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225)
225화: This is Burnley Town
“김!”
하프타임.
라커룸에서 빠져나와서 출구를 향해서 터널을 터덜터덜 걸어가는 그를 부르는 목소리에 형민이 돌아섰다.
“사이먼, 무슨 일이에요?”
팀닥터가 경기 중에 감독을 갑자기 찾아오면 무조건 나쁜 소식이다.
얼굴이 굳어진 형민에게 번리의 팀닥터 사이먼 모리스가 빠르게 안 좋은 소식을 전했다.
“안셀모 말이야. 발목을 완전히 삐었어.”
“하아···.”
전반전 실점 장면에서 중앙 수비 파트너인 아넬 아메드호지치와 충돌한 다음부터 뭔가 안 좋아보이기는 했는데, 아마 통증을 참고 그냥 뛴 모양이다.
어쩐지 하프타임 내내 라커룸에서 팀닥터와 뭔가 진지하고 얘기를 하더니···.
“심각한가요?”
“그런건 아니야. 물론 정밀 검사를 해봐야겠지만, 그냥 근육통일 것 같아. 며칠 쉬면 나을거야.”
“다행이네요.”
안도하는 형민의 말에 사이먼 모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속으로 다시 한번 감탄했다.
이 남자는 언제나 똑같다.
팀에게 64년 만의 우승을 안겨줄 수 있는 단판 승부에서 붙박이 주전 중앙 수비수가 부상으로 이탈했는데, 선수의 건강이 더 중요하다.
경기의 결과보다 선수들을 더 우선으로 생각하는 태도가 번리의 젊은 선수들이 이 젊은 감독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럼 네이선을 교체투입해야 겠네요.”
“어, 그게 맞을 것 같아.”
형민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터널의 출구를 향해서 몸을 돌리다가 생각난듯 팀닥터를 돌아보았다.
“고마워요, 사이먼. 안셀모는 잘 챙겨주세요.”
“그건 걱정하지 말라고.”
감독을 안도시키려는듯 씩 웃어보이는 베테랑 팀닥터에게 마주 웃어보인 형민이 터널 끝을 향해서 발걸음을 빨리 옮기기 시작했다.
유일하게 벤치에 남아있던 중앙 수비수, 네이선 콜린스에게 교체투입을 전달할 시간이었다.
***
“Oh Nicky! You’re so fine! (오오 니키! 넌 너무 멋져!)”
“You’re so fine you blow my mind! (너무 멋져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아!)”
“Hey Nicky! Hey Nicky! (이봐 니키! 이봐 니키!)”
“Oh Nicky! You’re so fine! (오오 니키! 넌 너무 멋져!)”
“You’re so fine you blow my mind! (너무 멋져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아!)”
“Hey Nicky! Hey Nicky! (이봐 니키! 이봐 니키!)”
앤드릴스 무어에 맹렬하게 울려퍼지는 것은 주장을 위한 응원가였지만, 실질적으로 미드필드에서 뛰고 있는 모두에게 부르는 응원가나 다름 없었다.
후반전을 맞이한 경기장에서 미드필드를 맹렬히 주파하던 인영은 달리던 속도 그대로 몸을 미끄러뜨리면서 발 끝으로 상대 선수의 발 밑에서 공을 튕겨냈다.
“젠장!!”
갑자기 측면에서 들어온 태클에 리버풀의 8번 쥬드 벨링엄이 욕설을 내뱉었지만, 관성을 죽이지 않고 미끄러지던 번리의 젊은 미드필더는 한 팔로 바닥을 밀어서 흘러가던 속도 그대로 잔디에서 튕겨올라오면서 흘러나오던 공을 차지했다.
“으아아아!!!”
번리 미드필드의 막내, 크리스티앙 메디나의 환상적인 태클에 앤드릴스 무어가 환호를 보냈다.
“아담!!”
그를 향해서 리버풀 선수들이 벌떼처럼 몰려드는 가운데, 크리스티앙 메디나는 큰 외침과 함께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타고 상대팀 진영 깊숙히 파고드는 번리의 오른쪽 공격수 아담 흘로첵의 이름을 부르고 손가락 끝으로 그를 가르켰다.
선수들의 시선이 일제히 오른쪽 측면으로 돌아가는 확인하는 동시에 크리스티앙 메디나는 씩 웃으면서 오른발을 맹렬히 휘둘렀다.
“어어?!”
아군도, 상대팀도, 관중들도 다 속았다.
다들 한결같이 그의 손 끝이 가르킨 오른쪽 측면을 보고 있는 가운데, 크리스티앙 메디나의 발이 가격한 공이 맹렬하게 비행을 시작했다.
경기장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장거리 패스.
