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집안 단속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카라바오컵 8강전에서 뉴 터프 무어 개막식을 치른 번리는 2대 0으로 승리하면서 질주를 이어갔다.
이어서 벌어진 프리미어 리그 17라운드에서 다시 레스터를 뉴 터프 무어를 불러들여서 2대 1로 승리.
그 다음에 박싱데이에 열린 프리미어 리그 18라운드에서는 에버튼을 상대로 1대 0으로 승.
그리고 마침내 2024년 1월 1일에 열린 프리미어 리그 19라운드에서 리즈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인 엘런드 로드를 방문해서 새해의 첫 경기를 3대 2로 마무리했다.
화끈한 승리라기 보다는 1골 차이의 진땀승을 끌어내고 있지만, 어쨌든 연승은 연승.
프리미어 리그 첫 5경기에서 패배한 후 그 다음 14경기에서 연승을 이어가고 있었다.
유럽 챔피언스 리그의 조별 예선에서 거둔 성적은 그것보다 훨씬 더 들쑥날쑥 했지만, 어쨌든 5승 4무로 승점 19점을 확보하면서 4팀 중 1위로 본선 무대에 진출하는 데에 성공했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단일 시즌 내에 기록한 연승 신기록은 2017/18 시즌의 맨체스터 시티와 2019/20 시즌의 리버풀이 기록한 18연승.
특히 2017/18 시즌의 맨체스터 시티는 당시 주제 무리뉴 감독이 이끌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무려 19점 차이로 따돌리면서 승점 100점이라는 신기록을 달성하면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었다.
38경기로 이루어진 시즌에서 19경기를 완료해서 딱 절반 지점에 도달한 번리는 14승 5패로 승점 42점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9경기를 전승으로 마무리해도 승점 100점은 요원하지만, 최소한 이론적으로 99점까지는 확보가 가능한 상황이다.
물론 시즌의 시작부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리버풀은 16승 2무 1패로 승점 50점을 기록해서 으로 2위와 8점이나 차이가 나는 압도적인 전력을 보이면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독주하고 있기는 하지만.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 출전하는 두 팀의 스케줄 때문에 전반기 동안 한번도 맞대결을 벌이지 못했지만, 공식전에서 5승 2무 1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리버풀을 상대로 번리가 승리를 거두면서 승점의 차이를 좁힐 가능성도 별로 없다.
그러니까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첫 5연패 이후 연승 가도를 달리면서 승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번리를 표현할 적절한 말을 찾기 위해서 언론과 평론가들이 고심하고 있었다.
무패 우승을 기록했던 2003/04 시즌의 아스널을 따라서 ‘넥스트 인빈시블’이라고 부르자니, 초반에 기록한 5연패가 너무 강렬하다.
‘연쇄연승범’, ‘승리하는 2위’ 같은 문구들이 언론을 통해서 잠깐 떠올랐다가 가라앉는 가운데, 그 딴 것에 신경을 쓸 여유가 하나도 없는 번리의 구단주 대리인 겸 대표이사 겸 재무이사는 서류 더미 속에 파묻혀 있었다.
“…젠장, 제안서를 보낼거면 그냥 표지에 금액을 적어서 보내주면 안 되나요? 왜 이걸 이렇게 제안서 깊은 곳에 파묻어둔거야!”
뉴 터프 무어 명명권을 매각할 계획이라는 소식에 온갖 제안서들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었는데, 조건이 다 제각각이다.
기간도 2년부터 시작해서 10년, 2년 + 2년, 5년 + 1년, 심지어 영구 매각까지도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금액도 천차만별인데, 심지어 환율마저 제각각으로 표기되어 있다.
영국 파운드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으니, 차라리 미국 달러나 유로화로 표기가 되어 있다면 다행이다.
중국의 위안화나 일본의 엔화, 그리고 심지어 한국의 원화로까지 표기된 제안서들에 헬레나는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다.
거기에 추가 조건은 어떻고?
셔츠 스폰서까지 겸하는 제안, 소매 스폰서를 겸하는 제안, 경기장의 광고판 중 절반을 사용하는 제안, 심지어 트레이닝복의 메인 스폰서만 겸하는 가지각색의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보니 헬레나는 그 제안들을 검토하기 위해서 하나의 기준에 정리하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그래도 즐거워보이는데요?”
소파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헬레나는 고개를 들어서 씩 웃어보인 다음에 다시 노트북에 얼굴을 파묻었다.
“돈이 들어오는거니까요! 돈! 그렇지 않아도 조너선이 찾아와서 주급 예산을 늘려달라고 한참이나 징징대고 갔다니까요!”
