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67)
167화: 뉴 보이즈
아직도 다른 팀들의 이적시장은 한창이었지만, 6월이 지나기도 전에 여름 이적과 영입을 모두 마무리한 번리 풋볼 클럽의 퍼스트팀 선수단은 7월 4일 화요일에 프리 시즌 준비를 위해 집결했다.
전날에 풋볼 디렉터인 조너선 랜드리스가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서 무려 10여명의 새로운 선수들이 언론에 소개되었고, 주장인 제임스 타코우스키의 부재 후 임시 주장의 역할을 맡고 있는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안내를 받아서 반필드 트레이닝 센터를 둘러보았지만 아직도 신입생들은 새로운 훈련장이 어색하기만 했다.
그렇게 라커룸 안에서는 새로 온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웅성거리고 있는 가운데 신입생들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기로 마음 먹은 선수가 있었다.
“안녕! 난 베일리야. 앞으로 우리 같이 잘 지내보자고!”
번리의 골키퍼 베일리 피콕-파렐은 미소와 함께 손을 내밀어서 옆 라커를 차지한 새로운 동료에게 악수를 청했다.
193센티인 자신과 거의 비슷한 키에 조금 더 단단한 체구를 가진 갈색머리의 이탈리아 국적의 골키퍼 마르코 카르네세치는 자신의 얼굴과 악수를 청하는 손을 번갈아가면서 보더니, 억양이 짙은 발음으로 선언했다.
“너, 나, 원수다! 나, 너, 마음을 해치운다! 나, 너, 승리한다!”
그러고는 내민 손을 힘차게 마주 잡아서 악수를 하는 동시에 다른 팔을 활짝 벌려서 힘껏 그를 껴안고, 양볼에 키스까지 해주고 나서야 어안이 벙벙한 북아일랜드 국가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를 놔주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베일리 피콕-파렐은 아직도 얼얼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가 골키퍼 포지션 경쟁자를 바라보았다.
큰 마음을 먹고 먼저 다가갔는데, 행동과 말이 전혀 매칭되지 않는 이건 뭐지?!
라커룸 한켠에서 두 사람의 대화와 표정을 지켜보던 수석코치 카롤리나가 묘한 표정으로 다가와서 마르코 카르네세치에게 빠른 이탈리아어로 뭔가를 물어보았다.
베일리 피콕-파렐은 알아들을 수 없는 짧고 빠른 대화가 오가고 나서, 카롤리나는 비명과 같은 웃음소리와 함께 배를 잡고 땅에 쓰러져서 구르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선수단의 이목이 집중된 마르코 카르네세치가 얼굴이 붉게 물든채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보는 가운데,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온 이탈리아 국적의 토마소 포베가가 몇마디를 묻고 나서 마찬가지로 웃음을 터뜨렸다.
“왜? 왜 그러는데?”
지난 시즌 동안 같이 지내면서 친해진 베일리 피콕-파렐이 보채자, 토마소 포베가가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면서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푸하하하!! 너랑 친구가 됐으면 좋겠데! 마음에 든다고!”
“그런데?”
“영어가 서툴러서 그만··· 푸하하하!!”
졸지에 선전 포고를 해버렸다는 사실에, 마침내 참고 참던 웃음을 터뜨리면서 아직도 바닥을 구르고 있는 카롤리나 옆에 주저앉은 토마소 포베가를 내려다본 베일리 피콕-파렐은 침울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젊은 이탈리아 골키퍼에서 어깨를 한번 으쓱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토마소 포베가의 엉덩이를 힘차게 걷어차주었다.
선수단의 웃음소리와 함께 동료가 고통스러운 신음소리을 내뱉으면서 라커룸 바닥을 굴렀지만, 베일리 피콕-파렐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저런 무심한 미드필더보다는, 한편으로는 포지션 경쟁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앞으로 한 시즌 내내 같이 훈련할 동료가 더 중요했다.
“괜찮아. 마음만 잘 맞으면 되는거지 뭐.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아니다. 우리, 결투한다!”
