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86)
186화: 완파
“어쨌든 마크 쿠쿠렐라와 리스 제임스 둘 다 3백에서 중앙 수비수를 소화할 수 있어. 그레이엄 포터 감독은 경기 중에 포메이션이 가변적으로 움직이니까 이렇게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가 3백 중 하나로 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고.”
3백이라고 해서 중앙 수비수 3명이 모두 수비만 하는건 낭비가 크다.
크리스 와일더 감독이 지휘하던 셰필드 유나이티드처럼 3백의 정중앙에 위치한 수비수가 상대팀 페널티 박스까지 뛰쳐올라가면서 ‘오버래핑 센터백’이라는 축구계에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창조했던 정도는 아니지만, 그레이엄 포터 감독의 3백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할 것을 요구받았다.
“아무래도 왼쪽 윙백에는 벤 칠웰이 있으니까, 마크 쿠쿠렐라가 중앙 수비수로 들어오고 벤 칠웰이 출전하는 방식으로 변형할거라고 생각해. 오른쪽은 리스 제임스가 나오고.”
“음···.”
형민이 고민하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왜, 걱정되는게 있어?”
평소의 장난끼에도 불구하고 진지해야 할 때와 농담해야 할 때를 잘 구분하는 태진이 진지하게 묻자, 형민이 고민하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일단은 나머지 포지션들에 대해서 준비한걸 들어보고 나서 다시 논의하자고.”
“알겠어. 그럼 나머지 포지션들인데··· 여기서부터 산으로 가버리네.”
결국 프리미어 리그 적응에 실패한 골칫덩어리 로멜루 루카쿠를 인터 밀란으로 임대이적 시켜버리고 급한대로 피에르-에메릭 아우바메양을 영입했지만, 노장 공격수는 아스널 시절에 번쩍였던 폼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프리미어 리그 적응에 실패한 티모 베르너는 첼시 운영진이 눈물을 머금고 2,220만 파운드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친정팀 RB 라이프치히에 다시 매각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출전 시간에 대한 불만을 품은 라힘 스털링을 영입하기는 했지만, 그도 작고 민첩한 유형의 공격수이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팀 중앙 수비수들과 전투하면서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스타일은 아니다.
첼시 팬들이 장신 공격수를 발탁하는데에 일가견이 있는 번리를 부러워하는 포인트 중 하나였다.
“일단 4-3-3이던 3-5-2이던 라힘 스털링은 나오거든? 그런데 말입니다···.”
유명한 한국의 티비 프로그램 호스트의 말투를 흉내내던 태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3-5-2에서 나머지 투톱의 한자리가 고민이란 말이지. 카이 하베르츠가 나오면 연계는 잘 되지만 페널티 박스 안에서 힘으로 압박을 가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아넬이랑 안셀모한테 먹혀버릴게 뻔하고. 그렇다고 아우바메양이 나오자니 이제는 뭐···.”
“속도도, 체력도 애매해졌지. 거기다가 몸싸움은 애초에 안 되는 스타일이었고.”
옆에서 듣던 파울루 모라오의 지적에 태진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렇다고 4-3-3으로 바꾸자니 뾰족한 수가 없어요. 아르만도 브로하? 아직 어설퍼요.”
첼시가 유소년 시절부터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알바니아 국적의 중앙 공격수는 발도 빠르고 기술도 좋고 심지어 191센티의 장신으로 피지컬도 되는데, 엄청나게 기복이 심하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해트트릭도 혼자서 만들어서 넣어주지만, 아닌 날에는 출전했는지 안 했는지 상대팀 중앙 수비수도 모른다고 말할 정도.
아직은 주력으로 쓰기에 힘든지, 그레이엄 포터 감독도 후반전에 교체 카드로 사용하는 경향이 명확했다.
“미드필드는 어떻게 나올 것 같아?”
고민에 잠겨했던 형민의 질문에 태진이 화면을 넘겼다.
“미드필드는 4-3-3이나 3-5-2나 3명이 나오니까. 은골로 캉테랑 조르징요가 주전으로 나올거고, 나머지 한 자리는 그레이엄 포터 감독이 어떻게 운영하고 싶냐에 따라서 마테오 코바치치, 코너 갤러거, 메이슨 마운트 중에 한 명이 나오겠지.”
완전히 공격적으로 가고 싶다면 첼시 유소년 출신의 에이스 메이슨 마운트를.
미드필드에서 연계를 강화하고 싶다면 레알 마드리드에서 영입한 마테오 코바치치를.
미드필드의 장악력을 높이고 싶다면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키면서 화려하게 등장한 코너 갤러거를.
태진의 생각을 들은 형민이 조금 더 확신에 찬듯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생각이 떠오른거야?”
옆에 앉아서 함께 듣고 있던 카롤리나가 형민의 표정에 질문했다.
“지금 첼시의 문제는 보유하고 있는 미드필더들의 질에 비해서 공격진이 너무 부실하다는거잖아.”
