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73)
173화: 5연패
번리의 주민들이 애용하는 더 라이플 볼런티어 인.
재건축이 마무리를 향해서 달려가고 있는 뉴 터프 무어에서 남쪽으로 2개 블록 정도 걸어 내려오면 나오는 작고 아담한 술집.
안주라고 말할만한건 소금을 잔뜩 뿌린 칩스 정도 밖에 없지만, 자체적으로 만드는 기네스가 일품이어서 하루의 일과를 끝낸 후에 여기서 한잔 하는게 낙이라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단골들이었다.
그리고 번리 풋볼 클럽 공식 서포터즈의 비공식 본부이기도 한 이곳.
공식 서포터즈에게 뉴 터프 무어에 사무 공간을 내주겠다는 구단 측의 제안을 정중하게 사양하고 더 라이플 볼런티어 인을 선택한 실질적인 이유는 회의를 핑계로 마음껏 맥주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층 바 옆에 걸려있는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면서 맥주를 홀짝이고 있는 단골들을 표정은 어두움 그 자체였다.
[…독의 자리가 위태롭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티비에서 흘러나오는 패널의 지적에 스튜디오와 술집 모두 쥐죽은듯한 침묵이 흘렀다.
방송 기준으로 한참이나 정적이 흐른 다음에서야 진행자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지난 시즌이 끝났을 때나 이번 시즌에서 UEFA 슈퍼컵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승부차기까지 끌고 갔을 때를 생각한다면 정말 상상도 하기 힘든 일입니다만···.] […그러니까 선수단의 교체 폭이 너무 컸어요! 이건 풋볼 디렉터가···.]진행자의 말에 패널 중 한명이 답답함을 참지 못하겠다는듯 지적하자, 그를 맞상대하는 다른 패널이 반박했다.
[…그게 아니라 결국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너무 컸다니까! 감독이나 풋볼 디렉터가 어떻게 그것까지 잡겠어!] […선수단을 관리하는 것은 감독의 몫이라고!]두 패널들이 서로 열기를 피워올리면서 논쟁을 시작했다.
이미 지난 두어 달 동안, 점점 열기를 키우면서 같은 주제에 대해서 논쟁을 벌이고 있었지만, 진행자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먼저 한 명씩 얘기를 해보시지요.] […이미 충분히 많이 얘기한 것 같기는 하지만···.]패널이 다른 패널을 쏘아보면서 말했다.
[…번리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 선수 교체폭이 너무 컸어요. 지난 시즌의 퍼스트팀에서 무려 9명이나 떠났는데, 12명이나 새로 영입이 됐어요. 심지어 그 중에 2명은 부상 때문에 시즌이 시작하기 2주 전에! 선수단의 호흡이 안 맞는건 당연하다고요.] […그건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그래서 그때는 어땠냐고?!]동료 패널의 발언을 끊어냈다.
[…지난 시즌 초기에도 번리는 계속 조직력 문제로 고생하면서 성적이 들쑥날쑥 했다고. 기억이 정확하다면 8월과 9월 동안 프리미어 리그에서 3승 4패···.] […4승 3패입니다만, 말씀 계속하세요.]진행자가 살짝 끼어들어서 수치를 바로잡아주었다.
[…어쨌든! 반타작 밖에 못 했어요. 물론 나이가 많은 베테랑들을 방출하고 유망주들을 영입한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리빌딩에 도움이 되었지만, 단기적으로는 경기력에 문제가 많았어요.] […근데 그걸 해결했잖아! 어쨌든 지난 시즌에 번리는 4위를 기록하고 카라바오컵이랑 유로파 리그까지 우승했다고!]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패널이 동료의 발언이 끝나자 답답한듯이 바로 얘기를 시작했다.
[…번리 같이 계속 선수단의 변화가 진행될 수 밖에 없는 팀은 시즌 초반에 흔들릴 수 밖에 없다고. 솔직히 알렉스 퍼거슨 경이 지휘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슬로우 스타터로 악명이 높았잖아!] […그래도 이렇게 시즌을 시작한 적은 없었어.]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출신 패널의 침통한 답변에 순간 스튜디오 내에 정적이 흘렀다.
티비 너머로 패널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더 라이플 볼런티어 인에서 모여 있던 번리 주민들이 우울함을 술잔에 빠뜨리려는듯 일제히 들고 있던 맥주잔을 비우고 침울하게 한 잔을 더 주문하는 가운데, 두번째 패널이 흥분이 조금 가라앉은듯 자신의 관점을 설명했다.
