여진 큰 책상과 의자, 그리고 그 앞에 U자로 배치된 소파.
한쪽 벽에 걸려 있는 대형 티비.
유일한 장식이라고는 창가 앞에 놓여진 올해의 감독상 트로피 2개였다.
“자네는 집무실을 꾸미는 데에 별로 관심이 없나봐.”
책상 뒤에 앉아 있던 형민이 일어서면서 자신에게 다가오자 조너선이 말했다.
이미 2년 가까이 봐온 자신의 집무실에 대한 새삼스러운 평가에 형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저는 뭔가 짐이 생기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뭐, 그럴 수도 있기는 한데···.”
이건 너무 휑한거 아닌가?
조너선은 자꾸 다른 곳으로 새어나가는 생각을 머릿속에 구겨넣고 형민의 맞은편 소파에 앉으면서 본론에 돌입했다.
“우선 좋은 소식이야. 스파르타 프라하가 제안에 응했어.”
조너선과 번리 측에서는 1,000만 파운드까지 각오했지만, 스파르타 프라하는 850만 파운드에 다음 이적시에 발생하는 수익의 10%로 합의했다.
그동안 번리의 행보를 보면서 아담 흘로첵이 다음에 이적할 때에는 충분히 2,500만 파운드 정도는 상회할거라고 판단한 것 같았다.
“오, 괜찮네요!”
“어. 그리고 AC 밀란한테서도 답변을 받았어. 토마소는 완전이적이 확정됐어.”
“나이스!”
형민이 불끈 주먹을 쥐었다.
이번 시즌에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주면서 미드필드의 한 자리를 꿰찬 이탈리아 국적의 미드필더를 완전 영입할 수 있다는건 좋은 소식이었다.
“좀 실랑이를 벌이기는 했지만, 1,000만 파운드에 다음 이적시 발생하는 수익의 10%로 합의했어. 아마 토마소의 에이전트도 AC 밀란에 강력하게 항의를 한 것 같아. 다음 시즌의 출전 시간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재계약을 해주지 않겠다고.”
토마소 포베가는 아직 AC 밀란과 계약기간이 꽤 남았지만, 어차피 AC 밀란에서는 출전 시장을 제공해주지 못하면 임대를 내보내서 주급이라도 덜어내야 한다.
그렇게 한두 시즌을 더 보내고 자유계약으로 풀리면 25살.
선수 입장에서 리스크가 아예 없는건 아니지만, 이미 세리에A의 토리노와 프리미어 리그의 번리에서 검증된 젊은 미드필더를 공짜로 얻을 수 있다면 줄을 설 구단은 널리고 널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소년 출신의 젊은 유망주를 5시즌 연속으로 임대를 내보냈다.
도의적인 측면이던, 재정적인 측면이던 결국 AC 밀란에서도 에이전트가 강하게 나오는 것에 대해서 수긍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
“자, 그럼 나쁜 소식은요?”
“나쁜 소식?”
마음 속으로 전달할 얘기를 정리하던 조너선은 그의 생각을 꿰뚫어보는 형민의 질문에 퍼뜩 놀랐다.
“나쁜 소식이 있는건 어떻게 알았어?”
“아까 얘기할 때에 ‘우선’ 좋은 소식이라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형민이 어깨를 으쓱했다.
처음에 만났을 때보다 조금 더 예리해진 젊은 감독을 보면서 조너선이 쓰게 웃음을 지었다.
“그래, 나쁜 소식이 있기는 하지. 자네도 예상하고 있을거야.”
“그렇지요. 니코···.”
갑자기 레드 카드를 받은 니코 곤잘레스의 행동을 여러가지 각도로 생각해보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니코 곤잘레스가 최근에 엄청난 스트레스와 부담을 받을만한 일이 뭐가 있지?
이전에 거기까지 생각을 하면서 상황을 예상했던 형민에게 조너선의 말은 놀랍지 않았다.
“바르셀로나에서는 4,000만 파운드를 요구하고 있어.”
“후아!”
형민은 나직한 감탄사를 토해냈다.
