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85)
185화: 계속되는 질주
“우웨에에엑!”
“시즌 중에 이런 꼬락서니를 보는건 정말 오랜만인데? 아니, 번리에서는 처음인가?”
퉁명스럽게 말하면서도 친절하게 물병을 건내주는 피트니스 코치 파울루 모라오의 손에서 물병을 받아든 킨 루이스-포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입 안을 간신히 헹궜다.
옆에서 비슷한 표정을 지으면서 괴로워 하고 있는 세바스챤 셰만스키를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자, 폴란드 국가대표팀의 떠오르는 스타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답변했다.
“미리 알려줘서··· 흐으··· 어차피 닥칠 고통에··· 우윽··· 공포까지 추가할 필요는 없잖아?”
지난 8월부터 이어진 길고 지루한 회복과 재활 과정에서 서로 친해진 사이.
먼저 번리에 와 있던 선배격으로 이것저것 친절하게 그와 아담 흘로첵에게 설명을 해주었는데, 이상하게 훈련에 대해서만 말을 아끼던 세바스챤 셰만스키의 진의를 확인한 킨 루이스-포터가 한숨을 내쉬려고 하다가 공기 이상의 무언가가 올라오려는 느낌에 애써 침을 삼켰다.
“우윽···.”
측은한 표정으로 같이 끔찍한 재활을 수행한 동지를 바라보면서 세바스챤 셰만스키가 눈썹을 찡그렸다.
정말 선의로 얘기를 안 해준게 맞았다.
하지만 훈련날 아침은 조금만 먹으라고 얘기해주는건 까먹었다.
재활도 고통스러웠지만, 그건 몸과 부상 부위를 평소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회복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에 비해서 형민과 파울루 모라오가 설계한 번리의 체력 훈련은 90분 동안 극한의 활동량을 경기장 위에서 쏟아낼 수 있도록 인간을 개조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나마 지난 시즌에 번리가 요구하는 수준까지 체력을 끌어올렸던 세바스챤 셰만스키는 이미 몸이 기억하는 것도 있고 무엇보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 하면 훈련이 마무리되고 몸이 거기에 맞춰지는지에 대한 감도 있다.
반면에 아담 흘로첵이나 킨 루이스-포터는 제대로 된 체력 훈련이 시작되기도 전에 부상으로 실려나갔다.
거기에다가 이번에 복귀한 두 사람처럼 부상으로 재활까지 마친 다음에 시즌 중반에 들어오면, 경기 감각도 회복하고 체력도 회복하고 동료들과의 호흡과 조직력까지 맞춰야 한다.
하루 종일 정신 없이 훈련으로만 소진되고, 경기에서는 막판 10분, 15분으로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면서 경기에 출전하는 가운데 너덜너덜해진 킨 루이스-포터의 시선에 저쪽에서 전술 훈련을 하고 있는 나머지 퍼스트팀 선수들이 보였다.
그중에서 측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던 에마뉴엘 비냐토가 그에게 살짝 손을 흔들어주다가 힘을 내라는듯 살짝 주먹을 불끈 쥐어주었다.
“비니! 훈련이 끝났어? 체력 훈련에 합류할래?”
“아니에요, 코치님! 저는 바빠요!”
파울루 모라오의 말에 불에 덴 듯이 화들짝 놀란 에마뉴엘 비냐토가 바로 자취를 감췄다.
거친 숨을 몰아쉬던 킨 루이스-포터는 아침부터 이어지던 고민을 다시 재개했다.
이 상황을 아담 흘로첵에게 미리 알려줘, 아니면 알려주지 마?
재활 훈련을 마무리하는 두 사람을 부러워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본인의 마지막 몇 주간의 재활에 돌입한 체코 국적의 친구의 동경하는 표정이 기억에 떠올랐다.
왠지 세바스챤 셰만스키의 고민이 이해가 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
“팀 전반적으로 공격 전술에 대한 이해도나 호흡은 이제 얼추 맞춰진 것 같아.”
카롤리나의 평가에 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것 같네. 훈련에서도 그렇고, 특히 경기에서 움직임이 많이 부드러워 졌으니까.”
“세바스챤과 킨도 체력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어. 아직 풀타임 소화는 좀 무리지만 45분 정도는 무난할 것 같아. 12월말이면 프리미어 리그 기준으로 60분까지 소화하는건 무난할 것 같고.”
