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211)
211화: 유럽의 벽은 높다
“다니엘레!!”
“이런 X발!!”
갑자기 불려지는 자신의 이름에 환하게 웃으면서 뒤로 공을 내주는 AC밀란의 공격형 미드필더 다니엘레 말디니의 모습에 그를 견제하다가 뒤를 돌아본 번리의 미드필더 토마소 포베가는 욕설을 내뱉었다.
저 자식이 왜 여기까지 올라왔어?!
경기 내내 후방에 내려앉아서 줄기차게 롱패스를 뿌려대고 번리의 공격을 차단하던 AC밀란의 중앙 미드필더 산드로 토날리가 단번에 번리의 페널티 박스까지 뛰어올라와서 공격형 미드필더로부터 공을 넘겨받았다.
“아차!!”
테크니컬 에어어에 서 있던 형민이 감탄과 절망이 뒤섞인 탄성을 올리는 가운데, 페널티 박스 바로 밖에 선 AC밀란의 젊은 미드필더가 오른발 밑에 공을 둔 채 느긋하게 전방을 둘러보았다.
4명으로 이루어지는 AC밀란의 공격에 전반전 내내 시달리던 번리의 수비진은 자신도 모르게 거기에 맞춰서 위치를 잡고 있었다.
왼쪽 측면에는 AC밀란의 오른쪽 측면 공격수 알렉시스 살레마커스를 견제하는 번리의 왼쪽 측면 수비수 루카 페예그리니.
오른쪽 측면에는 AC밀란의 왼쪽 측면 공격수 하파엘 레앙을 견제하는 번리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 오스카 밍게자.
중앙에는 AC밀란의 중앙 공격수 디복 오리기를 견제하는 번리의 중앙 수비수 네이선 콜린스와 미카 마르몰.
그리고 끊임없이 좌우로 움직이면서 공격을 이어붙이던 AC밀란의 공격형 미드필더 다니엘레 말디니를 견제하던 번리의 수비형 미드필더 토마소 포베가.
결국 5대 4 정도의 소폭의 숫적 우위가 형성됐는데, 방금 산드로 토날리가 갑자기 등장하면서 5대 5로 변형됐다.
번리의 중앙 미드필더 파트릭 데 파울라와 루카 수키치가 잠깐 이스마엘 베나세르에게서 공을 빼앗기 위해서 협력 수비가 들어간 틈.
2대 1 상황에서 동료가 어떻게든 전방으로 패스를 연결해줄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최전방으로 치고 올라왔는데, 그 믿음이 다니엘레 말디니에게 전달되었다가 이제 자신에게 전달된 공으로 보답받았다.
“자리를 지키면서 패스 길목을 막아!!”
감독과 골키퍼가 동시에 수비진에게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AC밀란의 중앙 공격수 디복 오리기가 급속도로 왼쪽 측면으로 빠져나가면서 번리의 중앙 수비수 미카 마르몰과 네이선 콜린스를 끌고 가버렸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팀 중앙 공격수에게 패스가 연결되면 바로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협력 수비를 하는건 당연하지만, 타이밍이 너무 안 좋았다.
왼쪽 측면은 AC밀란의 디복 오리기와 알렉시스 살레마커스를 상대하는 루카 페예그리니와 미카 마르몰, 그리고 네이선 콜리스까지 5명의 선수들이 얽혀서 먹통이 되어버린 가운데, 페널티 박스 중앙은 텅 비어버렸다.
이제 상황은 번리의 수비진 2명에 AC밀란의 공격진 3명으로 3대 2의 열세.
오른쪽 측면에 대기하고 있던 AC밀란의 측면 공격수 하파엘 레앙이 번리의 측면 수비수 오스카 밍게자를 따돌리면서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가운데, 망설이던 토마소 포베가가 결국 견제하던 다니엘레 말디니를 버리고 산드로 토날리를 향해서 필사적으로 달려갔다.
골문과 공을 가진 상대팀 선수 사이에 골키퍼 밖에 안 남았으니 어쩔 수 없이 강요당한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최악의 선택.
자신에게 달려오는 상대팀 미드필더를 바라본 산드로 토날리는 씩 웃으면서 오른발을 휘둘러서 다시 다니엘레 말디니에게 공을 내주었다.
