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79)
179화: 순위표 등반
“여어, 잘 왔어.”
“오케이.”
파트릭 데 파울라.
올해 23살.
브라질에서 넘어온지 이제 몇달 밖에 되지 않아서 아직 영어를 잘 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내민 주먹의 의미가 뭔지 잘 알 수 있었다.
파트릭 데 파울라는 씩 웃으면서 주장의 주먹에 자신의 주먹을 가볍게 마주 대었다.
최전방에서는 로렌조 루카가 오랜만에 합류한 공격진 사이에서 왼쪽의 드와이트 맥닐과 오른쪽의 안드레 안데르손과 신호를 주고 받고 있었다.
뒤에서는 좀 더 수비적인 위치로 내려간 토마소 포베가가 중앙 수비수들과 위치를 조율하고 있었고, 양쪽 측면에서는 왼쪽 수비수 루카 페예그리니와 오른쪽 수비수 구가가 어슬렁어슬렁 전진하고 있었다.
“알지?”
“그럼.”
귀에 못이 박히도록 설명을 듣고, 다리에 쥐가 나도록 훈련장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위치를 몸으로 익혔다.
머리로 알고 있는 지식은 반쪽짜리라는 감독과 수석코치의 단호한 지적 하에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일 때까지 포지션과 동료들의 위치,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변화를 몸에 새겨넣는 행위.
감독과 수석코치가 요구한 것은 단순히 지시된 전술적 움직임을 가져가는 것 뿐만 아니라 각 동료의 스타일과 성향,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지에 대해 본능적으로 간파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와야 한다.
“미리 짜여진 세부 전술은 결국 간파당할 수 밖에 없어! 거기서 너희들이 얼만큼 변주를 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변주를 동료들이 얼마나 더 뒷받침해줄 수 있는지에 따라서 공격의 성공과 실패가 결정되는거야!”
수석코치의 매서운 지적.
아직 그 정도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브라질의 명문 파우메이라스에서 유소년 시절부터 올라오는 동안 직감적으로 경기가 잘 풀릴 때의 상황을 훈련을 통해서 구현하는 것을 보면서 감탄했다.
세계 최고의 감독들과 코치들이 모인 세계 최고의 리그.
영국 북서부에 위치한 시골 클럽이라고 감독과 코치진은 자조적으로 웃으면서 말했지만, 그가 느끼기에는 지난 2시즌 동안 잉글랜드와 유럽 전역, 그리고 더 나아가서 축구계를 강타한 신선한 바람을 불고 왔던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파트릭 데 파울라는 경기장을 누비면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왼쪽의 드와이트 맥닐은 엄청난 기교와 개인기를 갖추고 있지만, 마지막 선택지에서 위험보다는 안정을 선택하는 유형이다.
브라질 출신이 그런 정도의 개인기를 가지고 있다면 빼앗기기 전까지 동료에게 공을 내주지 않겠지만, 드와이트 맥닐은 전혀 그런 욕심이 없었다.
오히려 감독과 코치진이 더 위험을 감수해도 된다고 선수를 설득하고 있는 상황.
어쨌든 드와이트 맥닐은 왠만한 상황에서는 공을 빼앗기지 않고, 따라서 파트릭 데 파울라는 수비수 2명이나 달라붙어 있는 동료를 급하게 지원하기보다 고개를 슥 돌려서 경기장의 전체적인 상황을 눈에 담았다.
반대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같은 브라질 출신의 동료 안드레 안데르손은 엄청나게 공격적인 성향.
최대한 상대팀 골문에 가깝게 접근해서 본인이 골장면에 직접 기여하고 싶어하는 욕심이 많은 유형이다.
불필요한 슈팅 욕심까지 부리지는 않지만, 욕심과 기여 사이의 아슬아슬한 선에서 상대팀과 우리팀의 관심을 모두 한 몸에 받는걸 즐기는 스타일.
아니나 다를까, 안드레 안데르손은 혹시나 올라올지 모르는 크로스나 패스를 받기 위해서 지금도 풀럼의 왼쪽 수비수를 뒷꽁무니에 달고 페널티 박스 깊숙히 침투하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오프사이드 라인을 넘나들면서 풀럼의 골키퍼를 비롯한 수비진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상황.
그렇게 번리의 양쪽 측면 공격수들이 수비진과 골키퍼의 시선을 이런 식으로 확 끌어당긴다면 결국 비는건···.