[…어쨌든, 이번 시즌 초기를 망친건 부상이 더 크다고 봐요. 형민 김 감독이나 번리의 풋볼 디렉터 조너선 랜드리스가 시즌 초반에 조직력이 문제가 생길거라는걸 몰랐을리가 없어요. 그러니까 아예 한국에서 거의 1달이나 전지훈련을 한거잖아요? 근데 문제는 엄청나게 부상이 터져나왔다는거지요.]패널들 뒤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 번리의 부상자 명단이 떠올랐다.
[…일단 아담 흘로첵은 크리스마스 이후에나 복귀할 수 있을 것 같고, 킨 루이스-포터도 12월까지 복귀가 아슬아슬해 보여요. 거기에 지난 시즌에 11골 13어시스트를 올려주면서 미드필드에서 공격을 이끌었던 세바스챤 셰만스키도 12월이 되어야 복귀.]말을 하는 자신도 침통한지 얼굴이 어두어진 패널이 설명을 계속했다.
[…벤야민 셰슈코는 10월 초에나 복귀할 수 있을 것 같고, 안드레 안데르손도 비슷한 복귀 일정으로 알고 있어요. 사실상 공격진이 전멸한거나 다름이 없어요. 이번 시즌에 로렌조 루카가 센세이션이기는 하지만 혼자서 공격진을 이끌 수는 없다고요. 어떤 팀도 베스트 일레븐 중 3명이 장기 부상으로 이탈하면 전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는데, 번리는 가뜩이나 선수층이 얇아요.] […어쨌든 이번 시즌에는 24명으로 치르고 있으니까 이전보다는 좀 더 낫지.]옆에 앉아 있던 패널이 퉁명스럽게 지적하기는 했지만, 얼굴이 밝지는 않았다.
[…부상이 이렇게 많이 발생한게 누구의 책임인지는 차지하고요. 번리의 지금 상황이 좋지는 않다는걸 모두 동의하실 것 같습니다.]침울해지려는 스튜디오의 분위기 속에서 진행자가 애써 대화를 끌고 나가기 위해서 노력했다.
[…지금 번리는 프리미어 리그 첫 5경기에서 5연패를 당했어요. 그것도 지난 시즌에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주면서 3전 3승을 거뒀던 토트넘을 상대로는 5대 1로 완패를 당했고요.]프리미어 리그 1라운드에서 웨스트햄을 상대로 2대 1 패배.
프리미어 리그 2라운드에서 뉴캐슬을 상대로 3대 1 패배.
프리미어 리그 3라운드에서 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1대 0 패배.
프리미어 리그 4라운드에서 토트넘을 상대로 5대 1 패배.
그리고 당연히 승리를 거두면서 패배의 사슬을 끊어낼거라고 생각한 만년 승격팀 노리치를 상대한 프리미어 리그 5라운드에서 2대 1 패배.
로렌조 루카가 첫 5경기에서 혼자서 4골을 넣는 분전을 펼치고 있었지만, 팀이 4골을 넣는 동안 13골을 실점하면서 골득실차는 무려 -9골.
승점은 0점으로 프리미어 리그 순위표 20위에 틀어박혀 있는 가운데, 진행자와 패널들의 분위기는 모두 침통했다.
첫번째 경기에서는 UEFA 슈퍼컵의 패배가 여파를 미치고 있나, 생각했다.
두번째 경기에서는 여름 이적 시장에 엄청난 보강을 단행한 뉴캐슬에 초점이 맞춰졌다.
세번째 경기부터 평론가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네번째 경기부터 감독에게 신앙에 가까운 신뢰를 가지고 있는 번리 팬들까지 조금씩 불안감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제 5번째 패배.
설마, 설마 하던 축구계가 경악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문제가 뭔지 딱 한가지를 짚어낼 수가 없다.
초반에 실점한 다음에 질질 끌려가면서 패배하는 경기가 있는가 하면, 잘 나가다가 막판에 집중력 저하로 실점하면서 패배하는 경기도 있다.
토트넘은 시작부터 끝까지 난타당하는 경기였고.
그 이유가 무엇이던 간에, 지난 2시즌 동안 번리를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상대 중 하나로, 그리고 형민 김을 유럽에서 가장 각광받는 젊은 감독으로 만들어준 그 특별한 무언가가 사라졌다.
카림 아데예미의 이탈부터 터프 무어의 재건축으로 인해 팬들의 열렬한 지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지적은 다양했지만, 사실 첫 시즌 초반에는 카림 아데예미가 없었고 뉴 터프 무어는 일반 관중석은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다 완공되었다.
