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6)
16화: 재정비
조너선 랜드리스는 짧은 곱슬머리에 듬성듬성한 턱수염을 기른, 살짝 살이 올라서 인상 좋은 남자였다.
인근에 있으니 직접 보자고 말하면서 리버풀에서 반필드까지 굳이 차를 몰고 올라온 그는 이전 상사였던 마이크 갈릭과 존 바나스키위츠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자리에 앉았다.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지금 이사희의 의장이자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헬레나 카트라이트에요.”
“조너선 랜드리스입니다.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2013년에 리버풀에 합류한 후, 오너인 FSG 그룹이 심혈을 기울여서 키워온 분석팀의 핵심 멤버는 스스럼없이 자신이 이직하고 싶은 이유를 설명했다.
“리버풀에는 엄청 똑똑한 친구들이 많거든요. 선수 분석을 하는 것도 즐겁지만, 단순히 추천이 아니라 영입 결정이나 이적 협상 같은 의사결정에 좀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요.”
“마이클 에드워즈가 있어서 그런건가?”
지금 리버풀의 강력한 선수단을 구성하는 데에 절반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젊은 천재 풋볼 디렉터의 이름에 조너선 랜드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에이, 마이클 같은 천재한테 저를 비교하실 수는 없고요. 그리고 마이클이 물러나도 어시스턴트 스포팅 디렉터인 쥴리언 워드가 있으니까 저한테 기회가 오려면 한참 남았지요.”
“그렇다면?”
“번리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은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번리의 선수단은 나이가 많고, 이번 시즌에 강등을 피하든 피하지 못하든 전면 교체를 피할 수는 없어요. 선수 영입과 방출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흥미로운 기회에요.”
“그럼 번리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헬레나의 질문에 조너선 랜드리스는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음···. 이번 시즌에 강등을 피하는지 못 피하는지에 따라서 선수의 급이 조금 달라지기는 하지만, 큰 기조는 같습니다. 재정적인 상황을 감안했을때 유망주를 데려와서 매각하는 방식으로 구단의 운영 구조가 바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너선 랜드리스는 창문 밖에서 진행되고 있을 훈련장에 손짓하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사실 이번에 번리가 시도한 쇼케이스 정책은 리버풀에서도 아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거든요. 리버풀도 퍼스트팀이 너무 강력하고 계속 외부 영입으로 보강이 되기 때문에,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같은 천재가 아니면 유소년이 퍼스트팀에서 주전이 되는게 너무 힘들어요. 이렇게 프리미어 리그에서 통하는 수준인지 확인해주는게 먹힌다면 다들 줄을 서서 선수를 빌려줄 겁니다.”
듣고 있는 이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에버튼에서 유소년 성장 분석관도 역임했기 때문에, 유소년을 선별하는 데에도 경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쿼드의 부족한 부분은 쇼케이스 임대로 메우고, 계속 유망주를 영입하고 또 내부에서 키워내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경기력을 유지하면서도 선수 수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도 있다, 라며 조너선 랜드리스가 추가했다.
“이제 리버풀의 위상이나 자금력, 그리고 클롭 감독님 밑에서 뛸 수 있다고 하면 왠만한 선수는 데려올 수 있어요. 그게 강한 스쿼드를 만드는데에 좋기는 한데···좀 재미가 없다고나 할까요?”
물론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 얘기다, 라고 조너선 랜드리스가 자조적인 웃음과 함께 상세한 답변을 마무리했다.
“또 다른건 없나요?”
헬레나의 질문에 조너선 랜드리스는 슬쩍 그녀의 눈치를 살피더니,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했다.
“미국인 오너 밑에서 일해보니까, 그게 꼭 그렇게 나쁘지는 않더라고요. FSG는 괜찮은 오너였어요. 리버풀에 와있는 FSG의 미국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까, 카트라이트 펀드에 대한 평가가 나쁘지는 않더군요. 엄정하지만 공평하고, 자기 사람들을 챙길줄 안다고.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헬레나는 다른 두 이사의 표정을 확인하고, 조너선 랜드리스를 바라보면서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합격!”
“앗, 진짜요?! 그냥 이렇게요?”
놀라움과 기쁨, 그리고 당황이 뒤섞인 표정으로 조너선 랜드리스가 외쳤다.
“경험과 능력, 그리고 동기도 충분해요. 무엇보다 우리가 가려는 방향에 대해서 본인 스스로 외부에서 파악했으니, 우리 입장에서는 설명할 것도 없지요. 번리에서 일하셨으니 내부도 잘 아실테고.”
