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반격의 시작
“집중! 집중해줘요!”
하프타임.
푸스카스 아레나에 마련된 번리의 라커룸은 온 몸에서 뜨거운 수증기를 뿜어내는 선수들과 그들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어우러진채 뜨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인생 최대의 경기인데,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선제골을 내주고 나서 45분간 맹공을 퍼부었지만 상대편 골문을 열지 못했다.
답답함과 자책과 분노와 짜증이 일렁이는 가운데 형민이 손으로 작전판을 내리쳤다.
“집중하라고!”
선수들의 눈빛이 자신에게 향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형민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한데, 나는 내 전술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
뜬금없는 감독의 말에 선수들이 멈칫했고, 오히려 그게 자신의 다그침보다 더 빨리 선수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는 것을 깨달은 형민은 빠르게 설명을 계속했다.
“우리 방식이 틀린건 아니에요. 토트넘이 언제든지 역습을 가할 수 있다는건 다 알고 있었잖아요! 다만 우리가 선제골을 넣고 그쪽에서 역습을 한게 아니라, 그 순서만 바뀐 것 뿐이에요.”
선수들이 마지못해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형민은 재빨리 작전판을 끌어당겨서 마커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 봐요! 실제로 실점 장면 외에는 우리한테 위협적인 순간은 전무했어요.”
그야 물론 분노한 번리 선수들이 상대팀 골키퍼까지 압박하면서 45분 내내 쉬지 않고 공격을 퍼부었기 때문이었지만, 형민은 그런 사소한 사실 같은건 생략하기로 했다.
“전반전에 점유율 65%. 슈팅수는 21대 1. 유효슈팅은 6대 1. 모든 지표에서도 우리가 앞서고 있습니다.”
물론 토트넘이 원샷원킬의 위업을 달성하면서 슈팅 1개로 골을 만들어냈고, 번리는 21개의 슈팅을 퍼부으면서도 토트넘의 육탄수비와 토트넘의 위고 요리스 골키퍼의 선방에 1골도 넣지 못했지만, 그런 것도 사소하니까 생략.
“자, 다들 답답하고 짜증나는건 알겠는데, 그런다고 상대팀 골문이 더 빨리 열리는건 아니에요. 지금은 다들 크게 심호흡하고, 조금 더 침착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
감독의 차분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설명에 선수들 사이에 일렁이던 답답함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자, 기본적인 전술을 건드리지 않을거에요. 안토니오 콘테 감독도 전반전에 승기를 잡았는데, 후반전의 시작과 함께 전술 변화를 줘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을테니까 후반전도 거의 비슷하게 나올겁니다.”
작전판을 두드린 형민이 빠르게 설명을 시작했다.
“다만 루카스 모우라가 수비 장면에서 계속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으니까, 교체가 되는건 거의 확실해요. 가능성이 제일 높은건 맷 도허티. 하지만 수비에 올인하겠다고 생각하면 아예 자펫 탕강가가 나올 수도 있어요.”
전문 윙백인 맷 도허티와는 달리 자펫 탕강가는 중앙 수비수가 본업이다.
물론 오른쪽 수비수까지는 소화할 수 있지만, 단단한 수비력에 비해서 공격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카테나치오의 국가 이탈리아에서 국가대표팀까지 이끌었고, 1골 차이의 승부를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이탈리아 국적의 감독이라면 수비에 올인하는 선택지를 가져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한테 중요한건 누가 나오냐, 가 아니라 후반전에 수비가 일단 더 강화될거라는거에요. 그리고 나서 분위기를 보다가 막판에 공격수를 교체하던가 해서 다시 역습을 노리겠지요.”
벤치에 앉아서 대기하고 있는 데얀 쿨루세프스키나 히샬리송 같은 선수들이면 충분히 지친 해리 케인이나 손흥민을 대체해서 공격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다.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하고, 우리쪽이 해야할 것만 얘기할게요.”
