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9)
19화: 도약할 준비
왓포드의 실점 장면을 설명하는 은퇴한 노장 출신의 패널이 설명을 이어갔다.
“크리스 우드 같은 파워풀한 공격수가 밀고 들어오면 사실 파울이 아니면 막아내기가 어려워요. 그렇기 때문에 페널티 박스 밖에서 막아내려고 할 수 밖에 없고. 왓포드의 중앙 수비수들 입장에서는 미끼인걸 알아채도 쫓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어쨌든 골문에서 멀리 떨어뜨려야 하니까.”
텅 비어버린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오른쪽에서 직진하는 붉은색 화살표가 그려졌다.
“그 틈새를 한니발 메이브리가 파고든거지요.”
“그럼 이건 어떤 전술로 막아야 할까요?”
진행자의 질문에 은퇴한 노장의 설명을 듣던 다른 패널이 대답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수비진에 내려앉아서 역습만 시도를 하는 겁니다. 최소한의 공격 인원으로. 그리고 나머지는 계속 수비만 지키고 있는거지요. 주제 무리뉴 감독이 잘 하는 스타일이지요.”
“다른 방법은요?”
“맞불을 놓는거지요. 번리보다 더 강하게 압박하고 더 빠르게 공을 움직일 수 있는 팀이라면, 역으로 번리가 압살당할 수도 있어요. 어쨌든 같은 스타일을 가진 팀을 만나면 압박과 속도로 판가름이 날테니까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유심히 대화를 듣던 마지막 패널이 입을 열었다.
“뭐가 됐던지 간에, 앞으로도 이런 성적이 유지된다면 번리를 상대하는 클럽들이 점점 양극화될거에요. 깊게 앉아서 수비만 집중하던가, 자신의 스타일을 믿고 정면으로 들이받던가. 거기에 한가지 변수가 더 있지요.”
“그게 뭘까요?”
“이런 압박 전술은 엄청나게 체력소비가 심합니다. 번리의 얇은 스쿼드로 시즌 내내 버틸 수 있을까요?”
***
리버풀 풋볼 클럽의 홈구장 안필드.
53,394석으로 규모는 영국에서 7번째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열광적인 분위기를 경험한 모든 선수들은 소속과 상관없이 입을 모아서 그 특별함을 얘기했다.
원래 안필드를 홈이라고 부른 첫번째 클럽은 리버풀이 속한 머지사이드 자치주의 주민들 중 절반으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에버튼 풋볼 클럽이었다.
그러나 1892년, 소유주인 존 오렐로부터 안필드를 매입하려던 에버튼 풋볼 클럽은 협상이 결렬되자 옆 동네의 구디슨 파크로 홈구장을 이전해버렸다.
갑자기 임대인이 없어져서 비어버린 축구장을 채우기 위해서 존 오렐이 창단한 것이 바로 리버풀 풋볼 클럽.
지역 라이벌인 에버튼과 경쟁관계를 이어가면서 성장한 리버풀은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최전성기를 맞이하면서 20년간 11번의 1부 리그 우승과 4번의 유럽 대항전 우승을 기록했다.
심지어 1978/79 시즌부터 1989/90 시즌까지는 12번의 시즌 동안 리버풀과 에버튼이 합쳐서 10번의 우승을 차지.
영국 축구의 중심지로 발돋움한 머지사이드 주민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찔렀다.
더불어서 리버풀과 에버튼이 격돌하는 소위 머지사이드 더비는 가장 치열하고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서 치뤄지는 더비로 위상이 치솟았다.
그러나 1989/90 시즌 이후 리버풀은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소진된 것처럼 29년간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채 긴 쇠퇴기를 걸었다.
그 기간 동안 리버풀 팬들은 라이벌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희대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 경의 지휘 하에 자신들이 세운 18개의 1부 리그 우승 기록을 추월하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다.
그러나 2010년에 미국 보스턴 레드삭스의 오너인 펜웨이 스포츠 그룹(Fenway Sports Group), 속칭 FSG가 구단을 인수.
2015년에는 독일의 BVB 도르트문트를 2번의 우승으로 이끈 위르겐 클롭이 감독으로 부임.
2018/19 시즌에는 챔피언스 리그를 우승하면서 유럽의 챔피언으로 등극.
