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210)
210화: 유럽의 벽은 높다
“Ale! Ale! Ale! Milan ale! (가라! 가라! 가라! 밀란아 나아가라!)”
“Forza lotta! Vincerai! (싸워라! 우리는 승리하리라!)”
“Non ti lasceremo mai! (우리는 영원히 그대를 떠나지 않으리!)”
“Ale! Ale! Ale! Milan ale! (가라! 가라! 가라! 밀란아 나아가라!)”
8만석의 대부분을 붉고 검정석으로 치장한 홈팬들이 매우고 있는 가운데, 홈팀을 위한 열렬한 응원가가 울려퍼지고 있다.
그리고 적진에서 정면 대결을 선택한 번리의 젊은 감독과 젊은 선수단은 세리에A에서 압도적인 질주를 보이고 있는 명문의 저력을 온 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견제해! 빠져나가면 안 돼!!”
미드필드에서 수비진을 향해서 질주하는 부주장 토마소 포베가의 외침.
“지원해줘!!”
사이드라인을 등진채 공을 받아낸 AC밀란의 왼쪽 측면 공격수 하파엘 레앙과 마주하고 있는 번리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 오스카 밍게자는 상대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채 답변을 외쳤다.
후방에서 AC밀란의 공격을 조율하고 있는 산드로 토날리의 장거리 패스 한방에 미드필드 라인이 꿰뚫렸다.
전방에서 공격을 걸고 있다가 공이 탈취당하는 동시에 역습을 당한 가운데, 미드필더들이 지원 올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하는 오스카 밍게자는 절박했다.
경기가 시작한 이후 젊은 포르투갈 국가대표팀 소속의 공격수에게 몇번이나 제껴지면서 17번이 새겨진 그 등판만 몇번이나 허탈하게 바라보았다.
다행히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격한 네이선 콜린스와 미카 마르몰의 협력 수비, 그리고 골키퍼 마르코 카르네세치의 선방으로 실점까지는 막고 있었지만 점점 버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한가한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하파엘 레앙의 왼쪽 어깨가 살짝 내려가는 것을 보면서 오스카 밍게자는 긴장하면서 상대의 발 끝과 눈을 번갈아가면서 살펴보았다.
진짜냐, 아니면 속임수냐.
상대의 상체가 어깨를 따라서 왼쪽으로 기울여졌지만, 오스카 밍게자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속도도, 기술도, 우선권도 없다면 수비수에게 남는건 인내심 뿐이다.
하지만 그 인내심 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유스팀 코치가 반복해서 말해준 얘기를 되새기며 버티고 있던 그에게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스카, 난 오른쪽으로!!”
바람 소리와 함께 나타난 번리의 중앙 수비수 네이선 콜린스가 오스카 밍게자의 오른쪽에 등장하면서 골문으로 향하는 직접적인 길목을 가로막았다.
이제 지원이 들어왔으니까 수동적인 상태에서 능동적으로 상대의 발에서 공을 빼앗기 위한 준비를 하는 젊은 스페인 국적의 수비수를 보면서 하파엘 레앙은 혀를 차는 동시에 뒤쪽으로 공을 내주었다.
“다니엘레!!”
공을 보낸 다음에야 불렀지만, AC밀란의 젊은 공격형 미드필더는 어느새 소리소문 없이 오스카 밍게자의 왼쪽 후방에 나타나서 공을 받아냈다.
“헉!”
깜짝 놀란 오스카 밍게자는 숨을 삼켰다.
네이선 콜린스가 한발만 늦었어도 2대 1 상황을 맞이하는건 공격수 하파엘 레앙이 아니라 수비수인 자신이 될 뻔했다.
그런 오스카 밍게자가 당황을 수습하고 상대를 향해서 한 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패스를 받자마자 몸을 돌려서 왼쪽 측면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공격 전개를 이동하려는 다니엘레 말디니에게 마침내 토마소 포베가가 달라붙었다.
“토마소!”
“다니엘레.”
함께 유스팀에서 성장한 두 선수는 격렬하게 어깨를 부딪치면서 공을 지키거나 빼앗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오늘 주심의 판정은 관대한 편.