활짝 웃으면서 대답하는 마르코 카르네세치의 환한 표정에 베일리 피콕-파렐이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어, 근데 너 영어 공부는 좀 해야겠다.”
“나, 축구 선수다! 나, 공부 한다 못해!”
“아니, 공부를 안 했다는거겠지.”
거구의 이탈리아인에게 어깨를 두른 베일리 피콕-파렐이 새로운 친구를 끌고 훈련장으로 향했다.
물론 아직도 바닥을 구르면서 웃고 있는 카롤리나 수석코치님은··· 무서우니까 걷어차는 짓 따위는 할 수 없었다.
***
“우웨웨에에엑!”
다시 번리 풋볼 클럽의 프리 시즌 연례행사가 시작되었다.
아직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지는 않았지만, 여름 휴식 기간 동안 얼마나 선수들의 몸상태가 나빠졌는지, 신입생들의 몸상태는 어떤지 점검한다는 명목 하에 번리의 퍼스트팀 선수들은 체력의 한계를 다시 시험받고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 금방 익숙해질거라고.”
“우웩··· 웨엑··· 으억···.”
지난 시즌에 루카 수키치는 잘도 구토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동료를 다독거려줬구나.
비위가 별로 좋지 않은 토마소 포베가는 살짝 질린 표정을 지으면서도 엉덩이가 욱신거리는 가운데에도 챙겨온 물병을 새로운 동료에게 건내주었다.
“괜찮아. 나도 지난 시즌에 그랬는데, 어느새 적응했거든.”
“으으···.”
소문은 익히 들었고, 에이전트도 신신당부했기 때문에 사전에 체력 훈련을 충분히 하고 왔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시즌 때보다도 더 체력이 좋아져서 프리 시즌을 시작했는데, 이건 뭐지?
번리에 새로 합류한 킨 루이스-포터는 미지근한 물로 입 안을 행구면서 생각했다.
지난 시즌에 돌아온 번리의 기존 퍼스트팀 선수들은 하나 같이 얼굴이 멀쩡한데, 신입생들은 하나 같이 빌빌거리고 있었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넘어온 유벤투스 출신의 루카 페예그리니나 라치오 출신의 안드레 안데르손, 또는 체코 국가대표팀의 젊은 에이스 아담 흘로첵.
나름 유럽 축구계의 젊은 선수들 중에서는 꽤 유망하다고 손꼽히는 이들이었데 다 하나 같이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브라질에서 한창 시즌을 치르다가 건너온 파트릭 데 파울라도 표정이 말이 아니었다.
아, 물론 예외는 있었다.
2시즌 전에 번리에 임대 와서 반 시즌을 보냈던 바르셀로나 출신의 오스카 밍게자는 얼굴이 살짝 질리기는 했지만 아직 잘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서 있는 RB 잘츠부르크 출신의 아마르 데디치는 다른 RB 잘츠부르크 출신인 벤야민 셰슈코와 루카 수키치와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완전히 멀쩡해보였고.
“쟤네들은 왜···.”
토마소 포베가가 건내준 물병으로 얼굴까지 물을 뿌리고 나서 정신을 좀 차린 킨 루이스-포터의 질문에 그의 새로운 동료가 어깨를 으쓱했다.
“원래 잘츠부르크에서 온 애들은 좀 미쳤거든.”
“토마소! 여기서도 다 들려!”
루카 수키치의 외침에 토마소 포베가가 피식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잘츠부르크에서 온 애들이 미친건 맞잖아!”
“뭐, 부인하지 않을께!”
번리의 기존 선수들과 RB 잘츠부르크 출신들이 키득키득 웃는 가운데, 토마소 포베가가 킨 루이스-포터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괜찮아! 금방 적응할거야.”
“어··· 근데 등은 그만 좀··· 더 울렁거려.”
“앗, 미안.”
***
공포의 붉은 모자를 착용한채 선수들의 기록지와 검사 결과를 살피고 있는 코치진의 표정은 밝았다.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은걸? 휴식기 동안 너무 놀지는 않은 모양이야.”
