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88)
188화: 매각
“제안이 있었군요. 저한테는 얘기하지 않은.”
구단 핵심 경영진까지 포함한 회의가 끝나고 헬레나의 집무실로 넘어온 카트라이트 가문의 세 사람.
이안 카트라이트라는 같은 이름을 공유하는 아버지와 아들이 한쪽 소파에 앉은 가운데, 반대쪽 소파에 앉은 헬레나가 쏘아붙였다.
비난하는 듯한 딸의 날카로운 질문에 이안 카트라이트 2세는 침묵에 잠겼다.
그녀의 질문에 답변한 것은 그녀의 오빠인 이안 카트라이트 3세였다.
“당연하지.”
“좋은 제안이었나 봐요.”
살짝 빈정거리는 그녀의 말에 이안 카트라이트 3세가 눈썹을 살짝 찡그렸지만, 대답한건 처음 질문을 받았던 그녀의 아버지였다.
“하나의 제안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헬레나의 질문에 그녀의 오빠가 한숨을 내쉬면서 설명했다.
“전세계에서 수십개의 제안이 왔어. 유럽 축구계에 끼고 싶어하는 모든 미국의 부호, 그리고 전세계적인 축구 클럽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초대형 펀드들과 스포츠 에이전시, 심지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구단을 소유하고 있다는 명예를 가지고 싶은 중동과 동아시아의 국부펀드들과 부호들까지 모두 다 번리를 갖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다고.”
“…그렇군요.”
생각하지도 못했다는 동생의 중얼거림에 이안 카트라이트 3세가 혀를 찼다.
“생각해봐. 너랑 형민이 이끌면서 번리는 완전히 부활했어. 지난 2시즌 동안 우승컵을 3개나 들어올렸고, 심지어 그 중에 하나는 유로파 리그!”
이안 카트라이트 3세는 놀라움을 표시하려는 듯이 양 손을 펼쳤다.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젊은 명장이 젊고 매력적인 팀을 구축하면서 젊은 선수들은 모두 꼭 가고 싶다고 손꼽는 팀이 됐다고. 이제 전세계의 어떤 유망주도 번리의 제안을 쉽게 뿌리칠 수 없어.”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번리가 얼마나 쉽게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었는지 눈 앞에서 목격했던 헬레나는 침묵했다.
심지어 딜이 깨진 경우에도 금전적인 조건이 안 맞아서 깨진거지, 스포츠적인 이유나 평판 때문에 번리에 오고 싶지 않다고 말한 선수나 에이전트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거기다가 이제 경기장까지 멋지게 재건했는데도 선수 판매 수익만으로 부채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어. 이제 번리는 그저그런 시골 축구 구단이 아니야. 누구나 탐내는 영국 북서부의 보석이 된거라고.”
“…그런데 번리의 현재 주인은 기업을 오랫동안 보유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카트라이트 펀드니까, 언젠가는 꼭 매각할거라는걸 알고 다들 피냄새를 맡은거군요.”
딸의 냉소적인 반응에 침묵하던 이안 카트라이트 2세가 고개를 흔들었다.
“꼭 그렇게 경계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그들이 상어떼라고 해도 우리는 카트라이트니까.”
오만할 정도의 자부심이었지만, 카트라이트 성을 가지고 이 방에 앉아 있는 세 사람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개의 투자회사들이 생겨나고 없어지는 월스트리트에서 무려 3대를 내려온 전설적인 투자 명문.
전세계의 부자들이 펀드에 돈을 넣기 위해서 보따리를 싸들고 줄을 서지만, 불필요하게 덩치를 키우는 욕심을 부리거나 투자에서 섣부른 실수를 범하지 않은채 꾸준히 불패의 수익률을 매년 기록하는 카트라이트 펀드.
역시 월스트리트의 전설인 워렌 버핏이 기업을 인수하고 장기간 보유하는 것으로 명성을 떨쳤다면, 카트라이트 펀드는 기업을 회생시키고 다시 좋은 주인을 찾아주는 투자와 경영이 절묘하게 조합된 것으로 명성을 쌓아올렸다.