온갖 과학적인 분석과 미신까지 난무하는 가운데,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모두 의견이 갈렸다.
[…번리가 이번 시즌에 강등을 당할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번리의 수뇌진이 5연패나 당한 감독에게 얼마나 더 시간을 줄 수 있을지가 걱정되네요.]지난 2시즌간 혜성처럼 등장해서 번리라는 시골 약팀의 멱살을 잡고 프리미어 리그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린 젊은 동양인 명장에 대한 걱정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진행자가 지적했다.
아무도 끝나기를 원하지 않았던 동화 같은 이야기가 끝날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유망주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펼치는 강렬한 번리의 축구에 매료된 축구계의 관계자들이 한두명이 아니었고, 그건 지금 스튜디오에 모여 있는 진행자와 패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의적절하게 그들 뒤에 펼쳐진 대형 스크린에는 어제 진행된 노리치전의 패배 영상이 흘러나왔다.
5번째의 패배 이후 고개를 떨군 감독을 향해서 번리 팬들은 대형 걸개를 펼친채 새로운 응원가를 맹렬하게 부르고 있었다.
흰 걸개에 선명하게 새겨진 암적색 글씨를 진행자와 패널들이 씁쓸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는 가운데, 패널 중 한 명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 번리가 형민 김보다 더 좋은 감독을 구한다는건 그냥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요.]***
삑!
갑자기 티비의 화면이 어두워졌다.
“이리 나와요.”
“어···?”
집무실에 소파에 사로잡혀 있듯이 파묻혀서 티비를 보고 있던 형민은 다가와서 자신의 팔목을 잡는 헬레나의 완고한 손길에 퍼뜩 놀랐다.
“헬레나?”
“자, 얼른요! 빨리 따라 와요!”
절반쯤은 강제로 집무실에서 끌려나온 형민을 끌고 헬레나는 반필드 트레이닝 센터의 어두워진 복도를 속보로 걸어내려갔다.
“그딴 방에 쳐박혀 있는다고 해답이 나오지 않거든요.”
“그럼···”
“따라오라니까요!”
헬레나가 형민을 끌고 나선 길은 벌써 오랜 옛날 같은 지난 3월에 둘이서 함께 걸어갔던 길이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어둡고, 반필드 트레이닝 센터 옆을 흐르는 칼더 강 위에서 부는 바람은 벌써 차가워지고 있다.
지난번과는 다르게 구름이 끼어서 달이나 별이 보이지 않았지만, 헬레나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형민의 손을 잡아끌었다.
“어디로 가는건가요?”
인적이 드문 산책길을 한참이나 걸어서, 번리 옆에 위치한 패디햄 마을에 근접했지만 다시 빙 둘러가는 헬레나의 이끌림에 따라가면서 형민이 물었다.
“가보면 안다니까요.”
두 사람 모두 빠르게 걷고 있었지만,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그 사이에 맴도는 침묵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번리 시내의 외곽을 통과해서 낮은 언덕에 오르자,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듯 헬레나가 멈추면서 형민에게 더 나아가라고 앞을 손짓했다.
“아···!”
마지막 몇 계단을 더 오르자 확 눈에 들어왔다.
지금 바라보고 있는 광경이 어떤 것인지 그녀의 설명이 필요 없었다.
형민은 환하게 비치는 불빛들과, 아직도 희미하게 들려오는 공사 현장의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어느새 박스석 착공까지 완료되고, 지붕 설치 단계에 돌입하기 시작한 공사장의 전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특별히 높거나 가파르지는 않지만, 가장 뒷좌석조차 경기장의 전경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진 것처럼 손에 쥘 수 있을 것 같은 가까움.
아직 2경기 밖에 치르지 못했지만, 선수들과 관중들 모두 그 특별함에 대해서 이구동성으로 얘기하고, 평론가들과 언론들이 열광적으로 칭찬을 늘어놓는 곳.
관중석에서 선수들의 숨소리와 땀방울마저 느낄 수 있다는, 벌써부터 영국 북서부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구 전용 경기장이라고 평가받는 뉴 터프 무어의 모습에 형민은 숨을 삼켰다.
“어때요? 멋지지요?”
그의 옆으로 다가와서 조용히 광경을 지켜보던 헬레나가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가끔씩 퇴근하는 길에 일부러 이쪽으로 돌아서 공사하는 전경을 지켜보고는 해요.”
“그렇네요.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