시즌 초반의 암울한 분위기가 이어질 동안에는 조용했지만, 유럽 챔피언스 리그의 16강까지 진출하고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2위까지 치고 올라가자 그동안 번리가 잘 피해다녔던 이슈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지난 두어 시즌 동안 기량과 평판이 일취월장한 유망주들의 주급 인상과 재계약 요청이 에이전트들을 통해서 터져나온 것이었다.
“당신은 뭐 들은거 없어요?”
“음··· 조너선이 저한테 얘기를 해준 것들은 있는데, 선수들이 저한테 직접 얘기한건 없네요.”
“쯧쯧···.”
형민의 대답에 헬레나가 알겠다는듯 혀를 찼다.
형민은 선수단과 관계가 좋기로 유명했다.
더욱이 사회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 입장에서 감독의 집무실 문을 두들겨서 면담을 요청한 다음에 주급 인상 같은 예민하고 민감한 주제를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렵고 복잡하고 민감한 얘기를 대신 하라고 에이전트한테 돈을 주고 고용한게 아닌가?!
그리고 에이전트 입장에서도 괜히 감독을 건드려서 자신의 고객인 선수에게 혹시나 모를 불이익을 가하게 하거나, 눈 밖에 나는 일을 발생시킬 이유가 없다.
그런 얘기를 감독 대신 하라고 풋볼 디렉터가 있는거 아닌가?!
덕분에 번리의 풋볼 디렉터 조너선 랜드리스는 에이전트들의 쏟아지는 전화와 요청 속에서 한가할 줄 알았던 겨울 이적시장에서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 영입한 선수들은 별로 걱정이 없다.
아직 계약서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으니까.
문제는 잔류한 선수들, 특히 그 중에서도 번리에서 핵심 전력으로 평가받는 선수들이다.
“누가 제일 문제가 되나요?”
형민의 질문에 헬레나가 노트북으로 제안서들을 정리하는 것에서 눈을 떼지 않은채 고개를 흔들다가, 소파에 누워 있는 형민이 자신을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답했다.
“문제가 되는건 아니에요. 큰 틀에서 시장가격 이상을 달라고 요청하는건 아니니까. 하지만 그동안 우리 주급 체계 자체가···.”
“…워낙 낮기는 낮았지요.”
헬레나의 말을 형민이 받았다.
그동안 번리는 한 시즌 동안 운영하는 주급을 120만 파운드 전후로 억누르고 있었다.
형민이 22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선수단으로 퍼스트팀을 꾸리는걸 선호한 것도 도움이 되었지만, 기본적으로 120만 파운드이면 프리미어 리그의 20개 구단 중 밑에서 5번째 정도 된다.
보통 직전 시즌에 승격에 성공한 팀들이 주급 순위에서도 20위부터 18위까지 차지하니까, 실질적으로 프리미어 리그에 장기간 잔류한 팀들 가운데 번리의 주급 체계는 최하위에 속하는 것이다.
실제로 혼자서 주급 48만 파운드를 받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해서 5명의 선수가 30만 파운드 이상의 주급을 수령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퍼스트팀의 주급 예산이 420만 파운드를 상회한다.
주급 40만 파운드를 받고 있는 케빈 더 브라위너를 비롯해서 엘링 할란드와 잭 그릴리쉬 등 다수의 고연봉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도 퍼스트팀의 주급 예산이 310만 파운드 수준.
첼시도 맨체스터 시티와 비슷한 수준의 퍼스트팀 주급 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나마 상위팀들 중에서 주급 체계가 깐깐한 것으로 악명이 높은 리버풀도 퍼스트팀의 주급 예산은 270만 파운드.
결국 직접적인 경쟁자들 대비 절반 정도의 주급 예산을 가지고 버텨왔는데, 선수들의 실력이 최상위 무대에서 검증되니까 더 이상 억누르는게 불가능해졌다.
“누가 제일 강경한가요? 제가 한번 얘기를 해볼까요?”
“아니에요. 어차피 시장가격에 어느 정도는 맞춰줘야 하니까요.”
형민의 제안에 헬레나가 고개를 흔들었다.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면 다음 이적시장에 매각을 할 수 밖에 없겠지요.”
“…제가 그게 싫어서 하는 얘기입니다만.”
소파에서 고개를 들어올린 형민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마침내 헬레나가 노트북에서 고개를 들어서 그를 바라보고는 피식 웃었다.
“당신의 생각은 잘 알지만, 번리는 어쩔 수 없어요. 선수가 원하는 대로 다 줄 수 있는 규모는 아니니까요.”
