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레드불 풋볼 그룹
리버풀를 상대한 경기 중에서 드디어 대망의 시즌 첫 승리를 거둔 번리는 그대로 그 기세를 몰아서 프리미어 리그 25라운드에서 뉴캐슬을 2대 0으로 격파했다.
이어서 2월에 예정된 A매치 기간에 돌입하면서 국가대표팀에 소집된 선수들은 각국으로, 나머지 선수들은 짧은 휴가를 받아서 반필드 트레이닝 센터는 휴식기에 돌입한 가운데 헬레나는 조용히 방문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미스 카트라이트.”
“아, 헬레나라고 불러주세요.”
굳건한 악수에 키 큰 독일인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도 올리버라고 불러주시지요.”
“번리로 온 것을 환영합니다, 올리버.”
소파에 마련된 자리로 손님을 안내한 헬레나는 반대편 소파에 마주 앉았다.
레드불 풋볼 그룹의 글로벌 총괄이자 독일 분데스리가의 RB 라이프치히의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장신의 사내는 청바지에 스웨터를 입은 편안한 복장이었다.
그녀의 시선을 알아챈듯, 올리버 민츠라프가 씩 웃었다.
“외부에 노출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본사에서 연락을 받아서요. 옷차림이 가벼운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아니, 별 말씀을요. RB 라이프치히 유니폼만 안 입으시면 사람들은 잘 모르기는 할거에요.”
“뭐, 그건 그렇지요.”
감독이나 선수와는 다르게 축구 구단의 대표이사가 언론에 자주 노출될 일이 별로 없기는 하다.
헬레나는 잠시 맞은편에 앉은 상대를 바라보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레드불 풋볼 그룹.
세계적인 에너지 드링크 회사인 레드불의 계열사로, 전세계적인 축구 클럽의 네트워크를 구축한 다음에 이를 기반으로 잠재력이 높은 유소년 선수들을 각국에서 모집해서 육성하고, 이들을 유럽으로 보내서 최고의 수준으로 키워낸 다음에 비싼 가격에 매각한다.
그 와중에 선수는 소위 레드불 시스템이라고 불리우는, 랑프 랑닉으로 대표되는 강렬한 압박과 쉬지 않는 활동량, 그리고 탄탄한 기본기를 기반으로 하는 매력적인 축구 스타일에도 익숙해지게 된다.
번리도 형민과 카롤리나를 통해서 레드불 풋볼 그룹 출신들, 특히 오스트리아에 위치한 RB 잘츠부르크에서 유망주들을 상당수 영입했기 때문에 헬레나도 그 체제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전체 시스템의 꼭대기에 위치한 RB 라이프치히의 대표이사 겸 전체 풋볼 그룹의 글로벌 총괄이 그녀의 앞에 앉아 있었다.
“그동안 레드불은 카트라이트 펀드가 번리를 인수하신 다음의 행보를 매우 인상깊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잘츠부르크에 있는 크리스토퍼 프뤤드나 마크 랑이 워낙 극찬을 하기도 했고요.”
“유망주들을 계속 뺏긴다고 불만을 토해낸건 아니고요?”
헬레나의 질문에 올리버 민츠라프가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불만도 많기는 많았지요! 아무래도 형민 김 감독이나 카롤리나는 레드불 시스템에 있는 유망주들을 아주 잘 아니까요. 하지만 저희는 좋은 선수들이 좋은 감독 밑에서 뛸 수 있다면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는걸 절대로 반대하지 않습니다.”
좋은 유망주를 발굴해서 좋은 선수로 육성하지만, 욕심을 내지 않는다.
사실 레드불 시스템의 핵심이 더 크고 좋은 리그로 선수들을 계속 움직인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얘기이기도 했다.
“어쨌든, 잘츠부르크에서 좋은 선수들을 많이 데려올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었습니다. 그건 감사드리지요.”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데려가신건데요, 뭘.”
서로 겸양의 말이 오간 다음에, 본론으로 접어들었다.
“구단 인수 가격 같은 것에 대해서는 저도 보고를 받기는 하지만 크게 관여를 하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그건 사업의 영역이니까요.”
