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221)
221화: Impossible is nothing
“그동안 고생했다.”
“흐흐흐흐···.”
원정팀 라커룸.
전반전을 캄프 누에서 실컷 두들겨 맞고 경기의 주도권을 고스란히 내주었으니 분위기는 침울해야 했겠지만, 오히려 선수들의 눈은 더 빛나고 있었다.
아니, 전반전의 설움까지 더해서 나직한 웃음과 함께 아예 이빨을 가는 선수들도 있었다.
45분 동안 눈 앞에서 뛰어노는 양떼를 지켜봐야만 했던 늑대들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특히 본능을 억눌러야 했던 니콜라스 세이왈드와 토마소 포베가의 표정이 음험했다.
“자, 후반전에 나가서는 실컷 두들겨패도 좋아.”
후반전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되는 에마뉴엘 비냐토와 자말 루이스가 서로의 주먹을 맞부딪치면서 씩 웃었다.
“기억해. 늦어도 30분 정도가 지나면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이 문제를 깨닫고 전술을 다시 변형할거야. 그 이전에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야 해. 그러기 위해서 우리한테 필요한건 2골이야.”
원정 다득점 제도가 있었을 때에는 바르셀로나에서 2골을 넣어서 누적 점수를 3대 3으로 만든다고 해도, 원정경기인 번리에서 1골을 넣은 바르셀로나가 진출하게 된다.
하지만 원정 다득점 제도가 폐지되면서 2골을 넣으면 연장전으로, 그리고 그 다음에는 승부차기로 넘어가는 상황.
“그냥 깜끔하게 3골을 넣는걸로 하시지요? 연장전이나 승부차기 같은건 귀찮아서요.”
“오오오오!!”
감독의 말을 받아치는 로렌조 루카의 패기에 번리 선수단이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그래! 그냥 깔끔하게 90분으로 끝내자고!”
“결승전을 위해서 체력을 비축해둬야 하니까!”
“로렌조! 3골만 넣으면 벤야민이랑 동률이 되니까 그런거지?!”
갑자기 라커룸이 부산스러워지면서 패기 넘치는 선수들이 서로 서로 주먹을 맞대고 하이 파이브를 나누었다.
“자자.”
형민이 작전판을 두드리면서 선수들을 진정시켰다.
“축하는 이긴 다음에 해도 충분해.”
“넵!!”
진정한 선수들이 일사분란하게 대답하는 가운데, 형민이 선수들을 둘러보았다.
“아, 그리고 혹시 몰라서 그러는데, 오늘은 절대로 퇴장 당하지 않도록 해.”
형민이 선수들에게 주의를 주는 동시에 씩 웃었다.
“오늘 퇴장 당하면 결승전에 출전 못하니까.”
“흐흐흐흐!!”
***
“와아아아!!!”
경기장 한쪽 구성에 몰려있던 원정팬들의 함성이 거세다.
여전히 홈팬들도 열띈 응원을 보내고 있었지만,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일제히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건 뭐지?
후반전의 시작과 동시에 양쪽 측면 공격수를 교체한 번리는 그대로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드를 압살하는 동시에 바르셀로나의 양쪽 측면 수비수가 올라오면서 비워진 뒷공간을 파고들고 있었다.
퍽!
“쿠학!”
개성넘치는 비명 소리와 함께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아카데미 라 마시아 출신의 미드필더 가비가 날아갔지만, 주심의 휘슬은 불리지 않았다.
이미 전반전 동안 주심의 성향은 충분히 확인했다.
공을 먼저 건드린다면 그 다음에 관성으로 일어나는 육체적인 충돌 정도는 그냥 넘어간다.
완전히 관대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챔피언스 리그 4강전 정도 되는 경기라면 어느 정도의 육체적인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는 주심.
전반전 내내 수세에 몰린척 하느라 온갖 짜증이 가득 누적되었던 번리의 수비형 미드필더 크리스티앙 메디나는 그 설움을 풀겠다는듯 오른발을 맹렬히 휘둘러서 방금 전에 강탈한 공을 최전방으로 날려보냈다.
“비니!!”
“알겠어!!”
관중들의 거센 고함소리에 크리스티앙 메디나의 외침이 잘 들리지도 않았지만, 공이 날아오는 방향만 봐도 수신자가 누군지 확인할 수 있었던 번리의 오른쪽 측면 공격수 에마뉴엘 비냐토가 화답했다.
번리의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 출발해서 단번에 미드필드를 뚫고 바르셀로나의 페널티 박스와 사이드라인 사이의 공간으로 날아가는 공.
