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224)
224화: 운명은 우리 손 안에
퍽!
“우우우우!!!”
앤드릴스 무어를 가득 채운 번리 팬들이 격한 야유를 보내는 가운데, 리버풀의 미드필더 쥬드 벨링엄의 거친 육탄수비에 채인 번리의 미드필더 세바스챤 셰만스키가 실이 끊긴 마리오네트처럼 핑그르르 돌면서 잔디 위에 나뒹굴었다.
“이 X끼가!!”
분노한 번리 선수들이 달려드는 가운데, 재빨리 움직인 주심이 그들 사이를 가로막으면서 휘슬을 불었다.
“리버풀 8번, 파울!”
주심의 품에서 옐로우 카드가 나오는 것을 확인한 리버풀 선수들이 주심에게 맹렬히 어필했지만, 주심은 단호했다.
“야, 괜찮앙?”
세바스챤 셰만스키는 짙은 억양의 영어로 물으면서 내밀어진 손을 붙잡고 일어섰다.
잔디가 온 몸에 묻어 있다.
툭툭 잔디를 벌어내던 세바스챤 셰만스키 옆에서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참 거칠게 하넹.”
그를 부축한 동료의 말에 세바스챤 셰만스키는 잠깐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짓지 않기 위해서 얼굴 근육을 관리해야 했다.
임마, 네가 여기서 제일 거칠잖아!
주장 니콜라스 세이왈드와 함께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거칠고 빡센 수비력을 자랑하는 파트릭 데 파울라.
벌써부터 백전노장의 풍모를 풍기는 얼굴과 표정이며, 이를 악물고 전투적으로 덤벼드는 모습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악명이 높은 젊은 브라질 국적의 미드필더는 동료에게는 참 친절하고 온화한 친구였다.
음, 혹시나 앞으로 이 자식이나 내가 다른 팀으로 가면 맞상대하는건 꼭 피해야지.
“그럼 난 갈껭.”
번리에게 프리킥이 주어지는 모습에 파트릭 데 파울라는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서로 마주 보면서 기세를 올리고 있는 양팀 선수들을 보면서 세바스챤 셰만스키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경기가 시작한지 10분도 안 됐는데, 벌써 태반의 선수들이 한번 이상 잔디 위를 굴렀다.
경기가 제대로 거칠게 진행되고 있다.
눈빛을 흉흉하게 빛내는 양팀 선수들 사이에서, 그 자신도 만만치 않은 악명을 떨치는 폴란드 국적의 미드필더는 고개를 좌우를 꺾으면서 리버풀 선수들을 살펴보았다.
가만 보자, 누구를 조지는게 제일 좋으려나···.
***
시즌 최종전.
어떤 팀은 더 이상의 승점이 순위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유망주들과 리저브팀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기도 하고, 간혹 팬들의 사랑을 받다가 은퇴하는 선수가 있으면 후반전에 교체를 하거나 하프타임에 나와서 팬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한다.
반면에 아직 싸워야 할 이유가 남은 팀들은 더 이상의 전력을 아끼지 않고 전력을 쏟아부어서 최대한의 승점을 확보하고 순위를 한 계단이라도 올리기 위해서 투쟁한다.
그리고 3일 전에 FA컵을 들어올린 리버풀과 2주 후에 유럽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출전하는 번리는 명백히 후자였다.
리버풀은 파비뉴, 쥬드 벨링엄, 그리고 티아고를 내세운 미드필드를 중심으로 최전방에는 모하메드 살라, 다르윈 누네즈, 그리고 루이스 디아스로 이루어진 최선의 공격진을 배치했다.
반면에 번리는 니콜라스 세이왈드와 파트릭 데 파울라를 동시에 내보내면서 세바스챤 셰만스키에게 공격 전개를 맡기고, 벤야민 셰슈코를 중심으로 드와이트 맥닐과 아담 흘로첵을 내세웠다.
수비에는 오른쪽부터 구가, 안셀모 가르시아 맥널티, 아넬 아메드호지치, 그리고 미카 마르몰.
양팀 모두 최선의 선발진을 꾸린 가운데, 한치도 양보가 없는 격돌이 경기의 시작과 함께 개시되었다.
이번 시즌에만 6번째 맞대결.
이제 서로에 대해서 알만큼 안다.