거의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수준의 거친 수비도 용납한다.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하는 터프한 친구에게 다니엘레 말디니가 확 밀리나 싶더니, 몸이 밀려나가면서도 다니엘레 말디니는 오른발로 공을 끌어당기면서 교묘하게 토마소 포베가의 간격 밖으로 몸과 공을 동시에 빼냈다.
“젠장!”
욕설을 내뱉으면서 공에 따라붙으려는 토마소 포베가를 한 팔로 밀어내면서 다니엘레 말디니는 왼발로 길게 공을 차보냈다.
“오오오!!!”
공격형 미드필더의 재치 있는 플레이에 관중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가운데, 그의 발을 떠난 패스는 단번에 경기장을 횡으로 가로질러서 왼쪽 사이드라인에서 오른쪽 사이드라인으로 양팀이 대결을 벌이는 공간을 전환했다.
이번에 대결을 벌이는건 공을 받아낸 AC밀란의 오른쪽 측면 공격수 알렉시스 살레마커스와 그에게 덤벼드는 번리의 왼쪽 측면 수비수 루카 페예그리니.
지원을 위해서 전속력으로 달려온 직후에 다시 공을 탈취하기 위한 경쟁을 벌였던 두 친구가 모두 숨을 헐떡이는 가운데, 토마소 포베가가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야··· 저기까지 보내는건 너무한거··· 휴우··· 아니야···?”
“아씨··· 그러면 그냥 나를··· 후아··· 가만히 두지 그랬어?”
숨을 가다듬으면서도 벌써 발을 옮기기 시작하는 다니엘레 말디니의 움직임에 토마소 포베가도 살짝 무거워진 발을 움직이면서 따라붙기 시작했다.
“야, 가서 다른 사람이나 괴롭혀! 산드로나, 이스마엘이나!”
“걔네는 저 후방에 있는데 내가 왜 거기를 가냐.”
실실 웃으면서 따라붙는 토마소 포베가에게 다니엘레 말디니가 짐짓 짜증을 내는 척했다.
“아, 달라붙지 마. 짜증나니까···.”
“난 좋은데? 옛날 생각도 나고···.”
“하아···.”
긴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다니엘레 말디니가 갑자기 확 속도를 올려서 상대팀 수비수와 대결을 벌이고 있는 동료를 지원하기 위해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기습적으로 출발한 친구를 보면서 토마소 포베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장난해? 난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가장 활동량이 높은걸로 악명이 높은 번리의 부주장이라고.
팔에 채워져 있는 완장을 다시 한번 툭 쳐서 확인한 토마소 포베가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서 속력을 올리기 시작했다.
“기다려, 친구야!”
“아, 꺼져~!”
***
“음···.”
원정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팔짱을 끼고 경기를 지켜보던 형민은 전광판을 한번 슬쩍 보고는 다시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면서 침음을 삼켰다.
전반 30분.
겉으로 보기에는 양팀 모두 팽팽한 경기를 벌이고 있지만, 전술을 세웠던 양팀 감독은 잘 알고 있다.
번리는 선제골을 넣기 위해서 시작하자마자 전력으로 덤볐고, AC밀란은 그런 번리의 온 힘을 다한 일격을 확실히 방어해내는데에 성공했다는 것을.
오히려 간간히 번리의 전방 압박을 뚫고 터져나오는 AC밀란의 역습이 매끄럽고 날카롭다.
아직은 번리의 수비진이 잘 방어하고 있지만, 점점 수비 라인이 뒤로 밀리는게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승부수를 던져보았던 번리의 전술적 패배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형민의 전술을 미리 읽어낸 AC밀란의 스테파노 피올리 감독의 전술적 승리.
하지만 아직 경기가 어느쪽으로도 확실하게 기울어지지 않은 가운데, 망설이고 있는 형민에게 카롤리니가 다가왔다.
“쉽지 않아 보이는데.”
“생각보다 수비가 단단해. 아니, 수비가 단단한건 잘 알고 있었는데 확실히···.”
미드필드 후방에서 경기를 조율하고 있는 AC밀란의 젊은 미드필더를 형민이 살짝 턱으로 가르켰다.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의 희망이라고 할 만하네.”
산드로 토날리.