“와우! 감사합니다!”
“그럼 언제부터 근무를 시작하실 수 있으신가요?”
축하하고 환영하는 마이크 갈릭과 존 바나스키위츠, 그리고 헬레나와도 악수를 나눈 조너선 랜드리스가 기뻐하는 가운데, 헬레나가 물었다.
“아, 리버풀 업무도 마무리 하고, 아내랑도 좀 쉬었다 오는게 좋을 것 같아서요.”
“아, 그렇군요. 그럼···다음주부터 출근하시면 되겠네요.”
“…네?!”
“그럼 동의하신걸로 알고···. 존, 마크가 건물에서 나가기 전에 계약서에 싸인 꼭 받아주세요.”
“그건 제가 확실히 처리하지요.”
존 바나스키위츠가 자신의 사람 좋은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음험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월급이 제때 잘 나오는 것과 제대로 굴려지는건 다르다네.
“…어, 잠깐만요···.”
여전히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한 조너선 랜드리스가 이사진 3명을 둘러보면서 말을 더듬거렸다.
이제부터 착취와 착취의 구렁텅이로 빠질 선량한 테크니컬 디렉터의 팔을 도망치지 못하도록 단단히 붙잡은 존 바나스키위츠가 조너선 랜드리스를 끌고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서 회의실을 나섰다.
과중한 업무를 같이 부담할 핵심 경영진의 동료(라고 쓰고 죄수 4호라고 읽는다)를 확보한 헬레나와 마이크 갈릭은 애잔함과 희열이 뒤섞인 눈빛으로 어리둥절하면서 끌려나가는 새로운 희생자를 애도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
뭔가 현혹된 것 같은 심정으로 계약서에 사인까지 마무리하고, 인근에 숙소를 잡아주겠다는 존 바나스키위츠의 친절하지만 뭔가 소름끼치는 제안을 애써 거부하고 리버풀로 돌아간 조너선 랜드리스.
이직하면서 제대로 된 휴가를 보낼 것으로 기대했던 가족들에게 어떻게 해명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졸지에 그 다음주 월요일부터 출근을 시작한 조너선은 자신의 당혹감과는 다르게 바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전반적인 틀은 이미 인터뷰 과정에서 이사진에게 설명이 되었고, 이야기를 전해들은 형민과 아서는 두 손을 들어서 대환영을 표했다.
우선적으로 션 다이쉬 감독과 함께 사임한 스카우트팀의 재건에 착수한 그는, 이사진(정확하게는 헬레나)의 동의를 얻어서 빠른 속도로 브리튼(영국, 스코틀랜드, 웨일즈, 아일랜드) 스카우트 1명, 남미 스카우트 1명, 그리고 유럽을 북유럽, 서유럽, 동유럽, 남유럽으로 4등분해서 각각 스카우트를 1명씩 총 6명을 채용해서 스카우트팀을 구성했다.
“먼저 브리튼에서는 챔피언쉽과 스코틀랜드 프리미어 리그를 중심으로 스카우트를 합니다. 아무래도 여기서 좋은 선수들을 데려오려고 경쟁하는 프리미어 리그 구단들이 많으니까 가격적으로는 쉽지 않겠지만, 대신 가까이서 여러번 관찰할 수 있고 적응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어요.”
조너선이 사실상 수백개의 축구 클럽이 난립하고 있는 브리튼 전역을 단지 스카우트 1명으로 대응하는 이유였다.
“그리고 나머지 5대 리그, 그러니까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에서는 주전급보다는 후보나 유소년 중심으로 스카우트를 하고 남미나 동유럽, 북유럽에서는 퍼스트팀에 데뷔해서 바로 임팩트를 보여주는 주전급 유망주를 스카우트하는게 맞아요.”
스카우트들이 책임져야 할 나머지 영역들을 나누면서 조너선이 설명했다.
“아쉽지만 확률적으로 북미나 아시아에서는 좋은 선수를 건지기 쉽지 않아요. 아프리카는 남유럽이나 프랑스에서 좋은 선수들을 유소년 시절에 많이 발굴하기 때문에, 그들이 1차적으로 정제한 원석들을 데려오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여기에 스카우팅을 지원하기 위한 분석가 한명, 그리고 퍼스트팀을 지원할 분석가 한명씩 총 2명이 추가로 채용되면서 조너선의 지휘 하에 총 8명으로 구성된 스카우팅 및 퍼포먼스 분석팀이 꾸려졌다.
