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216)
216화: 천적
[…아, 이게 참···.]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네요. 아니,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것 같은데 그게 먹힐거라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어요.]늦은 밤.
축구에 미친 나라 답게 모든 채널에서 축구와 관련된 프로그램만 나오는 이상한 시간대.
프리미어 리그 중계권을 가진 초대형 방송사의 특별 스튜디오에서는 4월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단연 화제는 프리미어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리버풀과, 그 뒤를 쫓고 있는 번리.
절대로 좁혀지지 않을 것 같은 그 간격이 살짝 줄어들었다는 것 만으로도 진행자와 패널들은 흥분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번리의 선수들과 형민 김 감독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는데요. 경기가 진행되면서 이게 왠 떡이냐, 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어쨌든 수비 부담 없이 공격 일변도로 갈 수 있으니까요. 카림 아데예미가 떠났다고 하지만, 벤야민 셰슈코와 로렌조 루카를 보유유한 번리를 상대로 지키는 전술을 꺼내는건 위험하지요.]잇다른 선수들의 부상 이탈로 토트넘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꺼내든건 4-4-2 포메이션.
잉글랜드에 온 이후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포메이션에 모두 경악하는 가운데, 중앙 수비수 4명을 모두 출전시킨 4백과 중앙 미드필더 4명이 출전한 미드필드 위에 해리 케인과 루카스 모우라가 투톱을 형성했다.
과정이야 어쨌든, 치열한 4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토트넘 입장에서는 리그 2위를 상대로 승점 1점을 가져가겠다는 결의.
그러나 결과는 총체적인 실패였다.
중앙 수비수들이 집결된 4백은 수비는 단단했지만 빌드업 과정에서 최전방으로 패스를 공급하는 데에 계속 문제를 노출했고, 정사각형으로 중앙에 밀집한 미드필더들은 측면을 텅 비워두면서 역습을 초래했다.
결정적으로, 처음 사용해보는 어색한 포메이션으로 공격진이 계속 고립되자 정작 투톱으로 선발 출전한 해리 케인이 자꾸 미드필드로 내려와서 공 배급을 하려고 했다.
그렇게 토트넘은 공격도, 배급도 잘 안 되는 상황에서 전반 내내 느긋하게 이런저런 공격을 시도하면서 해법을 찾던 번리는 후반전에 벤야민 셰슈코와 드와이트 맥닐의 화려한 연계 플레이로 득점.
점수만 놓고 보면 아슬아슬한 번리의 승리였지만, 지표는 전혀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점유율은 67 대 33으로 번리가 우세. 슈팅도 23회 대 3회로 번리 우세··· 이게 말이 되요? 프리미어 리그 톱 4위에 안에 드는 두 팀이 경기했는데 90분 동안 경기하는 슈팅 숫자가 20회나 차이가 난다는게?!]선수 생활의 황혼기를 맞아서 투혼을 불태우고 있는 위고 요리스 골키퍼의 선방쇼가 아니었다면 점수 차이는 훨씬 더 컸을거다.
[…번리의 베일리 피콕-파렐 골키퍼는 공을 몇번 만져보지도 못했어요. 총 볼터치 횟수는 20회 미만. 근데 위고 요리스 골키퍼는 골킥만 20번 이상 찬 것 같네요.] […어쨋든, 번리는 토트넘과 맨체스터 시티한테까지 승리를 거두면서 화끈한 4월을 마무리했습니다. 6경기에서 5승 1패! 사실 챔피언스 리그 8강전에서 상대한 AC밀란과의 1승 1패를 제외하면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전승을 거뒀는데요. 반면에 리버풀은···.] […위르겐 클롭 감독이 많이 아쉬워했지요.]진행자와 패널들 뒤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 리버풀의 4월 마지막 경기 하이라이트 떠올랐다.
맹렬한 공격을 퍼붓는 리버풀의 붉은 유니폼들을 상대로 거의 10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모두 페널티 박스 안에 들어가서 필사적으로 수비하는 에버튼의 푸른 유니폼.
슈팅에 이어서 슈팅이 날려지지만, 에버튼 수비진의 육탄 수비나 조던 픽포드 골키퍼의 선방쇼가 이어지면서 리버풀 선수들의 얼굴에 점점 허탈감과 당혹감이 떠올랐다.
