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83)
183화: 역전승 완료
마지막 남은 8분.
이제 경기는 완전히 난투극으로 변했다.
경기장 곳곳에서 선수와 선수가 충돌하고, 잔디에 나뒹구는 선수는 주심의 휘슬이 불리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서 공을 쫓아갔다.
손에 다 잡은 승리를 다시 붙잡기 위해서 번리를 몰아치는 아스널.
그리고 한번 빼앗겼던 승리를 온전히 확보하기 위해서 아스널에 돌격하는 번리.
거친 태클과 몸싸움이 모든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빛난 것은 번리의 미드필드 파괴자 듀오, 니콜라스 세이왈드와 파트릭 데 파울라였다.
“니키!”
아스널의 마르틴 외데가르드가 공을 몰면서 빠르게 중앙을 돌파하는 것을 파트릭 데 파울라가 가로막으면서 1차적으로 속도를 줄였다.
노르웨이 국가대표팀이 자랑하는 젊은 미드필더가 우아하게 몸을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자신에게 달라붙는 파트릭 데 파울라를 벗겨냈지만, 속도가 확 줄어버린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정도면 지원을 위해서 달려오는 니콜라스 세이왈드에게는 충분한 시간과 공간이었다.
“컥!”
측면에서 부딪쳐오는 상대 선수의 거친 충격에 마르틴 외데가르드가 이를 악물고 버텨내려고 했지만, 달려오는 관성을 절묘하게 살린채 니콜라스 세이왈드는 공 위에서 상대 선수를 밀어냈다.
몇걸음이나 더 밀려났지만 잔디 위에 쓰러지기는 애매한 강도.
잔디에 쓰러졌어도 주심이 휘슬을 불지 않았겠지만, 그럴 생각도 없었다는듯 마르틴 외데가르드도 즉시 몸을 바로잡고는 니콜라스 세이왈드에게 덤벼들었다.
“내놔!”
“싫은데?!”
니콜라스 세이왈드는 거칠게 달라붙으면서 공을 빼앗으려는 상대팀 미드필더에게 단단한 팔뚝을 내밀어서 밀어내는 동시에 전방으로 뛰어 올라가는 파트릭 데 파울라에게 공을 밀어주었다.
급한대로 보낸 투박한 패스에 파트릭 데 파울라가 뛰어가는 속도를 줄이고, 아스널 선수들이 다시 공을 빼앗기 위해 벌떼처럼 그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정면에서는 아스널의 미드필더 토마스 파티, 뒤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꿨던 아미네 귀이리, 그리고 오른쪽 측면에서는 아스널의 왼쪽 수비수 키어란 티어니.
세 방향에서 그에게 달려오고 있는 가운데, 파트릭 데 파울라는 오른발을 들어올리더니 강하게 휘두르면서 왼쪽 사이드라인을 향해서 긴 패스를 보냈다.
“아아!!”
절묘한 시점에 나온 패스에 경기장이 관중들의 탄성으로 울리는 가운데, 사이드라인 선상에 서서 공을 가볍게 가슴으로 받아낸건 번리의 보석, 드와이트 맥닐이었다.
세세한 내용은 다르지만 세번째 득점과 거의 동일한 상황.
드와이트 맥닐은 공 위에 왼발을 올려놓고 경기장을 훑었다.
이를 악문게 선명히 보이는 아스널의 오른쪽 수비수 벤 화이트는 이전에 가볍게 제껴졌던 것을 기억하는듯, 태클을 날리기 보다는 그의 앞을 가로막기 위한 위치로 달려가고 있었다.
좋은 선택인데, 그러면 드와이트 맥닐 앞에서 멈춰서기 위해서 마지막에 속도를 줄여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벤 화이트가 속도를 살짝 줄이는 즉시 드와이트 맥닐이 용수철처럼 튀어나갔다.
“이런!”
역동작에 걸린 벤 화이트가 자신의 실수를 깨달으면서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드와이트 맥닐은 공과 함께 자신의 오른쪽을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아스널의 두 중앙 수비수는 다시 페널티 박스 정중앙으로 진입한 벤야민 셰슈코에게 연결될지 모르는 크로스를 차단하기 위해서 그에게 달라붙어 있는 상황.
거기서 상황을 파악한 벤야민 셰슈코가 오히려 뒷걸음질치면서 수비수들을 페널티 박스 바깥쪽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지원해줘!”
골키퍼 아론 램즈데일이 골문에서 튀어나오면서 외쳤지만,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중앙 수비수 두 명이 우물쭈물 하는 가운데, 드와이트 맥닐은 이미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했다.