“그렇지요.”
올리버 민츠라프는 가방에서 준비한 자료를 꺼내서 헬레나에게 건내주었다.
천천히 한장씩 넘기면서 진중하게 설명을 계속했다.
“제가 오늘 찾아뵙고자 한 것은 매각 최종 상대를 결정하는건 헬레나에게 전권이 있고, 헬레나는 무엇보다 인수자의 축구 프로젝트가 어떤 모습인지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뉴욕에서 연락을 줬기 때문입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구애자가 판매자에게 자신의 이상과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얘기이다.
헬레나는 올리버 민츠라프의 설명에 따라서 자료를 넘기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려진대로, 레드불 풋볼 그룹은 5개의 구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스트리아 1부 리그에 소속된 RB 잘츠부르크.
오스트리아 2부 리그에 소속된 RB 리퍼링.
독일 분데스리가에 소속된 RB 라이프치히.
미국 MLS에 소속된 뉴욕 레드불.
그리고 브리질 1부 리그에 소속된 레드불 브라간티노.
동일한 축구 철학에 기반해서 유망주들을 육성하고, 순차적으로 더 높은 단계의 구단으로 이적시키면서 선수들에게 더 큰 리그에서 뛰는 경험을 주는 동시에 실력을 가다듬는다.
기본적으로 북미와 남미 대륙에서 발굴되는 선수들은 브라질의 레드불 브라간티노나 뉴욕 레드불로 향하게 된다.
거기서 그런 선수들이 실력을 쌓은 다음에 향하는 곳은 아프리카에서 발굴된 선수들과 유럽에서 발굴되는 선수들의 1차적인 집결지인 RB 잘츠부르크.
최근에는 황희찬이나 타쿠미 미나미노처럼 아시아에서 발굴된 선수들도 조금씩 등장하고 있고, 이들도 RB 잘츠부르크에서 육성을 받는다.
실력이 조금 부족하거나, 퍼스트팀에서 경쟁이 너무 심하면 오스트리아 2부 리그에 속해있는 RB 리퍼링으로 임대를 가서 좀 더 가다듬을 기회와 시간이 주어진다.
그리고 나서 성공적으로 육성된 선수들의 행선지는 크게 2가지로 나누어진다.
어린 나이부터 두각을 나타내면서 다른 구단들이 바로 영입하는 경우.
아니면 RB 라이프치히로 가서 최종적으로 실력을 증명하고 몸값을 한단계 더 끌어올리는 경우.
완벽하지는 않지만, 현재 세계에서 가장 짜임새 있는 축구 구단 시스템.
맨체스터 시티가 속한 시티 풋볼 그룹도 글로벌 축구 구단 시스템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망주를 잔뜩 축적한 다음에 정작 퍼스트팀에서는 거의 기용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 그들과는 다르게 RB 라이프치히는 퍼스트팀의 대부분을 내부에서 수급한다.
“만약에 번리가 레드불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면 최종 종착지가 RB 라이프치히가 아니라 번리가 되겠지요.”
함께 넘긴 새로운 페이지에서는 기존에 RB 라이프치히가 꼭지점에 위치했던 피라미드에서, RB 라이프치히가 한 계단 밑으로 밀려나고 번리가 그 위에 올라가 있었다.
파란색과 노란색이 중심인 번리의 방패 모양 로고를 레드불의 붉은 황소가 떠받치고 있는 그림에 헬레나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미소를 본 올리버 민츠라프가 말을 이어갔다.
“번리도 카트라이트 펀드가 인수한 다음에 셀링 클럽으로서 유망주를 육성하는 기조를 가지고 가신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스카우트팀이 번리의 풋볼 디렉터와 스카우트팀에 대해서 호평하더라고요. 좋은 선구안에 적절한 자금이 매칭된 최상의 조합이라고.”
번리의 선수 영입은 적어도 지난 2시즌 동안에는 압도적인 성공의 연속이기는 했다.
올리버 민츠라프의 칭찬에 헬레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한 손을 저었다.
“조너선이랑 스카우트팀이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운도 좋았어요.”