“그렇지.”
형민의 지적에 카롤리나가 동의했다.
“그럼 간단하잖아. 최대한 미드필더를 많이 출전시키는 방향으로 우겨넣는거지.”
“어떻게?”
궁금한 표정으로 태진이 묻자, 형민이 태진의 노트북을 끌어당겨서 화면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애매하거나 절대적으로 비교했을 때에 해당 포지션을 전담하는 선수보다 미드필더의 실력이 더 좋은 경우에는 그냥 그 자리에 미드필더를 집어넣는거지.”
그레이엄 포터 감독의 주력 포메이션인 3-5-2 기준으로 선수들이 다시 채워지기 시작했다.
“은골로 캉테를 중앙 수비수로 쓴다고? 그 단신을?!”
태진의 경악스러운 외침에 형민이 고개를 저었다.
“단신의 수비적인 중앙 미드필더를 중앙 수비수로 옮겨서 쓰는건 이미 바르셀로나 시절에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를 사용해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증명한 문제야.”
실제로 리버풀과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주력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는 바르셀로나 시절에 헤라르드 피케와 함께 빅앤스몰 중앙 수비수 조합이라는 기괴한 모습과 함께 성공적으로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입장에서야 무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가끔씩 벤치에 앉아야 할 정도로 넘쳐나는 미드필드 자원과 상대적으로 부실한 중앙 수비수 자원 사이에서 간구한 봉합책이었겠지만, 의외로 정말 잘 먹히자 주력으로 채택한 경우였다.
물론 정작 중앙 수비수로 보직을 강제 변경하게 된 선수 본인은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그리고 웨슬리 포파나와 칼리두 쿨리발리가 제공권은 방어해줄 수 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을 것 같고.”
웨슬리 포파나, 은골로 캉테, 칼리두 쿨리발리가 나란히 3백으로 선 가운데 마크 쿠쿠렐라와 리스 제임스가 양쪽 측면 윙백으로 세워졌다.
“그러면 미드필드를 꽉꽉 채울 수 있지.”
기동력이 떨어지지만 패스 능력은 일품인 조르징요가 수비형 미드필더의 위치에 들어가고, 그 위에 코너 갤러거가 넘치는 활동량으로 부족한 기동력을 보충하고 메이슨 마운트가 미드필드에서 치고 올라오는 날카로운 공격력을 더해준다.
“여전히 공격력이 부족한건 어쩔 수 없지만, 그건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니까. 이렇게 단단하게 후방을 지키면서 미드필드 싸움에서 우세를 가져가고, 그렇게 점유율을 가져간 상태에서 라힘 스털링이랑 카이 하베르츠, 그리고 미드필드에서 올라간 메이슨 마운트가 공격에서 뭔가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는거지.”
단 한 명의 선수가 달라졌는데, 확 경기의 양상이 바뀌었다.
그레이엄 포터 감독이 중시하는 점유율과 선수들 역할의 유연성, 그리고 홈경기에서 승리도 중요하지만 패배를 무조건 피해야 하는 입장까지 고려된 상황.
형민의 지적에 태진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채 머리를 긁적였다.
“말이 되기는 하는데···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는거야?”
“어떻게 하기는.”
형민이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냥 부숴야지.”
***
둥! 둥! 둥! 둥!
“으아아아!!!”
경기장의 절반 이상을 메우고 있는 홈팬들이 침묵에 빠진 가운데, 암적색으로 물들인 원정팬 관중석에서는 북소리와 함께 환호가 터져나왔다.
“야씨, 이런건 도대체 어떻게 예상한거야?!”
번리 선수들이 멋진 중거리 슈팅으로 팀의 세번째 골을 넣은 루카 수키치를 에워싸고 자축하고 있는 가운데, 벤치에서 뛰쳐나오면서 득점의 기쁨을 만끽하던 태진이 탄성을 토해냈다.
분석 회의 때에 형민의 예상 그대로 선발진을 출전시킨 첼시는 말그대로 처참하게 부서지고 있었다.
애시당초 니콜라스 세이왈드와 파트릭 데 파울라 같이 전투적인 미드필더들이 함께 출전하면 어느 팀도 계획대로 미드필드를 온전히 가져가기가 힘들다.
3대 1 정도의 숫적 열세는 혼자서 거뜬히 막아낸다는 니콜라스 세이왈드에 만만치 않은 수비력과 활동량을 가져가는 파트릭 데 파울라가 함께 출전하니 조르징요와 코너 갤러거, 그리고 메이슨 마운트로 구성된 첼시의 미드필드진은 그대로 붕괴했다.
번리를 상대로 기동력이 부족한 조르징요와 수비력보다 공격력이 일품인 메이슨 마운트의 공백을 코너 갤러거가 혼자서 메꾼다는게 말이 안 된다.
