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76)
176화: 꿈의 무대
축구계에서는 유럽 챔피언스 리그를 흔히 꿈의 무대라고 부른다.
공식 명칭은 UEFA 챔피언스 리그.
1955년에 유로피언컵이라고 명명되면서 시작된 이 대회는 초기에는 UEFA의 구성 국가들의 1부 리그 우승팀들끼리만 겨루는 토너먼트 대회였다.
그러나 1991년에 조별 예선이 추가되고, 1992년에는 UEFA 챔피언스 리그로 명칭이 변경되었으며 1997/98 시즌부터는 일부 국가에서 복수의 참가팀들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각 국가의 팀들이 유럽의 클럽 대항전에서 거둔 성적을 산출해서 매년 각 국가에 진출권을 배포하기 때문에, 자국 리그의 팀들이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 선전해야 다음 시즌에 더 많은 진출권을 받아낼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엄청난 부와 명예를 모두 거뭐질 수 있는 대회의 참가권을 확보하기 위한 그 순위의 최상단에 있는 것은 잉글랜드와 스페인, 그리고 독일.
그리고 지난 시즌에 3위를 차지하면서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따낸 것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면서 독일 분데스리가의 강호로 자리잡기 시작한 뮌헨글라드바흐였다.
바이에른 뮌헨이나 BVB 도르트문트, 바이에른 레버쿠젠이나 RB 라이프치히처럼 자신들보다 더 부유하고 큰 구단들을 상대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면서, 분데스리가 우승을 5번이나 차지했던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한 걸음을 꾸준히 옮기고 있다.
하지만 54,000석의 보루시아 파크를 가득 메우고 있는 뮌헨글라드바흐 팬들은 깨닫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꿈의 무대가 다른 이에게는 악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
“으악!”
뮌헨글라드바흐의 베테랑 골키퍼 얀 솜머가 괴로운 비명과 함께 머리를 감싸쥐었지만, 정면에서 슈팅을 성공시킨 번리의 젊은 공격수 벤야민 셰슈코는 이미 몸을 돌려서 골 세레모니를 위해 코너 플래그 방향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뮌헨글라드바흐의 선수들이 주심에게 몰려가서 어필을 하고 있었지만, VAR을 확인해보겠다는 주심의 손짓에도 골을 직감한 골키퍼 얀 솜머는 고개를 떨궜다.
화풀이는 다른데 가서 하란 말이야.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 환호하는 원정팬들을 상대로 포효하고 있는 상대팀의 젊은 공격수를 보면서 3번째 실점한 골키퍼가 속으로 생각했다.
“으아아아!!”
관중석을 향해서 포효하는 가운데, 장신의 공격수로 위로 동료들이 뛰어올랐다.
“이 자식! 그동안 많이 굶주렸구나!”
“그래, 많이 먹어라! 으하하하!”
그를 에워싼 동료들의 유쾌한 놀림 속에서도 벤야민 셰슈코는 관중들을 향해서 마지막으로 양 팔을 들어올리면서 환호에 답했다.
본인이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이탈한 가운데, 팀은 5연패의 수렁에 빠졌다가 마침내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극적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살아났고 경쟁자는 6경기에서 5골을 넣으면서 프리미어 리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사실 신입생인 로렌조 루카랑은 사이가 아주 좋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오늘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고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진지하게 지켜보는 안셀로 가르시아 맥널티와 함께 번리 퍼스트팀의 막내로 올해 20살이 된 젊은 공격수는 그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답답함을 한방에 풀겠다는듯, 문자 그대로 미쳐 날뛰고 있었다.
“나쁘지는 않네.”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팔짱을 낀채 경기를 지켜보던 형민이 중얼거리자, 자축하러 테크니컬 에어리어까지 나와 있던 태진이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쁘지 않다고? 야, 저게 어떻게 나쁘지 않은 정도냐!”
거의 2개월이나 부상으로 이탈했다가 치른 복귀전에서 해트트릭을 신고했다.