“…그러게요.”
한숨과 함께 다시 소파 위로 고개를 눕힌 형민에게 노트북으로 다시 눈길을 돌렸다.
“어쨌든, 조너선한테 주급 상한선은 10만 파운드로 지켜달라고 부탁했는데, 잘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
“…9만 파운드.”
“안 돼! 말도 안 되는거 자네도 잘 알잖아!”
“그러는 자네도 우리 사정을 잘 알잖아! 안 주고 싶어서 안 주는게 아니라고!”
반필드 트레이닝 센터에 위치한 풋볼 디렉터의 집무실.
조너선 랜드리스는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에이전트를 노려보았다.
세바스챤 셰만스키가 속한 폴란드 최대의 스포츠 에이전시 유니도스의 대표 랑베르츠 뢰프스키는 고개를 저었다.
“세바스챤의 실력이라면 맨체스터 시티에 가도 뛸 수 있다고.”
“그럼 맨체스터 시티로 가던가!”
서로 협박 아닌 협박을 날리고 있었지만, 허풍이라는건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지난 시즌에 적응기조차 필요 없이 두 자릿수의 골과 어시스트를 기록한 미드필더를 놓치는 것은 언제든지 선수가 매각될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하고 있는 번리에게도 뼈아픈 타격이다.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에 가서 뛰라고 말하기에는 정작 세바스챤 셰만스키 본인이 번리를 떠날 생각이 현재 1도 없다.
지금 팀 순위가 맨체스터 시티보다 더 높은데 뭐하러?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있던 시절이라면 그 명성에 끌릴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유럽 축구계의 분위기는 바르셀로나의 감독직을 수행한 후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던 루이스 엔리케 감독보다는 번리의 형민 김 감독을 더 높이 쳐주는 분위기였다.
“…12만 파운드.”
“9만 5천 파운드! 여기서 더 못 올라가! 팀에서 최고 주급자가 되는거라고!”
서로 노려보던 풋볼 디렉터와 에이전트 중 에이전트가 슬쩍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그건 아닌 것 같은데?”
“….”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에이전트와 얘기해봤어. 그쪽은 10만 파운드라고 하던데?”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흐르고, 마침내 조너선 랜드리스가 한발 양보했다.
“…그건 그쪽의 주장일 뿐이야. 아직 합의된건 없어.”
“하지만 가능성은 높다고 봐도 될까?”
“글쎄?”
말 끝을 흐리는 조너선 랜드리스에게 이번에는 랑베르츠 뢰프스키가 한발 양보했다.
“좋아, 그러면 이건 어때?”
“…얘기해주면 들어는 볼께.”
“주급은 9만 5천 파운드와 팀내 최고 주급 중 더 높은걸로 하는거야.”
“흠···.”
조너선 랜드리스는 식은땀으로 젖은 등판을 의자에 기대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처음에 요구한 14만 파운드에서는 한참이나 낮아진 제안이다.
물론 지금 받고 있는 6만 파운드에서는 엄청나게 뛰어오르기는 했지만, 절충선이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세바스챤 셰만스키의 팀 내 위상을 생각한다면, 팀에서 최고 수준의 주급을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
물론 니콜라스 세이왈드와 세바스챤 셰만스키가 10만 파운드를 받기로 합의했다는 소문이 나가면 지금 협상하고 있는 모든 에이전트들이 그걸 기준으로 벌떼처럼 몰려들겠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그 정도 위상이 아닌 선수들에 대해서는 무조건 10만 파운드 밑으로 주급이 설정되는걸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아니면 번리가 여름 이적시장에 선수를 매각할 것을 각오하던가.
번리에서 선수를 시장에 내놓으면 낚아채갈 구매자들은 이미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번리에서 주장 니콜라스 세이왈드와 세바스챤 셰만스키와 동등한 위상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번리의 보석 드와이트 맥닐 밖에 없다.
어차피 드와이티는 그 상징성 때문이라도 무조건 팀 내에서 최대 주급을 맞춰주기로 경영진에서 합의가 되어 있는 상황.
빠르게 머릿속에서 계산을 마친 조너선 랜드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판타스틱!”
양 팔을 벌리며 만족스럽게 웃은 랑베르츠 뢰프스키가 손을 내밀자, 조너선 랜드리스는 손을 마주 잡아서 악수했다.
“계약서는 우리쪽에서 보내주도록 할께.”
조너선 랜드리스의 제안에 랑베르츠 뢰프스키가 히쭉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거래 감사합니다, 고객님.”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