“X발!!”
자신의 옆을 스쳐지나가는 공을 보면서 두번째 터져나오는 욕설이었지만, 아무도 토마소 포베가를 탓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공을 받자마자 대각선으로 골문을 향해서 돌진하는 AC밀란의 젊은 공격형 미드필더를 향해서 번리의 골키퍼 마르코 카르네세치가 뛰쳐나왔다.
“돠워죠!!”
발음은 엉망이었지만 그 의미는 확실했다.
번리의 수비수들이 일제히 골문에 지원을 들어가기 위해서 돌진하는 가운데, 자신을 덮쳐오는 거구의 골키퍼를 바라본 다니엘레 말디니는 왼발 뒷꿈치를 이용해서 자신의 뒷편으로 공을 다시 흘려주었다.
“어어?!”
번리 수비수들이 당혹스러운 신음을 내뱉는 가운데, 어느새 페널티 박스를 주파한 AC밀란의 하파엘 레앙이 씩 웃으면서 상체를 숙인채 냉혹하게 오른발을 휘둘렀다.
“우와아아!!!”
골을 직감한 산 시로의 홈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일어서는 가운데, 어느새 방향을 전환해서 몸을 날린 번리의 골키퍼 마르코 카르네세치가 필사적으로 뻗어낸 손 끝을 외면한 공은 그대로 날아가서 골네트 속에 틀어박혔다.
번리가 그렇게 넣고 싶었던 선제골을 AC밀란이 넣었다.
***
Rossoneri siamo noi! (우리는 로쏘네리!)
ma chi cazzo siete voi! (X발 근데 너네는 누구냐!)
noi del milan siamo qua! (우리는 밀란에서 왔고!)
e per voi non c’è pietà! (너희들에게 자비는 없고!)
quando il Milan segnerà! (밀란이 득점하면!)
questo stadio esploderà! (경기장은 폭발하네!)
dalla curva s’alzerà! (관중석에서 올라와라!)
la canzone degli ultrà! (울트라의 노래여!)
Siamo l’armata Rossonera! (우리는 로쏘네리 군대라네!)
e mai nessun ci fermerà! (아무도 우리를 멈추지 못하네!)
noi saremo sempre qua! (우리는 영원히 여기에 있으리!)
quando il Milan giocherà! (밀란이 경기하면!)
forza Milan vinci ancora! (가라 밀란 승리하라!)
per gli ultras! (울트라를 위해서!)
추가골에 성공한 AC밀란 선수들이 코너 플래그에 몰려가서 자축했다.
잔뜩 신이 난 산 시로가 로쏘네리들의 우렁찬 응원가로 가득 채워지고 있는 가운데, 형민이 어두운 얼굴로 물었다.
“니키는 어때요?”
“그냥 가볍게 발목을 삔 것 뿐인데···.”
팀닥터 사이먼 모리스가 말을 잇지 못하고 혀를 찼다.
가끔씩 이런 재수 없는 일이 발생하고는 한다.
사이드라인에서 몸을 풀던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역시 몸을 풀고 있던 다른 선수와 살짝 충돌하면서 발목을 접질렀다.
“길어야 일주일. 아니, 3일이면 복귀할거야. 하지만 오늘 경기는 쉬어야 해.”
잔뜩 울상이 된 감독의 얼굴에 팀닥터 사이먼 모리스가 달래듯이 말했다.
“내일까지는 복귀할게요. 아니, 앉아보니까 오늘 경기도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벤치까지 부축당한채 실려와서 앉혀진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말에 태진이 그의 뒤통수를 때렸다.
“조용히 있어, 꼬마야. 지금 어른들이 얘기하고 있잖니.”
“힝···.”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지만, 어쨌든 부주의했던건 사실인 주장이 침울하게 입을 닫았다.
“뭐, 이런 일도 있는거지요.”
아찔한 표정을 지었던 감독이 정신을 차린듯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세바스챤! 바로 투입이야!”
“엇? 아, 넵!”
벤치에 앉아서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니콜라스 세이왈드와 그 주변에 몰려든 코치진을 지켜보던 세바스챤 셰만스키가 화들짝 놀라서 대답했다.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서 서둘러서 훈련복을 벗고 몸을 풀고 있는 가운데,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향하는 형민에게 카롤리나가 따라붙었다.
