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82)
182화: 16분, 그리고 8분당 1골
“으아아아!!!”
또 한번 홈팬들의 함성이 울려퍼지면서 번리 선수들은 또다시 고개를 떨어뜨렸다.
2대 1에서 2대 2에서 이제 점수는 2대 3.
아스널 팬들의 함성 너머로 장내 아나운서의 신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골! 골입니다! 점수는 3대 2! 이번 득점은 거너스가 자랑하는~]“부카요~ 사! 카!”
아나운서의 외침에 맞춰서 열광하는 홈팬들이 선수의 이름을 합창하면서 화답했다.
에밀 스미스 로우에 이어서 아미네 귀이리, 그리고 이제 부카요 사카까지.
후반전이 시작하고 3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번리는 3실점을 하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겼다.
이번 시즌 초반에 혹독한 시련을 겪었지만, 이렇게 심하게 상대팀한테 당한 적은 거의 없었다.
토트넘을 상대로 5대 1 완패를 당했지만, 토트넘은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로 손꼽히는 해리 케인과 손흥민을 필두로 노련한 선수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번리 유치원이라는 비아냥을 듣을만큼 젊은 번리 선수들 못지 않게 젊음으로 가득찬 아스널 선수들에게 당하는 느낌은 또 다르다.
특히 전반전을 완전히 지배했던 상황이 20분만에 반전되자 다리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킥오프를 기다리는 가운데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던 니콜라스 세이왈드는 사이드라인에서 대기심이 들어올리는 교체판에 가슴이 덜컥했다가, 아쉬운 표정의 에마뉴엘 비냐토가 바람처럼 교체를 위해서 뛰어가는 모습에 안도하는 자신에게 깜짝 놀랐다.
아직까지 프리미어 리그의 강렬한 체력전에 적응이 완료되지 않은 에마뉴엘 비냐토를 후반전 중반에 교체할거라고 하프타임 때에 감독님의 설명을 들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생각에 잠겨있는 그에 교체투입된 안드레 안데르손이 달려왔다.
“정신 차리래!”
“뭐?”
어리둥절한 표정의 니콜라스 세이왈드에게 안드레 안데르손이 한심하다는듯 고개를 흔들었다.
“감독님이 말이야. 너 보고 정신 차리라고 전달하셨다고.”
“아···!”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고 있던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바라보니, 감독이 벤치에 앉아서 손에 턱을 괸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 지금 뭐하냐?
어이없다는 표정과 한심하다는 표정이 뒤섞여 있지만 그래도 편안해보이는 감독의 얼굴에 니콜라스 세이왈드는 자신의 팔에 채워진 주황색 완장을 내려다보았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에미리츠 스타디움이 열광하는 가운데 하프라인 너머의 아스널 선수들은 눈빛이 살아서 빛나고 있고, 번리 선수들은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집중해!!”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고함소리에 경기장 위의 선수들이 일제히 그를 바라보았다.
“집중해!!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어!!”
번리 선수들이 그들의 주장을 바라보았다.
“16분이면 충분해!!”
손가락으로 이제 74분을 가르키고 있는 전광판을 지적하면서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번리 선수들을 독려했다.
“8분당 1골만 넣으면 된다고!!”
아스널 선수들은 어이없다는, 번리 선수들은 의지를 불태우는 표정을 짓는 가운데 다시 한번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가서 해치우자고!!”
***
훗날 평론가들에게 2023/24 시즌에 기억할만한 경기를 꼽으라고 하면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중요도에 있어서는 1위팀과 2위팀의 단판 승부로 프리미어 리그 우승팀이 가려진 리그 최종전을 꼽는 평론가들이 많았다.
아니면 한때 프리미어 리그를 호령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기나긴 몰락의 시작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노리치전의 대패를 꼽는 평론가들도 있었다.
하지만 중립적인 관점에서 가장 즐거웠던 경기를 꼽으라고 한다면?
프리미어 리그 12라운드에 아스널과 번리가 벌인 난타전이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번리가 압도했던 전반 45분.
아스널이 반격했던 후반 첫 29분.
그리고 이제 경기의 마지막 16분이 시작하고 있었다.
***
“막아!! 무조건 막으라고!!”
“닥쳐, X발!”