“내가 갈께!”
조금 더 가까운 위치에 서 있던 윌리엄 살리바가 외치면서 한걸음 떼었지만, 이미 늦었다.
아직 상대팀 골키퍼도, 수비수도 접근하지 못한 시점.
드와이트 맥닐은 침투하는 속도 그대로 왼발을 들어서 공을 부드럽게 찍어올렸다.
“오오!!”
관중석이 또다시 탄성으로 가득 채워지는 가운데, 오른쪽으로 회전이 살짝 먹힌 공은 빠르게 위로 떠올랐다가 살짝 내려앉으면서 아스널 골문의 오른쪽 상단 코너를 통과했다.
필사적으로 손을 위로 뻗어올린 골키퍼를 살짝 넘기는 칩샷.
“으아아아!!!”
양 손을 번쩍 치켜든 번리 선수들이 일제히 페널티 박스 안에서 당당히 서 있는 드와이트 맥닐을 향해서 달려갔다.
후반 87분.
번리가 마침내 4대 3으로 승리를 되찾아 왔다.
***
남은 경기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니콜라스 세이왈드는 나중에 돌이켜보면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7골이나 터진 경기답지 않게 파울도 별로 없었고, 따라서 주어진 추가시간은 겨우 3분.
에디 하우 감독이 대기심에게 격렬하게 항의하는 가운데, 동점골을 넣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덤비는 아스널 선수들과 승리를 지키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번리 선수들 간의 충돌이 이어진 것 뿐.
아스널의 측면 공격수 부카요 사카처럼 얌전한 선수도 전투적으로 태클을 날리는 가운데, 숨이 터져나갈듯이 뛰어다니면서 상대팀의 공격 전개를 훼방하던 니콜라스는 마침내 주심의 휘슬이 울리는 동시에 잔디 위에 드러누웠다.
주변의 번리 선수들도 승리의 기쁨을 맛보기보다는 안도감과 탈진이 뒤섞인 표정.
아스널 선수들도 허탈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채 경기장 곳곳에 주저앉아 있었다.
안도감과 자책감 사이에서 차가운 잔디에 얼굴을 절반쯤 파묻고 있던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귀에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생각한 것처럼 만만하지 않았지?”
고개를 들자, 그의 젊은 감독이 미소를 지은채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니요.”
“그래. 다음부터는 방심하지 않으면 되는거야.”
“그러게요.”
할 말을 다했다는듯, 감독은 그에게 씩 웃어보이고는 경기장 위에 널부러져 있는 다른 선수를 향해서 떠났다.
한참이나 잔디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니콜라스 세이왈드는 마침내 몸을 뒤집어서 강렬한 조명 사이에 어렴풋이 보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삑!
티비에 불이 들어오고, 경기 후 기자회견 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우 감독은 명장입니다. 아스널이 그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기자의 질문에 화면 속의 형민이 피곤하지만 침착한 표정으로 답변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아스널의 성적은 계속 좋지 않았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결국 번리에게 패배를 했는데요.]첫번째 질문을 던졌던 기자의 반문.
형민은 고개를 흔들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승리와 패배는 언제든지 일어납니다. 번리도 시즌 초반에 고전했지만, 선수들의 컨디션이 회복하면서 반등에 성공했고요. 아스널도 부카요 사카와 같은 훌륭한 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회복되면 성적도 따라서 회복될거라고 생각합니다.]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이기는 했지만, 이미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사용한 기자가 자리에 앉자 다른 기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데일리 스포츠의 루카스 마이클입니다. 오늘 경기는 매우 즐겁게 봤습니다. 부카요 사카를 말씀하셨는데요. 부카요 사카를 지휘해보실 생각은 없으실까요?]대표적으로 친 아스널 성향이 강한 기자의 질문에 기자회견장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흘렀다.
아르센 벵거 감독의 은퇴 이후 벌써 몇 시즌이나 이어지는 부진한 성적 속에서 지친 아스널 팬들이 현재 선호하는 감독 후보 중 부동의 1위를 달리는게 형민이라는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으니까.
형민은 피곤한 기색을 애써 숨기면서 질문을 곧이곧대로 대답하기로 결정했다.
[…어··· 기회가 된다면? 훌륭한 선수를 지휘할 수 있는 기회는 언제나 즐거우니까요. 번리에 온다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이번에는 기자회견실의 웃음소리가 더 컸다.
그렇게 질문자가 자리에 앉고 다음 기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삑!
