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수많은 작별들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차지한 리버풀이 그 기세를 살려서 바이에른 뮌헨을 격파하고 이스탄불에서만 두번째 챔피언스 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소위 빅 더블을 달성했다.
하지만 리버풀이나 바이에른 뮌헨과 특별한 관계가 없는 나머지 팬들의 관심사는 초반부터 폭발하는 여름 이적시장에 쏠려 있었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는 에이스 카림 아데예미를 구단 신기록인 7,300만 파운드를 기록하면서 이적시킨 번리 풋볼 클럽이 있었다.
그 이후에도 쏟아져들어오는 수많은 제안 속에서 고심하면서 클럽에게 최대한의 이득이 되는 동시에 급격한 전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서 머리가 하얗게 되도록 고민을 거듭하는 것이 바로 번리의 풋볼 디렉터 조너선 랜드리스였다.
“조너선, 흰머리가 좀 많이 늘어난 것 같은데요?”
이적시장으로 인해서 주 2회로 열리고 있는 핵심 경영진 회의.
사실 시즌이 끝나면서 코치진이 한가해졌기 때문에, 언제든지 필요하면 조너선의 소집 하에 이사진과 감독이 집결하는 회의이기는 했다.
자신이 소집한 회의에서 걱정스럽게 자신의 머리결을 바라보는 대표이사의 눈빛에 조너선이 짐짓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머리가 하얘지는건 괜찮습니다. 염색하면 되니까요! 머리가 빠지는게 더 큰 문제지요!”
지갑이 두툼해지면 배짱이 늘어난다고 하던가.
번리 구단 통장에 쌓이는 이적료 덕분에 호기가 넘치는 조너선의 말에 앞머리가 빠른 속도로 후퇴하고 있던 두 노년의 신사들이 그를 노려보았다.
“젊었을 때에는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여름에는 두피의 건강을 걱정할 정도로 희박해진 머리숱을 자신도 모르게 매만지면서 존 바나스키위츠가 중얼거렸다.
평소에 온화하고 신사적인 노년의 이사가 불편한 심기를 역력히 드러내자, 실언을 했다는 것을 깨달은 조너선이 재빨리 주제를 전환했다.
“어쨌든! 저희는 이제 부자입니다!”
대표이사에 재정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헬레나가 어처구니 없다는듯이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지만, 그녀도 조너선의 자신만만한 발언에 반박하지는 않았다.
카림 아데예미를 영입했을 때에 추가된 부대 조건대로 수익의 10%인 580만 파운드를 RB 잘츠부르크에 지급했다.
하지만 추가 보상금을 지불하고 영입했을 때에 지급한 1,500만 파운드를 제외해도 순수입으로만 무려 5,220만 파운드를 구단에 안겨주었다.
그리고 지금 이적료와 개인 협상까지 완료한채 마지막 서류 절차만 기다리고 있는 번리의 선수들만 무려 5명이었다.
조너선은 미리 정리해둔 이적 현황을 스크린 위에 띄웠다.
막스 코넷은 3,500만 파운드에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사우스햄튼으로.
압두 디알로는 3,000만 파운드에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토트넘으로.
찰리 테일러는 2,100만 파운드에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첼시로.
닉 포프는 2,000만 파운드에 포르투갈 SC 브라가로.
제임스 타코우스키는 2,000만 파운드에 스페인 세비야로.
번리가 애지중지 키워오던 25살 이하의 선수들은 아직도 더 잠재력을 폭발할 수 있다고 판단되어서 조너선이 이적 요청을 뿌리치는 가운데, 26살 이상의 베테랑들이 대거 이적을 진행하고 있었다.
특히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의 레알 소시에다드로 건너갔던 벤 미가 남유럽의 따뜻한 기후와 친절한 주민들에 대한 장광설을 풀어놓은 덕분에 잉글랜드 출신으로는 드물게도 닉 포프와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프리미어 리그쪽에서 들어온 제안들을 뿌리치고 이베리아 반도로 차기 행선지를 결정했다.
“닉이나 제임스는 해외 리그로 떠나니까 우리가 잘 보강만 하면 되겠지만, 압두와 막스는 조금 뼈아플 수도 있겠는걸?”
마이크 갈릭의 지적에 조너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그의 다른 팀으로 이적시키는게 탐탁치는 않았지만, 다른 곳에 비해서 이적료가 월등히 높게 제시됐기 때문에 마냥 뿌리치기도 어렵습니다.”
“뭐, 그건 그렇지.”
1,275만 파운드에 영입된 다음에 3500만 파운드로 매각되면서 2시즌 만에 무려 2,225만 파운드의 수익을 안겨준 막스 코넷도 좋은 거래였다.
