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84)
184화: 파파라치
카롤리나가 들고 온 타블로이드지 1면에 대문짝만 하게 실려 있었다.
영국 파파라치의 실력을 무시하지 마라!
책상 위에 놓여진 신문을 바라보는 헬레나는 이런 환청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지금 내가 이거, 꿈을 꾸고 있는거 아니지?”
“꿈은 무슨. 티비에도 나오고 있어.”
그녀에게 신문을 가져다준 카롤리나가 책상 위의 리모콘을 들어서 티비를 켰다.
채널을 몇번 돌리기도 전에 뉴스가 나왔다.
[…의 형민 김 감독이 구단의 오너 대리이자 번리 풋볼 클럽의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헬레나 카트라이트와 연애 중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번에 제보받은 사진에 의하면···.]사진 속에서는 식당의 구석자리에 앉아서 친근하게 식사를 하는 두 사람의 모습.
그리고 나서 손을 잡고 식당에 나서서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들이 찍혀 있었다.
밖에서는 형민과 헬레나 모두 야구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었지만, 선글라스를 벗고 있던 식당에서의 사진으로 두 사람을 얼굴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음··· 사진들을 보니까 우리가 투어버스를 탑승했을 때에 누가 파파라치한테 제보를 한 모양이네. 버스에서 내린 다음부터의 일정이니까···. 누군지 모르지만 돈 많이 벌었겠다.”
이 정도 독점으로 사진을 찍어서 언론사에 제보했다면 상당히 두둑한 포상금을 받았을게 분명하다.
신문사나 방송사 한 곳만 나오는게 아닌걸 봐서는 여기저기에 돈을 받고 뿌린 모양.
멍하게 중얼거리는 헬레나에게 카롤리나가 혀를 찼다.
“야, 현실도피 하지 말고.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현실로 돌아온 헬레나가 카롤리나의 손에서 리모콘을 빼앗아서 티비를 끄고 나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니, 이걸 왜 일반 뉴스에서 다루는건데?! 이건 가십이잖아!”
“유명인들의 사생활이란 원래 만인의 관심사니까? 그리고 형민 정도면 영국에서는 완전히 유명인사라고.”
한때 세계 최고를 다투던 선수로서 그 자신도 파파라치와 뉴스, 그리고 가십에 시달려본 수석코치의 말에 헬레나는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나는 이런 적이 없다고···.”
“음, 그것보다는 태진의 말로는 한국이 더 난리난 것 같던데?”
“헉···!”
***
“김형민 감독, 미모의 대표이사와 열애 중. 번리의 김형민 감독, 열애 발각. 김형민 감독의 열애 대상은 누구인가. 금발 미녀에게 반한 김형민 감독. 미모의 재원에게 반한 김형민 감독. 야, 이거 뭔가 기사 제목들이 참 개성이 없다?”
감독의 집무실 소파 위에 거구를 드러눕힌 태진이 휴대폰으로 기사를 검색하면서 형민에게 말했지만, 형민은 친구를 깔끔하게 무시했다.
“너랑 헬레나 얼굴이 온 인터넷에 도배됐는데 괜찮아?”
“뭐, 이제 내 얼굴이 팔리는건 익숙해.”
아무리 언론과 담을 쌓고 산다고 해도 매 경기 전과 후에 기자회견이 있고, 경기 중에는 방송 카메라에 잡힐 수 밖에 없는게 프리미어 리그 감독의 숙명이다.
새삼 신문이나 티비에 자신의 얼굴이 등장하는건 대수롭지 않다는 형민의 태도에 태진이 휘파람을 불었다.
“이야, 우리 형민이 많이 컸는데? 나는 지금쯤 멘탈이 완전히 나가서 질질 짜면서 어딘가 어둡고 좁은 방구석에 숨어 있을줄 알았는데 말이야.”
“…넌 도대체 내 멘탈을 뭐라고 생각하는거냐?”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은 형민은 자신의 노트북 위에 연결되어 있는 집무실 티비에 화면을 띄웠다.
“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이번에 분석해 온 뮌헨글라드바흐 자료 말이야···.”
일 얘기로 넘어가자, 어쩔 수 없이 친구 사이에서 감독과 코치의 관계로 돌아간 태진이 소파 위에 일어나 앉았다.
친구가 상사인게 평소에는 좋지만, 이런 식으로 말을 돌려버리면 공략할 방법이 별로 없다는게 성가시다.
하지만 자신이 가져온 다음 경기 상대팀의 분석자료에 대해서 돌입하려는 친구에게 태진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던지는걸 참을 수 없었다.
“…근데, 이 소식이 헬레나의 부모님한테도 전달되지 않았을까?”
“….”
자료를 넘기던 형민이 갑자기 침묵했다.