아버지의 냉정하지만 침착한 말에 정신을 차린듯, 헬레나는 큰 숨을 내쉬었다.
“그렇군요. 그럼 구체적으로는 인수할 만한 파트너가 누가 있나요?”
단순히 금전적인 보상만을 위해서 회생시킨 기업을 매각했다면 3대째 내려온 평판을 지켰을리가 없다.
카트라이트 펀드는 금전적인 보상에 더해서 매각한 기업을 장기적으로 잘 경영할거라는 확신이 있어야만 매각을 승인한다.
“몇군데가 있기는 해. 일단 스타인브레너 가문이 있고.”
“호오.”
번리에 오기 전까지 스포츠에 관심이 없었던 헬레나도 스타인브레너 가문은 안다.
운송산업으로 큰 부를 일군 스타인브레너 가문은 2세인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뉴욕 양키스를 인수하면서 스포츠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무려 37년간 구단주로 재임하면서 공격적인 투자로 뉴욕 양키스를 7차례의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동시에 괴팍한 성질로 악명도 높았던 인물.
이제는 그의 사후 아들인 할 스타인브레너가 구단 경영을 맡았지만, 딱히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보스턴 레드삭스를 가지고 있는 옆집의 존 헨리가 자기는 리버풀도 가지고 있다고 자랑을 많이 했나보네요.”
탐탁치 않은듯한 표정을 지은 헬레나가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흐흐흐”
뉴욕은 좁은 동네이고, 거기에서 큰 부를 일군 사람들은 다 이웃사촌이다.
간만에 합이 맞은 오빠와 여동생은 그렇게 이웃들의 험담을 나누면서 키득키득 웃었다.
“거기 말고 스포츠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보여지는건 몇군데 없기는 해. 당연히 레드불도 의사를 전달했고.”
맨체스터 시티를 보유하고 있는 아부다비 그룹을 제외하면 가장 전세계적인 축구 클럽 시스템을 잘 구축한 곳이 레드불이다.
이미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구단을 보유하고 있는 아부다비 그룹은 번리를 인수할 수 없으니, 독일, 오스트리아, 미국, 그리고 브라질까지 축구계에서 이미 확고한 시스템을 구축한 레드불은 좋은 후보가 될 수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헬레나를 유심히 지켜보면서 이안 카트라이트 3세가 마지막 후보자를 꼽았다.
“하지만 제일 유망한건 레드버드의 빌리 빈이야. 너도 레드버드를 알지?”
“물론이지.”
머니볼로 유명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GM 빌리 빈이 은퇴한 후에 손을 댄 것이 레드불과 같은 글로벌 축구 클럽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가 사모펀드인 레드버드 캐피탈과 손을 잡아서 세운게 레드버드 특수목적 인수회사였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리버풀 풋볼 클럽을 소유하고 있는 펜웨이 스포츠 그룹에도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레드버드는 프랑스 리그앙의 툴루즈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축구계에 이름을 알린건 2022년 여름에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을 차지하면서 화려한 복귀를 알린 AC 밀란을 12억 달러를 주고 인수한 다음부터였다.
“흠··· 레드불이나 레드버드 모두 나쁘지는 않네. 물론 유럽 대항전에 같은 구단주가 보유한 팀이 복수 출전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기는 한데, 그것만 UEFA와 잘 협의가 된다면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
잠시 생각에 잠겼던 헬레나가 말했다.
확실히 레드버드가 인수한 후에 AC 밀란은 기존의 풋볼 디렉터 파올로 말디니의 체계를 잘 유지하면서 팀이 성장하고 있다.
축구를 잘 이해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레드버드가 번리를 인수한다면 단기간에 팀을 구렁텅이에 빠뜨릴 위험은 적다.
축구 클럽들을 장기간에 걸쳐서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레드불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이미 형민과 카롤리나를 비롯해서 레드불 출신들이 번리에도 많이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초반의 충격과 분노를 잘 극복한 것 같은 딸을 지켜보던 이안 카트라이트 2세가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네가 계속 여기에 있고 싶다면 있어도 된다.”
“…네?”
