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결승 전야
2023년 5월 24일 수요일 저녁.
부다페스트 최고의 호텔로 손꼽히는 포시즌스 그레샴 팰리스의 회의실 중 하나는 외부인들의 엄격하게 출입이 통제되는 가운데, 다음날 유로파 리그 결승전에 출전하는 번리의 퍼스트팀 코치진과 선수단이 집결했다.
회의실 한쪽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 앞에 선 형민은 자리에 앉은 선수들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시즌 중간에 합류한 1명을 제외하면 짧게는 1시즌, 길게는 2시즌 내내 함께 한 얼굴들이다.
평균 나이 24.3세의 젊은 팀.
심지어 그것도 정태진이 합류하면서 평균을 끌어올려서 그렇지, 그를 제외하면 무려 23.8세로 떨어진다.
주전급에서는 이번 시즌에 37경기에 출전해서 15골 2어시스트를 기록한 중앙 공격수 벤야민 셰슈코가 최연소로 아직도 19살.
주전급 최연장자는 이번 시즌에 36경기에 출전해서 13번의 클린시트를 기록한 골키퍼 닉 포프로 골키퍼 중에서는 아직 한창인 31살에 불과하다.
이번 시즌이 시작했을 때에 모여있던 얼굴들 가운데 와우트 웨그호스트만 이탈했고 그 대신 정태진이 합류했지만, 전체적으로 같은 선수단과 코치진이 그대로 모여 있다.
“꽤 긴 여정이었어요. 그렇지요?”
“흐흐흐.”
감독의 말에 선수단이 나직한 웃음을 흘렸다.
지난 시즌부터 함께 있었던 선수들도 있고, 이번 시즌에 새로 합류한 선수들도 있었지만 시즌 초에 그들을 괴롭혔던 모래알 같은 조직력은 어느새 단단하면서도 끈적끈적한 무언가로 탈바꿈해 있었다.
자유로운 번리의 분위기 속에서 주변에 앉아 있는 동료들과 서로 주먹을 맞대면서 씩 웃는 선수들을 둘러본 형민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내일 경기가 중요한 경기이기는 하지만, 여기에 모인 사람들 모두 앞으로 이런 경기를 자주 올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경기에 최선을 다해서 뛰는건 좋지만, 무리하면 안 됩니다. 특히 카림이랑 막스!”
“넵!”
필사적인 재활을 통해서 내일 경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번리의 젊은 공격수 둘이 힘차게 대답했다.
“두 사람은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안 됐으니까···.”
“각별힝 유의하겠습니당!”
아직도 투박한 프랑스 억양으로 막스 코넷이 크게 대답했다.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막스, 그런 말은 어디서 배운거야?”
“왕좌읭 놀이에성 나오던뎅?”
주장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묻자, 막스 코넷이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선수들이 피식 웃는 가운데, 분위기가 부드러워진 것을 느낀 형민은 카롤리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스크린에 준비된 자료가 떠오르자 선수들이 감독에게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 우리가 내일 상대할 토트넘입니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서로 치열하게 4위 경쟁을 벌이기는 했지만, 결국 번리가 토트넘을 따돌리고 유럽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확보했다.
이번 시즌에 상대 전적도 번리의 홈구장 터프 무어에서 2대 1, 그리고 토트넘의 홈구장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서 1대 0으로 번리가 2승을 거뒀다.
특히 두 경기 모두 1골 차이로 승부가 갈리면서 이번 결승전도 유사한 형태를 띌거라고 언론과 평론가들 모두 예상하고 있었다.
전면 압박과 엄청난 활동량으로 상대를 휘몰아치는 번리와 단단한 수비를 기반으로 정교한 역습을 장기로 삼는 토트넘.
창과 방패의 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형민이 토트넘의 포메이션을 화면 위에 띄웠다.
“이번 시즌에 토트넘이 가장 많이 사용한 포메이션은 3-4-3이에요. 하지만 토트넘 같은 경우에는 수비적인 상황에서 5-2-3으로 변형하고, 공격에서는 3-2-5로 윙백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형태를 변형합니다.”
형민이 중앙 미드필더 2명을 지적했다.