그러나 그 패스가 향한 것은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따라 달리다가 직각으로 방향을 꺾어서 경기장 중앙으로 침투 방향을 바꾼 아담 흘로첵이 아니었다.
소리소문 없이 조용히 왼쪽 사이드라인을 타고 올라가던 번리의 보석, 드와이트 맥닐.
번리 유소년팀이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현역 선수가 경기장을 단번에 가로지른 공을 가볍게 가슴으로 받아낸 다음에 발 밑에 두었다.
“막아!!”
리버풀의 수비를 지휘하는 중앙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가 단호한 명령을 내렸다.
공격에 가담하기 위해서 전방으로 전진하던 리버풀의 오른쪽 수비수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와 버질 반 다이크의 중앙 수비 파트너인 조엘 마팁이 동시에 드와이트 맥닐에게 접근하고, 수비형 미드필더 파비뉴가 그 뒤를 어슬렁거리면서 따라와서 빠져나갈 틈새를 막았다.
3대 1 상황.
상식적으로도 그렇고, 평소 드와이트 맥닐의 성향을 고려해도 다시 패스가 나올 가능성이 거의 절대적이다.
공격적으로 나선다면 페널티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보낼거고, 보수적으로 나간다면 미드필드로 다시 공을 돌리겠지만 어쨌든 패스가 나온다.
그런 생각과 믿음을 가진 리버풀과 번리 선수들이 일제히 패스를 받거나 차단하기 위한 위치로 움직이는 와중.
드와이트 맥닐은 평소에 경기장에서 무표정한 얼굴과는 달리 씩 웃었다.
“드와이티!!!”
“한건 해줘, 드와이티!!!”
“너 밖에 없어!!!”
“우리의 희망!!!”
뒤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간절하게 외치는 홈팬들의 함성이 귀를 찌르고, 앞에서는 얼굴을 굳힌채 그에게서 공을 강탈하기 위해서 상대팀 선수가 3명씩 달려오고 있지만.
오늘 한 경기의 승패에 이번 시즌 동안 무려 32연승을 질주하면서 비참했던 20위에서 영광스러운 1위까지 뛰어오를 기회가 걸려있었지만.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아버지가 태어나기도 전에 마지막으로 차지했던 우승컵을 드디어 번리로 다시 가져올 기회가 걸려 있었지만.
즐겁다.
자신도 모르게 가슴에서 터져나오는 웃음에 번리의 젊은 보석, 드와이트 맥닐이 웃었다.
첫번째 시즌에 감독이 그에게 신신당부했던 그 말이 이제 와서야 와닿는다.
편안하고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말.
유일한 유소년 출신의 선수로서 가지고 있던 중압감과 부담감.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강박 관념.
마지막으로 언제였을까?
경기장에서 진정으로 즐거웠던 순간이?
언제나 휘슬이 울렸을 때에 이기면 기쁨보다 안도감이 먼저 밀려왔다.
“나는 네가 훨씬 더 편안하고 자유롭게 공격을 했으면 좋겠어. 실패하면 어때? 승패의 책임은 감독인 내가 지는거고, 경기장 내에서는 동료들이 같이 짐을 들어주는거야.”
벌써 오랜 전 같은 봄날의 오후, 자신을 감독실로 불러서 직접 수집하고 분석한게 뻔한 자료들을 그에게 보여주면서 해주었던 그 따뜻한 말.
무려 2년하고도 2개월이나 지나고 난 오늘, 2023/34 시즌 프리미어 리그 최종전이 되서야 드와이트 맥닐은 감독의 말을 진정으로 이해했다.
“X발, 다 같이 책임지는거야!!”
“뭐라고?!!”
갑자기 그에게서 터져나온 말에 측면에서 접근하던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동료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당황한 표정으로 외쳤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그에게 빠르게 접근하던 리버풀의 젊은 수비수의 위치를 확인한 드와이트 맥닐은 왼발을 쑥 내밀었다.
“으악!!”
드와이트 맥닐에게 접근하던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와 조엘 마팁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그 두 사람 사이의 얼마 되지도 않는 좁은 간격 속으로 공을 밀어넣은 번리의 보석은 그와 동시에 앞으로 돌진했다.
“웃기지마!”
분노와 어처구니 없음이 뒤섞인 목소리로 조엘 마팁이 왼팔을 뻗어서 자신의 옆을 지나치려는 상대 선수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드와이트 맥닐은 상대의 팔을 왼쪽 어깨로 강렬히 들이받으면서 제지를 뿌리쳤다.
“젠장!”
“지원해줘!”
순식간에 뿌리쳐진 조엘 마팁이 욕설을 내뱉는 동시에 옆에서 지켜보던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다급한 요청을 보냈다.