파울루 모라오의 보고에 형민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요. 슬슬 루카한테 부담이 많이 쏠리는게 눈에 보였는데, 세바스챤이 다시 합류하면서 부담이 분산될테니까요.”
“오히려 출전하는 경기 숫자가 줄어들어서 싫어할지도 모르지.”
태진의 말에 형민과 나머지 코치들이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사이가 좋고 친한 동료여도 출전시간에 대한 욕심이 없을 수 없다.
아니, 출전시간에 대한 욕심이 없는 선수는 번리가 필요로 하는 투쟁심을 경기장에서 보여주기가 힘들다.
결국 서로 사이가 좋고 화목하면서도 출전시간과 경기력에 대한 욕심은 유지하고, 그를 너머서 무엇보다 팀 성적을 위해서 개인이 어느 정도 희생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타고 있는게 번리 선수단의 화합이었다.
다행인 것은 형민이 로테이션을 돌리는 것에 대해서 칼 같다는 것.
단순히 실력이나 전술적인 이유 뿐만 아니라 체력 관리나 다른 선수의 출전 시간을 위해서 벤치에 앉을 수 있고, 벤치에 앉아도 언제든지 다시 출전 기회가 주어질거라는 신뢰가 있으니까 이 팽팽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었다.
물론 그 모든 것의 전제는 훈련장에서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있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공평하다고 번리 선수들도 납득했다.
“아담까지 복귀하고 부상 당했던 3명이 모두 체력이 제대로 올라온 후반기부터는 출전 시간 관리에 부담이 가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체력 관리를 해줄 수 있으니까 긍정적일 것 같네요.”
그리고 이렇게 긴 부상과 재활을 마무리한 선수들을 바로 경기에 풀타임으로 투입하는건 위험하다.
구단을 위해서든 선수 본인을 위해서든 이번 시즌 말까지는 출전시간과 활동량을 잘 조절해줘야 하는게 감독과 코치들의 몫.
“상세하게 관리하도록 할께. 또 부상을 당하면 걷잡을 수 없을테니까.”
파울루 모라오의 말에 나머지 세 사람이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
태진은 다행히 선수 생활 동안 큰 부상이 없었지만 30대 중반까지 프로 선수로 뛰면 주변에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은 친구들이 없을 수가 없었다.
카롤리나도 잔부상이 누적되면서 결국 30대 초반에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고, 형민은 아예 제대로 뭔가를 시도해보기도 전에 선수 생활을 접었다.
아마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선수 부상에 민감한 감독과 코치진을 꼽으라고 하면 번리일거다.
덕분에 지난 2시즌 동안에는 큰 부상 없이 잘 넘어왔고.
“어쨌든, 그 정도면 선수단의 컨디션이나 복귀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왔다고 봐도 되겠네요. 다들 수고가 많으셨어요. 특히 파울루, 고생 많이 하셨어요.”
“뭐, 별 말을.”
형민의 칭찬에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사레를 쳤지만, 파울로 모라오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듯 씩 웃음을 지어보였다.
“자, 그럼 이제 다음 경기는 첼시네요.”
첼시를 인수한 토드 보엘리 컨소시엄이 지난 시즌에 거둔 3위에 만족하지 못하고 감독을 경질한 후, 긴 방황 끝에 결국 최종적으로 안착한 감독은 차기 영국 국가대표팀 감독 후보로도 거론되는 그레이엄 포터 감독이었다.
점유율 중심의 매력적인 축구를 펼치면서도 번리 못지 않은 시골팀이었던 브라이튼 호브 알비온을 프리미어 리그 상위권으로 이끌면서 충분히 좋은 성적을 냈던 그레이엄 포터 감독이 프리미어 리그 최상위권에 위치한 팀 중 하나를 지휘할거라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라고 평론가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 선택이 아직도 여러가지 축구 외적인 측면에서 불안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첼시라는 점은 그레이엄 포터를 응원하는 팬들과 동료 감독들의 불안감을 사기는 했지만, 적어도 지난 2023년 여름 이적시장에 첼시 지휘봉을 잡은 그레이엄 포터 감독은 조금씩 선수단을 개편하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는 데에 성공하고 있었다.
레스터에서 프랑스 국가대표팀 소속의 중앙 수비수 웨슬리 포파나를 무려 7,500만 파운드의 거금을 지출하면서 영입한 첼시는 그레이엄 포터 감독이 즐겨쓰는 3-5-2 포메이션과 주제 무리뉴 감독 이후 첼시의 주력 포메이션으로 자리잡은 4-3-3 포메이션을 오가면서 새로운 감독의 전술에 대한 적응기를 거치고 있었다.
