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57)
157화: 사전 작업
“우와.”
리버풀의 수비형 미드필더 파비뉴의 견제를 뿌리치면서 계속 자신의 위치를 변경하던 번리의 중앙 공격수 벤야민 셰슈코는 자신도 모르게 짤막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번리의 미드필더 니코 곤잘레스가 번리의 페널티 박스 앞에서 차낸 공은 공격에 가담했던 리버풀 선수들을 단숨에 꿰뚫고 하프라인 너머에서 살짝 멍하게 공을 바라보고 있던 번리의 왼쪽 공격수 자말 루이스의 앞에 도착하더니···.
···멈췄다.
“이런 X발, 저게 가능해?!”
옆에서 파비뉴가 욕설이 뒤섞인 감탄사를 내뱉었지만, 물리의 법칙이 분명히 왜곡된 것 같은 공의 움직임에 감탄할 시간은 짧았다.
자말 루이스의 발 앞에 공이 멈춰서는 그 짧은 순간, 경기장에 서 있는 선수 모두가 번리의 감독이 계획한 미친 작전이 뭔지 깨달았으니까.
그리고 반의 반 박자 후.
양 팀 선수들이 정신을 차리면서 일제히 맹렬한 움직임에 돌입했다.
“수비! 빨리! 지원해줘!”
버질 반 다이크의 목소리가 안필드를 가득 채우고 있는 관중들의 고함소리마저 덮은채 쩌렁쩌렁 경기장에 울려퍼지는 가운데, 번리의 공격진이 동시에 움직였다.
전속력으로 수비를 지원하기 위해 일제히 달리기 시작한 리버풀의 공격진과 미드필더, 그리고 측면 수비수들은 무시.
그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상황을 종결시키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일단 페널티 박스 중앙으로 밀고 들어간 다음에 못 박힌듯이 서서 버질 반 다이크를 누르고 있는 정태진을 중심으로, 자말 루이스는 왼쪽 측면에서 드리블하면서 사이드라인을 타고 일직선으로 전진했고, 카림 아데예미는 오른쪽 측면에서 대각선으로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침투했다.
여전히 파비뉴와 실랑이를 벌이던 벤야민 셰슈코는 페널티 박스 바로 바깥에서 대기.
“자말!”
그리고 페널티 박스 안으로 뛰어들어가던 카림 아데예미가 손을 들고 크게 동료의 이름을 외치면서 리버풀 선수들의 이목을 끌어모았다.
번리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가 단독으로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하면서 공을 요구했다.
리버풀의 중앙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는 번리의 중앙 공격수 정태진과 계속 실랑이를 벌이면서 서로 견제하고 있고, 골키퍼 알리송은 사방에 전개된 번리의 선수들을 경계하느라 꼼짝도 못하고 있다.
결국 선택지는 유일하게 자유로운 리버풀의 젊은 중앙 수비수 이브라힘 코나테에게 주어졌다.
왼쪽 측면을 파고드는 자말 루이스를 쫓아가서 페널티 박스로 들어올 크로스나 돌파를 차단할 것인가.
아니면 페널티 박스 안에서 대기하다가 침투하는 카림 아데예미에게 붙어서 전달될 크로스를 차단할 것인가.
찰나의 순간 속에 두가지 선택지를 가늠해본 이브라힘 코나테는 페널티 박스 안에 남기로 결정했다.
만약 자말 루이스가 크로스를 올린다면, 카림 아데예미에 비해서 높이의 우위를 가지고 있는 자신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헤딩 경합으로 차단하는게 더 낫다.
그게 아니라 자말 루이스가 방향을 전환해서 공을 몰고 페널티 박스 안으로 다시 직접 돌파를 시도한다면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하는 순간에 다가가서 방어하면 된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선택지를 포기하지 않고 가져가야 하는 수비수의 인내심을 잘 발휘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사실 어떤 선택지를 골랐어도 번리의 젊은 선수들이 서로 눈을 맞추는 것만으로 짜낸 속임수에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을거다.
자말 루이스의 크로스가 향한 것은 손을 들고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하는 카림 아데예미도, 공격수가 오히려 수비수의 유니폼을 부여잡은채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정태진도 아니었으니까.
“이런!”
동시다발적으로 내뱉은 리버풀 수비진의 탄식 속에서 코너 플래그 인근까지 파고든 자말 루이스는 페널티 박스 상단을 향해서 낮게 깔리는 컷백 크로스를 보냈다.
그 대상은 파비뉴의 견제를 뿌리치고 페널티 아크에서 골문 정면을 향해서 침투하고 있는 벤야민 셰슈코.
