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21)
21화: 도약할 준비
리버풀과의 경기 다음날 오후.
영국 랭카셔주 번리 자치구 번리 읍에는 정처없이 헤매는 청소년 4명이 등장했다.
180센티 전후로 대동소이한 키에 건장한 체격을 가진 20세의 미드필더, 19세의 미드필더, 18세의 미드필더, 그리고 19세의 공격수.
바로 휴식일을 맞아서 읍내에 나들이를 나온 번리의 임대생 4인방이었다.
“아, 얘는 왜 데려온거야?”
옆에서 한숨을 한번 쉬고, 걸음을 한번 옮기고, 또 한숨을 한번 쉬는 한니발 메이브리를 가르키면서 카림 아데예미가 짜증나는듯이 말했다.
“야, 어제 경기 이후로 벽만 보고 있는데 그럼 그냥 두고 나오냐?”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답변에 카림은 짜증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아, 감독님이 괜찮다고 하셨잖아. 그럼 훅 털고 나와야지.”
“퍽이나. 너 옛날에 페널티킥 실축했을때 일주일 동안 말 한마디도 안 했잖아.”
“씁!”
자신의 흑역사를 털어놓는 동갑내기 친구의 말에 카림 아데예미가 발끈했다.
오가는 대화를 지켜보던 나름 맏형(?) 제이콥 램지가 웃으면서 말했다.
“니네들, 사이가 좋구나.”
“아, 뭐래.”
제이콥 램지의 말을 흘려버린 카림 아데예미였지만, 그래도 옆에서 넋이 나간 동료가 약간은 안쓰러웠는지 앞에 보이는 맥도날드를 가르켰다.
“야, 저기서 아무거나 하나 먹고 가자!”
“미쳤냐? 저걸 먹으면 모라오 코치님이 지옥의 스프린트 100번은 더 시키실걸?”
“아, 하나만 먹으면 어떻게 아실건데?”
“장난해? 매일 피 검사하고 혈당 검사하고 체지방 검사하고 체중 재고···그걸 어떻게 속이냐?!”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어처구니 없다는듯이 반박하는 가운데, 네 명의 청소년들이 내는 소음에 이끌린듯 주변 사람들의 고개가 그들을 향해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연장자 답게 주변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던 제이콥 램지가 고개를 흔들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야···이게 슬슬 돌아가는게 좋지 않을까?”
“왜? 번리가 아무 것도 없기는 한데, 내일부터 또 훈련이 시작되면 계속 패디햄에만 있어야 된다고.”
인구 7만명에 번화가도 없는 읍이었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더 심각하게 작은 마을인 패디햄.
임대생들이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 아서와 형민의 계획에 벌써 살짝 질린 카림 아데예미의 불만에 제이콥 램지가 속삭였다.
“분위기가 조금 이상해···.”
그의 말에 침울함 속에 잠겨있던 한니발 메이브리조차도 고개를 들어서 주위를 살피자, 어느새 건장한 번리의 청년들이 굳은 얼굴로 그들 주변에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뭐, 뭔데?”
“외부인들을 응징하는 자경단, 이런건가?”
카림 아데예미의 말에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혀를 찼다.
“야, 너 또 어제 피키블X인더스 보다가 잤지? 지금 21세기야, 임마.”
“누가 알아? 이런 영국 시골에 뭐가 있을지?! 내가 말이야···.”
카림 아데예미의 말을 제이콥 램지가 끊었다.
“아, 됐고! 빨리 아무데나 들어가자!”
여전히 아무 말도 안 하는 한니발 메이브리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이 결정을 못한채 서로 논쟁하는 가운데, 모여든 번리의 남자들 중 제일 건장하게 생긴 거구의 청년이 걸어나왔다.
“어이, 거기.”
“어? 으, 응···?”
청년이 손가락을 쭉 뻗었다.
“거기, 한니발 메이브리 맞지?”
청년의 딱딱한 표정에 긴장한 니콜라스 세이왈드, 카림 아데예미와 제이콥 램지가 서둘러서 한니발 메이브리 앞에 나란히 서서 그를 시선에서 차단하려고 애썼다.
“아닌데?”
“…맞는 것 같은데?”
거구의 확신에 가득찬 발언에 부인하려던 제이콥 램지가 흠칫했다.
“마, 맞다면?”