결국 주심의 휘슬과 함께 사이드라인에서 포효하는 에버튼의 프랭크 램파드 감독과 선수들.
경기 내내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답답함을 표출했던 위르겐 클롭 감독이 전반기에 이어서 후반기에도 에버튼을 상대로 무승부를 거두는 순간이었다.
[…그 과정이 어떻든, 리버풀은 결국 번리에게 승점 2점을 내준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승점 5점이었던 간격이 이제 승점 3점으로 좁혀졌어요.] […반면에 번리는 어려운 경기로 평가받았던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2대 1로 승리를 거뒀습니다. 확실히··· 천적이라는게 존재하는 것 같아요.]패널 중 한 명이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리버풀은 천적인 에버튼에게 발목을 잡혔고, 반대로 번리는 지난 3시즌 동안 맨체스터 시티의 천적으로 등극했다.
[…뭔가 스타일에서 약점을 노출하는걸까요? 번리는 자신들과 똑같이 강렬한 압박을 보여주는 리버풀한테는 상대 전적이 안 좋았습니다만, 맨체스터 시티와 같이 점유율을 중시하는 패스 위주의 팀들에게는 굉장히 좋은 성적을 보여줬어요.]이제 성적에 대한 얘기에서 전술과 포메이션에 대한 진지한 얘기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스튜디오 뒤에서 스태프들이 재빨리 스크린 위에 번리와 맨체스터 시티의 표준 포메이션을 띄웠다.
[…보시면 결국 번리는 니콜라스 세이왈드나 파트릭 데 파울라를 앞세운 단단한 미드필드를 중심으로 최전방까지 누르는 강력한 압박 플레이를 보여주는데요. 특히 지난 3시즌간 중앙 공격수를 활용하는 방식이 탁월했어요.] […그렇지요. 지난 시즌에는 중앙 공격수였던 벤야민 셰슈코나 태진 정이 연계 플레이에 집중하면서 오른쪽 측면에서 활약하던 카림 아데예미에게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었습니다만, 이번 시즌에는 카림 아데예미가 이적하고 나서 중앙 공격수가 직접 기회를 마무리하는 경향이 높아졌어요.]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2골을 넣은 벤야민 셰슈코는 이제 31골.
그의 포지션 경쟁자인 로렌조 루카는 29골.
아직 최소 5경기가 남았는데, 모든 대회를 통틀어서 두 명의 공격수가 도합 60골을 넣었다.
[…사실 이건 중앙 공격수들이 잘 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로렌조 루카는 이번 시즌에 완전히 센세이션이었고, 벤야민 셰슈코도 기량이 무르익은···.] […그게 말이 되나요!]다른 패널의 말을 원래 대화를 이어가던 패널이 날카롭게 끊어냈다.
[…세리에B에서 전전하던 로렌조 루카를 발탁한건 번리 스카우트팀과 풋볼 디렉터의 탁월한 선택이기는 했지만, 실제로 번리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면 중앙 공격수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아주 정교한 세부전술을 선보이고 있어요. 지난 맨체스터 시티 전의 득점 장면을 한번 보시지요.]화면이 전환되면서, 맨체스터 시티와 번리가 상대한 지난 경기의 골장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조금 더 앞으로. 조금만 더. 아, 거기! 멈춰주세요.]정지한 스크린 앞으로 다가간 패널이 선수들의 위치를 지적했다.
[…흔히 번리를 보면 측면 수비수들이 최전방으로 치고 올라오면서 넓이를 만들어내고, 측면 공격수들은 중앙으로 들어가면서 중앙 공격수가 비워둔 자리를 공략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스튜디오 안에 모인 진행자와 패널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스크린 앞에 선 중년의 패널은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지난 2시즌 동안의 번리가 선보인 플레이에요. 이번 시즌에는 보세요.]측면 공격수로 나선 왼쪽의 드와이트 맥닐과 오른쪽의 아담 흘로첵이 사이드라인을 거의 밟고 있는 수준으로 넓게 벌려선 가운데, 전방으로 올라온 양쪽 측면 수비수들은 더 안쪽으로 접고 들어가서 페널티 박스 인근까지 침투한 미드필더 세바스챤 셰만스키와 일직선을 이뤘다.