뒤에서 들려오는 강경한 지시에 번리의 미드필더 루카 수키치는 욕설을 내뱉었지만 상대 선수에게서 눈을 떼지는 않았다.
오른쪽으로, 그리고 다시 왼쪽으로 움찔거리면서 그를 뒤흔드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던 아스널의 마르틴 외데가르르도 짜증스러운 표정은 마찬가지.
그동안의 경기가 한쪽이 주도권을 가지고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양상이었다면, 경기의 마지막 16분은 팽팽하면서도 서로 공격과 수비를 빠르게 주고 받는 난타전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동점골을 넣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번리 선수들과 아예 추가골 더 넣어서 완전히 상대의 숨통을 끊어버리겠다는 아스널 선수들.
반대로 경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체력적으로 지켜가니까 양 팀 모두 수비에 구멍이 생겨나고 있었다.
덕분에 죽어나가는건 수비의 틈새를 막는 동시에 공격 전개까지 이끌어야 하는 양팀의 미드필더들이었다.
“이씨, 젠장!”
마침내 루카 수키치가 몸을 날리면서 다리를 쭉 뻗었다.
“안 돼!”
뒤에서 달려오던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미 늦었다.
몸이 허공을 가르고 있거든?
그동안 잘 버티던 상대 선수의 섣부른 태클에 마르틴 외데가르드가 오른발 밑에서 지키고 있던 공을 왼발로 옮기면서 가볍게 왼쪽으로 돌파해가려고 했는데···.
“헉!”
다리에 쌓인 피로감이 하필이면 지금 발끝을 무겁게 끌어내리면서 터치가 둔탁하게 나갔다.
왼쪽이 아니라 앞으로 튕겨간 공이 향한 곳은 쭉 뻗어오고 있는 루카 수키치의 발 끝.
뜻밖의 횡재에 루카 수키치는 누워 있는 상태 그대로 오른발을 힘차게 휘둘러서 공을 차냈다.
“잡아!!”
“끊어내!!”
“먼저 잡아내야 돼!!”
갑자기 주인 없이 미드필드 한복판으로 튕겨간 공에 양팀 선수들이 일제히 고함을 질렀다.
아스널의 미드필드에서는 토마스 파티가.
번리의 미드필더 중에서는 파트릭 데 파울라가 공을 향해서 맹렬히 달려갔다.
발은 파트릭 데 파울라가 더 빠른데 위치는 토마스 파티가 더 가까웠다.
아슬아슬하게 누가 먼저 공에 도달할지 애매한 순간, 파트릭 데 파울라도 그냥 몸을 날렸다.
“야!! 이런 X발!!”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어처구니 없는 장면에 다시 욕설을 날렸다.
이렇게 팽팽한 경합 상황에서 태클부터 날리는건 그냥 도박이다.
탁월한 수비력에 더해서 말도 안 되는 태클들을 모조리 다 성공시키면서 당대 최고의 수비수 중 하나로 손꼽혔던 라치오와 AC밀란의 전설 알레산드로 네스타라면 모를까.
지금 저 태클은 그 알레산드로 네스타가 아니라 그의 할아버지가 와도 그냥 운에 맡긴 수준이다.
아니, 차라리 상대 선수가 태클에 걸려서 파울이 선언되고 카드 한 장 받는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다.
적어도 상대팀의 공격 흐름을 끊고 수비를 다시 가다듬을 수 있으니까.
최악의 상황에는 선수 하나가 잔디 위를 미끄러지면서 잠시 동안 경기에서 배제된 가운데 공을 점유한 상대팀이 급속도로 역습을 전개할 수도 있다.
루카 수키치에 이어서 파트릭 데 파울라까지 섣부른 선택을 반복하자 니콜라스 세이왈드는 다급한 와중에도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
이래서 지네딘 지단이 빨리 대머리가 된건가?!
니콜라스 세이왈드는 머릿속에서 얼토당토 않은 생각을 하면서도 루카 수키치로 향하던 발걸음을 급히 돌려서 필사적으로 파트릭 데 파울라를 지원하기 위해서 달려갔다.
그러나 마음이 갈대 같은 승리의 여신은 오늘 경기의 마지막 16분은 번리에게 미소를 지어주기로 결심한 모양이었다.
“젠장!”
토마스 파티의 욕설과 함께 파트릭 데 파울라의 발 끝에 공이 먼저 걸렸다.