“그래서 윙백의 움직임에 시선을 많이 뺏길 수 있지만, 사실 여기서 핵심은 미드필더에요. 미드필더가 공격과 수비 상황에 맞춰서 적절하게 움직이면서 공 배급과 수비를 해주지 않으면 다 무너집니다.”
토트넘의 미드필더는 기본적으로 엄청난 활동량과 전투적인 성향에 일정 수준 이상의 공 배급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토트넘의 주전급 미드필더 4명 – 덴마크 국가대표팀의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유소년 출신의 올리버 스킵, 브라이튼에서 영입한 이브스 비수마, 유벤투스에서 데려온 로드리고 베탄쿠르까지 모두 활동량과 수비 능력이 탁월하고 공배급 능력도 평균 이상이다.
“여기서 단점이자 장점은 미드필더가 2명 밖에 안 선다는거에요. 잘 아시겠지만, 그러면 미드필드 싸움에서 숫적 열세로 시작하게 되지요.”
그러나 4-3-3 이나 4-2-3-1 포메이션이 대세로 굳어지면서 대부분의 팀들이 미드필드에 3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하는게 일반적이 되었다.
따라서 토트넘의 미드필더 2명은 기본적으로 3명과 맞붙어야 하는 숫적 열세에서 시작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미드필더 2명을 세우는 것에 집착하는 이유는, 2명의 선수를 기용해서 3명을 상대하는 미드필드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순간 갑자기 공격에서 1명의 선수가 여유로 생긴다는 것이다.
3백을 세워서 수비를 단단히 지키는건 이 미드필드 싸움에서 뚫리는 경우를 대비하는거고, 최전방에 3명의 공격수에 더해서 공격적인 성향의 측면 공격수들을 윙백으로 재훈련시켜서 기용하는 것도 다 이런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
“우리가 지난 2번의 경기에서 토트넘을 잡은 것도 여기서였어요.”
근데 3대 3으로 맞붙어도 상대편으로 찍어누르는 니콜라스 세이왈드를 보유한 번리를 상대로 3대 2로 숫적 열세를 가져갔으니 미드필드가 박살나면서 패배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전 경기들을 기억하는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형민이 자신과 코치진의 예상을 설명을 했다.
“그래서 내일에는 미드필드를 더 단단하게 두고 공격수의 숫자를 조금 줄이는 3-5-2 포메이션으로 나올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유벤투스나 첼시의 감독으로 있었을 때에는 상당히 자주 사용한 진형이에요. 그리고 나서 한 골 차이의 승부를 걸어올테니, 미드필드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가는게 경기를 통제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거지요.”
준비된 자료가 넘어가면서 토트넘의 포메이션이 3-5-2로 변경되었다.
“나올 수 있는 조합이 꽤 많지만, 별로 의미가 없어요. 토트넘이 보유한 선수들은 포지션 별로 성향이 다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그래요. 일단 수비는 크리스티안 로메로를 중심으로 에릭 다이어와 다빈손 산체스일겁니다. 여기도 사실 누가 나오던지 다 비슷해요.”
토트넘에서 중앙 수비수의 조건은 키가 크고 공 배급이 능력이 좋아야 한다.
“미드필드에서 나올 수 있는 3명이 있지만, 이것도 뭐··· 심지어 전문 중앙 미드필더는 4명 밖에 없기 때문에, 그 중에 어떻게 조합이 나오던지 대충 같다고 생각해도 되요.”
활동량과 수비력이 탁월하고, 상대적으로 최전방에 찔러주는 창의적인 패스보다는 측면으로 안정된 공 배급을 우선으로 가져간다.
“공격에서는 해리 케인이 당연히 나올거고, 나머지 한 명은 여러가지 선택지가 있지만 큰 경기인만큼 손흥민이 나올거에요.”
이렇게 큰 경기에 나올만한 공격수로는 스웨덴 국가대표팀 소속의 데얀 쿨르셰프스키와 브라질 국가대표팀 소속의 히샬리송이 있지만 손흥민에 비해서 경험이나 실력 모두 한수 떨어진다.
특히 해리 케인과는 거의 텔레파시 수준에 가까운 궁합을 자랑하는 한국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를 이 경기에서 빼기는 쉽지 않을거다.