복귀한 기존 선수단의 지표들을 살펴보던 수석코치 카롤리나의 말에 피트니스 코치 파울루 모라오가 동의했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식단이나 운동량을 적절히 잘 지킨 모양이네요. 새로 온 친구들도 뭐··· 나쁘지는 않습니다.”
아직까지 형민이 요구하는 강도높은 훈련을 소화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여름 휴식기 동안 완전히 풀어졌다가 처음부터 다시 몸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아무래도 네 악명이 그동안 많이 퍼진 모양이다. 애들이 아주 이를 악물고 왔네.”
“악명이라니! 우리는 필요한 최소한의 훈련만 한다고!”
감독의 어깨에 한 팔을 두르면서 이죽거리는 태진의 팔을 애써 뿌리치면서 형민이 반박했다.
일단 저 두툼한 팔뚝이 어깨에 둘러진 상태에서 대화를 진행하다보면 어느 순간에 목이 조이는 경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전에 방비를 하는거였는데, 거구의 전직 한국 국가대표팀 주전 공격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 네 훈련량을 소화할 수 있으면 세계 어느 팀에서도 뛸 수 있을걸?”
반박하고 싶었지만, 동의하는 표정을 짓는 코치단의 얼굴에 형민이 반론을 제기하는걸 포기했다.
객관적으로 번리의 활동량이 높은 것도 사실이고, 프리 시즌 동안에는 그 활동량을 뒷받침하기 위한 체력 훈련에 강점을 두는 것도 사실이니까.
“아, 몰라. 어쨌든, 파울루랑 같이 체력 점검을 계속 진행해줘. 금요일에 출국하기 전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일단 목요일까지 현재 체력 상태랑 프리 시즌이 끝날 때까지 각자 수행할 체력 프로그램을 짜서 전달해줘.”
“물론입니다, 감독님.”
여전히 이죽거리면서 대답하는 태진의 팔뚝에서 벗어나려고 몇번 더 바둥거리다가 마침내 해방된 형민이 붉게 달아오른 뒷목을 쓰다듬으면서 카롤리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우리는 들어가서 전술 훈련 계획을 마무리 하자고.”
“알았어.”
지난 시즌이 끝나고 나서 번리 풋볼 클럽은 태진에게 공식적으로 퍼스트팀 코치직을 제안했다.
원래부터 퍼스트팀의 코치 숫자가 너무 적기도 했고, 지난 시즌 후반기 동안 태진이 퍼스트팀에서 코치로서의 역할을 잘 확립하면서 번리가 스몰 더블을 차지하는데에 크게 기여했다는 조너선 랜드리스와 코치진의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큰 틀의 전술을 감독인 형민이 계획하면, 세부적인 공격과 수비 전술을 덧씌우는건 수석코치인 카롤리나의 몫.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선수들의 체력 훈련과 관리는 피트니스 코치인 파울루 모라오의 몫.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심리와 상태를 케어하면서 계획된 훈련 세션을 진행하는건 태진의 몫.
그리고 상대에 따른 세부적인 전술 변화는 모두 함께 구상하면서 형민이 결정하는 구조였다.
물론 형민의 떨떠름한 동의를 받는 과정도 있기는 했지만, 아무도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도 태진이 코치진에 합류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건 인정할 수 밖에 없었으니까.
물론 갑자기 한국에서 영국 시골로 옮겨와야 하는 태진의 아내와 가족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태진의 아내 혜린이 지난번에 방문했던 조용하고 한적한 번리를 마음에 들어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 사람이 단숨에 납득하는 현지에서의 영어 교육이라는 키워드로 태진은 아내를 한방에 설득하는 데에 성공했다.
결국 여름 휴식기 동안 번리 인근에 집과 아이들의 학교를 알아보느라 분주했던 태진은 선수단과 함께 한국에 입국했다가, 여름 투어가 끝나면 아예 가족과 함께 번리로 돌아오는 일정을 확정했다.
아예 한국에서 진행될 여름 전지훈련과 친선경기를 위해서 전세기를 대여했던 헬레나가 가족의 동행을 흔쾌히 승인해준 덕분이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준비를 마무리한 번리 풋볼 클럽은 드디어 구단 역사상 최초의 동아시아 투어에 시동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