넥스트 피를로라는 별칭을 얻는 것도 대단한데, 심지어 본인은 스스로 자신은 넥스트 가투소라고 말하고 다닌다.
근데 양쪽 다 납득이 된다.
순수한 활동량이나 수비력만 놓고 본다면 니콜라스 세이왈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수준급 수비력과 활동량에 저런 패스 능력이 겸비되어 있으니까 정말 무서운 전천후 미드필더가 된다.
최소한 미드필드에서 1.5인분을 해내는 선수가, 그것도 수비 기여도를 포기하지 않고 포지션을 지키면서도 저렇게 공격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가 있다는건 전력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친다.
바르셀로나로 돌아간 니코 곤잘레스가 완성도가 높아지면 저런 모습이 될까?
어쨌든, 강력한 중앙 미드필더 덕분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다니엘레 말디니가 생각보다 수비 부담이 적게 걸린 상태에서 계속 공격 전개를 이어붙일 수 있다.
“지금이라도 라인을 뒤로 물릴까?”
“음···.”
상식적인 제안이고, 수석코치가 감독에게 제안하지 않는게 이상한 시점이기는 하다.
수석코치의 역할에는 단순히 감독이 전술을 세우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고 함께 대응을 고민해보는 것도 있으니까.
카롤리나의 제안에 형민은 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침음을 삼켰다.
“상대편 기세만 오르게 되지 않을까?”
“어차피 역습은 계속 터져나오고 있는데? 미드필드는 벌써 부하가 가는게 눈에 보여. 경기 막판이 되면 꽤 너덜너덜해질걸?”
오늘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토마소 포베가는 그럭저럭 괜찮은 모습이지만, 산드로 토날리를 견제했어야 하는 파트릭 데 파울라는 그렇지 못하다.
거기에 혼자서 상대팀의 공격을 조율하는 미드필더를 완전히 봉쇄할 수가 없으니 함께 출전한 루카 수키치가 협력수비를 해야 되는데, 그러니까 이스마엘 베나세르가 풀려난다.
아직까지는 3명의 미드필더들이 그냥 무식하게 활동량으로 그 차이를 메우고 있지만, 그 체력 소모를 후반전에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음··· 일단, 니키한테 후반전 60분 정도에 투입될 수도 있다고 전해줘.”
“파트릭 대신 들어가는걸로?”
수석코치의 질문에 형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면 루카. 체력이 더 부족한 쪽으로.”
“음···.”
카롤리나도 고민하는 표정이었지만, 전반 30분 밖에 안 되었는데 아예 전술을 틀어버리는건 그녀로서도 섣불리 제안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확실히 번리가 밀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전반전을 끝낼 수 있다면 아직 번리 홈경기가 남아 있는 가운데 산 시로 원정의 첫 45분은 선전했다고 평가해도 괜찮은 상황이다.
유럽 챔피언스 리그의 본선 정도 되는 무대인데, 모든 경기의 모든 장면에서 우세를 바라는건 허황된 기대라는걸 두 사람 모두 잘 인지하고 있다.
챔피언스 리그 본선이라는건 감독의 냉정한 전술적 판단과 선수들의 정열과 경험, 그리고 운까지 합쳐져야 올라가는 무대.
“알겠어. 그러면 후반전에 교체하면서 전환을 하려는걸로 알고 있을께.”
처음에 생각했던 전술과 선수들을 조금만 더 믿어보자는 감독의 말에 수석코치가 동의했다.
“필요하면 공격도 고민해보자. 자말에서 드와이티나 아담, 아니면 킨으로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빠르고 직선적인 공격이 장점인 자말 루이스에서 유연하고 기술적인 경기가 가능한 드와이트 맥닐이나 아담 흘로첵, 또는 킨 루이스-포터로 교체하면 경기 방식이 바뀌면서 상대팀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다.
형민의 제안에 카롤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럼 승부는 후반전에 거는걸로.”
“승부는 경기가 시작하면서부터 걸었잖아. 후반전은 전환점을 주는걸로.”
웃으면서 말하는 형민에게 카롤리나가 마주 웃어보였다.
“알았어.”
하지만 전환점은 두 사람의 예상보다 훨씬 더 일찍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