카림 아데예미의 질문에, 청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나와보라고 해.”
“아, 안 되는데?”
“아씨, 비켜!”
카림 아데예미가 안 된다고 다시 주장하려는 가운데, 뒤에서 묵묵히 대화를 듣고 있던 한니발 메이브리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선 동료들을 밀치고 앞으로 나왔다.
“내가 한니발 메이브리다! 용건이 뭔데?!”
“…사인 하나만 해주면 안 될까?”
***
“어이! 거기 줄 똑바로 서!”
자신을 헨리 타일러라고 소개한 거구의 청년이 외치자, 도로를 가득 메울 정도로 길게 선 줄의 뒤쪽에서 퉁명스럽게 외침이 돌아왔다.
“아이씨, 뒤에서 계속 밀고 들어온단 말이야!”
“그럼 버텨! 그것도 못 버티냐?!”
“내가 넌 줄 아냐?!”
목청이 쉬도록 열심히 땀을 흘리면서 줄을 관리하는 헨리 타일러에 아랑곳하지 않고, 맥도날드에서 무단으로 가지고 나온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번리의 유망주 임대생 4인방은 앞에 줄을 선 사람들과 대화를 계속했다.
“그래서 이름은?”
“한나! 한나 존슨이에요!”
“그럼, 한나에게, 라고 쓰면 될까?”
“그럼요!”
6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 여자애가 아빠의 손을 잡고 와서 자랑스럽게 유니폼을 내밀자, 자신의 등번호가 새겨진 뒷면에 한니발 메이브리가 인사말과 함께 멋들어진 사인을 해주었다.
훨씬 더 짧은 자신의 줄이 벌써 끝낸 카림 아데예미가 그런 한니발을 부럽다는듯이 바라보다가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아씨, 왜 다들 쟤만 사인을 받는거야?”
“쟤는 데뷔전에서 골을 넣었잖아.”
“내 어시스트였다고! 내가 넣을 수도 있는데 옆으로 밀어준거라고!”
“에이, 그건 아니다. 솔직히 너는 아예 페널티 박스 바깥이었잖아.”
“으으···.”
제이콥 램지의 지적에 카림 아데예미가 불만스럽게 입술을 내미는 가운데, 옆에서는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친절하게 사인을 해주고 있었다.
잘 생긴 장신의 금발 미드필더는 나름 번리의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다만 본인의 연애사업에는 아쉽게도 젊고 예쁜 아가씨들보다는 나이가 많은 아줌마들이 앞다퉈서 그의 앞에 줄을 서고 있었다.
궂은 일을 가리지 않고 성실한게 마음에 든다나?
“어, 그럼 뭐라고 사인해드릴까요?”
“리즈. 리즈에게, 라고 사인해줘요.”
한쪽 눈을 찡긋하면서 말하는 50대 후반의 아줌마에게 니콜라스 세이왈드는 친절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사인을 하고, 환하게 웃으면서 같이 셀카까지 찍어주었다.
“야, 너는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그걸 일일히 다 받아주냐?”
“팬이시잖아. 팬들에게는 당연히 서비스를 해드려야지. 우리의 주급을 내주시는 분들이잖아. 팬이 없이는 클럽도 성립할 수 없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바른 생활 사나이,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본성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야! 니네들 뭐하는거야?!”
대략 2시간 정도 즉석 사인회가 진행되었을까?
이 정도면 모처럼 화창한 일요일 오후를 맞은 번리 주민들이 모두 사인을 받아가지 않았을까, 라고 지쳐버린 4인방이 생각할 무렵 어처구니 없다는 외침이 길 반대편에서 울려퍼졌다.
장을 보러 나온듯 봉지를 두툼한 팔에 끼고 있는 번리의 신임 피트니스 코치 파울루 모라오가 길 한켠에 서서 황당하는듯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코치님···그게요.”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하는거지? 아니, 이게 설명이 가능한 일이기는 한가?
갑자기 상황을 깨달은 유망주 4인방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그래서 사인을 해달라고 해서 해주었다?”
“네!”
“그런데 사람들이 계속 모여서, 사인을 해주다가 맥도날드에서 테이블을 가지고 나왔고···.”
“빌린겁니다! 빌린거에요! 돌려줬어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더 줄을 서더라?”