하지만 2021/22 시즌의 겨울 이적시장에 불과 210만 파운드로 영입된 다음에 3,000만 파운드로 매각되면서 겨우 1.5시즌 만에 2,790만 파운드의 수익을 발생시킨 압두 디알로는 유럽 전역의 풋볼 디렉터들과 스카우트 책임자들, 그리고 에이전트들과 구단주들이 일제히 혀를 내두르는 쾌거였다.
카림 아데예미를 발굴하고 키워서 매각한건 천재적인 전술을 보여준 형민 김 감독의 솜씨였다면, PSG에서 내쳐지던 압두 디알로를 픽업해서 매각한건 온전히 조너선 랜드리스의 실력이라고 평가되었다.
하지만 유럽 대형 구단의 수뇌진에 자신의 이름을 명확하게 새겨넣는데 성공한 번리의 젊은 풋볼 디렉터는 그런 세간의 평가에는 관심이 없다는듯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닉과 제임스, 그리고 찰리까지는 모두 5시즌 이상 번리에 있었기 때문에 영입했을 때에 들어갔던 비용을 따지는게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현재까지 발생시킨 이적 총수입은 거의 2억 파운드, 순수익만 계산해봐도 총 1.6억 파운드입니다.”
“휘유!”
마이크 갈릭이 체통도 잊고 휘파람을 불었다.
2022/23 시즌 동안 번리 풋볼 클럽이 이적시장에서의 지출을 제외하고 사용한 모든 비용의 합이 1.6억 파운드였는데, 한 시즌을 통째로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을 지난 1주일 만에 확보했다.
“…그동안 내가 구단을 어떻게 운영했었는지 좀 자괴감이 드는걸?”
엄청난 성과 앞에서 전전 구단주가 내뱉는 자조섞인 발언에 조너선이 고개를 저었다.
“이번 시즌에는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카림이 제대로 잠재력을 터뜨리기도 했고, 전체적으로 성적도 좋았는데 마침 이적을 허용할 수 있는 선수들이 좋은 몸값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뭐, 그래도 정말 수고했어.”
숫자들을 바라보던 마이크 갈릭이 씩 웃으면서 헬레나를 돌아보았다.
“이 정도면 카트라이트 펀드의 지원이 없어도 뉴 터프 무어를 재건할 수 있겠는데?”
“뭐, 그럴 수 있다면 최고지요. 하지만 무이자로 조달한 자금이니까, 굳이 구단 재정에 무리해가면서 이 자금을 경기장쪽으로 끌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미소를 지으면서 마이크 갈릭에게 대답한 헬레나가 시선을 다시 조너선에게로 옮겼다.
“이 자금으로 다시 전력을 보강할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해야 할테고요. 그렇지요?”
“맞습니다. 물론 이 엄청난 자금을 그대로 쓰지는 않을겁니다만.”
기존에 헬레나가 승인해준 6,800만 파운드에 새롭게 들어온 자금 2억 파운드 중 80%인 1.6억 파운드를 합치면 거의 2.3억 파운드의 실탄을 손에 쥔 풋볼 디렉터가 씩 미소를 지었다.
“지금 선수를 팔고 싶은 모든 구단과 에이전트가 반필드 트레이닝 센터를 몇바퀴 감도고 넘쳐서서 번리 시내까지 줄을 설 것 같지만, 기존에 세운 전략은 그대로 갈거니까요.”
영입 대상은 인성과 실력이 검증되고 잠재력이 기대되는 23살 이하.
지출하는 이적료는 2,000만 파운드를 넘지 않는다.
여기에서 조너선은 ‘왠만한 선수한테는 1,000만 파운드 이상을 지출하지 말아보자’라는 방침까지 스스로에게 추가한 상황이었다.
“일단 보강할 포지션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돈이 들어온 얘기를 했으니, 이제 돈이 나갈 얘기를 해야 했다.
옆에서 자신과 만만치 않은 피곤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형민과 카롤리나를 슬쩍 바라본 조너선이 스크린 위에 다음 자료를 띄웠다.
선수 영입에 있어서는 자신만큼이나 바쁜게 형민이었다.
물론 구단 간의 협상은 자신이 도맡아서 했지만, 새로 영입되는 선수에게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고 팀에서의 역할에 대해서 설득하는건 풋볼 디렉터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번리에서 제안이 왔다고만 하면 선수이던 에이전트이던 프리미어 리그와 유럽을 떨쳐울리고 있는 젊은 명장과 대화를 하고 싶어했다.
