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8)
18화: 도약할 준비
8월에 치룬 4경기를 모두 승리로 끝내면서 좀 개선됐던 팬들의 분위기는 다시 암울해지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티비나 경기장과 펍, 그리고 번리 주민들의 거실에서 어떤 대화가 오가든, 김은 진지하게 라커룸에 둘러앉은 선수들을 바라보았다.
“애슐리 웨스트우드가 나간건 아쉽지만, 저는 여기에 있는 선수들이 충분히 그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전대로, 그리고 우리가 연습한대로 하면 충분히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선수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맞추려고 노력하면서, 그리고 자신이 속으로 느끼고 있는 긴장감과 중압감을 애써 숨긴채 형민은 힘주어서 한마디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러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나가서 우리의 경기를 펼쳐주세요. 우리가 연습하고 목표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면 저는 절대로 여러분을 탓하지 않을겁니다. 그리고 믿어주세요. 지난 4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여러분의 저력을.”
감독의 진지한 말에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의 마지막 작전 점검이 끝나자, 주장인 벤 미가 일어나서 선수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지난달에 우리한테 유리한 경기가 하나라도 있었나?”
“아니!”
선수단이 함께 외쳤다.
그런 선수단을 바라보면서 벤 미가 외쳤다.
“우리가 이길거라고 얘기한 인간들이 밖에 한 명이라도 있었나?”
“아니!!”
“그런데 누가 이겼지?”
“우리가!!!”
선수단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는 가운데, 주장이 마지막으로 구호를 외쳤다.
“For ever and ever(영원히 영원히)! 우리가 누구지?”
“We are Burnley(우리는 번리)!!!!”
번리는 임대생을 무려 3명이나 선발 출전시키는 강수를 두었다.
붙박이 골키퍼인 닉 포프 위에 수비진은 오른쪽부터 맷 로튼, 제임스 타코우스키, 벤 미, 그리고 찰리 테일러.
하지만 애슐리 웨스트우드가 빠진 미드필드에서는 베테랑 부주장 잭 코크까지 벤치로 밀어내고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
중앙 미드필더로는 조시 브라운힐과 한니발 메이브리가 출격했다 .
한편 공격진에서는 그동안 번리에서 가장 폼이 좋았던 제이 로드리게즈가 가벼운 부상에 따른 컨디션 저하로 벤치행.
따라서 오른쪽부터 카림 아데예미, 크리스 우드, 드와이트 맥닐이 섰다.
반면에 번리의 4-3-3 포메이션을 맞아서, 강등권 탈출의 경쟁자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왓포드는 전통적인 4-4-2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의 베테랑 골키퍼 벤 포스터가 골문을 지키는 가운데, 오른쪽부터 프란시스코 시에랄타, 윌리엄 트루스트-에콩, 크리스챤 카바셀레, 아담 마시나.
미드필드는 오른쪽부터 엠마뉴엘 데니스, 무사 시소코, 쥬라이 쿠카, 조슈아 킹.
공격은 수많은 상위권 구단들이 탐내는 세네갈 국적의 에이스 이스마일라 사르와, 유소년으로 왓포드에 합류한 후 4년간 임대를 전전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서 마침내 주전으로 도약한 쿠쵸 에르난데스.
표면적으로는 시즌 시작 전에 나란히 강등권 후보 1, 2위를 다투던 팀들 답게 전력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두 구단이었다.
팽팽한 경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주심의 휘슬과 함께 왓포드의 킥오프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초반에 두 팀이 서로 탐색전을 벌일거라는 예상은 시작과 함께 바로 쓰레기통에 던져졌다.
“골! 골입니다! 클라렛을 빛내는 26번! 바로 한니발~ 메이브리~!!!”
아나운서의 외침과 함께, 이제 전반전의 7분을 소화한 번리의 홈구장 터프 무어는 기쁨으로 날뛰는 홈팬들의 고함과 함성으로 뒤덮였다.