그리고 마침내 2019/20 시즌에는 맨체스터 시티의 치열한 추격을 따돌리고 30년 만에 감격스러운 우승을 차지했다.
2020/21 시즌에는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수비진이 붕괴, 간신히 3위로 마감했지만 그 복수를 하려는듯 2021/22 시즌은 현재까지 전승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축구에 미친듯이 열정적인 영국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열정적인 리버풀 홈팬들이 가득 매운 안필드.
거기에 30년만의 리그 우승과 덤으로 챔피언스 리그까지 우승한 위르겐 클롭 감독은 그 열광적인 홈팬들의 분위기를 더욱 더 도취시킬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가진 남자였다.
홈팀의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선수들에게 더 분발할 것을 촉구하는 191센티 거구의 감독이 손짓을 할 때마다 한순간도 쉬지 않으면서 열정적으로 응원하던 안필드는 더 열광적으로 환호하면서 반응했다.
그리고 이 모든게 형민한테는 스트레스와 압박으로 인한 복합 두통 및 속쓰림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씨···.”
형민은 필드 위에 움직이는 상대팀 선수단을 바라보면서 위가 아파오는 것을 느끼면서 가슴을 문질렀다.
원래대로라면 리버풀 팬인 형민이 볼 때마다 가슴이 웅장해져야 위용이었는데, 막상 상대팀 감독으로 마주하니 끔찍한 괴물들이 따로 없었다.
왠만한 필드 플레이어보다 수준급인 발재간을 가지고, 맨체스터 시티의 주전 골키퍼인 에데르손을 브라질 대표팀 벤치에 앉혀버린 골키퍼 알리손.
지난 몇 시즌 동안 각각 시즌 평균 10개 이상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오른쪽 수비수 트렌트-아놀드 알렉산더와 왼쪽 수비수 앤드류 로버트슨.
거기에 바르셀로나 유스팀 출신으로 바이에른 뮌헨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과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이끈 뒤, 리버풀에 합류해서 그동안 투박하다는 평을 받던 미드필드진에 창의성과 우아함을 더해준 티아고.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꼽히는 모하메드 살라와 그에 비해서 인지도가 살짝 떨어지지만 실제로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 사디오 마네.
리버풀의 붙박이 중앙 공격수였던 로베르토 피르미누를 밀어내고 주전을 차지한 디오고 조타.
사실상 현재 세계 최고의 수비수라고 평가받는 버질 반 다이크가 부상으로 결장한게 무릎꿇고 감사드려야 할 정도로 각국 대표팀의 주전급으로만 가득 채워진 라인업이었다.
거기에 팀 차원에서는 게겐프레싱으로 압박 축구를 완성한 위르겐 클롭 감독이 영국에 와서 이식한 템포 조절과 패스 게임.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빠르고 격렬한 압박에 가장 빠르고 위협적인 공격진이 합쳐지자 번리의 선수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킥오프 이후 시간은 계속 흘러서 전반 25분.
그동안 번리 선수들이 공을 몇번이나 만졌는지는 손으로 세어볼 수 있을 정도였다.
후방에서 빌드업을 시도하면, 숨도 못 쉴 만큼 근접해서 압박하는 리버풀의 공격수 3인과 미드필드 3인으로 인해서 이리저리 채이다가 빼앗겨서 역습을 허용하거나 사이드라인 밖으로 튕겨나가기 일수.
그나마 번리에서 패스를 좀 한다는 조시 브라운힐이나 한니발 메이브리에게 어떻게든 연결을 해도 상대편 골문을 향해서 돌아서지도 못할 만큼 강한 압박이 들어왔다.
결국 번리는 아직 한번도 중앙선조차 넘어가지 못한채 공을 뺏기고 슈팅을 허용하고 있었다.
골키퍼인 닉 포프와 수비진의 헌신적인 수비가 아니었다면 벌써 몇번이고 실점을 했을 상황.
번리가 유효 슈팅은 커녕 상대편 페널티 박스 안에 진입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 속에서, 마침내 리버풀이 번리의 단단한 수비진에 균열을 냈다.
“아오, 쟤는 뭐 하는거냐?”
형민의 옆에 서 있던 아서가 혀를 찼다.