“드와이티!”
짙은 억양 속에서도 명확하게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풀럼 수비수 2명을 마주한채 돌파할 기회를 엿보던 번리의 보석 드와이트 맥닐은 고개도 들지 않은채 왼발로 공을 강하게 밀어주었다.
사이드라인을 타고 내려간 공이 도착한 것은 맹렬히 앞으로 달려나오고 있던 왼쪽 수비수 루카 페예그리니의 발 앞.
여기서 자신 있는 왼발을 사용해서 단번에 페널티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보낼 수도 있지만, 이렇게 풀럼의 수비수들이 페널티 박스 안에 밀집해 있는 현재 상황에서 그건 도박에 가깝다.
그렇다고 페널티 서클쪽으로 빠르게 튀어나오고 있는 이탈리아 국적의 동향 친구 로렌조 루카에게 공을 보내기에는 슈팅 각도가 안 나올거다.
물론, 이 모든걸 굳이 직접 고려하지 않아도 공격 전개의 시작을 알린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를 생각하면 다 쉽게 해결된다.
“간다!”
짧은 경고와 함께 루카 페예그리니가 대각선으로 찔러준 공을 파트릭 데 파울라가 골문을 등진채 오른발을 슬쩍 내밀어서 다리 사이로 통과시키는 동시에, 우아하게 오른쪽으로 180도 턴을 돌았다.
“어어?!”
압박하기 위해서 그의 등 뒤로 달려오던 풀럼의 베테랑 미드필더 나타니엘 찰로바가 당혹스러운 외침을 토해냈지만, 이미 상대팀 선수 한명을 벗겨낸 파트릭 데 파울라는 그대로 공을 몰고 전방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조너선 랜드리스와 스카우트팀이 발굴한 이 브라질 출신의 재능은 그야말로 전천후 미드필더.
특히 브라질 출신답게 패스와 드리블 같은 기술은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포지션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다.
“이쪽이야!”
이미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하고 있던 안드레 안데르손은 손을 들면서 외치는 동시에 페널티 박스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로질렀고, 반대로 왼쪽 사이드라인에서 상대팀 수비수 2명을 상대하던 드와이트 맥닐은 조용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침투했다.
페널티 박스 한복판에서 상대팀의 양쪽 측면 공격수가 X자로 엇갈리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
좌우로 시선이 분산된 풀럼의 수비진과 미드필더들이 당황하는 가운데, 정신없는 상대팀의 움직임 속에서도 유일하게 맨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풀럼의 노련한 골키퍼 베른드 레노가 정면을 손가락질했다.
“정면! 정면을 막으란 말이야!!”
이미 늦었어.
입 밖으로 말을 내뱉는 대신 숨을 아끼면서 파트릭 데 파울라는 오른발을 들어서 낮고 강하게 정면으로 공을 찔러주었다.
공이 향하는 대상은 어느새 페널티 마크까지 전진한 거구의 공격수, 로렌조 루카.
번리의 루카 삼총사 중 첫번째를 자처하는 거구의 이탈리아인은 국적을 생각한다면 당연하고 체구를 생각한다면 말도 안 되는 부드러운 동작으로 왼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렇게 뒤에서부터 들어오는 공을 절묘하게 왼발과 오른발 사이에 흘려보내는 동시에, 앞으로 내디뎠던 왼발을 디딤축으로 삼아서 오른발을 높이 들어올렸다.
“으헉!”
양쪽에서 달려들던 풀럼의 중앙 수비수 두 명은 그 거구가 펼쳐낸 양쪽 팔꿈치에 제대로 접근도 못하고 있는 사이, 온 힘을 다해서 휘두른 오른발 끝에 걸린 공이 대포알처럼 날아가는 동시에 풀럼의 골키퍼가 공포의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
번리의 원정팬들이 격렬하게 함성을 지르는 가운데, 꼼짝도 못한 베른드 레노의 왼쪽을 통과한 공은 그대로 골네트에 틀어박혔다.
후반 81분, 점수는 2대 1.
양 팔을 하늘을 향해서 치켜든채 포효하는 로렌조 루카와 환호하는 번리 벤치를 배경으로 번리가 승점 6점에 성큼 다가섰다.
***
[…제 좀 살아나는건가요?] […오버페이스 느낌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번리가 잘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적어도 5연패 이후 형민 김 감독을 경질하지 않은 번리 경영진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하네요.]티비에서 흘러나오는 평론가들의 논의를 듣고 있던 헬레나가 쿡쿡 웃었다.