선제골을 넣고 코너플래그로 달려가서 양 팔을 벌린채 팬들의 함성을 만끽하던 한니발 메이브리 위에 번리의 선수들이 뛰어올랐다.
“잘했어! 잘했어!”
기뻐 날뛰는 가운데 주장인 벤 미와 베테랑 중앙 수비수인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어린 신입 미드필더를 양쪽에서 잡고 마음껏 뒤흔들었다.
그런 두 베테랑의 뒤이어 달려온 번리 선수들이 한니발을 마구 껴안으면서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으아아아!!”
격렬한 골세레모니 후, 번리쪽 진영으로 돌아가던 가운데 마지막으로 한니발 메이브리에게 다가온건 오른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서 방금 어시스트를 올렸던 카림 아데예미였다.
“짜식. 좀 하기는 하네.”
“내가 원래 좀 잘 하기는 하지. 뭐, 여튼. 칭찬해줘서 고맙다.”
카림 아데예미의 시큰둥한 칭찬에 한니발 메이브리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자랑했다.
“여전히 마음에 안 드네. 내 어시스트가 아니었으면 골도 안 들어갔거든? 다음에 어시스트로 갚아라.”
“훗. 생각해볼께. 근데 난 어시스트보다는 골을 더 좋아해서.”
“뭐래니. 공격수는 나라고.”
티격태격하는 한니발 메이브리와 카림 아데예미의 목이 그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사람이 양쪽으로 펼쳐낸 단단한 팔뚝에 휘감겼다.
“이 자식들아! 좀 친하게 지내자고! 엉?!”
“켁! 켁!”
“수, 숨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강철 같은 팔에 목이 졸리기 시작한 두 선수는 양손으로 그 팔뚝을 밀어내면서 필사적으로 숨을 쉬기 위해서 애썼다.
“골! 또 골입니다! 클라렛을 빛내는 9번! 바로 크리스~ 우드~!!!”
방금 전에 넣은 골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추가 골을 넣은 번리의 홈구장 아나운서가 희열에 가득찬 함성을 질렀다.
[아···이건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말을 할 수가 없네요.]전반 13분, 크리스 우드가 추가골을 넣은 장면을 바라보면서 캐스터가 감탄했다.
[이건 김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번리의 선수들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프리미어 리그의 역사상 이렇게 불리한 조건 속에서 이렇게 빠르게 결과를 도출한 감독이 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선발 라인업 중에 3명이 2주 전에 합류해서 번리에서 첫 경기를 치루고 있는 20세 미만의 임대생이에요. 사실 A매치 기간인 것을 감안하면 손발을 맞출 시간이 하나도 없었는데, 번리는 매끄럽게 경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번리의 수석코치를 맡은 아서 브림로우는 아주 오랫동안 유소년 육성을 담당했기 때문에 노하우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선수 간의 호흡을 이렇게 빨리 맞출 수 있는지는···.]김은 번리의 선수들, 특히 신입들에게 명확한 역할을 주문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니콜라스 세이왈드는 그 무지막지한 활동량을 이용해서 미드필드를 좌우로 휩쓸면서 수비진을 보호하고, 상대팀의 공격을 분쇄해서 공을 빼앗는 역할을.
중앙 미드필더 중 패스 능력이 가장 좋은 조시 브라운힐은 공을 받아서 공격를 전개하는 것을.
그리고 창의성과 기술이 가장 뛰어난 한니발 메이브리는 지속적으로 상대편 수비진에 침투하면서 제2, 제3의 기회를 창출하거나 직접 슈팅을 날리도록.
각각 왼쪽과 오른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드와이트 맥닐과 카림 아데예미는 빠른 발로 수비진을 휩쓸면서 각자의 판단에 의해서 사이드라인을 따라가서 넓이를 벌리거나, 아니면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접고 들어갈 것.
그러면 중앙에서 크리스 우드는 미끼 역할로 물러나거나, 아니면 역으로 밀고 들어가서 슈팅.
