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63)
163화: 안녕, 카림
2022/23 시즌 프리미어 리그 최종전.
똑같이 26승 8무 3패를 기록하면서 승점 86점으로 공동 1위를 형성하고 있던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은 지난 시즌에 이어서 이번 시즌에도 최종전에 우승팀을 결정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다만 이번에는 리버풀이 68대 59로 골득실에서 크게 앞서 있는 가운데, 양 팀 모두 승리하면 리버풀의 우승이 확정이 되는 상황이었다.
리버풀의 상대는 필사적인 잔류 경쟁을 펼치고 있는 울버햄튼.
울버햄튼은 반드시 우승 후보인 리버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동시에 함께 잔류 경쟁을 펼치고 있는 본머스가 패배해야 잔류가 확정되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반대로 맨체스터 시티의 상대는 강등이 확정된 QPR.
더 이상 잃을게 없는 QPR이냐, 아니면 벼랑 끝에 몰린채 생존을 위해서 필사적인 몸부림을 치고 있는 울버햄튼이냐.
시즌의 마지막 경기를 앞둔 맨체스터 시티냐, 아니면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어느쪽이 더 중요다고 말하기 어려운 2개의 경기를 앞둔 리버풀이냐.
평론가들이 격론을 벌이고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결국 울버햄튼을 5대 1로 격파한 리버풀이 우승을 확정지었다.
맨체스터 시티는 2대 1로 승리를 거뒀지만 골득실에 밀리면서 아쉬운 준우승으로 마무리.
2016년 여름에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한 후 첫 시즌을 제외하면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한 시즌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꾸준히 성적을 냈던 맨체스터 시티로서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컵을 놓친 고통스러운 한 시즌이었다.
첼시가 3위, 그리고 번리가 4위로 유럽 챔피언스 리그로 향하는 마지막 2장의 진출권을 확보한 가운데, 토트넘과 아스톤 빌라가 5위와 6위를 각각 차지하면서 다음 시즌에 유로파 리그를 예약했다.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8위, 아스널이 9위로 전통의 강호들이 힘을 쓰지 못한 가운데 번리와 아스톤 빌라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면서 신흥 명문으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한편 QPR, 웨스트브롬이 강등되면서 승격 후 1시즌 만에 다시 챔피언쉽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거기에 울버햄튼이 합류하면서 2018/19 시즌 이후 5시즌이나 이어지던 프리미어 리그 시대에 종말을 고했다.
그렇게 지난 시즌에 이어서 또다시 마지막 날에 우승팀이 결정되는 치열한 접전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었지만, 그 모든 것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던 번리 팬들의 관심은 고별식을 치르게 된 자신들의 오래된 홈구장 터프 무어에 쏠려 있었다.
***
“…이제 이 곳도 작별이네요.”
순위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서 프리미어 리그 최종전까지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연달아서 유로파 리그 및 카라바오컵 우승 행사와 터프 무어의 고별식까지 한꺼번에 해치운 바쁜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 무대에서 우승컵을 차지한 번리 팬들이 정든 홈구장에 작별을 고하기 위해서 일제히 몰려나온 날.
지난 60년간 최고의 영광을 맛본 한 시즌이자, 정든 홈구장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구장에 대한 슬픔과 흥분,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하는 가운데 밤 늦게까지 완전히 팬들에게 개방되어서 북적거렸던 터프 무어도 이제 인적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새롭게 지어질 경기장에 마련될 박물관에 들어갈 것들만 제외한 터프 무어의 어떠한 것도 가져갈 수 있다고 팬들에게 공지하기는 했지만,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서 경기장의 잔디와 흙을 퍼가는건 물론 관중석의 의자까지 일부 뜯어간건 구단 관계자들에게도 당황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다들 모두 웃어 넘겼다.
어차피 내일부터 건축사무소에서 파견 나온 전문 인력들의 지휘 하에 폭파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니, 하나라도 팬들이 추억을 간직하기 바라는 마음이 더 앞섰다.
그나마 형태를 온전히 보존한 터프 무어의 동쪽에 위치한 지미 맥일로이 스탠드의 관중석 한복판에 앉아서 정적이 깔린 경기장을 바라보던 헬레나의 말에 그녀 옆에 앉아서 함께 정적을 지키던 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도 그동안 추억이 많이 생겼었는데, 이렇게 사라지니까···.”
“···?”
말 끝을 흐리던 형민은 대답을 기다리는 헬레나의 얼굴에 엷은 미소를 지었다.
“시원섭섭하네요.”
“그러네요. 시원섭섭하다는게 정확하네요.”
2시즌 만에 파산의 위기에 직면했던 구단의 운영을 정상화시킨 대표이사와, 같은 기간 동안 강등 1순위였던 시골 팀을 유럽 무대의 강자로 끌어올린 감독은 서로 미소를 교환했다.