다시 티비가 꺼지면서, 티비를 지켜보던 형민의 시선이 사람의 모습으로 가로막혔다.
“너무한거 아니에요? 기껏 휴일인데?”
“아, 미안해요. 그냥 버릇이 되어버려서.”
허리에 손을 올린채 소파 위에 널부러진 형민을 바라보던 헬레나가 피식 웃었다.
“자요, 어서 일어나요.”
“…?”
의아한 표정의 형민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헬레나가 준비한 물건들을 그에게 건내주었다.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평범한 검정색 야구모자에 선글라스.
형민이 자신의 손에 쥐어진 물건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채 내려다보았다.
“이건 뭔가요?”
“뭐긴요, 변장이지요.”
“이 정도로 번리 읍내에 나갈 수는···.”
걸음걸이만 봐도 자신들의 감독을 알아본다는 번리 주민들의 광적인 팬심을 피할 수 없다.
“훗. 당연히 번리는 못 가지요. 우리, 맨체스터로 나가요!”
“맨체스터?”
“그럼요. 거기는 원래도 사람이 워낙 많고, 관광객들도 많으니까 별로 눈에 띄지 않을거에요.”
“아, 그런가?”
“그럼요! 당신은 아직 맨체스터를 제대로 본 적이 없잖아요. 내가 구경시켜줄께요.”
휴일을 맞아서 집보다 더 편한 자신의 집무실에 틀어박혀 있을 생각을 했던 형민은 헬레나의 기대감 어린 표정에 피식 웃었다.
“알았어요. 한번 가보지요.”
“좋았어!”
***
“…쪽에는 맨체스터 시티 축구팀의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입니다. 지금은 스폰서 명칭을 따서 에티하드 스타디움이라고도 불리는데요, 53,400석의 이 스타디움은 원래 2002년에 열린 영연방 대회를 맨체스터에서 개최하게 되면서 지어졌는데요···.”
“오오!”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둥 마는둥, 관광객들은 일제히 휴대폰과 카메라를 꺼내서 경기장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맨체스터 시내를 투어하는 2층 버스 위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한 귀로 흘리고 있던 헬레나가 형민을 올려다보았다.
“…이 사람들이 당신이 누군지 알면 난리나겠지요?”
“쉿!”
킥킥 웃는 헬레나에게 주의를 주었지만, 형민도 키득키득 웃었다.
야구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선글라스까지 낀 젊은 동양인 남자와 역시 야구모자를 쓴 서양인 여자 커플을 사람들이 힐끗 보기는 했지만, 관광보다 서로에게 더 관심이 많은 연인들도 2층에 많이 올라와 있었기 때문에 별로 티가 나지 않았다.
덕분에 밖에서 경기장 사진을 찍으면서 경기장 관람 시간을 확인하는 관광객들은 제일 뒷자리에 여자친구와 함께 조용히 앉아 있는 저 남자가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몇번이고 혈투를 벌인 번리의 감독이라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아, 이런걸 꼭 해보고 싶었어요.”
형민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헬레나가 중얼거렸다.
“추운 영국 가을에 개방된 2층 버스를 타는거요?”
“아오!”
형민의 놀림에 헬레나가 살짝 형민을 때리는 시늉을 했지만, 실제로 주먹을 맞추지는 않았다.
아무리 아닌 척 해도, 그녀도 그녀의 힘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이렇게 당신이랑 평범하게 길거리를 걷거나 돌아다니는거? 주문한 음식이나 사전에 방을 예약해야 하는 식당이 아닌 곳에서 맛있는걸 먹는거?”
“에이. 번리만 벗어나면 사람들이 못 알아봐요.”
형민의 말에 헬레나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형민, 이런 말을 하기에는 좀 그런데··· 지금 유럽에서 제일 유명한 동양인을 꼽으라고 한다면, 1번이 북한의 김정일이고 2번이 당신이에요. 아니, 사실 이름이 아니라 얼굴만 놓고 보면 당신을 더 많이 알고 있을지도 몰라요.”
유럽에 산다면 축구 관련된 소식을 피할 수 없고, 지난 2시즌 동안 축구 관련된 소식을 접하면 번리에서 유럽 축구계를 뒤흔들고 있는 이 젊은 동양인 감독에 대한 소식을 피할 수 없다.
자신의 칭찬에 쑥스러운 표정을 지은 형민을 보고 헬레나는 귀엽다는듯 피식 웃었다.
“앞으로 이런거, 자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종종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좀 한가할 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