헬레나의 겸양에 올리버 민츠라프는 고개를 저었다.
“운도 실력의 일부이기는 합니다만. 축구 같은 스포츠도 결국 행운이 작용하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그야 그렇지요.”
구단의 밸류에이션이나 여타 조건들에 대해서는 이미 뉴욕의 카트라이트 펀드에서 검토 후 승인을 해주었으니까 이렇게 얼굴을 마주 보고 얘기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한거다.
“설명해주신 내용은 잘 들었어요, 올리버.”
“저희 말고 다른 곳들도 제안을 보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것을 알아차린 올리버 민츠라프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축구적인 관점으로는 레드불이 누구보다도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거라고 자신합니다.”
***
손님을 보내고 한동안 집무실에서 혼자 앉아 있던 헬레나가 일어나서 향한 곳은 그녀의 집무실에서 멀지 않은 또다른 집무실이었다.
휴일이었지만 그녀의 예상과 다르지 않게 검은머리의 젊은 남자는 자신의 집무실에 있었다.
한쪽 벽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에서는 경기 장면들이 계속 흘러나오고, 남자는 자신의 소파에 앉아서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메모장에 맹렬히 생각들을 적어내려가고 있었다.
“…9번이 돌파할 때에 6번이 밑에서 올라오고, 11번이 오른쪽으로 빠진다···.”
“…공격 전개 상황에서 수비진의 위치를 확인할 것···.”
“…뒷공간이 부실해. 왼쪽 측면을 타고 올라가서···.”
내일이 되면 저 엉망진창으로 적혀진 메모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서 코치진과 비디오 분석팀에게 이메일로 전송되고, 다시 거기에 맞춰서 뽑아낸 자료를 기반으로 전술 회의가 진행되게 된다.
물론 그들의 젊은 감독이 가끔씩 본인이 적은 노트를 해석하지 못할 정도로 악필이라는 것은 번리 구단 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어차피 아무도 해석에 도움을 줄 수 없으니 감독만 혼자 끙끙대면서 자신이 그려낸 상형문자를 해독하느라 괴로워할 뿐이다.
헬레나는 한참이나 문가에 서서 그를 지켜보던 그녀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채 메모를 적어내려가던 남자를 지켜보다가, 마침내 경기가 끝나는 휘슬이 스크린에서 흘러나오자 집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뭐하고 있어요?”
“어라? 헬레나? 미팅이 벌써 끝난거에요?”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형민이 얼굴을 밝히면서 물었다.
남자친구에게 다가가서 뺨에 키스를 한 다음에 그의 옆자리에 앉은 헬레나는 메모장과 대형 스크린을 가르켰다.
“아약스를 분석하고 있는거에요?”
“웨스트햄은 이미 카롤리나가 분석하기로 해서, 미리 준비를 해두려고요.”
“바쁘네요.”
헬레나의 말에 형민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미팅은 잘 끝났나요?”
“음··· 뭐, 그냥 미팅이었지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냥 그런 미팅.”
“올리버 민츠라프 대표가 직접 온거지요?”
형민의 질문에 헬레나는 남자친구를 바라보았다.
“그를 아나요?”
“잘은 몰라요. 레드불에서 일할 당시에 그와 접촉할 정도의 지위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카롤리나는 잘 알걸요. 라이프치히에서 같이 일하기도 했으니까.”
“그렇군요···.”
중얼거리던 헬레나는 형민이 적어놓은 메모장을 가르켰다.
“아약스는 어때요?”
“아, 아약스요.”
자신의 메모장을 내려다본 형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아약스. 아약스는 뭐··· 좋은 팀이지요.”
“에이, 그러지 말고. 나한테까지 그럴건 없잖아요.”
기자회견 때마다 상대팀에 대한 평가를 줄기차게 물어보는 기자들 덕분에 어느새 직설적인 대답을 주지 않는 버릇이 생긴 형민이 헬레나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것도 그렇네요.”
“그래서, 아약스는 어때요?”
“음···.”
한참이나 머릿속에서 말을 고르던 형민이, 마침내 고개를 기울여서 헬레나의 귀에 속삭였다.
“…그냥 씹어먹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