“그러면 남은건 윙백인데··· 왼쪽에는 이반 페리시치가 나올거에요.”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 인터 밀란으로부터 자유 이적으로 영입한 베테랑이 왼쪽 윙백 자리에 배치되었다.
“문제는 오른쪽입니다. 솔직히 토트넘도 이번 시즌 내내 고민하던 위치인데··· 맷 도허티와 루카스 모우라 중에 한 명이 나올거에요. 제드 스펜스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신임을 아직 얻지 못했으니···.”
형민이 예상되는 상대팀의 라인업에서 나오는 유일한 변수를 언급했다.
“수비적이라면 맷 도허티, 공격적이라면 루카스 모우라인데 교체 카드가 5장이니까 경기 상황에 맞춰서 바꿀 가능성이 높아보여요.”
토트넘의 포메이션과 선발로 나올 선수 10명을 골라내는 것까지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면, 그 마지막 한 자리를 누가 채울지는 형민과 번리의 코치진 사이에서 엄청난 격론을 이끌어낸 주제였다.
결승전과 같은 큰 경기에서 보수적으로 수비가 상대적으로 강한 맷 토허티를 기용할 것이냐, 아니면 이미 수비와 미드필더에서 6명이나 되는 선수를 투입하면서 둔화된 공격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루카스 모우라를 기용할 것이냐.
경기 초반에 공세를 가하다가 나중에 지키는 쪽으로 내려간다면 루카스 모우라가 먼저 나올거고, 먼저 지키다가 후반에 공격을 하는 쪽이라면 맷 도허티가 먼저 나올거다.
“그러니까 드와이티랑 압두.”
“넵!”
“넹~!”
감독의 부름에 내일 경기에서 번리의 오른쪽 측면을 담당할 두 선수가 재빨리 대답했다.
“누가 윙백으로 나오는지에 따라서 적절히 대응을 해야 되요. 루카스 모우라가 나오면 조금 더 수비에 신경을 써야 할거고, 대신 뒷공간을 최대한 공략하면 됩니다. 반대로 맷 도허티가 나오면···.”
“앞에서 누르면서 압박하겠습니다.”
드와이트 맥닐의 대답에 형민이 씩 미소를 지었다.
“정답이에요. 우리는 내일 물러나는 경기를 하는게 아니니까, 어떻게 나오든지 가서 패주면 됩니다.”
드와이트 맥닐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형민이 다음 장으로 넘어가려다가 잠깐 머뭇거렸다.
“…참고로, 저는 루카스 모우라가 먼저 나온다에 걸었고 코치진은 맷 도허티가 먼저 나온다에 걸었습니다.”
“그거, 저희도 내기해도 되는건가요?”
형민이 코치진 쪽의 내기를 담당하던 태진의 얼굴을 바라보자, 백전노장의 플레잉 코치가 어깨를 으쓱했다.
“뭐, 안 될 것 없지.”
“다들 딜러 얘기를 들었지요? 내기할 사람들은 미팅이 끝나고 태진한테 가서 베팅을 하세요.”
선수들이 키득키득 웃는 가운데, 형민이 카롤리나에게 손짓해서 다음 장으로 넘겼다.
“자, 내일 토트넘은 중앙을 단단히 지키면서 측면을 통해서 빠른 역습을 전개하는게 핵심일겁니다. 물론 해리 케인이랑 손흥민의 조합이니까, 한방에 최전방으로 찔러주는 것도 가능해요. 중앙 수비수들은 각오를 단단히 하는게 좋을겁니다.”
방금 전의 농담에 따른 밝은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는듯, 중앙 수비수들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시즌에 46골을 합작한 토트넘의 두 공격수는 어떤 팀의 수비진에게도 공포 그 자체였다.
물론 혼자서 46골을 넣은 맨체스터 시티의 엘링 할란드 같은 괴물도 있었지만, 졸지에 이번 시즌에 맨체스터 시티의 천적으로 자리잡은 번리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에게 엘링 할란드는 그냥 자연재해로 취급하고 있어서 논외이기는 했다.
“그럼, 이걸 어떻게 상대할지 같이 한번 볼까요?”
선수들이 눈을 빛내는 가운데, 형민은 코치진과 함께 이번주 내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결과를 풀어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