“제기랄!”
갑자기 확 치고 나간 번리의 젊은 유망주의 움직임에 파비뉴가 욕설을 내뱉으며 필사적으로 따라붙었지만, 페널티킥을 내줄 것을 감수하고 뻗은 손 끝에 닿을락 말락 하던 유니폼 상의의 끝자락은 그의 손가락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갔다.
이브라힘 코나테는 너무 멀고, 버질 반 다이크는 정태진이 거꾸로 어깨로 밀어내면서 접근을 방해하고 있다.
순식간에 자신을 전담하던 리버풀의 베테랑 미드필더와 나머지 수비수들을 따돌린 벤야민 셰슈코는 그 짧은 순간에도 판단을 마치고 골문에서 뛰쳐나온 리버풀의 골키퍼 알리송을 상대로 번리가 실컷 쥐어 터지던 후반전 처음으로 1대 1 상황을 마주했다.
드와이트 맥닐 같이 기술이 좋은 선수라면 공을 통제하면서 골키퍼를 제치고 텅 빈 골문으로 공을 보냈을거다.
자말 루이스 같이 발이 빠른 경우라면 한쪽을 선택해서 그냥 휙 치고 나간 다음에 좁아진 각도를 무시하고 그대로 공을 우겨넣을거고.
카림 아데예미는 둘 다 가능하니까 미친거고.
짧은 순간에 여러가지 생각이 벤야민 세슈코의 머릿속을 오갔지만, 어차피 현실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건 하나 밖에 없다.
전속력으로 앞으로 달려가던 벤야민 셰슈코는 몸을 한껏 왼쪽으로 기울이면서, 거의 넘어질 것 같은 자세에서 자신에게 날아오는 공에 오른발 안쪽을 가져다댔다.
크로스의 속도를 그대로 살리면서 자신을 향해서 몸을 날리던 골키퍼의 왼쪽 측면을 빠져나가는 정확한 슈팅.
그렇게 공을 맞춘 그 직후, 선수는 관성에 의해서 왼쪽으로 나뒹굴고 빠른 속도로 날아오던 공은 오른쪽으로 다시 튕겨나갔다.
그리고 선수와 공이 갑자기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갈라지면서, 본인도 벤야민 셰슈코를 향해서 달려가던 관성을 죽이지 못한 알리송은 역동작에 걸린채 순간 멈칫하면서 공이 자신의 왼쪽을 빠져나가는 것을 허용했다.
“이런!”
실점을 직감한 알리송의 탄식 속에서 뒤늦게 골문으로 달려간 이브라힘 코나테가 다리를 쭉 뻗어봤지만, 그가 내밀었던 발 끝을 여유롭게 앞서간 공은 그대로 리버풀의 골문 오른쪽 하단을 통과했다.
“으아아아!!!”
후반전 내내 안필드의 한 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번리의 원정팬들이 경기장이 떠나가라 고함을 지르는 가운데, 그대로 잔디 위에 드러누운 벤야민 셰슈코는 맑은 하늘을 향해서 양 팔을 뻗었다.
후반 88분.
극적인 동점골이었다.
***
번리는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과 벌인 2연전에서 1승 1무를 기록하면서 승점 4점을 가져갔다.
2패를 면할 수 있다면 다행일거라는 평론가들의 판단을 비웃는 결과였지만, 무엇보다 시즌 막판에 4위 자리를 두고 맹추격을 벌이던 토트넘과의 승점 차이를 9점으로 벌리는 훌륭한 결과였다.
이제 남은 경기는 3경기.
번리가 남은 경기들을 전패하고 토트넘이 전승한다면 골득실 차이로 4위가 뒤집힐 수도 있지만, 울버햄튼과 본머스,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그럴 위험은 산술적으로 상당히 희박했다.
5월 25일로 예정된 유로파 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번리 내부의 분위기가 한껏 고무되어 있는 가운데, 리버풀과 극적인 무승부를 거둔 다음날 번리의 풋볼 디렉터 조너선 랜드리스는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어··· 조너선 랜드리스입니다.”
휴대폰 반대편에서는 처음 듣는 독일 억양이 강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바이에른 뮌헨의 스포츠 디렉터 하산 살리하미지치입니다.”
“아···!”
집무실 문이 닫혀 있는지 힐끗 확인한 조너선은 의자에 뒤로 기대면서 나직하게 한숨을 내뱉었다.
지금부터 이어질 대화는 아마 오랫동안 기대했던 동시에 두려워했던, 그런 종류의 대화가 될 것 같았으니까.
“지금 통화가 가능하실까요?”
“네, 물론이지요.”