형민은 번리쪽 마커들을 두드렸다.
“후반전에도 제임스랑 아넬이 뒤를 지키고, 그 윗선을 니키가 압두랑 같이 지키는건 똑같아요.”
선수 4명으로 이루어진 정사각형으로 토트넘의 공격수 2명을 가둔다.
“구가는 카림 옆까지 전진해서 공격수들이랑 같이 최전방에 4명을 형성하는 것도 같아요.”
오른쪽 수비수 구가의 마커가 쭉 올라가면서 드와이트 맥닐, 벤야민 셰슈코, 그리고 카림 아데예미가 형성하는 공격진에 나란히 섰다.
“그런데 세바스챤! 토마소!”
“…네?!”
감독의 지시를 경청하던 두 미드필더들이 감독의 지적에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왜 이렇게 슈팅을 난사해요? 골문이 보인다고 그대로 냅다 쏘지 말라고! 페널티 박스 안에 상대팀 선수가 가득한데 각도가 나올리가 없잖아요!”
기본적으로 토트넘의 5백 수비진 5명에 번리의 공격진 4명까지 합치면 필드 플레이어만 9명.
거기에 토트넘의 골키퍼 위고 요리스까지 포함하면 무려 10명의 선수들이 페널티 박스 안이나 접경에 서서 경기를 하고 있다.
공간이 사람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그걸 중거리 슈팅으로 뚫으려고 하니까 슈팅 숫자만 올라가고 실효성이 떨어진다.
가뜩이나 갈 길이 바쁜데 공격권까지 넘어가면 더 머리가 아프고.
한골이라도 만회하고자 하는 생각에 전반전 내내 어떻게든 골문만 보이면 슈팅을 날렸던 두 명의 미드필더들이 상기된 얼굴을 살짝 떨궜다.
“정말 좋은 기회가 나오면 슈팅을 날려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앞이 막히면 측면으로 빼서 크로스를 올리도록 유도하고, 아니면 차라리 드리블해서 직접 돌파를 해봐도 좋아요. 공을 돌리면서 기회를 더 엿봐도 좋고요. 알겠어요?”
“네!”
급한대로 지시를 마무리한 형민이 선수들을 둘러보았다.
“만약에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다시 전술적인 변화를 준다면 제가 대응할테니, 그건 신경쓰지 말아요. 지금 집중해야 하는건 우리가 아니에요.”
“…??”
감독의 말에 선수들의 얼굴에 일제히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런 선수들을 둘러보면서 형민은 입꼬리가 떨리지 않도록 표정을 관리하면서 씩 웃어보였다.
“89분 동안 1골 차이 리드를 지키는게 쉬운줄 알아요? 저쪽이 우리보다 훨씬 더 정신적인 소모가 더 커요. 그리고 여기서 1골을 먹으면 그동안 필사적으로 방어하던게 다 의미가 없어지니까 훨씬 허탈해질거고.”
선수들의 얼굴에 이해의 빛이 들어왔다.
물론, 이렇게 끝까지 지키는데 성공하거나, 아니면 역으로 1골을 더 실점하게 되면 번리쪽이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지만 형민은 이 말도 생략하기로 결심했다.
사소하니까.
“그러니까 나가서 침착하게 틈을 노리면 되요. 시간은 45분이니까 충분해요. 알겠어요?!”
“네!!”
감독의 지시에 자신감을 회복한 선수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럼 나가서 우승컵을 가지고 오세요!”
“넵!”
***
후반 60분.
“세바스챤!”
“흡!”
전방에서 자신을 부르는 벤야민 셰슈코의 외침에 번리의 중앙 미드필더 세바스챤 셰만스키는 토트넘의 페널티 박스 한복판으로 패스를 보내려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토마소 포베가에게 공을 밀어주었다.
속임수였다는듯, 패스가 오는걸 기다리지도 않은채 벤야민 셰슈코는 다시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공간을 찾아서 움직이기 시작했고, 번리의 미드필드는 다시 공을 돌리면서 기회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있어!”
