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206)
206화: 한 걸음 전진
제일 먼저 변화를 감지한건 애초에 전술을 처음 수립했던 감독이었다.
“어라?”
뭔가 이상하다.
수비진끼리 뭔가 대화를 주고받는 것 같더니,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교체 투입되었던 오스카 밍게자가 미묘하게 중앙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반대편에 서있던 왼쪽 측면 수비수 아마르 데디치가 미묘하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포지션이 변화한건 아니다.
적어도 겉으로 보이기에는.
하지만 옆에 서서 일자를 지키고 있었어야 할 수비 라인을 감안하면, 확실히 수비진이 마음대로 위치를 변경하기 시작한게 맞다.
특히 아마르 데디치가 자신의 포지션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쟤네들, 뭐 하는거야?!”
옆에서 지켜보던 카롤리나도 포메이션이 어그러지는 것을 감지한듯, 혀를 차면서 양 손을 입가에 모으고 수비진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외칠 준비를 했다.
“아냐. 잠깐, 잠깐만.”
“왜 그러는데?”
소리를 치려는 찰나에 자신을 만류하는 형민의 제지에 카롤리나가 그를 돌아보았다.
“애들이 뭔가 해보려는 것 같아서··· 잠깐만.”
경기장을 지켜보던 형민은 아마르 데디치가 자신과 경기장을 번갈아가면서 바라보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을 한번 보고, 미드필드를 한번 보고, 한 걸음 전진하고.
다시 자신을 한번 보고, 미드필드를 한번 보고, 한 걸음 전진···.
“아!”
순간 수비진의 의도를 깨달은 형민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어차피 첼시가 빅터 오시멘과 카이 하베르츠를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하니까, 실질적으로 공격수는 2명.
그걸 막기 위해서 수비진 4명이 모두 묶여있는건 낭비다.
그러니 4대 3으로 열세에 처한 미드필드에 힘을 주겠다는건데···.
자신과 상의하지 않고 새로운 작전을 시도하는 수비수들의 발칙함에 대한 생각은 머리 뒤편으로 넘긴채 형민은 빠르게 계산을 시작했다.
남은 시간은 10여분.
추가 시간을 감안해도 15분 내외.
어차피 번리 입장에서 이번 경기를 지던 비기던 리버풀과의 승점 차이가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벌어지는건 똑같다.
반대로 첼시의 그레이엄 포터 감독은 무승부에 만족하는듯, 더 이상의 교체나 포메이션 변동을 주지 않은채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잃은건 없고, 반대로 수비진이 시도하는게 먹힌다면 적어도 돌파구 정도는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들의 계획에 힘을 실어주는게 나을거다.
머릿속에 빠르게 계산을 마친 형민이 여전히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카롤리나를 돌아보았다.
“크리스티앙한테 교체로 들어갈 준비를 하라고 전해줘.”
“…누구랑 교체하는건데?”
의아해하는 카롤리나의 질문에 형민이 턱으로 미드필드를 가르켰다.
“루카.”
***
갑자기 교체판이 올라가고, 거기에 떠오른 번호에 의아해하는 표정과 함께 루카 수키치가 전속력으로 사이드라인을 향해서 뛰어갔다.
대신 투입된건 크리스티앙 메디나.
그도 나이에 비해서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는 유망주이지만, 폴란드 국가대표팀과 번리 미드필드의 핵심으로 떠오른 세바스챤 셰만스키나 기량이 일취월장하면서 크로아티아 국가대표팀의 미래라고 여겨지는 루카 수치키에 비하면 한 수 떨어진다.
체력이 다 떨어진 미드필드를 보강하는건가, 하고 관중들이 술렁이는 가운데 아마르 데디치는 자신을 향해서 일직선으로 달려오는 크리스티앙 메디나의 모습에 긴장했다.
감독님이 마음대로 작전을 변경했다고 질책하러 보냈나?
아니, 그렇다면 선수 교체를 하기보다는 그냥 다시 원위치로 복귀하라고 지시를 내리지 않았을까?
감독님한테 많이 혼나면 어떻게 하지?
순간 떠오른 오만가지 생각에 마비된 아마르 데디치 앞에 도착한 크리스티앙 메디나가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속삭였다.
“감독님이 좋은 생각인 것 같데!”
“…응?”
“그대로 하면 된다고. 대신 우리는 미드필드를 일자로 세우라고 하셨어! 너가 왼쪽, 내가 오른쪽. 윙어처럼 움직이는 3-4-3!”