***
“알렉산더.”
“여어, 조너선.”
카림 아데예미의 에이전트 알렉산더 바이에르는 몇번 울리지도 않은 다음에 전화를 바로 받았다.
여름 이적시장이 코 앞으로 다가온 이상 에이전트들에게 1년 중 가장 바쁜 기간이 도래한다.
그리고 전화기에 뜬 번호는 그가 기다리고 있던 연락이기도 했고.
“바이에른 뮌헨한테서 연락을 받았어.”
“알고 있어. 나한테 자네 전화번호를 받아갔거든.”
“아··· 그렇군.”
조너선이 어렴풋이 궁금했던 것 한가지가 해소되었다.
그리고 상대 구단의 연락처를 받아내는 사소한 일을 통해서 사전 접촉이라는 오해 없이 영입하고자 하는 선수의 에이전트에게 귀뜸을 해준 바이에른 뮌헨의 우아한 일솜씨에도 조금은 감탄했다.
“그래서, 어떻게 진행되는거야?”
“비공식적인 공식 제안이야.”
알렉산더 바이에르가 조너선의 모순되는 말에 피식 웃었다.
“그래. 알아. 어쨌든, 공식 제안은 유로파 리그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더라고. 필요하면 아스톤 빌라와의 프리미어 리그 최종전 이후까지도. 하지만 제안은 공식적인 제안이니까, 우리가 받아들인다면 관련된 서류는 당장 처리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뒀데.”
“그렇군. 그럼···?”
“그래. 바이아웃 전액 지불이지. 7,300만 파운드, 일시불로 지급.”
“휘유!”
조너선의 휴대폰 스피커에서 휘파람 소리가 흘러나왔다.
“경쟁자들이 붙기 전에 확실하게 도장을 찍어두겠다는거네.”
“그런거지. 자네도 뿌듯하겠어. 담당하는 선수가 무려 바이에른 뮌헨의 역대 최고 이적료를 갱신했으니까.”
이전까지 바이에른 뮌헨이 지급한 가장 높은 이적료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부터 프랑스 국가대표팀 소속의 수비수 루카 에르난데스를 영입하기 위해서 지급했던 7,200만 파운드였다.
물론 이번에는 거기에서 딱 100만 파운드가 높아지는 수준이었지만, 신기록을 갱신한다는건 그 자체로도 상징적인 의미가 존재한다.
독일 국가대표팀이 곧 바이에른 뮌헨이며, 바이에른 뮌헨이 곧 독일 국가대표팀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분데스리가의 최강자가 월드컵을 통해서 혜성처럼 등장한 앞날이 창창한 독일 국가대표팀 주전 공격수를 놓칠리가 없다.
특히 오랜 세월 동안 헌신했던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가 막판의 잡음 속에 바르셀로나로 이적하고, 그에 대한 반발로 리버풀로부터 사디오 마네를 영입했지만 그도 이미 30살을 넘어선 시점.
유소년 출신 에이스로 오랜 기간 동안 공격진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면서 독일 국가대표팀에서도 붙박이였던 토마스 뮐러도 33살이다.
바이에른 뮌헨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공격진 개편을 생각해야 하는 시점에 딱 알맞은 대상이 등장했으니, 다른 구단이 입질하기 전에 도장을 찍어두기 위해서 몸이 달아오를 수 밖에 없었다.
“뭐··· 에어전트로서는 기쁘지만 또 한편으로 걱정이 안 되는건 아니야.”
에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다음에 이적했던 레알 마드리드에서 엄청난 부진을 겪었던 루카 요비치가 생각나는듯, 알렉산더 바이에르가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괜찮아. 카림은 잘 할거야.”
“그래?”
“그럼. 카림은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잘 할거야.”
중압감에 짓눌리지도 않고, 상대 선수들의 견제나 독일 국가대표팀과 분데스리가 최강팀의 핵심이 되어서 언론의 집요한 관심을 받는 것도 잘 견뎌낼거다.
언제나 밝고 명랑한 젊은 공격수를 생각하면서 조너선이 자신있게 말했다.
“그렇군. 그럼, 유로파 리그 결승전이 끝난 다음에 카림에게 얘기를 하는걸로 할게.”
“알겠어. 우리쪽에서는 나랑 헬레나만 알고 있을거야.”
“감독한테는 얘기를 안 하고?”
에이전트의 질문에 조너선은 고개를 저었다가, 상대편이 그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말로 설명했다.
“지금 팀의 에이스가 이적할거라는 얘기를 들을만한 정신 상태는 아니거든.”
“하긴. 이제 레이스의 막바지에 도달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