“어떻게 하려고?”
“파트릭을 빼고 세바스챤을 넣을게.”
형민의 대답에 카롤리나가 눈썹을 찌푸렸다.
“그럼 완전히 뒤로 물러나서?”
“응.”
산 시로에서 AC밀란을 상대로 멋진 정면 승부를 벌이는건 이제 완전히 실패다.
아예 뒤로 물러나서 웅크린채 추가 실점만 피하겠다는 감독의 말에 수석코치는 오만가지 인상을 지었지만 그녀도 결국 뭐라고 반박할 수는 없었다.
상대적으로 2위와 승점 차이가 넉넉하게 벌어져서 다음 일정이 편안한 AC밀란과는 달리, 번리는 4일 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프리미어 리그 33라운드를 치뤄야 한다.
그리고 바로 3일 후에는 다시 AC밀란을 상대로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이다.
리버풀과의 승점 차이가 더 벌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반드시는 이겨야 하는 경기.
2차전이 홈에서 벌어지는데 40분도 안 남은 원정경기에서 전력을 쏟아붓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체력이 완전히 소진되어 보이는 파트릭 데 파울라를 빼고, 그나마 역습이 기회를 살려줄 수 있는 루카 수키치와 세바스챤 셰만스키가 공격에 나가 있는게 더 낫다.
“카롤리나.”
“왜?”
교체 투입을 알리려 대기심을 향해서 달려가려던 카롤리나가 멈춰서 그녀를 부른 감독을 향해서 고개를 돌렸다.
“세바스챤한테 자말이랑 에마뉴엘한테 전하라고 얘기해줘. 욕심을 낼 필요는 없으니까, 추가 실점만 확실히 막아달라고.”
“알겠어.”
금발의 수석코치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다시 대기심을 향해서 뛰어갔다.
벤치에서는 어느새 준비를 마친 세바스챤 셰만스키도 대기심을 향해서 서두르고 있는 상황.
추가 득점 이후 느긋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지켜보고 있는 홈팀 테크니컬 에어리어의 스테파노 피올리 감독을 힐끗 바라본 형민은 다시 고개를 돌려서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아쉽다.
***
“Andiamo piano, eh?”
우리 좀 쉽게 가자?
이탈리아 국가대표팀과 번리의 중앙 공격수 로렌조 루카는 씩 웃으면서 자신에게 말을 거는 AC밀란의 중앙 수비수 피에르 칼룰루를 내려다보았다.
벌써부터 프랑스 국가대표팀에 소집되기 시작한 젊은 수비수는 중앙 수비수치고는 작은 편인 179센티.
200센티가 넘는 로렌조 루카와는 머리 하나가 차이 난다.
하지만 현재까지 중앙 수비의 파트너인 피카요 토모리와 함께 그의 슈팅을 완벽하게 방어하는데에 성공했다.
이제 후방으로 물러난 번리를 상대로 AC밀란이 공격을 퍼붓고 있는 가운데, 최전방에 고립된 로렌조 루카를 향해서 별다른 패스도 잘 연결이 안 되고 있다.
가끔씩 번리의 골키퍼 마르코 카르네세치의 롱킥이 쏘아올려지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은 AC밀란의 중앙 수비수들과 중앙 미드필더들의 협력 하에 쉽게 차단당한다.
“싫은데?”
“아이, 그러지 말고. 너희 팀도 이제 뒷문을 잠그고 끝내기로 하는 것 같은데, 너도 나도 좀 쉽게 가자고, 응? 2차전도 있잖아?”
“….”
로렌조 루카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피에르 칼룰루가 웃으면서 말했지만, 로렌조 루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벤야민 셰슈코만큼 발이 빠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발이 빠르다는 평가를 자주 받는다.
특히 키에 비해서는.
번리에서도 중간급 정도의 속도를 차지하는 가운데, 완전히 수비 대형으로 내려앉은 번리의 포메이션에서 유일하게 공격을 하도록 지시를 받은 젊은 이탈리아인 공격수는 우직하게 자신에게 내려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현재 위치는 AC밀란의 페널티 박스와 하프라인의 중간 정도 되는 지점.