공략할 방법이 별로 없다는거지, 아예 없다는건 아니다.
제대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데에 성공한 태진이 피식 웃으면서 이번에는 자신이 자료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포메이션에 대한 질문인 것 같은데, 최근 경기에서 뮌헨글라드바흐가 후반전에 전술 변화를···.”
“….”
***
“…니에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한다니까요!”
자신의 집무실을 벌써 몇번째 빙빙 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헬레나는 발이 움직이는걸 주체할 수 없는 것처럼 집무실의 한쪽 끝에서 다른쪽 끝까지 왔다갔다 하면서 통화를 계속했다.
“…그건 그이가 너무 유명한 사람이어서 그런거고요.”
한참이나 눈썹을 찡그리고 상대쪽의 얘기를 듣던 헬레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아빠랑은 경우가 다르지요. 그리고 두 분도 연애할 때에 뉴욕타임즈 사교 칼럼에 실렸다고 저한테 자랑하셨잖아요!”
갑자기 휴대폰 건너편에서 살짝 높아진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표정으로 헬레나가 움찔했다.
“…네, 사교 칼럼은 타블로이드지가 아니지요.”
조용한 한숨.
“…네, 네. 티비에도 안 나오셨고요.”
또 한번 조용한 한숨.
“…네. 저도 사랑해요. 네, 그럼 곧 뵈요~”
마침내, 안도의 한숨과 함께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헬레나는 그대로 집무실 바닥에 휴대폰을 떨어뜨리고 소파 위에 쓰려졌다.
“어, 괜찮아요?”
반대편 소파에 앉아 있던 형민의 질문에 소파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던 헬레나가 절반만 고개를 돌려서 한쪽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다른 것보다 미리 얘기를 안 한 것에 대해서 섭섭하셨던 것 같아요.”
“아, 그렇군요.”
“그런데 이상하단 말이에요···.”
소파 위에 벌떡 일어난 헬레나가 중얼거렸다.
“보통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아빠나 오빠가 전화를 할텐데, 두 사람은 이상하게 조용하고 엄마만 전화를 했단 말이지요···.”
“어, 연애 얘기를 아빠나 오빠와도 하나요?”
일반적으로 모녀들이 서로 친한건 알고 있었지만, 여기는 서양이니까 뭔가 내가 아는거랑 다른게 있나?
의아한 표정을 짓는 형민에게 헬레나가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 다 제 연애에 관여를 하지는 않겠지만, 이건 소유 회사에 파견한 대리인이자 대표이사가 핵심 고용인이랑 연애를 하는거잖아요. 펀드 차원에서라도 한번 정도는 확인차 연락이 올 법한데 연락이 안 온단 말이지요. 물론 써드는 그냥 놀리기 위해서라도 연락을 하겠지만.”
그런데 둘 다 이상하게 조용하다.
반면에 번리 구단 임직원들과 선수들의 분위기는 대충 요약하자면 ‘이제는 말 할 수 있다!’에 가까웠다.
살짝 부끄러워 하는 얼굴로 더듬더듬 이실직고 하는 헬레나에게 마이크 갈릭과 존 바나스키위츠, 그리고 조너선 랜드리스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설마 그걸 주변 사람들이 못 알아채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말이에요? 너무 사람을 무시하는거 아닌가요?”
이건 살짝 빈정이 상했다는듯 헛웃음을 터뜨린 조너선 랜드리스의 반응.
“두 사람이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생각했는데,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뻤어요.”
이건 마치 할아버지처럼 인자한 웃음을 지은 존 바나스키위츠의 반응.
“음, 우린 다 유부남이고, 나랑 존은 애들이 다 결혼까지 했다고. 이런걸 모르는게 말이 안 되잖아?”
이건 현자처럼 지혜로운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마이크 갈릭의 반응.
이미 구단 임직원들 사이에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있다는 사실에 헬레나가 경악하는 가운데, 형민은 선수단의 반응에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 드디어 두 분이 공식적으로 알려졌으니까 이제 다른 사람들이 물어보면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겠다!”
이건 주장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반응.
“어, 두 분 원래 사귀는거 아니었어요? 저희는 그냥 언론에 노출되기 싫어서 조용히 하고 계신줄 알았는데?”
이건 이번 여름에 합류한 신입생들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에마뉴엘 비냐토의 반응.
특히 이번 여름에 대거 합류한 정열의 나라, 이탈리아 출신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도대체 대표님은 감독님의 어디가 좋은거래요? 저는 잘 이해가 안 가는데?”
팔짱을 낀채 상황을 지켜보면서 킬킬 웃고 있는 태진에게 정말 의아한척 하면서 물어보지만 초롱초롱 눈을 빛내고 있는 오스카 밍게자의 질문.
“아오···.”