리버풀의 우측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의 돌파를 막으려던 번리의 왼쪽 수비수 찰리 테일러가 제대로 상대 선수를 들이받았고, 안필드의 야유 속에서 주심이 옐로카드를 꺼내들고 있었다.
“저걸 돌파 당했다면 바로 1대 1로 골키퍼와 마주했을테니까요. 좋은 판단이었어요. 좋은 판단이었는데···.”
형민이 중얼거렸다.
형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프리킥을 차기 위해서 대기하던 리버풀의 티아고가 번리 선수들이 세운 벽 바로 옆으로 달려들어가는 리버풀의 공격수 디오고 조타에게 기습적으로 패스를 넣어주었다.
“앗!”
형민과 아서가 동시에 탄식하는 가운데, 달려가는 속도 그대로 번리의 골키퍼 닉 포프와 마주한 조타는 가볍게 닉 포프의 오른쪽으로 공을 차넣으면서 골네트를 흔들었다.
“으아아아아!!”
계속 두들기던 번리의 골문을 마침내 열어제낀 리버풀 홈팬들이 안필드가 떠나가라 환호하는 가운데, 아서가 좌절감에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 순간, 아서와 비슷한 동작을 취하려던 형민이 갑자기 외쳤다.
“아니에요! 오프사이드래요!”
높게 들어올려진 부심의 깃발.
몰려들어서 항의하는 리버풀 선수들과 오프사이드를 확인받으려는 번리 선수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끼어서 한쪽 귀를 막은채 VAR 부심과 소통하던 주심.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검은 유니폼의 주심이 마침내 휘슬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온 안필드와 선수들, 그리고 벤치까지 숨을 죽이는 가운데, 주심은 골대를 향한 손짓과 함께 휘슬을 불었다.
“후아, 십년 감수했네!”
홈팬들의 야유 속에서 형민과 아서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가운데, 오프사이드 판정에 따른 닉 포프의 프리킥으로 경기는 다시 0대 0으로 재개됐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지표는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전반 2분에 한니발이 옐로 카드.
전반 25분에 찰리 테일러가 옐로 카드.
전반 41분에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옐로 카드.
전반전에만 경고를 3장이나 수집한 번리 선수들은 점점 위축되어가고 있었다.
반면에 전반전 동안 10개 슈팅과 5개의 유효슈팅, 그리고 무려 8개의 코너킥을 통해서 기대득점은 1.44점을 기록한 리버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리지 않는 번리의 골문에 답답해하고 있었다.
결국 후반전의 시작과 함께 리버풀은 위르겐 클롭 감독의 지시에 따라서 미묘한 전술 변화를 단행했다.
압박의 강도는 그대로 유지.
다만 공을 탈취하면 번리의 수비진이 진형을 갖추기 전에 빠른 속도로 역습을 전개하지 않고, 느긋하게 공을 돌리면서 천천히 번리의 수비를 흔드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었다.
공을 쉽게 빼앗지도 못하고, 막상 빼앗으면 바로 역습이 차단 당하고.
번리 선수들이 답답함과 불안감, 그리고 피로 속에서 지쳐가자 리버풀이 노리던 균열이 발생했다.
“으아악!”
형민이 머리를 감싸쥐면서 비명을 외쳤다.
번리쪽 코너플래그 인근에서 수비에 가담했던 한니발 메이브리가 자신의 옆을 돌파하려는 리버풀의 왼쪽 수비수 앤드류 로버트슨을 급한 마음에 들이받아서 쓰러뜨린 것이었다.
사자머리를 휘날리는 어린 미드필더가 양 손을 벌려서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했지만, VAR과 확인한 주심은 망설임 없이 옐로 카드를, 그리고 나서 다시 레드 카드를 꺼냈다.
후반 56분, 이미 전반전에 경고를 하나 수집했던 한니발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
머리를 힘없이 축 늘어뜨린 유망주가 터덜터덜 경기장에서 걸어나오는 가운데, 그를 위로할 여유도 없었던 형민은 급하게 벤치를 돌아보면서 대안을 간구했다.
가뜩이나 열세에 몰려있던 번리가 이제 10명으로 11명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
리버풀은 얻어낸 숫적 우위를 제대로 활용하겠다는듯 골키퍼까지 하프 라인 인근으로 전진해서 전원 공격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