“들었어요? 내가 당신을 자르지 않은게 잘한거라고 하네요.”
“어, 내 생각에도 당신이 나를 자르지 않는게 잘한 것 같은데?”
나란히 소파에 앉은채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헬레나에게 형민이 반론하자, 헬레나는 고개를 들어서 형민의 얼굴을 확인한 다음에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뭐에요! 난 또 진지하게 얘기하는줄 알았잖아요.”
설마 최근의 성공에 취했나?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건 알면서도 설마하는 생각에 형민의 얼굴을 확인했던 헬레나가 피식 웃으면서 다시 고개를 그의 어깨에 기댔다.
“뭐, 최근에 잘 하고 있기는 해요.”
프리미어 리그 7라운드에서 풀럼을 상대로 2대 1 승리로 3점을 추가해서 승점 6점.
프리미어 리그 8라운드에서 리즈를 상대로 2대 1 승리로 또 3점을 추가해서 승점 9점.
프리미어 리그 9라운드에서는 브렌트포드를 상대로 2대 0 승리로 다시 3점을 추가해서 승점 12점.
프리미어 리그 10라운드에서 크리스털 팰리스를 상대로 3대 0 승리로 3점을 한번 더 추가해서 승점 15점.
그 사이에 카라바오컵에서는 전반전에만 4골을 몰아넣으면서 블랙풀을 가볍게 4대 2로 완파했고,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AS로마와 클럽 브뤼헤를 상대로 1승씩 거뒀다.
5연패 이후 9연승.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5승 5패로 정확한 반타작.
덕분에 프리미어 리그 10라운드가 되서야 간신히 20위에서 강등권을 벗어난 15위까지 순위가 상승했다.
물론 승점 27점을 기록하고 있는 리버풀이나 24점을 기록하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와 같은 선두 그룹을 따라잡기에 현재까지 확보한 15점으로는 갈 길이 멀고도 멀지만, 적어도 이번 시즌이 강등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마무리될거라는 걱정은 이제 사라졌다.
오히려 이번 시즌의 프리미어 리그는 망쳤으니, 차라리 3연승으로 조 1위를 달리고 있는 챔피언스 리그에 팬들의 관심이 더 집중되고 있는 상황.
팀 내에서는 7골을 넣은 로렌조 루카와 5골을 넣은 벤야민 셰슈코 사이의 우호적인 경쟁이 제일의 관심사였다.
“로렌조가 잘 하는 모양이지요? 요즘 벤야민의 표정이 아주 비장하던데요.”
“기대한 것보다도 잘 적응하고 있어요. 확실히 실력은 진짜니까요.”
형민의 대답에 헬레나가 다시 쿡쿡 웃었다.
“태진이 잘 지도하는 것도 있고요. 그렇지요?”
“흠···.”
로렌조 루카와 벤야민 셰슈코 모두 태진의 지도 하에 매일 같이 특훈을 받고 있었다.
센추리 클럽에 가입한 베테랑 공격수 출신 코치의 지도를 아무 때나 받을 수 있는게 아니다.
더욱이 태진은 로렌조 루카나 벤야민 셰슈코와 마찬가지로 큰 키에 우월한 체격 조건을 천부적인 축구 감각과 결합시켰던 유형.
큰 키 덕분에 섬세한 움직임에 약한 로렌조 루카나, 아직 체격적으로 성장이 완료되지 않으면서 장신 수비수들의 거친 수비에 대응하는 경험이 부족한 벤야민 셰슈코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거기에 우호적인 경쟁까지 덧붙여지면서 번리의 두 중앙 공격수는 상대팀 중앙 수비수들의 악몽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형민은 그냥 어깨를 으쓱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형민과 태진 사이의 미묘한 애증 섞인 우정을 잘 이해하고 있는 헬레나는 그냥 씩 웃어주었다.
“뭐, 이대로만 계속 되면 좋겠네요.”
공사도 이제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고, 팀 성적은 완전히 바닥을 치고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며, 애매모호했던 연애도 이제 상당히 단단해졌다.
헬레나의 말에 형민이 기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깨에 머리를 걸치고 있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왜 그래요?”
“아니, 내가 그런 말을 하면 주변에서 자꾸 사망 플래그를 올리지 말라고 하도 뭐라고 해서요···.”
에이,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