그리고 대화를 진행하는게 형민이라면 대화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을 하는건 카롤리나였고.
축구쪽을 담당하는 3명이 피곤한 기색을 감추고 있지 못한 가운데, 퍼스트팀 수준으로 판단된 번리의 선수 명단이 각 포지션별로 정리되서 화면 위에 띄워졌다.
모든 포지션에서 2명 이상의 출전가능했던 선수를 보여했던 것은 딱 지난주까지.
온통 비워진 자리에 붉은색으로 덧칠된 명단을 보면서 이사진이 침음을 삼켰다.
“…꽤 보강을 많이 해야겠는걸요?”
존 바나스키위츠가 중얼거렸다.
조너선이 당혹스러워하는 이사에게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래도 현재까지 6명의 선수가 이적했고, 태진은 은퇴 복귀할 예정이니까요. 거기에 니코랑 조까지 임대 복귀를 하면 9명이 보강되어야 합니다.”
“지난 시즌에도 여름 이적시장에 10명을 새로 영입했는데, 이번 시즌에는 10명이군. 우리, 발전하고 있는거 맞겠지?”
“진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하시지요. 사실, 작업이 절반 이상 끝나기는 했습니다.”
허탈한듯 중얼거리는 마이크 갈릭에서 조너선이 대답했다.
자유 이적으로 베테랑들을 많이 방출했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이번 시즌에는 화끈하게 이적료를 쓸어담으면서 선수들이 이적하고 있다.
물론 이탈하는 자리만 채운다고 해도 공격수가 4명, 미드필더가 2명, 그리고 수비수가 3명에 골키퍼까지 1자리가 비워져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일단 겨울 이적시장에서 자유이적으로 영입이 확정된 안드레 안데르손, 체르 은두르, 그리고 오스카 밍게자가 각각 공격과 미드필드, 그리고 수비진에 한 명씩 추가.
거기에 지난 시즌에 영입된 후 바로 보내진 바젤에서 성공적인 임대를 마치고 복귀하는 안셀모 가르시아 맥널티가 또 수비진에 추가되었다.
그리고 공격진에 아담 흘로첵이 850만 파운드에, 그리고 미드필드의 토마소 포베가가 1,000만 파운드에 영입이 확정되었으니 총 6자리가 채워진 상태였다.
“그럼 이제 어디가 남은거지?”
마이크 갈릭의 질문에 조너선이 슬라이드를 넘기자, 영입이 확정된 자리들이 다시 푸른색 글씨로 채워지고 진행 중인 포지션 별로 최우선 협상 대상자들의 이름이 떠올랐다.
“일단 공격진부터 얘기하면, 헐시티와 킨 루이스-포터에 대해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회의실에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한번 이상 들어본 이름에 고개를 끄덕였다.
킨 루이스-포터, 올해 22살.
헐시티의 유소년팀에서부터 단계별로 차근차근 성장한 선수로 170센티에 66키로로 단신이지만 오른쪽과 왼쪽 모두 뛸 수 있는 창의성과 투쟁심을 겸비한 공격수였다.
그동안 헐시티가 애지중지 키워왔지만, 챔피언쉽의 두터운 벽을 뚫고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하는 데에 실패하는 고향팀에 선수가 조금씩 지쳐가는 가운데 점점 계약 만료가 다가오는걸 유심히 지켜보던 번리가 파고들었다.
“헐시티가 난색을 표하고 있기는 하지만 선수의 의지도 워낙 강하고, 무엇보다 계약 기간이 1년 밖에 안 남았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홈그로운 할당량도 채울 수 있으니까 일거양득이지요.”
“이적료는요?”
헬레나의 질문에 조너선이 다시 자료를 넘겼다.
“1,000만 파운드 전후로 합의될 것 같습니다. 주급은 40만 파운드 밑에서 책정이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제 왠만한 구단의 젊은 선수에게 번리가 제안을 하면 거절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딱 거절하기 힘든 수준의 이적료를 제안하고 프리미어 리그와 유럽 무대를 휩쓰는 명장의 지휘를 받으라고 하면, 젊은 선수 입장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더 좋은 기회를 마주하기 어려운 상황.
번리가 이번 이적시장에서 쓸어담은 엄청난 이적료에도 불구하고 상대 구단들이 더 높은 이적료를 위해서 배짱을 부리기 어려운 이유였다.
“좋아요. 그 다음은요?”
“아, 이 친구는 제가 제 입으로 말하기 조금 부끄럽지만··· 뭐, 걸작입니다.”
“호오?”
이사진의 관심이 일제히 쏠린 가운데, 새로운 얼굴이 화면에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