지금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공을 한번도 못 만져봐도 괜찮다.
좌우와 앞뒤로 움직이면서 상대팀 수비수들을 긴장시켜서 섣불리 공격에 가담하지 못하도록 하고, 가능하면 공격을 시도하는게 자신에게 내려진 지시.
적어도 로렌조 루카가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성심성의것 수행했다는건 감독과 코치진, 그리고 동료들이 알아줄테니.
아니,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그걸 알면 됐··· 다···?
“어어?!”
자신을 따라다니던 피에르 칼룰루의 당혹스러운 외침을 뒤로 하고, 로렌조 루카는 몸을 돌려서 전속력으로 AC밀란의 페널티 박스를 향해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AC밀란의 공격을 간신히 차단한 번리의 왼쪽 수비수 루카 페예그리니가 절묘하게 AC밀란의 미드필더들과 수비 라인을 꿰뚫는 장거리 패스를 날려주었다.
번리의 페널티 박스 옆에서 출발한 공이 맹렬하게 AC밀란의 골문을 향해서 날아가고 있는 상황.
위기를 깨달은 AC밀란의 수비수들이 일제히 자신들의 골문을 향해서 돌진하고 있었지만, 가장 선두에 서있는 것은 제일 먼저 기회를 포착했던 로렌조 루카였다.
“막아! 막으라고!!”
필사적인 외침과 함께 AC밀란의 골키퍼 마이크 메냥이 골문에서 뛰쳐나왔다.
“로렌조!!”
뒤에서 동료들이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게 들려왔고, 로렌조 루카는 고개를 숙인채 속도를 더 높였다.
“야, 키가 크면 속도가 느린거 아니냐고? 우사인 볼트는 키가 195센티야.”
속도는 키와 몸무게도 중요하지만, 다리의 힘과 달리는 자세도 중요하다.
그가 번리에 도착한 후, 개인 훈련을 진행하던 태진 정 코치가 그에게 해준 말이었다.
“그리고 축구 선수가 100미터 달리기를 할 일이 몇번이나 있을 것 같아? 그 정도 거리면 골라인에서 골라인이라고. 우리는 딱 20미터만 빨리 달릴 수 있으면 되는거야. 누구보다 더 빠를 필요도 없어. 딱 그 순간에 먼저 공에 도착할 만큼만 빠르면 된다고.”
순식간에 페널티 박스 외곽을 표시하는 흰 선에 도달했고, 마이크 메냥 골키퍼의 비장한 표정이 눈 한켠에 들어왔다.
“아아아!!!”
홈팬들의 비통한 외침과 함께 로렌조 루카는 긴 다리를 쭉 뻗어서 잔디 위를 가로지르는 공의 방향을 살짝, 아주 살짝 틀었다.
“X발!!”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공의 모습에 AC밀란의 마이크 메냥 골키퍼가 비통한 욕설과 함께 아예 로렌조 루카를 향해서 몸을 날렸다.
차라리 레드카드와 함께 페널티킥을 내줄지언정 텅 빈 골문에 슈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생각.
좋은 판단이지만 상대를 잘못 잡았다.
폭주하는 기관차 같은 기세로 달려오던 로렌조 루카는 2미터가 넘는 거구를 이용해서 자신에게 부딪쳐오는 상대팀의 골키퍼를 그대로 튕겨냈다.
“으악!!”
마이크 메냥 골키퍼가 질주하는 경주마에 걷어채인 것처럼 날아갔지만, 아무도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쓰고 있지 않았다.
방해를 뿌리친 로렌조 루카는 달려가던 속도 그대로 흘러가던 공에 따라붙은 다음에, 텅 빈 골문에 가볍게 공을 밀어넣었다.
“으아아아!!!”
산 시로 한구석에 몰려서 열심히 응원하고 있던 번리의 원정팬들이 일제히 고함을 지르면서 북을 울리는 가운데, 골네트에 얌전히 틀어박힌 공을 바라보던 로렌조 루카는 두 무릎 위에 양 손을 올린채 터질 것 같은 숨을 헐떡였다.
20미터는 개뿔이.
방금 한 40미터는 뛴 것 같은데요?
어쨌든, 오늘 임무는 완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