헬레나가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미 논의가 끝난듯, 이안 카트라이트 3세는 잠자코 아버지와 여동생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네가 번리에 남아서 계속 운영을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괜찮다는 말이다. 우리가 투자한 금액은 앞으로 몇년간 가볍게 배당만 해도 구단 운영에 문제 없이 충분히 회수할 수 있으니까.”
실제로 카트라이트 펀드가 번리에 투자한 자금은 처음에 인수를 위해서 지출한 2,000만 파운드와 추가로 1,000만 파운드씩 두번 투입된 자금.
총액 4,000만 파운드가 유입되었는데, 지금 번리 은행 계좌에 잠자고 있는 자금만 2억 파운드 가까이 쌓여 있다.
경기장 재건을 위해서 무이자로 빌려온 1억 파운드를 단숨에 상환한다고 해도 1억 파운드가 남는다.
거기에 경기장 재건을 통해서 기대되는 추가 수익만 해도 매년 7,000만 파운드.
앞으로 4년간 매년 1,000만 파운드의 배당금을 받아가도 구단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수준.
처음에 인수했을 때에 비해서 획기적으로 달라진 번리의 재정 상태 덕분이었다.
“그럼 번리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지요?”
헬레나가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카트라이트 퍼페츄얼로 옮길 생각이다.”
“그런···.”
카트라이트 가문의 자선 활동을 위해서 설립된 영구적인 펀드, 카트라이트 퍼페츄얼.
오로지 카트라이트 가문의 사적인 재산만 들어가 있는 펀드로, 카트라이트 가문이 후원하는 다양한 자선 활동과 문화 활동, 뉴욕시의 교육 및 문화 시설, 그리고 구호 센터와 미술관을 보유하거나 지원하는 펀드였다.
광의에서는 스포츠도 문화 활동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회 환원을 목적으로 하는 카트라이트 퍼페츄얼의 성격에 번리 풋볼 클럽은 잘 맞지는 않는다.
하지만 헬레나의 생각에 가문의 자선 펀드에 대한 우려보다 더 먼저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펀드 투자자들의 반발이 심할 수도 있어요.”
물론 적절한 가격을 치루겠지만, 막대한 수익률을 안겨줄 수 있는 번리 풋볼 클럽을 카트라이트 가문의 고유 펀드로 옮긴다면 투자자들이 심하게 반발할 수도 있다.
카트라이트 펀드의 이사로 돌아온 헬레나의 걱정에 이안 카트라이트 3세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연평균 수익률을 그대로 메꿔준다면 아무 말도 못할거야. 심하게 반발하면 다음 펀드에서 빠지라고 하면 되니까.”
복권에 당첨되는 것만큼 어렵다는게 카트라이트 펀드의 신규 투자자가 되는 것이다.
매년 일정한 금액의 펀드를 만들고, 그 금액이 다 채워지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펀드의 문을 닫는다.
덕분에 매년 대기 리스트가 있고, 대기 리스트의 대부분은 투자금을 1달러도 넣지 못한채 고스란히 다음해로 넘겨진다.
더욱이 장기적인 관계를 중요하시는 카트라이트 펀드의 특성상, 선대에서부터 인연이 있다면 1,000 달러짜리 소액 투자금도 대기줄 앞으로 건너뛰어서 흔쾌히 받아주지만 관계가 한번 틀어지면 산유국 국부펀드도 문전박대 당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국부펀드들이 투자한 수억 달러의 자금이 뉴욕시의 소상공인이나 평범한 전직 교사들이 자녀들의 대학 학자금이나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투자한 수천 달러의 저축금과 나란히 투자되고 있는 이유.
그렇게 불패의 수익률을 쌓아올리고 있는 펀드에서 괜한 트집을 잡았다가 관계가 상했다고 쫓겨났다면 그 담당자는 바로 해고다.
협상장에서 흘리는 피와 눈물은 너의 것, 이라는 카트라이트 가문의 암묵적인 가훈에 걸맞는 냉혹한 처사이기도 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생각에 잠겨 있던 헬레나가 그녀의 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퍼뜩 들었다.
“너는 번리에 남고 싶은거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네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건 번리라는 풋볼 클럽이니, 아니면 형민 김이라는 남자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