뒤에서 어슬러거리면서 지원하기 위한 포지션을 잡아가던 리버풀의 수비형 미드필더 파비뉴가 다급한 표정과 함께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순식간에 1대 1 상황.
페널티 박스로 향하려는 길목을 막는 위치를 잡아가는 파비뉴를 향해서 드와이트 맥닐은 오히려 속도를 높이면서 돌진했다.
거리와 속도를 고려하면 서로 딱 한번의 기회가 있다.
그리고 파비뉴가 달려오던 속도를 줄이면서 상체를 낮춰서 그를 견제하려는 자세를 잡는 순간.
드와이트 맥닐은 그대로 파비뉴의 다리 사이로 공을 밀어넣었다.
“오오오오!!!”
관중들이 환호와 탄성, 그리고 탄식을 내뱉는 가운데 순식간에 돌파를 당할 위기에 처한 파비뉴는 드와이트 맥닐을 제지하기 위해서서 양 팔을 벌렸다.
무조건 카드 한 장 정도는 나오겠지만, 지금 이건 대위기 상황이다.
여기서 뚫리면 완전히 가속도가 붙은 상대 공격수와 골문 사이에 일직선으로 길이 열린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파울로 저지하면 당연히 페널티킥.
사실상 실점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인거고, 그렇다고 뒤에서 골문을 지키고 있는 골키퍼 알리송이나 지원하기 위한 포지션을 잡아가고 있을 중앙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를 느긋하게 믿고 넘기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그러나 카드나 심지어 퇴장을 각오하고 필사적으로 덤벼오는 파비뉴의 바램에도 불구하고 드와이트 맥닐은 자신의 오른팔을 몸에 붙인 다음에 팔꿈치를 날카롭게 휘두르면서 그의 암적색 유니폼을 잡아오는 상대팀 수비형 미드필더의 손길을 뿌려쳤다.
“젠장!”
뚤렸다!
환호작약하는 번리 선수들이 일제히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가져가는 가운데, 다급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버질 반 다이크를 무시하고 드와이트 맥닐은 골문과, 그 앞을 가로막고 있는 상대팀 골키퍼에게만 초점을 맞췄다.
“드와이티!!”
“나도 여기야!!”
오른쪽 측면에서 침투하는 아담 흘로첵과 가운데에서 밀고 올라오는 벤야민 셰슈코 모두 손을 들고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패스가 와도 좋고, 패스가 오지 않더라도 상대팀의 수비를 분산시킬 수 있다면 충분하다.
언제나 자신의 이름이 불리워질 때에는 패스를 내줘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을 안고 뛰었던 번리의 젊은 에이스는 고개를 숙이고 발을 움직이는 속도를 더욱 올렸다.
“X발!!”
멈칫하던 버질 반 다이크가 드디에 그를 향해서 돌진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뒷꽁무니를 따라 잡기에도 늦은 시점.
반대로 뛰쳐나갈 타이밍을 놓친 리버풀의 골키퍼 알리송은 긴장한 표정으로 양 팔을 활짝 벌렸다.
번리의 드와이트 맥닐이라면 위, 아래, 오른쪽, 왼쪽, 다 슈팅이 가능한 테크니션.
맹렬히 달려가는 공격수와 골키퍼 사이에서 수차례의 시선이 교차하면서 0.1초 단위의 수싸움이 이어졌다.
어디로 오는거냐?!
“드와이티!!”
순간 자신의 오른쪽에서 들려오는 맹렬한 외침에 드와이트 맥닐의 고개가 살짝 오른쪽으로 돌아갔고, 이에 골문을 가로지르는 패스를 직감한 골키퍼 알리송은 자신의 왼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였다.
“걸렸다!!”
씩 웃은 번리의 중앙 공격수 벤야민 셰슈코는 그대로 골문을 향해서 달려오던 발걸음을 오른쪽으로 옮겼고, 당황한 리버풀의 골키퍼 알리공이 다시 자신의 정면을 바라보자 이미 공은 드와이트 맥닐의 발 끝을 떠나고 있었다.
“젠장!!”
그 자리에서 온 힘을 다해서 위로 뛰어올랐지만, 공은 이미 그의 손끝이 닿을 수 있는 높이를 아슬아슬하게 넘겼다.
필사적으로 뻗어낸 손 끝에 공이 살짝 걸리면서 회전이 걸렸다.
“으아아아아!!!!!”
191센티의 장신이 뒤로 쓰러지는 가운데, 절망에 눈을 감은 알리송의 귀에 홈팬들의 희열에 가득찬 함성이 들려왔다.
후반 67분.
번리의 보석이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