의외로 헬레나는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비용을 줄이는 것과, 사람을 적게 쓰는 것과, 아예 안 뽑고 나서 일이 안 돌아가는건 모두 달라요. 필요할 때에는 사람을 뽑으세요. 다만 최대한 효율적으로.”
헬레나의 승인 하에 빠른 속도로 스카우트팀과 퍼포먼스 분석팀이 세팅되는 가운데, 형민을 보좌할 코치진도 세팅이 완료되었다.
우선 모두가 예상한대로, 아서 브림로우가 은퇴를 번복하고 퍼스트팀의 수석코치로 정식 취임해서 형민을 보좌하기로 했다.
거기에 구단의 재정 상태, 그리고 형민 본인의 구상에 따라서 급격하게 코치진을 확장하기 보다는 천천히 확대하기로 결정됐다.
다만 형민의 압박 전술을 전개하기 위해서 체력 훈련을 담당할 피트니스 코치가 반드시 필요했다.
알음알음 지원하는 인력들로는 부족해서 공고까지 냈지만, 형민이 원하는 강렬하면서도 체계적인 체력 훈련을 지도할 수 있는 피트니스 코치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전통적인 체력 훈련으로는 현대 축구에서 요구하는 근력, 속력 및 체력에 추가해서 촘촘하게 잡히는 프리미어 리그의 경기 스케줄까지 대응하는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경기 사이클과 개인의 신체 사이클, 그리고 신체 특성까지 맞춤형 프로그램을 구현하기 원했던 형민은 결국 자체적인 수급을 포기하고 RB 잘츠부르크의 마크 랑에게 SOS를 보냈다.
레드불 풋볼 그룹은 선수에 더해서 코치까지 뺏기는 것에 대해서 완강하게 거절했지만, 대신 그룹에 속하지 않았지만 관심이 가는 인재로 레이더에 떴던 몇몇 코치를 형민에게 추천해주는 것까지 거부하지는 않았다.
결국 길고 긴 이력서 검토와 수차례의 화상 인터뷰 끝에 채용이 된 것은 포르투갈 국적의 피트니스 코치인 파울루 모라오였다.
2011년부터 포르투갈 1부 리그인 비토리아에서 피트니스 코치로 재직하던 파울루 모라오는 같은 해에 부임한 후이 비토리아 감독과 함께 2015년 여름에 포르투갈 1부 리그에서 FC 포르투, 스포르팅 CP, SC 브라가와 함께 4강을 형성하는 벤피카로 자리를 옮겼다.
벤피카에서 2015/16 시즌부터 2018/19 시즌까지 4시즌 동안 리그 우승을 3차례나 차지한 후이 비토리아 감독이 경질되면서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 나스르에 같이 합류.
그러나 후이 비토리아 감독이 알 나스르에서 경질되면서 현재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40살의 젊은 피트니스 코치였다.
비록 다른 리그였지만 치열하기로 악명이 높은 포르투갈 리그에서 4시즌간 3번이나 우승한 팀의 피트니스를 총괄했다면 나이와 무관하게 형민이나 아서조차 갖지 못한 경험이 풍부했다.
이렇게 형민, 아서, 파울루 모라오로 구성된 코치진은 감독을 포함해서 3명.
프리미어 리그인 것을 감안하면 어처구니 없이 단촐한 구성이었지만, 형민은 추가적인 증원을 제안한 헬레나에게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는 더 코치진을 키울 수 있겠지만, 지금은 손발이 잘 맞는 소수의 인력이면 충분해요. 어차피 퍼스트팀의 선수단도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고요.”
심지어 골키퍼 코치도 없었는데, 아서 같이 경험이 많은 유소년 코치가 있다는 것은 전문 포지션인 골키퍼 코치까지도 어느 정도는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번리 풋볼 클럽은 드디어 ALK 캐피털과 션 다이쉬 감독이 빠져나간 구단 운영 인력과 코치진을 보강하는 데에 성공했다.
드디어 정식 감독의 선임과 인력의 충원, 그리고 부족하지만 선수단까지 보강하면서 번리는 재정비를 마치고 암울했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재정비에 숨가빴던 A매치 기간이 끝나자, 자국 국가대표팀에 소집되었거나 휴가를 떠났던 선수들의 복귀일에 맞춰서 새롭게 구단에 합류한 퍼스트팀의 임대생 4명이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