“오케이!”
세바스챤 셰만스키의 패스를 받은 토마소 포베가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뒤에서 지원하기 위해 올라온 니콜라스 세이왈드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공이 뒤로 빠져나가자, 방금 전까지 번리의 두 중앙 미드필더들을 압박하던 토트넘의 중앙 미드필더 로드리고 베탄쿠르와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가 다시 뒤로 물러났다.
전반전이 초반 실점 이후 번리의 맹렬한 전방 압박과 공격, 그리고 이를 물리치는 토트넘의 단단한 수비 간의 대결이었다면, 후반전은 사뭇 다른 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여전히 토트넘의 수비는 단단했지만, 번리의 선수들은 더 이상 조급하게 공격을 진행하기 보다는 천천히 기회를 만들고 있었다.
전반전에 대략 2분에 한번씩 난사하던 슈팅이 후반전이 시작한지 무려 15분이나 지났는데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는게 그 증거.
관중석에서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양팀 팬들 모두 의아해하는 분위기였지만, 경기장 위에 서 있는 토트넘 선수들은 오히려 전반전보다 더 강한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
차라리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필사적으로 육탄 수비를 할 때에는 생각할 시간이라도 없었지.
지금은 한번이라도 실수하면 숨통을 끊어주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드러낸 번리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니콜라스 세이왈드에게 전달된 공은 다시 왼쪽 측면으로 올라가서 왼쪽 공격수 드와이트 맥닐에게 전달됐지만, 앞이 가로막히자 무리하지 않고 또다시 뒤로 빠져서 왼쪽 수비수 압두 디알로에게 내려왔다.
그러고는 중앙 수비수 아넬 아메드호지치와 제임스 타코우스키를 차례대로 거쳐서 중앙 미드필드의 토마소 포베가에게 연결.
중간중간에 토트넘의 공격수들인 해리 케인과 손흥민이 압박이나 탈취를 시도했지만, 숫적 열세가 너무 명확했기 때문에 번리 선수들이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피해가는건 쉬웠다.
그리고 토마소 포베가가 오른쪽 측면으로 벌려준 공을 받은 구가가 잠깐 사이드라인을 타고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다가, 그를 차단하기 위해서 접근하는 두세명의 토트넘 선수들을 보고는 순순히 백기를 들면서 다시 공을 뒤로 돌렸다.
후반전 15분 내내 반복되던 광경.
마치 차례대로 오른손과 왼손으로 펀치를 날리는 것처럼 공은 번리의 중앙에서 왼쪽 측면으로 갔다가, 최후방을 거쳐서 오른쪽 측면에 도달하고는 마침내 다시 중앙으로 돌아왔다.
공을 받은건 세바스챤 셰만스키.
15분이나 이어진 흐름 속에서 어느덧 익숙해진 토트넘의 미드필더들은 공이 다시 뒤로 돌거나 아니면 왼쪽 측면으로 돌아갈 것을 지레 짐작하고는 이전만큼 강하게 압박하지 않은채 페널티 박스 상단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폴란드 국가대표팀이 자랑하고 번리 팬들이 사랑하는 젊은 미드필더가 애타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회가 찾아왔다.
“헉!”
토트넘의 수비진에서 일제히 비명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세바스챤 셰만스키가 오른발을 들어서 매섭게 후려친 공이 송곳처럼 토트넘의 두 중앙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을 꿰뚫었다.
공을 받아낸 것은 이번에 소리소문 없이 은밀하게 그 뒷공간으로 흘러들어간 벤야민 셰슈코.
195센티까지 성장한 장신을 대체 어떻게 숨겼는지, 토트넘의 수비진이 깨닫기 전에 페널티 박스 정중앙까지 파고드는 데에 성공한 19살의 공격수는 날아오는 패스를 받아낼 생각조차 하지 않은채 토트넘의 골문과 3명의 중앙 수비수들을 등지고는 자신의 왼쪽으로 공을 흘려주었다.