결국 붕괴한 미드필드를 지원하기 위해서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던 은골로 캉테와 중앙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던 카이 하베르츠까지 미드필드 싸움에 끌려들어갔고, 결국 스탬포드 브릿지의 경기장 중앙은 첼시 선수 5명과 번리 선수 2명이 격투를 벌이는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5명이나 투입했지만 어떻게든 미드필드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으면 그나마 괜찮다.
그런데 첼시는 2배 이상의 숫적 우위를 가지고도 번리의 쌍둥이 블랙홀의 활동량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미처 패스를 돌리기도 전에 나타나서 한 명은 앞에서, 한 명은 뒤나 측면에서 공격하니까 바로 공을 탈취당하고, 그러면 바로 번리의 역습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라힘 스털링 혼자 외롭게 고립된 첼시의 공격진 덕분에 번리는 느긋하게 양쪽 측면 수비수들을 모두 공격에 쏟아부을 수 있었다.
아예 미드필드 싸움은 다른 두 사람에게 맡기고 본인은 연계에만 집중하고 있는 루카 수키치까지 포함하면 무려 6명의 번리 선수들이 4명의 첼시 수비진을 상대하는 상황.
거기에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32살의 칼리두 쿨리발리는 이미 노쇠했고, 22살의 웨슬리 포파나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고 주장한 20살의 벤야민 셰슈코가 페널티 박스 안을 초토화하고 있었다.
형민과 코치진은 젊은 공격수의 발언에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의 패기에 동화된 번리 공격진은 인정사정 없이 첼시의 수비진을 때려부수고 있었다.
첫번째 골은 왼쪽 측면에서 치고 올라온 번리의 왼쪽 수비수 루카 페예그리니가 앞으로 찔러준 패스를 우아한 크로스로 연결한 드와이트 맥닐의 어시스트, 그리고 그걸 대놓고 뛰어올라서 헤딩슛으로 연결한 벤야민 셰슈코의 합작품.
두번째 골은 이전과 똑같은 장면에서, 같은 수법에 두번 당하지 않겠다는듯 벤야민 셰슈코의 앞에 뛰어오른 첼시의 두 중앙 수비수와 골키퍼를 피해서 슬쩍 옆으로 다시 공을 떨궈준 벤야민 세슈코의 어시스트에 크로스를 날린 직후 페널티 박스 안으로 뛰어든 드와이트 맥닐이 강렬한 왼발슛으로 골.
그리고 방금 들어간 세번째 골은 어찌할줄 모르는 첼시 수비진이 못 박혀 있듯이 서 있는 가운데, 평소보다 더 날카롭게 휘어진 드와이트 맥닐의 크로스를 페널티 아크 근처에서 받아낸 루카 수키치가 아무런 견제 없이 느긋하게 날린 중거리슛으로 골.
전반 43분 동안 상대팀이 슈팅 11회, 유효슈팅 5회, 그리고 3골을 기록하는 동안 슈팅 3회, 유효슈팅 1회, 그리고 0골을 기록한 첼시는 자멸하는 분위기였다.
침울한 관중들과 침울한 벤치, 그리고 침울한 선수들.
그레이엄 포터 감독이 애써 선수들을 독려하려고 하고 있었지만, 은골로 캉테를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시킨 비장의 한 수가 자폭의 한 수가 되었다는 것을 아는듯 수염 뒤로 참담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뭐, 운이 좋았지. 마음을 바꿀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에도 이게 최선의 한 수였어.”
태진의 감탄에도 형민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사실 이건 감독의 문제라기보다는 선수단의 균형 문제니까··· 풋볼 디렉터와 구단 운영진이 해결해줘야 하는거지.”
아마 그레이엄 포터 감독도 첼시에 부임한 다음에 공격진의 상태를 확인하고 한숨 밖에 안 나왔을거다.
노쇠한 공격수 하나, 풋풋한 유망주 하나, 실제로는 공격수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 하나, 그리고 단신의 공격수 하나.
이걸 어떻게 조합해도 프리미어 리그 상위팀들의 수비를 뚫어낼 방법이 안 나온다.
결국 정석대로 접근하지 못하니 기교를 부릴 수 밖에 없고, 그러다가 오늘처럼 간파당하면 처참하게 발리게 된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거야?”
생각보다 상대팀 감독을 동정하는듯한 형민의 말에 태진이 질문하자, 형민은 어깨를 으쓱했다.
“하프타임 이후에는 상대편이 전술 변화를 들고 나올테니, 또 후반전에 정신줄 놓고 있으면 다 죽여버릴거라고 얘기해줘야지.”
“흐흐흐흐. 그렇지.”
프리미어 리그 12라운드에서 상대한 아스널 전에서 벌였던 후반전의 추태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감독의 말에 그의 친구이자 코치가 마찬가지로 씩 웃으면서 손바닥을 내밀었다.
찰싹!
맑은 하이파이브가 소리가 두 사람 사이에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