아마르 데디치에게 빠르게 지시를 전달한 크리스티앙 메디나는 몸을 돌려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다른 중앙 미드필더 토마소 포베가와 파트릭 데 파울라에게도 감독의 지시를 전달하러 달려갔다.
자신도 모르게 홈팀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바라본 아마르 데디치는 팔짱을 낀채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감독과 눈이 마주쳤다.
고개를 끄덕이는 감독이 그에게 엄지 손가락을 올려주면서 입을 벙긋했다.
한.번.해.봐.
감독의 입을 해석한 아마르 데디치가 자신도 모르게 씩 웃었다.
있는지도 몰랐던 긴장감이 온 몸에서 빠져나가면서, 대신 그 빈 자리에 의지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한번 해보자고.”
“뭐라고?”
어느새 자신에게 다가온 첼시의 중앙 미드필더 메이슨 마운트의 질문에 아마르 데디치가 코웃음을 쳤다.
“싫어도 곧 알게 될 거야.”
***
[…아마르! 아마르 데디치! 왼쪽 측면을 드리블하면서 돌파합니다!] […번리의 왼쪽 측면 공격수 킨 루이스-포터가 가운데로 접고 들어가는데요. 첼시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 리스 제임스가 누구를 따라갈지 순간 고민합니다.]앤드릴스 무어에 마련된 중계석에서 캐스터와 해설자가 열띈 중계를 계속하고 있었다.
[…리즈 제임스가 망설이는 사이에 번리의 선수 두명이 그를 사이에 두고 지나쳐버립니다! 아마르 데디치, 킨 루이스-포터에게 낮게 깔린 크로스를···.] […아아, 안타깝네요.]중계석까지 들릴 정도의 강력한 울림과 함께 첼시의 중앙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가 공을 힘껏 걷어차서 사이드라인 밖으로 보내버렸다.
[…저 정도면 경기장 밖으로 나갈 수도 있겠는데요? 하여튼, 첼시는 간신히 위기 상황에서 벗어납니다.]캐스터가 웃으면서 말하는 가운데, 경기장에서는 번리 선수들이 드로인을 위해서 다시 집결했다.
후반 86분.
이제는 전술 변경을 가한 번리 선수들과 감독 뿐만 아니라 첼시쪽 선수들과 감독, 그리고 관중들까지도 뭔가 달라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마르 데디치가 미드필드에 합류하는 순간 바뀐건 아니었지만, 크리스티앙 메디나와 함께 좌우 측면을 쉴새없이 공략하는 가운데 토마소 포베가와 파트릭 데 파울라가 중앙을 단단하게 지키면서 번리는 마지막 10여분 동안 첼시를 상대로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었다.
최근에 다시 주전 자리를 되찾은 첼시의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가 온 몸을 날리면서 잇다른 선방쇼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감독의 의도를 알아차린 벤야민 셰슈코가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수시로 포메이션을 3-4-3에서 3-4-1-2로 변형시켰다.
첼시의 중앙 수비수들이 끌려나오면 측면 공격수들이 파고들 공간이 생기니까 좋고, 나오지 않는다면 천천히 빌드업을 하면 되니까 그것도 나쁘지 않다.
번리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소화할 수 있는 세바스챤 셰만스키나 안드레 안데르송에 비해서는 투박했지만, 벤야민 셰슈코도 빠른 발과 결정력 만큼 연계도 좋은 선수였다.
“우와아아!!!”
그리고 관중의 함성과 함께 다시 번리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킨!!”
“알아!!”
킨 루이스-포터는 자신에게 던져진 드로잉을 잡아세우지 않고 가볍게 오른발로 튕겨서 공을 던져주었던 아마르 데디치에게 돌려주었다.
공을 발 아래에 둔 아마르 데디치는 사이드라인을 등진채 좌우를 둘러보았다.
왼쪽에는 첼시의 왼쪽 측면 수비를 담당하는 리스 제임스와 칼리두 쿨리발리가 자리를 지키고 있고, 오른쪽에서는 첼시의 미드필더 중 은골로 캉테와 코너 갤러거가 접근하고 있다.
정면은 방금 공을 돌려진 킨 루이스-포터.
어느쪽으로 빠져나가려고 해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제대로 고민이 시작되기 전에 긴 외침과 함께 첼시의 페널티 박스와 하프라인의 중간 정도 지점에서 손이 불쑥 튀어올랐다.