그동안 피트니스 코치 파울루 모라오와 눈물어린 재활을 진행한 다음에는 경기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서 태진과 맹렬히 훈련에 매진했던 젊은 공격수에 대한 평가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현이었다.
친구의 말에 형민은 어깨를 으쓱했다.
“벤야민도 물론 잘 했지. 하지만 오늘은 전체적인 경기력이 다들 좋아보이는걸.”
“뭐, 그건 내가 봐도 그렇기는 하다.”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주전급을 중심으로 편성한다면 컵대회에서는 후보나 로테이션 자원들을 중심으로 출전한다.
유럽 챔피언스 리그까지 진출했지만 큰 기조는 바꾸지 않은 형민 덕분에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주로 벤치만 달구고 있던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는데, 시위라도 하듯이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 모든 것에 앞서서 뮌헨글라드바흐의 아디 휘터 감독이 내세운 3-4-3 포메이션을 간파하고 허점을 파고든 형민과 코치진의 고심이 빛나고 있기는 했다.
뮌헨글라드바흐는 3백을 중심으로 단단하게 뒤를 지키는 가운데 한때 리버풀과 같은 빅클럽들과 염문설을 뿌렸던 독일 국가대표팀 소속의 플로리안 노이하우스를 중심으로 미드필드를 장악하는 단단한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후방을 든든하게 지키면 공격은 양쪽 윙백과 특히 왼쪽 공격수로 출격하는 프랑스의 전설 릴리안 튀랑의 아들 마르쿠스 튀랑을 중심으로 전개한다.
1998년 월드컵과 유로 2020에서 프랑스 국가대표팀과 함께 우승컵을 들어올린 전설적인 수비수였던 아버지와는 달리 공격수로 재능을 뽐내면서 대를 이어서 프랑스 국가대표팀에도 합류한 마르쿠스 튀랑.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탁월한 신체조건을 기반으로 탁월한 기본기와 개인기술을 통해서 뮌헨글라드바흐의 공격을 이끄는게 그에게 아디 휘터 감독이 부여한 역할이었다.
하지만 오늘 그런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번리의 오른쪽 측면을 지키고 있는 수비수 오스카 밍게자와 중앙 수비수 중에서 오른쪽에 선 네이선 콜린스의 협력 하에 마르쿠스 튀랑은 공을 제대로 만져볼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물론 그보다 앞선에서 니콜라스 세이왈드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파트릭 데 파울라가 플로리안 노이하우스를 제대로 씹어먹고 있다.
그리고 그보다도 더 앞선으로 올라가면 그동안 프리미어 리그에서 혹독한 적응기를 마무리한 에마뉴엘 비냐토와 드디어 부상에서 복귀한 벤야민 셰슈코, 그리고 드와이트 맥닐과 치열한 왼쪽 공격수 차리 다툼을 이어가고 있는 자말 루이스가 최전방에서 날뛰면서 후방에서 빌드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번리의 공격 전개는 지난 시즌에 비해서 투박했고 세부 전술이 잘 안착하지 않고 있었지만, 상대팀은 아예 공격 전개가 되지 않고 있으니 번리 입장에서는 느긋하게 골문을 두들길 수 있다.
거기다가 부상 복귀한 벤야민 셰슈코가 절정의 골감각을 보여주고 있으니 뮌헨글라드바흐 팬들 입장에서는 나름 프리미어 리그에서 자신들과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자부했던 번리를 상대로 암울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뭐, 어쨌든 분위기는 반전이 된 것 같네.”
태진이 지난 두어달보다 한결 가벼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프리미어 리그에서 드디어 첫 승.
카라바오컵 3라운드에서는 비록 3부 리그 소속이기는 했지만 브리스톨 로버스를 가볍게 2대 0으로 완파하면서 승리.
이제 챔피언스 리그 B조 예선의 첫 경기인 뮌헨글라드바흐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 3개 대회에 걸쳐서 3연승을 거두면서 5연패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씻어낼 수 있겠지.
“아직 승리가 확실한건 아니야. 마지막까지 집중을 잃지 말자고.”