13라운드가 마무리된 현재 첼시는 8승 1무 4패로 승점 25점을 기록하면서 5위.
시즌 초반에 14위까지 떨어졌던 성적을 간신히 끌어올렸지만, 유럽 챔피언스 리그 출전은 당연하고 매시즌 우승 경쟁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 시절의 영광을 기억하는 첼시 팬들에게 참담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토드 보엘리 구단주는 꼭 이번 시즌에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확보해지 못해도 좋다고 선언하면서 자신이 선임한 그레이엄 포터 감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실어주었다.
그러나 우승 경쟁에 제대로 참전하지 못하고 있는 팬들의 불만과 최상위 레벨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감독에 대한 선수단의 불안, 그리고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지 사이에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첼시.
덕분에 형민과 코치진이 고민해야 하는 경우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도대체 얘네들은 주전 선발진도, 주력 포메이션도 하나도 못 정해진게 너무 티가 난다니까.”
상대팀 분석을 담당한 태진이 투덜거리면서 화면에 자료를 띄웠다.
“이건 뭐··· 부상으로 선수들을 제외하고 대략 몇 개 포지션에 대한 확실한 선발까지는 예상이 되는데, 나머지는 경우의 수를 어느 정도는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일단 골키퍼는 부동의 에두아르 멘디.
처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 데뷔했을 때에 보여주었던 신선한 충격을 유지하지는 못하면서 최근에 잔실수가 늘기는 했지만, 적어도 세컨드 골키퍼인 케파 아리자발라가보다는 낮다.
골키퍼 역사상 최고의 이적료를 기록하고 레알 마드리드의 티보 쿠르투아를 대신해서 첼시에 도착한 스페인 국적의 골키퍼는 이제 완전히 쇠락기에 진입한 상태.
그레이엄 포터 감독도 프리시즌에 몇번 기용해본 다음에 두 손을 다 든듯, 여름 이적시장에 매각에 실패하면서 골키퍼 역사상 최고 이적료에 팀에서 가장 높은 주급을 받는 선수 중 하나를 벤치에 앉혀놓고 기억에서 지워버린 것 같았다.
“3백으로 나오냐, 4백으로 나오냐에 따라서 달라지기는 하는데··· 일단 여기에서도 좀 확실한 얼굴들이 있기는 해.”
태진의 설명에 골키퍼 위에 3백과 4백에 따른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일단 4백에서는 거액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영입한 웨슬리 포파나가 중앙 수비수로 출전한 가운데 3,3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기록하고 나폴리에서 영입된 세네갈 국가대표팀의 주전 중앙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
측면에는 왼쪽 수비수로는 브라이튼에서 영입된 마크 쿠쿠렐라, 오른쪽에는 첼시 유소년 출신의 리스 제임스.
“근데 3백으로 전환하면 살짝 경우의 수가 늘어나기는 해. 중앙 수비수가 3명이 나와야 하잖아? 그런데 티아고 실바는 너무 늙었고 트레버 찰로바는 경험이 부족하니까 이런 큰 경기에 나오기가 힘들지. 그러면 양쪽 측면 수비수 중에 하나가 들어오고, 다른 선수를 내세우겠지.”
39살로 형민, 태진, 카롤리나보다도 더 나이 많은 현역 선수를 단번에 늙은이로 까버리는 태진의 말에 카롤리나가 킥킥 웃었다.
“그래도 티아고가 아직 너보다는 더 잘 할걸?”
카롤리나의 지적에 태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제 내가 우리팀 주전 공격수가 아니잖아? 벤야민이나 로렌조를 상대하려면 턱 없이 부족하다는거지.”
“너가 우리팀 주전 공격수였던 적은 없는데? 반 시즌 동안 땜빵으로 뛴 것 뿐이잖아.”
형민의 지적에 태진이 턱을 쓱 들어올렸다.
“흥! 그 4개월 동안 완전히 새로운 리그에서 은퇴 복귀한 이 몸이 무려 12골이나 넣었단 말씀이지. 조너선 말을 들었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 내 은퇴 번복을 요청한 프리미어 리그 구단들도 꽤 있었다고.”
“….”
괜히 긁어보았지만 부스럼만 생긴 떨떠름한 표정으로 형민이 입을 다물자, 또다시 동창에게 승리를 거둔 태진이 의기양양하게 설명을 계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