“차단해!!”
토트넘의 골키퍼 위고 요리스가 비명처럼 외쳤지만, 후반전 내내 이어지던 느릿느릿한 템포에 익숙해진 토트넘 선수들은 기습적인 공격에 대응이 반박자 정도 느려진 상태.
왼쪽 윙백 이반 페리시치와 중앙 수비수 중 왼쪽에 배치된 다빈손 산체스가 동시에 공을 향해서 움직였지만, 상대는 만만치 않았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환상적인 세계 무대의 데뷔를 알린 카림 아데예미.
단숨에 독일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로 떠오른 젊은 공격수는 순식간에 오른쪽 측면에서 페널티 박스를 대각선으로 파고들면서 벤야민 셰슈코가 보낸 공을 발 밑에 통제했다.
“훗!”
“이런!!”
토트넘의 왼쪽 윙백 이반 페리시치가 자신의 오른쪽에서 거칠게 태클을 가했지만, 부드럽게 공을 오른쪽으로 보내고 자신은 낮은 점프로 그를 뛰어넘은 다음에 다시 공을 오른발로 통제했다.
잔디 위에서 미끄러지는 이반 페리시치의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보지 않아도 그가 최소한의 시간조차 끌지 못했다는걸 경기를 지켜보는 모든 사람이 알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토트넘 수비진이 요동치는 가운데, 번리의 공격수들이 일제히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하면서 수비진이 함부로 카림 아데예미에게만 달라붙을 수 없는 상황.
토트넘의 중앙 수비수 중 다빈슨 산체스만 필사적으로 그에게 달려오면서 팔은 뒤로 돌라고 몸을 최대한 벌려서 그의 슈팅 각도를 좁히기 위해서 노력했다.
카림 아데예미가 골문으로 향하는 길목을 차단해서 더 많은 지원이 올 때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끌려는 시도.
그러나 카림 아데예미는 오히려 다빈슨 산체스를 향해서 달려가는 속도를 높였다.
“어?!”
다빈슨 산체스의 당황스러운 외침과 함께 속도를 높인 카림 아데예미는 왼쪽으로 드리블하면서 토트넘의 중앙 수비수 오른쪽으로 돌아서 들어갔다.
달려오던 관성 때문에 멈추는 데에 소중한 1초를 소비한 다빈슨 산체스는 허무하게 자신의 옆을 스쳐지나가는 상대팀 공격수를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방해할 수 있는 토트넘의 수비수를 가볍게 제쳤다.
나머지 수비수들은 미친듯이 페널티 박스 안으로 파고들고 있는 드와이트 맥닐과 벤야민 셰슈코, 그리고 파상공격처럼 2차로 자신의 뒤를 따라서 침투하는 구가와 반대쪽에서 치고 올라오는 세바스챤 셰만스키에게 시선을 빼앗긴 상황.
이제 남은건 골키퍼 위고 요리스 뿐이다.
그리고 2명이나 되는 수비수들이 이렇게 순식간에 돌파를 당할지 몰랐던듯, 아직도 골라인 선상에 서서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토트넘의 베테랑 골키퍼의 절망스러운 얼굴이 시야에 선명히 들어오자마자 카림 아데예미는 왼쪽으로 향하는 몸의 관성은 무시한채 오른발로 공을 강하게 밀어넣었다.
목표는 토트넘의 골문 왼쪽 아래의 코너.
골포스트를 살짝 스치고 지나가는 듯한 궤적을 그린 공은 그대로 멍하게 서있던 골키퍼를 지나서 골라인을 통과했다.
“으아아아!!!”
경기장의 암적색쪽 관중석이 지진이 난듯 흔들리는 가운데, 카림 아데예미가 양 팔을 하늘을 향해서 들어올렸다.
반격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