“아마르!!”
그의 이름이 불려지는 소리에 아마르 데디치는 왼발을 강하게 휘둘러서 미드필드로 공을 날려보냈다.
“이런!”
재빨리 압박해서 공을 탈취할 생각에 접근했던 첼시의 미드필더들이 당황했다.
번리가 지난 10여분간 끊임없이 측면을 두들기면서 그쪽에 시선을 뺏기고 있었는데, 여기에 번리 선수 2명을 상대하기 위해 무려 4명이나 나와 있으면 미드필드와 수비진이 헐거워진다.
중앙을 지키고 있던 첼시의 미드필더 마테오 코바치치와 메이슨 마운트가 필사적으로 덤벼들었지만, 한참이나 내려와서 연계를 시도하던 번리의 중앙 공격수 벤야민 셰슈코는 무려 195센티에 달하는 장신을 마음껏 활용해서 헤딩으로 공을 넘겨주었다.
“열렸다!!!”
홈팬들이 탄성과 환호를 지르는 가운데, 공을 받아낸건 번리의 오른쪽 측면 공격수 에마뉴엘 비냐토.
단신의 이탈리아인 공격수는 부드러운 첫번째 터치로 공을 전방으로 밀어내는 동시에 빠른 발로 그 뒤에 따라붙으면서 첼시의 골문을 향해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막아!!”
첼시의 케파 아리사발라가 골키퍼의 단호한 명령에 이어서, 그동안 견제하던 아마르 데디치를 버리고 몸을 돌려서 수비를 지원하기 위해서 달려가던 첼시의 중앙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가 외쳤다.
“시간만 끌어줘!!”
말은 쉽지만, 가속도가 붙을대로 붙은 상대팀 공격수를 상대로 시간을 끄는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섣불리 멈춰서 정면을 가로막으면 좌우 어느쪽으로던 빠져나갈거고, 그렇다고 따라붙자니 출발이 늦은 상태에서 속도가 충분히 나오지 않는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최대한 골문과 먼쪽으로 밀어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고, 첼시의 젊은 중앙 수비수 웨슬리 포파나는 최선을 선택했다.
퍽!
“우우우!!!”
홈팬들의 야유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어깨와 어깨가 부딪히면서 에마뉴엘 비냐토는 자신의 왼쪽으로 따라붙은 웨슬리 포파나의 단단한 어깨에 오른쪽으로 슬쩍 밀려났다..
여기서 아예 넘어뜨리면 파울이 된다.
하지만 드리블 방향이 바뀌지 않으면 바로 골키퍼와 1대 1 상황이 된다.
그 절묘한 간격을 완벽하게 맞춘 웨슬리 포파나의 수비에 에마뉴엘 비냐토의 방향이 골문에서 코너 플래그쪽으로 강제로 교정되었다.
이렇게 되면 멈춰서는 순간 뒤에서는 웨슬리 포파나, 앞에서는 달려오고 있는 마크 쿠쿠렐라에게 둘러쌓여서 공을 빼앗기고 만다.
순식간에 줄어드는 시간의 여유 속에서 간신히 공의 소유권까지는 빼앗기지 않은 에마뉴엘 비냐토는 비틀거리면서도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오른발을 휘둘렀다.
“오오오!!!”
관중들이 함성을 토해내는 가운데, 그의 발을 떠난 공은 맹렬히 회전하면서 높게 떠올랐다.
크로스가 조금 긴가?
달려가는 관성을 줄이지 못한채 비틀거리면서도 조마조마한 마음에 공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에마뉴엘 비냐토의 시선에 공의 궤적이 지나치는 선수들이 담겼다.
지원을 위해서 달려오다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멈춰서서 자신의 머리 위를 넘어가는 공을 바라보는 첼시의 중앙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
뛰쳐나와서 펀칭하거나 잡기에는 너무 높은 공에 우물쭈물 하고 있는 첼시의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
그리고 마침내.
전속력으로 달려와서 오른쪽 측면에서 왼쪽 측면으로 다시 위치를 바꾼 공을 가슴으로 받아내는 아마르 데디치.
“좋았어!”
자세를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다가 결국 잔디에 얼굴이 쳐박히는 순간까지도 공에서 눈을 떼지 않은 에마뉴엘 비냐토가 나직하게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