양 팀 모두 장점으로 삼는 것은 왕성한 활동량을 기반으로 강렬한 전방 압박과 역습, 그리고 거기서 우위를 잡으면 상대편을 그들의 수비 진영에 가둬놓고 쥐어패는 우격다짐.
양보라는걸 하는 순간 훅 페널티 박스까지 밀린다는걸 여실히 깨달은 양 팀 선수들은 미드필드를 차지하기 위해서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리버풀은 시즌 시작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리그 우승을 마지막 순간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번리는 단 한번도 상상하지 않았던 리그 우승이 무려 64년 만에 눈 앞에 도달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부담과 기대, 희망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가운데 먼저 우위를 점한건 백전노장이 즐비한 리버풀이었다.
***
“미카!”
“알고 있어! 가운데로 빠져나가는 것만 막아줘!”
“알겠어!”
양 팀을 통틀어서 처음으로 공격 작업이 상대팀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전개되었다.
리버풀의 미드필더 파비뉴와 쥬드 벨링엄이 만들어준 틈을 이용한 티아고의 롱패스.
단번에 양팀의 미드필드를 꿰뚫은 패스는 바로 오른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의 발 앞에 배달되었다.
그리고 번리의 페널티 박스를 향해서 바로 돌진하려는 상대팀의 공격수 앞을 가로막은 것은 스스로 번리의 말디니라고 자칭하고 동료들은 말디니교의 교주라고 부르는 미카 마르몰이었다.
“흡!”
상대의 기울어지는 어깨와 발끝을 지켜보던 미카 마르몰은 움찔했다가 살짝 반걸음 정도 물러났다.
“쯧!”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는 상대를 보면서 모하메드 살라는 혀를 찼다.
제대로 상대하는건 이번이 두번째 경기인데, 만만치 않다.
첫번째 맞대결 이후로도 조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확실히 경기마다 기량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그 무엇보다 경기에 나서면 상대가 누가 되었던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실수를 해도, 돌파를 당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쫓아가서 다시 수비를 한다.
공격수 입장에서는 귀찮고, 끈적거리고, 짜증나는 수비수.
당연히 동료들 입장에서는 최고의 수비수이다.
그날 유니폼을 교환하자고 말하지 않을걸 그랬나?
그 순간, 자신의 맞대결 이후 기량이 폭발하는 전환점을 맞이한 젊은 수비수를 보고 씁쓸하게 입맛을 다시면서 다시 공격 작업을 하려던 모하메드 살라의 시야 한구석에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들어왔다.
이거라면···!
“헉!!”
눈 앞에서 리버풀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를 견제하던 번리의 젊은 수비수 미카 마르몰은 경악의 비명을 질렀다.
모하메드 살라의 속임수가 다시 들어오자 이걸 훼방하기 위해서 살짝 반걸음을 물러난 순간.
그를 마주 보던 단신의 이집트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는 왼발로 공을 찍어서 차올리면서 미카 마르몰의 머리 위를 넘기는 칩샷을 날렸다.
아니, 잠깐만.
칩샷이라고?
여기는 페널티 박스 외곽인데?!
홈팬들의 아우성과 함께 경악한 미카 마르몰이 몸을 돌리자, 번리의 중앙 수비수들을 따돌리는 데에 성공한 리버풀의 중앙 공격수 다르윈 누네즈가 허공에 몸을 뛰우면서 가슴으로 날아온 공을 받아내고 있었다.
칩샷이 아니라 로빙 패스였다!
리버풀의 미드필더들이 만들어준 기회를 공격진이 제대로 살려낸 완벽한 찬스.
번리의 수비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일제히 그에게 달려들고 있었지만, 이미 늦었다.
오른쪽 측면을 지키면서 리버풀의 왼쪽 공격수 루이스 디아즈를 견제하고 있던 구가는 말할 것도 없다.
절묘한 움직임으로 번리의 중앙 수비수 아넬 아메드호지치와 안셀모 가르시아 맥널티를 서로와 충돌시킨 다르윈 누네즈.
서로에게 부딪친 충격에 얼얼하면서도 어떻게든 일어나서 쫓아가려고 했지만, 장신의 우루과이 국적의 공격수는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은채 여유롭게 땅으로 떨어지는 동시에 자신이 가슴으로 받아서 떨군 공을 향해서 오른발을 들어서 매섭게 휘둘렀다.
텅!
완벽한 하프 발리 슈팅.