단번에 경기장에 있는 거의 모든 선수를 경기에서 배제시켜버린 우아한 패스였지만, 그런거에 감탄하기에 바르셀로나 팬들은 위기감이 더 강했다.
“막아!!! 빨리 막아!!!”
골키퍼가 지시를 내리기도 전에 관중들이 먼저 고함을 지른다.
하지만 이미 바르셀로나의 왼쪽 측면을 지키던 알레한드로 발데를 한참이나 뒤에 따돌린 에마뉴엘 비냐토는 전속력으로 달려서 코너 플래그에 도착하기 직전에 공을 따라잡았다.
공을 잡거나 통제하는 그런 쓸데없는 움직임은 필요 없다.
왼발을 내딛은 이탈리아 국적의 측면 공격수는 자신이 자랑하는 오른발을 휘둘러서 페널티 박스 정중앙을 향해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려보냈다.
“헉!!!”
캄프 누를 가득 채우고 있는 홈팬들이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비명처럼 울려퍼진다.
맹렬하게 날아가는 공이 향하는 곳은 페널티 박스 정중앙까지 달려온 다음에 힘차게 하늘을 향해서 날아오른 번리의 중앙 공격수 로렌조 루카.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데뷔전에서 스페인을 해트트릭과 함께 참살하면서 국제무대에 그 화려한 등장을 알렸던 장신의 공격수는 2미터가 넘는 장신을 마음껏 활용해서, 그와 함께 필사적으로 뛰어오르는 바르셀로나의 중앙 수비수 쥘 쿤데와 로날드 아라우호를 가볍게 찍어누르는 동시에 날아오는 공에 자신의 이마를 정확하게 가져다댔다.
“으아아아!!!”
골을 직감한 원정팬들이 열광하는 가운데, 정확하게 날아간 공은 필사적으로 손을 뻗는 바르셀로나의 마크 안드레 테어슈테겐 골키퍼의 손끝을 외면하고 그대로 골네트에 틀어박혔다.
“우우우우!!!”
실점 장면에 홈팬들이 누구에게 향하는지 모를 야유를 쏟아내는 가운데,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혹시나 골이 들어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페널티 박스에 침투하던 번리의 왼쪽 공격수 자말 루이스가 그대로 골문 안으로 향했다.
“어어?!!!”
경악한 바르셀로나 팬들이 어처구니 없다는 고함을 지르는 가운데, 그대로 공을 집어든 번리의 공격수는 경기장 정중앙으로 질주했다.
물론 그의 뒤를 따르는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는 득점자 로렌조 루카와 어시스트를 올린 에마뉴엘 비냐토, 그리고 하프라인을 넘어온 나머지 번리 선수들 전원.
그대로 하프라인에 놓인 칵오프 마크 위에 공을 올려놓은 자말 루이스와 나머지 번리 선수들이 각자 자신의 자리를 찾아서 흩어지는 가운데, 팔짱을 낀채 한 발을 공 위에 올려놓은 거구의 로렌조 루카가 턱을 치켜들었다.
야, 빨리 덤벼.
감독님이 얘기한 30분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
후반 51분.
2골 더 넣으려면 1분 1초가 아깝거든?
***
“와아아아!!!”
“그래! 바로 그거야!!”
원정팬들의 함성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원정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 있던 형민은 허공을 향해 주먹을 날리면서 포효했다.
“점수는 0대 2. 0대 2 입니다. 후반 62분, 득점자는 번리의 로렌조 루카. 번리의 로렌조 루카입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메마른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두번째 실점과 함께 4강전이 원점으로 돌아간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망연자실한 표정이 눈에 선명한 가운데, 옆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화들짝 놀란 표정의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이 자신의 벤치를 향해서 달려가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아마 첫번째 득점은 우연이라고 생각했겠지.
전반전 내내 밀리던 상대팀이 운 좋게 공을 뺏어서 최전방으로 날린 공이 운 좋게 측면 공격수에게 연결됐고, 그가 한방에 크로스가 운 좋게 중앙 공격수에게 연결되서 골을 내준 것으로.
하지만 두번째 실점과 함께 바르셀로나의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도 자신과 팀이 4강전의 무려 1/4이나 되는 시간을 소요하면서 번리가 만들어낸 속임수에 넘어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첫번째 득점과 똑같은 패턴.
다만 위치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바뀌었을뿐.
첫번째 실점 이후에도 전반전 내내 생긴 관성을 포기하기 어려웠던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은 미드필드를 제압하기 위해서 몰려들었고, 본격적으로 이빨을 드러낸 번리의 니콜라스 세이왈드와 토마소 포베가, 그리고 크리스티앙 메디나에게 영혼까지 탈탈 털렸다.