형민이 고개를 저으면서 15분 정도 남은 경기에 대해서 친구에게 주의를 주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서도 핏줄이 돋아나도록 주먹을 힘껏 쥔 친구의 모습에 태진이 피식 웃었다.
“그래. 그게 중요하기는 하지.”
***
“…까지 완료가 되면, 전체적으로 마무리가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번리의 구단 훈련장과 사무실이 위치한 반필드 트레이닝 센터.
번리의 이사회 의장 겸 구단주 대리인 겸 대표이사 겸 재무이사 헬레나 카트라이트와 번리의 이사들, 그리고 뉴 터프 무어의 건설을 담당하고 있는 에밀 카트라이트와 겐슬러 건축사무소의 공사 총괄 마이클 헨슬러가 참여하는 회의였다.
계획 초반에 긴박하고 초조한 분위기에서, 순조롭게 일정대로 진행된 공사 덕분에 어느새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져 있었다.
물론 공사 현장에서 헬레나 카트라이트라는 이름은 악마와 마녀의 동의어 정도로 취급되고 있었지만, 그건 앞장서서 자신의 불쌍한 처지를 하소연하는 에밀 카트라이트의 영향이 상당히 컸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앞에서는 우아하게 미소를 지은 헬레나는 뒤를 돌아선 다음에 동생의 등짝을 사정없이 후려쳤지만.
“생각보다 훤활하게 잘 진행이 되었네요.”
“네. 아무래도 이번 가을 날씨가 예상보다 맑았던게 공사 기간을 단축시키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공식적인 자리인 만큼, 에밀도 정중하게 누나의 지적에 답변했다.
기존의 터프 무어를 폭발로 해체한 후, 바닥 고르기부터 시작해서 사전에 건조된 조립식 좌석들을 설치하고, 그 와중에 경기장 잔디를 다시 깔면서 일반 관중석을 오픈하는게 1단계.
일반 관중석 위에 역시 사전에 건조된 조립식 박스석을 설치하는게 2단계.
마지막으로 고정된 관중석과 박스석을 균형추로 삼아서 지붕을 설치하는게 3단계.
영국의 날씨와 주변 여건을 확인한 후, 접이식 지붕이 불필요하다는 결론 하에 지하에 난방 장치가 설치된 경기장의 잔디 윗부분이 동그랗게 뚫린채 영국의 하늘을 볼 수 있게 된다.
건설 허가를 내주러 방문한 정부의 엔지니어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복잡한 계산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관중석과 박스석의 무게가 오히려 지붕의 하중을 버텨주는 공학적인 설계가 가미된 경기장 건설이었다.
한참이나 동생한테서 설명을 들었지만, 헬레나의 반응은 단순했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가능하고, 법적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거네? 그럼 됐어.”
겐슬러 건축사무소가 제안한 조립식 지붕의 설치가 실제로 가능한지 타당성 조사를 해서 설명해달라는 헬레나의 요청을 곧이곧대로 해석.
무려 3일 밤낮을 불태워서 자료를 준비하고 두 시간 넘게 물리와 기하, 그리고 온갖 수학을 다 풀아놓은 설명에 시간을 쏟아넣은 에밀을 단번에 쓰러뜨리는 소소한 복수였다.
그런 우여곡절을 넘어서면서 어느새 2단계가 마무리된 뉴 터프 무어의 공사는 지붕을 설치하는 3단계에 돌입하고 있었다.
사실 경기장 지붕이라는건 경기를 관람하는 것을 더 쾌적하게 해주는 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경기 관람 그 자체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이미 35,000석의 경기장 일반 좌석들과 36개의 박스석은 이미 모두 사용이 되고 있는 상황.
17,500개가 배포된 시즌 티켓은 번리의 전 주민들이 달려든 격렬한 쟁탈전 끝에 5시간 만에 매진되었다.
시즌 티켓 대기자만 5천여명이 더 추가된 가운데, 벌써부터 경기장 확장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
그러나 헬레나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존의 계획을 밀어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