골문을 지키고 있던 번리의 골키퍼 마르코 카르네세치가 절망적인 표정과 함께 몸을 날렸지만, 그대로 날아간 공은 쭉 뻗어낸 그의 손을 외면하면서 번리의 골문 왼쪽 상단 코너를 그대로 통과하면서 윗그물에 틀어박혔다.
“으아아아!!!”
앤드릴스 무어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원정팬들이 열광적인 함성을 보내는 가운데, 모하메드 살라는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미카 마르몰에게 씩 웃어보였다.
다음번에는 쉽지 않을거라고 했지?
***
“No one likes us! (아무도 우릴 좋아하지 않아!)”
“No one likes us! (아무도 우릴 좋아하지 않아!)”
“No one likes us! (아무도 우릴 좋아하지 않아!)”
“We don’t care! (우린 신경쓰지 않아!)”
“We are Burnley! (우린 번리니까!)”
“Super Burnley! (슈퍼 번리니까!)”
“We are Burnley! (우린 번리니까!)”
“From the Moor! (수렁에서 왔으니까!)”
“Led by the man! (우리를 이끄는 사나이는!)”
“From the east! (동방에서 왔다네!)”
“Super Burnley! (슈퍼 번리!)”
“Super Kim! (슈퍼 김!)”
앤드릴스 무어에는 여전히 홈팬들의 광적인 응원가가 울려퍼지고 있었지만,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팔짱을 낀채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는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형민의 표정을 밝지 않았다.
선제골을 넣었지만 바득바득 추가골을 넣겠다고 덤비는 리버풀.
어떻게든 만회골을 넣겠다고 필사적으로 밀어붙이는 번리.
시작부터 격렬했지만, 점점 열기를 더해가면서 선수들이 더 거칠어지고, 그만큼 섬세한 기술이나 정교한 공격 작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소폭이나마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베테랑들이 넘치는 리버풀이다.
선제골까지 넣었고, 승점도 1점 앞서 있으니 최악의 경우 무승부로 끝나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
무조건 오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둬야 하는 번리의 젊은 선수들과는 입장이 다르고, 그 차이를 리버풀의 베테랑들은 절묘하게 파고들어서 경기장 곳곳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었다.
“역시 쉽지 않은걸?”
“리버풀은 언제나 쉽지 않잖아.”
그의 중얼거림에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나와서 같이 경기를 지켜보던 카롤리나가 대답했다.
그녀의 말에 옆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힐끗 바라본 형민이 고개를 저었다.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 역시 팔짱을 낀채 비장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저쪽도 이제 와서 우승을 놓치기는 싫겠지.
2023/24 시즌의 프리미어 리그 1라운드 경기가 열렸던 2023년 8월 19일부터 38라운드 경기가 열리는 2024년 5월 19일까지, 정확히 10개월.
무려 275일간 리그에서 1위 자리를 유지했는데, 마지막 날에 1위를 내려놓아야 한다면 리버풀 입장에서는 너무 참혹하다.
그렇다고 홈경기에서 순순히 상대팀에서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라고 하는건 형민도, 카롤리나도, 그리고 나아가 지난 3시즌간 프리미어 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상승세를 기록했던 번리에게도 어울리지 않는다.
“어쨌든, 하프타임 때에는 정신을 좀 차리라고 해야 할 것 같아.”
경기장을 지켜보던 카롤리나가 중얼거렸다.
경기의 열기가 올라가니까 번리의 젊은 선수들의 시야가 좁아지고 몸놀림이 둔해지는게 눈에 띄인다.
비슷하지만 반대 관점에서는 거의 똑같은 선발진으로 불과 3일 전에 FA컵 결승전을 치른 리버풀 선수들도 움직임이 평소보다 조금 둔해보이지만, 시야와 여유라는 측면에서는 명백히 번리에게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물병이라도 한번 찰까?”
형민의 질문에 카롤리나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서랑 첫 시즌에 했던 그 말도 안 되는 짓 말이야? 장난해?”
“음, 아니 뭐···. 그냥 한번 해본 말이야.”
지금은 번리 선수들이 못하는 것보다는 리버풀 선수들이 잘하고 있는 상황.
선수들에게 각성을 촉구하기보다는 오히려 진정하고 냉정하게 경기를 풀어가라고 말하는게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리버풀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을 정열과 패기가 있어야 하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형민은 벤치를 돌아보면서 씩 웃었다.
“마침 적임자가 딱 있네.”
“뭐라고?”
카롤리나가 물었지만, 형민은 그냥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