아마 오늘 경기 이후에는 크리스티앙 메디나에게 수비력과 활동력이 약하다는 얘기는 아무도 못 꺼낼거다.
니콜라스 세이왈드와 토마소 포베가가 미드필드 싸움에 가담한 바르셀로나의 측면 수비수들까지 포함해서 4대 2의 싸움을 넉넉하게 우위로 가져갔다.
그리고 번리의 페널티 박스 앞에서 좌우로 움직이면서 지키던 크리스티앙 메디나는 어떻게든 공격으로 연결하려고 덤벼드는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더들로부터 손쉽게 공을 탈취한 다음에 공을 빼앗는 족족 최전방으로 공을 날려보냈다.
자로 잰 듯이 양쪽 코너 플래그를 향해서 정확하게 날아가는 장거리 패스.
수비에 지원하기 위해서 달려가려는 바르셀로나의 양쪽 측면 수비수들을 온갖 방법을 제지하거나 견제하는 번리의 나머지 두 미드필더들에게 시간이 질질 끌리는 사이에, 자말 루이스에게 연결된 공은 또다시 로렌조 루카에게 이어진 크로스와 함께 골로 마무리되었다.
이번에는 바로 경기 재개를 촉구하는 대신, 그를 향해서 야유를 퍼붓는 홈팬들을 향해서 상대팀 페널티 박스 한복판에서 양 팔을 벌린 로렌조 루카가 포효하는 가운데, 그의 등 위로 단신의 에마뉴엘 비냐토가 뛰어오르면서 마찬가지로 홈팬들을 향해서 의기양양하게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옆에서는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의 불호령과 함께 바르셀로나의 벤치에 앉아 있던 선수들 전원이 뛰어나와서 몸을 풀고 있었다.
무려 60분이나 이어진 기조를 단순히 지시 만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아예 선수를 교체하면서 미드필드로 쏠린 자신의 수비진을 바로잡으려는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을 바라보면서, 형민은 자신에게 다가온 카롤리나를 돌아보았다.
“이제 어떻게 할거야?”
“어떻게 하기는.”
무려 152분 만에 원점으로 경기를 돌려놓았다.
“이제부터 진짜 승부인거지.”
옆 벤치의 움직임에 자극을 받은듯, 오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세바스챤 셰만스키와 파트릭 데 파울라, 그리고 루카 수키치를 비롯한 번리의 벤치 대부분도 사이드라인에 나와서 어슬렁거리면서 몸을 풀고 있었다.
전반전이 끝나면서 교체된 드와이트 맥닐과 아담 흘로첵 만이 함께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던 골키퍼 마르코 카르네세치와 신나게 얘기를 하고 있을 뿐.
“아, 결국 교체를 진행하네.”
옆쪽 벤치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카롤리나가 말했다.
“음··· 세르히 로베르토랑··· 조르디 알바네.”
그녀의 어깨 너머로 고개를 빼서 사이드라인을 살피던 형민이 중얼거렸다.
“의외인걸?”
형민의 말에 카롤리나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직 경기를 포기하지 못했다는거지.”
오른쪽 측면 수비야 지금 투입된 엑토르 벨레린이 아니면 세르히 로베르토 밖에 없으니까 딱히 선택지가 없다.
하지만 왼쪽 측면 수비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이제 주전 자리를 차지한 젊은 수비수 알레한드로 발데의 백업으로 나설 수 있는 베테랑이 두 명이나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바르셀로나에서 주전 왼쪽 수비수로 나서면서 탁월한 공격력으로 영광의 시절을 쌓아올렸던 조르디 알바.
첼시에서 넘어온 후 단단한 수비력으로 두번째 전성기를 맞이한 마르코스 알론소.
만약에 승부차기까지 끌고 갈 생각이었다면 마르코스 알론소가, 그게 아니라 연장전 내에 승부를 내려고 한다면 조르디 알바가 투입될거라고 예상했는데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은 후자를 선택했다.
“홈경기잖아? 캄프 누에서 수비적으로 나섰다가는 당장 내일 일간지에서 탄핵안이 나올걸?”
바르셀로나도 단순히 승리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축구를 요구하는건 숙적인 레알 마드리드와 다를바가 없다.
카롤리나의 말에 형민이 씩 웃었다.
“뭐, 우리야 고맙지.”
“그럼 가서 고맙다고 인사를 할까?”
“아, 그건 경기가 끝난 다음에 하자고.”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린 형민이 중얼거렸다.
“아무리 봐도 아직 애들이 충분히 날뛴 것 같지가 않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