손으로 얼굴을 잠시 덮었던 형민이 손 아래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뭐, 저희는 연애를 못 하고 있으니까 감독님이라도 연애를 해야지요.”
선수단에서도 나이가 제일 어린 벤야민 셰슈코와 아마르 데디치, 그리고 안셀모 가르시아 맥널티가 왠지 긴 한숨을 내쉬면서 보이는 반응에 형민이 발끈했다.
“야! 난 연애를 금지한 적 없거든!”
“근데 여기서는 여자애들 만나기가 너무 힘들단 말이에요!”
영국 북서부의 시골구석 번리에 또래 여자애들이 많을리가 없다.
대부분 학업과 직장을 위해서 큰 도시로 나가 있는 상황.
차라리 번리에 합류하기 전에 사귀던 사람이 있었다면 모를까, 여기에 온 다음에는 훈련과 경기만 계속 이어지면서 맨체스터까지도 나가기가 힘드니 연애는 딱히 발전이 없다.
“얘들아, 그건 너희들의 노력 부족인 것 같은데?”
축구만 하지 말고 연애도 좀 잘 챙기렴.
오스카 밍게자의 느긋한 발언에 라커룸의 승자들은 턱을 슬쩍 들어올렸고, 패자들은 고개를 숙였다.
“아, 이제 그만하고 빨리 훈련이나 나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카롤리나가 마침내 혀를 차면서 선수들을 다그치자, 킬킬대면서 대화가 오가던 와중에도 훈련을 나갈 준비를 하던 선수들이 우르르 밖으로 몰려나가기 시작했다.
“감독님! 꼭 나중에 어떻게 대표님을 꼬셨는지 알려주셔야 되요!”
뒤에서 떠미는 손길 속에서도 오스카 밍게자가 고개를 길게 빼서 뒤를 바라보면서 외쳤다.
“꼭이요!”
“하아···.”
***
꼭 감독의 연애사가 전국의 언론사와 방송사에 도배가 되다시피한 것 때문은 아니겠지만, 뮌헨글라드바흐와 AS로마를 상대한 번리는 유럽 챔피언스 리그 B조의 조별 예선 마지막 2경기는 무승부로 끝냈다.
한편으로는 이미 최소 조 2위는 확정지은 번리의 감독과 코치진이 선수단의 체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최대한 로테이션을 많이 돌린 것도 영향을 받았고.
또 한편으로는 이제 순차적으로 부상 복귀하기 시작한 선수들을 교체로 활용하면서 경기 감각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의 여파이기도 했다.
특히 지나긴 재활을 끝내고 11월말에 마침내 퍼스트팀 복귀를 신고한 것은 지난 시즌 번리의 핵심 중앙 미드필더였던 세바스챤 셰만스키와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된 후 프리시즌에 부상을 입으면서 아직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유망주 킨 루이스-포터였다.
“여어! 세바스챤! 돌아온거 환영해!”
“니키! 나 없는 동안 고생했더라? 아무래도 루카보다는 내가 더 낫지 않았어?”
“아, 뭐래?!”
지난 시즌부터 함께 했던 선수들이 세바스챤 셰만스키의 복귀를 환영하는 가운데, 라커룸 한쪽에 조용히 앉아 있던 킨 루이스-포터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킨 맞지? 만나서 반가워. 나는 에마뉴엘인데, 여기서는 사람들이 비니라고 불러.”
짙은 이탈리아 억양과 함께 내밀어지는 손의 주인은 에마뉴엘 비냐토였다.
에마뉴엘이라는 이름은 너무 길고, 그걸 엠마로 줄이자니 여자 이름 같고, 그래서 그냥 성을 개조해서 비니라고 부르기 시작한건 긴 서양식 이름을 힘들어하는 형민이었다.
바로 선수들의 이름에 착 달라붙어서 가끔씩 ‘에마뉴엘 비냐토 선수’라고 하면 그게 누군지 헷갈려 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쨌든, 같은 오른쪽 측면 공격수에 실질적으로 오른쪽과 왼쪽, 그리고 정중앙까지 공격진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데 심지어 키와 체격까지 비슷한 포지션 경쟁자가 내미는 손을 킨 루이스-포터는 멍하게 바라보았다.
뭐야, 왜 이렇게 친하게 굴어?
살짝 당황하면서도 내민 손을 마주 잡아서 악수를 하는데, 그 옆에서 드와이트 맥닐이 다가왔다.
“킨! 오랜만이야. 복귀한 걸 환영해.”
“아. 어, 고마워.”
“킨을 챙겨줘서 고마워, 비니.”
“별 말을. 그럼 훈련장에서 보자고!”
아, 저게 핵심인건가?
훈련장에서 제대로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인 킨 루이스-포터가 굳은 결의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