“그럼, 우리도 이제 가볼까요? 내일부터 다시 바빠질테니까요.”
“그렇네요.”
형민이 내민 손을 잡아서 자리에서 일어난 헬레나는 달빛에 물든 터프 무어를 바라보았다.
“이제 다음에 여기에 올 때에는 새로운 장소가 되어 있겠네요.”
****
헬레나의 말대로, 바로 다음날부터 번리 풋볼 클럽의 관계자들은 그 어떤 경기보다 더 치열한 격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내던져졌다.
[…니요. 네, 그건 확답해드릴 수 없습니다.] […네, 아직은요. 그럼. 그럼요. 제일 먼저 알려드릴거에요.]번리의 풋볼 디렉터 조너선 랜드리스의 집무실 바로 옆 회의실에 마련된 비상 상황실.
밀려오던 전화의 홍수 속에서 가장 최신의 통화를 끝낸 번리의 언론담당관 셸리 파이퍼가 의자에 축 늘어졌다.
“이번에는 어디야?”
“가디언이요. 조너선, 더 이상 막을 수가 없어요. 빨리 발표를 해야 되요.”
“발표는 무슨 발표? 선수가 결정을 해야 발표를 하던 말던 할거 아니야?”
조너선도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아직 점심시간도 지나지 않았건만 그의 얼굴도 살짝 창백해지고 있었다.
평소에도 이적시장은 시즌이 종료되자마자 바쁘게 움직인다.
하지만 유럽의 모든 대형 구단들이 눈독을 들일만큼 탐내는 젊은 선수단을 거느리고 유로파 리그를 정복한 번리는 그 차원이 달랐다.
그리고 번리의 수많은 보석 중에서 가장 으뜸가는 보석은 옆에 특별히 마련된 회의실에서 에이전트와 함께 들어오는 제안들에 살짝 안색이 질려가고 있었다.
“어··· 이건 어떻게 해야 되는거에요?”
“음···.”
독일 국가대표팀과 번리의 젊은 에이스 카림 아데예미의 에이전트 알렉산더 바이에르는 선수의 질문에 침음을 삼켰다.
바이에른 뮌헨의 제안이 들어왔을 때에는 딱히 더 고민할거 없이 결정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후로 밀려드는 제안의 홍수 속에서 그도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즉시 바이아웃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조건에 미달되는 제안들은 조너선 랜드리스가 가차없이 쳐내고 있었지만, 7,300만 파운드를 일시불로 지불해서라도 번리의 젊은 보석을 품겠다는 유럽의 초대형 구단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유럽 본토에서는 바이에른 뮌헨,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PSG.
잉글랜드 내부에서는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리고 뉴캐슬까지.
그나마 흔들리는 재정 상황 때문에 제안을 넣지 않은 바르셀로나와, 엘링 할란드를 얻으면서 공격진에 대한 고민이 크지 않은 맨체스터 시티, 그리고 아직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치뤄야 해서 이런 대형 딜에 개입하기 어려운 리버풀이 빠진게 다행일까.
오전에 바이에른 뮌헨이 공식적으로 바이아웃을 지급하는 제안을 보냈다는 기사가 나간 순간부터 알렉산더 바이에르와 조너선 랜드리스의 전화가 터져나가고 있었다.
주급이나 기타 조건은 원하는걸 모든지 맞춰줄 수 있다!
오로지 몸만 오면 된다!
선수와 직접 협의하겠다고 각 구단의 풋볼 디렉터 또는 그에 맞먹는 핵심 관계자들이 속속히 전용기로 맨체스터 공항으로 날아들어오고 있는 가운데, 반필드 트레이닝 센터에 외부인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헬레나의 엄포에 선수와 에이전트는 간신히 생각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
나는 너를 빼앗기는 입장인데?
형민은 약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유소년 시절부터 그의 지도를 받았던 젊은 선수의 애타는 눈빛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우고 진지하게 답변을 고민했다.
“음··· 나라면 안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먼저 지워보겠어.”
“아, 그것도 그렇네요.”
선택지가 없다면 모를까, 이렇게 선택지가 넘쳐나고 세부적인 조건이 대동소이할게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굳이 싫은걸 감수할 필요가 없다.
납득한듯이 고개를 끄덕인 카림 아데예미가 에이전트를 돌아보았다.
“그럼 일단 잉글랜드 구단들을 다 제외해주세요.”
“괜찮겠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알렉산더 바이에르가 되물었다.
누가 뭐라고 하던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는 세계 최고의 리그이다.
세계 최고의 감독들과 선수들이 가장 풍족한 재정 속에서 서로 겨루는 곳.