뭔가 제대로 된 패스를 보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파트릭 데 파울라가 오른발로 튕겨낸 공에 다가가려면 잔디 위에 누운 그를 돌아가거나 뛰어넘어야 하고, 그 정도 시간이면 니콜라스 세이왈드에게는 충분했다.
“으아아!!”
긴 외침과 함께 공에 도달한 니콜라스 세이왈드는 오른발을 힘껏 휘둘러서 미드필드에서 이리저리 채이던 공을 전방의 왼쪽 방향으로 날려보았다.
하프라인 너머에서 보낸 길고 투박한 패스였지만, 공을 받아내기 위해서 달려가는 것은 번리의 젊은 보석, 드와이트 맥닐.
공이 받아내기 힘들 정도로 높고 빠르게 날아왔지만, 우아하게 몸을 날리면서 왼발을 뻗어낸 드와이트 맥닐은 발등 위에 공을 부드럽게 안착시키면서 공과 함께 잔디 위에 다시 내려앉았다.
젊은 에이스의 아름다운 기술에 홈팬과 원정팬 할 것 없이 박수갈채가 터져나오는 가운데, 왼쪽 사이드라인을 등진채 완벽하게 공을 통제한 번리의 왼쪽 측면 공격수는 고개를 들어서 경기장을 훑었다.
양 팀 모두 미드필더들은 하프라인 은근에 몰려있기 때문에 바로 경기에 관여할 수 없다.
그러니까 배제.
아스널의 공격진은 이제야 필사적으로 수비 진영을 향해서 달려오고 있다.
그러면 배제.
아스널의 왼쪽 수비수 키어란 티어니는 이제야 공격수들과 허겁지겁 수비 진영을 향해서 달려오고 있으니까 의미가 없고, 아스널의 오른쪽 수비수 벤 화이트는···.
···아, 나를 향해서 태클을 날려오고 있구나.
온 몸을 날리면서 매서운 태클을 날리는 상대팀 수비수를 힐끗 바라본 드와이트 맥닐은 왼발 바깥쪽으로 툭 쳐서 공을 왼쪽으로 1미터 정도 옮겼다.
그리고 나서 느긋하게 왼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그의 오른쪽에서 잔디 위를 미끄러지고 있는 벤 화이트의 황당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쯧쯧.
그러니까 니키가 경고하는걸 잘 들었어야지.
이런 상황에서는 태클을 날리면 안 되는거에요.
아, 근데 우리팀이 아니구나. 미안.
머릿속 한구석에서는 시덥지 않은 생각들이 흐르고 있었지만, 눈은 공에 못이 박힌채 왼발을 다시 들어서 휘둘렀다.
왼발 안쪽에 부드럽게 감긴 공이 낮고 빠르게 아스널의 페널티 박스 안으로 날아갔다.
“으헉!”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맹렬하게 오른쪽 회전이 걸린 공이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휘어진다.
골문에서 튀어나가려다가 멈칫한 골키퍼 아론 램즈데일이 비명에 가까운 탄식을 토해냈다.
아스널의 골키퍼 아론 램즈데일과 중앙 수비수 윌리엄 살리바와 가브리엘 마갈량이스가 형성한 삼각형의 정중앙을 꿰뚫은 공이 향한 곳은 드와이트 맥닐이 공을 받아내자마자 맹렬히 페널티 박스 안으로 돌진하던 벤야민 셰슈코였다.
달려오는 속도 그대로 상체를 낮춘 슬로바키아 국가대표팀의 젊은 희망은 그대로 날아오는 공에 오른발을 가져다댔다.
강하게 찰 필요도 없다.
날아오던 크로스의 기세를 그대로 살린채 방향만 바꾸는 부드러운 슈팅에 공은 대포알처럼 튀어나갔다.
당혹스러운 얼굴로 정면을 노려보고 있는 아론 램즈데일 골키퍼가 자리에서 꼼짝도 못 하고 있는 가운데 공이 골네트를 찢어발길듯이 흔들었다.
“으아아아!!!”
후반전 동안 홈팬들의 기세에 눌려있던 번리 팬들의 함성소리가 에미리츠 스타디움을 가득 채울듯이 울려퍼졌다.
3대 3.
다시 승부는 원점으로 복귀했다.
후반 82분.
이제 남은 시간은 8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