뭐, 프리미어 리그 주전급 미드필더의 몸값이라고 생각하면 비싼건 아니다.
아직 21살 밖에 안 됐는데 바르셀로나가 자랑하는 라 마시아 출신이며, 검증된 패스 능력과 수비력, 활동량과 체력, 그리고 헌신적인 성품과 창의성까지 다 최상위 무대에서 확인된 선수.
“우리가 너무 많은걸 보여줬군요···.”
형민이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어쩔 수 없었잖아? 처음부터 이 방법을 선택했을 때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을거고.”
지난 시즌이 끝나고 각자의 팀으로 복귀한 한니발 메이브리나 제이콥 램지도 그렇다.
제이콥 램지는 이제 아스톤 빌라에서 주전급으로 발돋움하면서 공공연하게 논의되는 몸값이 3,000만 파운드 이상으로 치솟았다.
아마 실제로 영입하려면 그것보다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해야 하겠지.
한니발 메이브리는 아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로테이션급 자원으로 분류되는 것 같았지만, 출전할 때마다 좋은 활약을 보여주면서 시장에서는 2,000만 파운드 대에서 몸값이 책정되고 있었다.
“조금 깎아볼 수는 있겠지만, 3,000만 파운드까지 내려갈거라고도 말을 하기가 어렵네.”
조너선이 미안한듯이 말했다.
몇 시즌째 벼랑 끝에 서서 재정적 파멸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바르셀로나 경영진의 정신세계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자신들이 보유한 선수들을 헐값으로 내주지 않을 것라는건 잘 알고 있었다.
아마 한 명만 어설프게 내주었다가는 간신히 버티고 버텨온 선수들의 몸값과 재정 상태가 한순간에 괴멸될거라는건 알고 있는거겠지.
“어쩔 수 없네요. 적어도 우리 예산 밖에 있는거니까.”
형민이 한숨을 내쉬듯이 말하면서 단념했다.
공식적으로 선언한 적은 없지만, 조너선과 번리의 스카우트팀은 한 명의 선수를 영입하는 데에 2,000만 파운드 이상은 지출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규칙을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번리의 재정적인 상황을 감안해서 설정한 것이 아니라 지난 10여 시즌간 전세계적으로 일어난 수많은 이적과 그 결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했을 때에 도출한 결과.
통계적으로 봤을 때에 2,000만 파운드 이상의 이적료를 지출하고 선수를 영입하는 경우, 그 다음에 더 비싼 가격으로 재이적하는 경우는 매우 적다.
좋은 유망주들을 모아서 빨리 키워내고 있는 번리가 이상한거지, 보통 2,000만 파운드부터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수준의 선수에게 지급하는 이적료이고, 그건 그들이 20대 중반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략 3-4 시즌 정도 활약하면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월드클래스 기량을 가진 선수라면 모를까, 보통은 왔을 때보다 더 낮은 이적료를 받고 다른 팀으로 떠나게 된다.
“그나저나, 니코가 복귀하면 바르셀로나에는 자리가 있는건가요?”
“음···.”
자칫하면 오스카 밍게자처럼 붕 떠서 한 시즌을 낭비할 수도 있다.
문제는 오스카 밍게자는 계약기간이 1시즌 밖에 안 남았지만, 니코 곤잘레스는 아직도 계약기간이 많이 남았다는 것이다.
페드리, 가비, 그리고 화수분처럼 솟아나오는 라 마시아 출신의 미드필더들과 끊임없이 외부에서 영입하는 대형 이적생들 사이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주어질까?
그동안 니코 곤잘레스는 바르셀로나가 애지중지하면서 키운 촉망받는 미드필더였지만, 바르셀로나 정도의 대형 구단이면 한순간에 유망주 하나를 내치는 것은 일도 아니다.
파탄이 난 재정상태에 대한 팬들의 원성을 잠재우기 위해서 초대형 영입에 혈안을 올리고 있는 현재의 경영진이라면 더더욱 그렇고.