[…이렇게 번리의 선수 5명의 페널티 박스를 포위하면서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진을 압박하고 있어요. 이미 미드필드의 주도권은 니콜라스 세이왈드와 파트릭 데 파울라가 잡고 있기 때문에 역습을 당한 걱정은 없고요. 여기서 중앙 공격수의 움직임을 보세요.]번리의 중앙 공격수 벤야민 셰슈코가 페널티 박스 밖으로 나가는 척하면서 맨체스터 시티의 중앙 수비수 존 스톤스와 아이메릭 라포르트를 끌고 나왔다.
어쩔 수 없이 번리의 측면 공격수들을 견제하던 맨체스터 시티의 양쪽 측면 수비수들과 벤야민 셰슈코를 견제하던 중앙 수비수들 사이에 간격이 벌어졌다.
[…그리고 거기서 번리는 이렇게 측면에서 측면으로 공을 이동시키면서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진을 한번 흔들어줍니다.]빠른 원터치 패스를 통해서 오른쪽 측면의 아담 흘로첵에서 세만스챤 셰만스키를 거쳐서 왼쪽 측면에서 대기하던 드와이트 맥닐까지 공이 이어졌다.
은연 중에 왼쪽으로 기울어졌던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진이 화들짝 놀라면서 오른쪽으로 다시 위치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너무 과도하게 치우쳐졌다.
맨체스터 시티의 중앙 수비수들이 어느쪽 측면을 지원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가운데, 유심히 상황을 지켜보던 벤야민 셰슈코가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서 페널티 박스 안으로 다시 침투했다.
[…이미 여기서는 약속된 플레이였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벤야민 셰슈코의 움직임과 동시에 드와이트 맥닐이 그대로 페널티 박스 중앙으로 낮은 크로스를 보내줬어요.]로렌조 루카라면 좀 더 느긋하게 높은 크로스를 보낸 다음에 압도적인 제공권으로 찍어누를 수도 있겠지만, 벤야민 셰슈코라면 차라리 빠른 속도를 믿고 낮게 보내줘도 된다.
번리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드와이트 맥닐의 순간적인 판단으로 날아간 공은 그대로 달려오던 벤야민 셰슈코의 발에 정통으로 가격되면서 맨체스터 시티의 골문 속으로 쏘아졌다.
[…번리는 강한 압박을 통해서 공을 탈취하고 빠른 역습을 전개하는 것도 잘하지만, 공을 돌려서 좌우를 흔든 다음에 직접적으로 찔러넣는 것에도 충분히 잘 합니다.] […그렇지만 맨체스터 시티라던가, 그레이엄 포터 감독의 첼시에 비해서는 패스 플레이가 정교하지 않아요.]다른 패널의 지적에 첫번째 패널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번리는 패스 플레이가 그렇게까지 정교할 필요가 없어요. 어차피 핵심은 전방 압박과 역습이니까요. 딱 필요할 때에 필요한 만큼만 패스를 돌리면서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으면 되니까요. 내 장점이 확실하고, 필요한 만큼 남의 장점을 할 수 있다면 충분한거지요.]패널의 열띈 주장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진행자와 나머지 패널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리버풀의 경우에는 번리보다 전방 압박과 역습에 더 강한데, 패스 플레이도 번리보다 나으니까 계속 열세에 처한다고 생각하면 될까요?]진행자의 질문에 첫번째 패널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번리가 이전에 리버풀을 상대로 그나마 승리를 거둘 때는 팀의 조직력이 일정 수준 이상 도달한 다음에나 가능했으니까요. 하지만 점유율 축구를 하는 팀들에게는 거의 천적이라고 볼 수 있을겁니다.] […흠···.]아직 완전히 설득되지는 않은 표정인 패널들도 있었지만, 큰 틀에서의 분석에는 이견을 제시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어쨌든, 번리가 점유율 중심의 축구를 구사하는 팀들의 천적으로 떠올랐다면, 다음 경기는 정말 흥미진진하겠네요.]진행자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챔피언스 리그 4강전에서는 점유율 축구의 종가인 바르셀로나를 만나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