헬레나의 말에 그녀의 책상 앞에 나란히 선 4명의 유망주들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헬레나가 어처구니 없다는듯이 혀를 차자,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앞으로 나섰다.
“미스 카트라이트···.”
“대표님.”
니콜라스 세이왈드는 단칼에 호칭을 정정하는 헬레나의 말에 얼굴이 살짝 헬쓱해졌지만 꿋꿋하게 말을 이어갔다.
“어, 그러니까, 대표님. 이건 번리 팬들이 요청한 팬 서비스 같은···그러니까 대민활동의 일환인···.”
“됐고요.”
입술을 깨물고 어깨를 흔들면서 잠시 뭔가를 고민하던 헬레나는, 마침내 손짓을 하면서 상황을 정리했다.
“일단, 뭔가 문제가 생기거나 피해를 끼친건 아닌 것 같으니까, 이번에는 넘어갈께요.”
“감사합니다!”
무난히 해결될 것 같다는 기대감에 4명이 환하게 답했다.
“하지만 4명 모두 당분간 외출 금지야!”
갑자기 불려와서 옆에서 사태를 함께 파악하던 형민의 징계에, 4인방은 다시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자, 그럼 나가봐도 좋아요.”
헬레나의 허락에 어깨가 축 늘어진 번리의 유망주 임대생 4명이 옆에서 두툼한 팔로 팔짱을 낀채 위압적인 모습으로 상황을 감시하던 파울루 모라오 코치의 인도를 따라서 집무실을 나갔다.
방문이 닫히자, 형민이 헬레나를 향해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헬레나, 정말 미안해요. 내가 잘 얘기해서···.”
“푸하하하하하핫!”
더 이상 웃음을 참지 못한 헬레나가 웃다가 자신의 의자에서 굴러떨어졌다.
“어, 괜찮아요?!”
“프하하하하하하하!”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바라보는 형민의 앞에서 헬레나는 킬킬거리면서 책상 밑의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형민이 슬슬 과중한 업무와 부담으로 제정신을 잃은 것으로 보여지는 구단의 대표이사가 숨이 멎기 전에 응급실로 데려가거나 팀닥터를 불러와야 할지 고민하던 시점.
헬레나는 헐떡거리면서 떨리는 팔로 자신의 책상을 짚고는 후들거리면서 의자 위로 다시 기어올랐다.
“후아아···정말 이렇게 웃어본건 오랜만이네요.”
의자에 앉은 다음에도 한동안 가쁜 숨을 고르면서 키득대던 헬레나가 형민에게 말했다.
“진짜···진짜 귀엽네요. 아니, 이건 좀 다른가? 반듯하다고 해야되나? 인성에 구김살이 없는데, 요즘 애들 같지 않네요.”
아서가 들었으면 ‘너네도 요즘 애들이야’라고 했겠지만, 아서는 여기에 없었다.
그래서 형민은 현명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좋은 선수가 꼭 인성이 좋은건 아닙니다. 하지만 인성이 좋은 유망주는 좋은 선수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지요. 축구는 혼자서 하는게 아니니까요.”
“동료에 대한 희생정신, 이런건가요?”
여전히 큭큭대면서 웃던 헬레나가 물었다.
“그런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다면 타인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고, 그렇다면 손발을 맞춰서 함께 경기를 함께 풀어나갈 수 있지요. 결국 축구는 다 함께 상대의 골문을 열기 위한 퍼즐을 푸는 것 같은거니까요.”
“다 함께 푸는 퍼즐이라···.”
헬레나가 흥미롭다는 말투로 형민의 말을 되새겼다.
***
하여간, 이런 저런 해프닝으로 번리의 임대생 4인방이 영국 시골의 소형 클럽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에 일으킨 크지만 사소한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 오전.
아침에 출근한 헬레나는 곧바로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은채 자신의 집무실 옆에 붙어 있는 마이크 갈릭의 집무실로 자신의 노트북을 가지고 들어갔다.
“마이크, 이건 뭘까요?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에서 온건데.”
헬레나는 자신의 노트북 스크린을 마이크 갈릭이 볼 수 있도록 돌렸다.
화면에는 얼핏 보기에도 딱딱하게 적혀진 이메일이 단도직입적으로 카트라이트 펀드의 대리인 헬레나 카트라이트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었다.
“소유주와 이사의 자격 심사(Owners’ and Directors’ T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