니코 곤잘레스의 상황을 걱정하던 두 사람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하아··· 우리가 니코를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되면 미드필드는 다른 타겟으로 넘어가야 겠네요.”
“그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한가해진 다음에 더 논의하자고.”
이미 스카우트팀이 뽑아낸 영입 대상자 명단이 있지만, 감독이 가지고 있는 다음 시즌의 전술 구상에 맞춰봐야 최종적으로 우선순위를 결장할 수 있다.
“알겠어요. 아무래도 니코랑 조는 원래 소속팀으로 복귀하게 되니까, 토마소한테도 아직 얘기는 하지 않을께요.”
“음··· 그럼 나도 에이전트랑 AC 밀란쪽을 입단속해둘께. 다들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는걸 아니까 협조해줄거야.”
딱히 미리 알려준다고 달라질 것도 없을 뿐더러, 유럽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과 유로피 리그 우승컵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번리를 흔들어봤자 선수한테 흠이 되면 흠이 됐지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대화를 마친 조너선이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듯 피식 웃었다.
“어, 이건 농담에 가까울 수도 있겠지만, 아침에 맨체스터 시티에서도 연락이 왔어.”
조너선의 말에 형민이 의아한 듯이 고개를 들었다.
“누구한테 뭐가 왔는데 그래요?”
“맨체스터 시티에서 드와이티를 영입하고 싶다고.”
“…엥?”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짓는 형민에게 조너선 랜드리스도 고개를 흔들었다.
“치키 베히리스타인이 직접 전화했어. 어제 경기가 끝난 다음에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정말 진절머리를 쳤다고. 안 팔 걸 알지만 혹시라도 이적시킬 생각이 있으면 꼭 자기네들한테 먼저 얘기해달래. 다른 팀에서 얼마짜리 제안이 들어오던지 자기네들이 그 금액 이상은 맞춰겠다고.”
“어···.”
번리 퍼스트팀에 유일한 유소년 출신 에이스.
아니, 그냥 번리 퍼스트팀에 유일한 유소년 출신 선수다.
실질적으로 팀의 상징이 되었고, 번리 구단이나 선수 본인이 별로 떠날 생각이 없는데 이런 제안이 온다는건···.
“…지난 2시즌 동안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만 프리미어 리그에서 해트트릭을 두번이나 넣었지, 드와이티가.”
이미 이 고민을 형민보다 먼저 했던 조너선의 말에 형민이 바로 납득했다.
“아, 생각해보니 정말 짜증이 나기는 하겠네요.”
벌써 두 시즌 연속으로 프리미어 리그 우승 경쟁에 맨체스터 시티한테 찬물을 끼얹었다.
이게 라이벌전이라면 이해가 갈텐데, 솔직히 맨체스터 시티와 번리 사이에는 라이벌전이라고 부를 만한 아무런 접점도 없다.
다른 경기에서는 안 그러는데, 왜 하필 우리를 상대로만 미쳐 날뛰면서 매번 해트트릭을 넣는거야?!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절규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다.
아니, 이미 맨체스터 시티의 풋볼 디렉터 치키 베히리스타인한테 하소연을 했겠지.
그러니까 아침부터 조너선한테 전화가 왔을거고.
괴로워하는 자신들의 감독을 달래는 것 이상의 행동은 아니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을거다.
맨체스터 시티 입장에서는 드와이트 맥닐이라면 프리미어 리그에서 검증된 창의적인 미드필더인데다, 나이도 젋고 홈그로운 할당량도 채워줄 수 있다.
슬슬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도 드와이트 맥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필 포든과 함께 차기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좌우 날개를 동시에 거느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어···.”
“알아. 이미 거절했는데,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고 얘기를 해주는거야.”
조너선의 답변에 형민이 피식 웃었다.
“그렇군요. 결국 제발 남한테는 팔지 말아달라는 얘기네요.”
“그런 셈이지.”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형민의 집무실을 나서던 조너선이 문가에서 생각난듯이 물었다.
“그래서, 리버풀전 준비는 잘 되어 가고 있는거야?”
풋볼 디렉터의 질문에 감독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럴리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