그렇게 감독이 주문한대로, 번리의 첫 번째 골은 크리스 우드가 미끼로 페널티 박스에서 물러나는 가운데 그와 엇갈리면서 역으로 침투하여 일시적으로 최전방 공격수가 된 한니발 메이브리가 카림 아데예미의 패스를 받아서 마무리.
그리고 번리의 두 번째 골은 한니발 메이브리와 카림 아데예미를 경계하느라 왓포드의 수비진이 왼쪽으로 쏠린 틈을 타서 드와이트 맥닐이 올린 크로스를 크리스 우드가 가볍게 헤딩으로 골.
분명한 패턴이 있었는데, 전술을 수행하는 속도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번리 선수들의 체력에 압도당한 왓포드는 전반전에 2골을 실점하고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다.
후반 63분의 코너킥 상황에서 주장인 벤 미가 추가골을 넣은 것이 경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형민의 전술에 놀아난 왓포드였다.
***
BCC의 이브닝 정기 뉴스가 끝난 후, 스포츠 뉴스가 다뤄지는 시간.
축구에 미친 영국답게, 특히 프리미어 리그 경기가 열린 날에는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시간이 축구에 할애되었다.
그날의 주제는 5연승을 이어가면서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것과 함께 일약 대스타로 떠오른 김의 번리였다.
“슈팅은 24대 7, 유효슈팅은 13대 3, 기대득점은 2.57점 대 0.59점. 이건 뭐···왓포드가 불쌍하다고 말해야 하는 수준이네요.”
수치들을 분석하던 선수 출신의 패널이 고개를 흔들며 말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진행자가 말을 이었다.
“네, 시스코 무뇨스 감독이 집에 돌아가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고민을 해봐야 할 정도로 왓포드는 처참하게···속된 표현을 써서 죄송합니다만, 쳐발렸어요.”
테이블에 둘러앉은 패널들이 일제히 나직한 웃음을 터뜨렸다.
“신기한건 김의 전술은 지난 5경기 동안 바뀌지 않았는데, 상대팀들이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이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진행자의 질문에, 서로를 둘러보던 패널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미드필더 출신에 명감독으로 이름을 날렸던 노년의 신사가 설명했다.
“아는거랑 막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김의 전술이 혁명적이거나 획기적인 건 아니에요. 4-3-3 포메이션 기반의 전방 압박과 빠른 역습은 사실상 위르겐 클롭 감독이 도르트문트에서 게겐프레싱으로 분데스리가를 2번이나 우승하면서 완성형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장점만큼 단점도 뚜렷한 전술이지요.”
다른 패널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진행자가 물었다.
“그렇다면 왜 다른 감독들이 김의 전술에 대응하지 않는걸까요?”
“대응하지 않는게 아니라 못하는 겁니다. 왓포드 전의 첫 번째 골을 볼까요?”
그의 말에 맞춰서 패널들 뒤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 왓포드의 첫 번째 실점이 떠올랐다.
의자를 돌려서 스크린을 바라본 은퇴한 노장이 천천히 화면에 손을 짚으면서 설명했다.
“보세요. 번리의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왓포드의 공격이 끊겨지고 나서 제임스 타코우스키, 조시 브라운힐, 카림 아데예미, 그리고 최전방의 한니발 메이브리. 단 4번의 터치로 상대편 골문까지 도달했어요.”
그의 설명에 맞춰서 천천히 영상이 돌아가면서 번리 진영에서 왓포드 진영으로 공이 움직였다.
“슬로우모션이니까 길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 이게 걸린 시간은 5초? 아마 그것도 안될 겁니다. 일단 공격으로 나간 선수들이 복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고, 수비쪽에 남아 있는 수비수들조차 포지션을 잡기에는 시간도 인원도 부족해요.”
영상이 움직이면서, 크리스 우드가 왓포드의 두 중앙 수비수를 끌고 내려오고, 그 빈 자리를 한니발 메이브리가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침투하는 장면까지 재생되었다.
은퇴한 노장은 크리스 우드를 따라나온 왓포드의 두 수비수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