그곳을 이렇게 간단하게 포기하겠냐고 표정으로 묻는 에이전트에게 카림 아데예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번리를 상대하고 싶지는 않아요. 감독님도 여기에 아직은 남아계실거잖아요?”
‘아직은’이라는 말에 형민이 움찔했지만, 결국 피식 웃었다.
“그래. 남아 있을 예정이지. 하지만 챔피언스 리그에서 맞붙을 수도 있는데?”
“뭐, 그건 어쩔 수 없고요. 그때는 한번만 봐달라고 빌어도 소용이 없으실거에요.”
카림 아데예미의 자신만만한 선언에 형민이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뭔 소리야? 난 애들한테 네 다리 몽둥이 두짝 다 부러뜨리라고 할건데? 보호대 두장 끼고 나오는걸 추천한다.”
“걔네들의 느린 발로 절 쫓아온다고요? 먼지나 실컷 마시라고 해주세요.”
스승과 제자는 서로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키득키득 웃었다.
알렉산더 바이에르도 피식 웃으면서 테이블 위에 놓여진 제안서 중에 3개를 치웠다.
“그리고 PSG는 안 갈께요.”
“오케이.”
유망주의 산실이기는 하지만, 프랑스의 리그앙은 다른 유럽 리그보다 격이 떨어진다.
그리고 PSG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구단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타이틀도 뉴캐슬이 사우디 아라비아 컨소시엄에 인수되면서 퇴색되었다.
무엇보다 킬리안 음바페, 네이마르, 그리고 리오넬 메시까지 초호화 공격진이 건재한 상황.
물론 리오넬 메시는 은퇴를 목전에 두고 있고, 네이마르도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있지만 PSG의 공격은 킬리안 음바페를 중심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카림 아데예미가 뛰어난 실력에 비해서 이타적이라고 하지만, 선수 생활 내내 2인자의 위치로 다른 선수의 뒤치다꺼리를 하는건 별로 내키지 않는다.
“그러면 선택은 2개만 남았네.”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
따뜻한 스페인과 춥지만 기후가 친숙한 독일.
역사와 전통은 솔직히 누가 더 우위에 있냐고 말하기에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레알 마드리드를 한 수 위로 치는 사람들이 더 많기는 하다.
바르셀로나와 역사적인 라이벌 관계를 자랑하면서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와 유럽 무대를 호령하는 레알 마드리드.
독일 분데스리가의 절대 강자의 지위를 지키면서 유럽에서 강호의 지위를 확보한 바이에른 뮌헨.
새로운 언어와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스페인과 독일 국가대표팀 동료들과 언어까지 적응기가 필요 없는 바이에른 뮌헨.
그 둘을 사이에 두고 카림 아데예미는 고민에 잠겼다.
에이전트와 감독이 아무 말 없이 젊은 에이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고민하던 카림 아데예미가 고개를 들어서 형민을 바라보았다.
“번리에 온 것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떠나게 되네요.”
“그러게. 한편으로는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기도 한데, 겨우 2시즌 밖에 안 되었네.”
RB 잘츠부르크가 자랑하는 유망주로 번리에 온 어린 유망주가 이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해서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이렇게 빨리 떠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지난 시즌에는 니키랑 한니발이랑 제이콥까지 다 함께 즐거웠는데···. 이번 시즌에는 벤야민이랑 루카도 왔고, 크리스티앙이랑도 많이 친해졌는데 작별할 시간이 되었네요.”
작별을 고하는듯 기억을 되새기는 제자의 말에 형민이 미소를 지었다.
“너라면 어디를 가도 새로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거야. 뭐, 고민하고 있는 두 팀 모두 독일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있잖아? 레알 마드리드에는 토니 크로스랑 안토니오 루디거가 있고, 바이에른 뮌헨에도 아는 선수들이 가득할거고.”
“훗, 뭐 어디든 가서 못하겠어요. 가서 축구만 잘 하면 되지요.”
씩 웃는 카림 아데예미에게 형민이 마주 웃어보였다.
“흐흐, 그래. 가서 축구만 잘하면 되지.”
“그동안 감사했어요, 감독님. 덕분에 잘츠부르크에서도, 번리에서도 즐겁게 축구할 수 있었어요.”
“그래, 나도 즐거웠어.”
“나중에 감독님 밑에서 다시 뛰어볼 기회가 있다면 즐거울 것 같아요.”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는 젊은 선수의 말에 형민이 피식 웃었다.
“훗, 고마워. 가서 몸 잘 챙기고. 우리 말고 다른 팀 만나면 골 팍팍 넣어줘.”
“흐흐흐. 넵.”
형민이 미소를 짓는 가운데, 카림 아데예미가 에이전트를 돌아보았다.
“이제 결정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