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226)
226화: 64년 만에
“This is Burnley Town! (이곳은 번리!)”
“This is our home! (이곳은 우리의 집!)”
“This is our turf! (이곳은 우리의 잔디!)”
“This is our moor! (이곳은 우리의 황무지!)”
“This is where we win! (여기에서 우리는 승리하고!)”
“This is where we stand and die! (여기에 서서 여기에서 죽으리!)”
이제 시간은 거의 남지 않았다.
쓸 만한 교체카드는 이미 다 던졌고, 여기서 전술적인 변화를 주기에는 팽팽한 승부에 혹여나 우리팀에 균열을 일으킬까봐 양팀 감독 모두 두려운 상황.
1대 0으로 끌려가고 있던 번리가 드와이트 맥닐의 환상적인 칩샷과 함께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무승부로는 부족하다.
번리에게는 이번 시즌 동안 누적했던 5번의 패배가, 리버풀에게는 3번의 무승부와 2번의 패배가 뼈아프게 다가오는 순간.
그때 승점을 1점이라도 더 거둘 수 있었다면.
아끼지 않고 선수들과 전술을 쏟아내서 패배를 무승부로, 아니면 무승부를 승리로 바꿨다면 오늘 이 순간이 이렇게 뼈저리게 고통스럽지는 않지 않았을까?
191센티의 거구에 프리미어 리그와 분데스리가, 챔피언스 리그와 수많은 대회를 우승하면서 명감독으로 명성을 날린 명장과 180센티의 키와 왜소한 체구에 새롭게 프리미어 리그 역사를 써내라고 있는 젊은 감독은 이미 자신들의 손을 떠난 승부에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나란히 서서 과거를 곰씹었다.
그리고 양팀 벤치와 코치진 모두 일제히 사이드라인까지 몰려나와서 열렬한 응원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경기장에서는 마지막 혈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크리스티앙!!”
옆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지만, 살짝 늦었다.
퍽!
번리의 젊은 미드필더 크리스티앙 메디나는 폐에서 숨이 갑자기 빠져나가는 충격과 함께 공에서 밀려났다.
“이 X···!!”
욕설을 제대로 내뱉기도 전에 잔디가 얼굴을 강타하는 충격과 함께 경기장 위에 쓰러졌지만, 주심의 휘슬 따위를 기다릴 시간은 없다.
억지로 폐에 숨을 밀어넣는 동시에 떨리는 손으로 잔디를 짚고 일어나서 가해자를 찾기 위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삐익!
“젠장···.”
오히려 빼앗긴 역습 기회에 크리스티앙 메디나가 안타까워하는 가운데, 경기를 멈추는 주심의 휘슬과 함께 번리 선수들이 공격 작업을 전개하기 위해서 흩어지기 시작했다.
“괜찮아?”
주장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질문에 크리스티앙 메디나는 얼굴에 묻은 잔디를 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기회였는데··· 쳇.”
혀를 차는 젊은 미드필더의 모습에 니콜라스 세이왈드는 씩 웃었다.
“이제는 파울이 아니면 못 끊어낸다는걸 학습했으니까.”
후반전의 시작과 함께 니콜라스 세이왈드와 파트릭 데 파울라, 그리고 크리스티앙 메디나까지 가담한 난폭하고 폭력적인 번리의 미드필드에 휘둘리던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몸싸움에 도움이 되지 않는 티아고와 지친 기색이 역력한 쥬드 벨링엄을 빼고, 그 자리에 주장 조던 헨더슨과 부주장 제임스 밀너를 투입했다.
그러는 동시에 중앙 수비수 조엘 마팁을 이브라힘 코나테로 교체해서 중앙 수비의 속도를 보강하고, 중앙 공격수 다르윈 누네즈 대신 디에고 조타를 투입하면서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빠르고 강렬한 압박으로 번리의 공격 기회를 완전히 틀어막겠다는 계획이었겠지만, 번리의 젊은 미드필드는 이마저도 찍어누르고 있었다.
결국 리버풀이 범하는 파울의 빈도수가 높아졌다.
하지만 끝까지 결정적인 기회는 안 내주는데 성공하고 있다.
상대팀 골문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프리킥 위치를 가늠하던 크리스티앙 메디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애매한걸···.”
하프라인에서 조금 넘어간 정도의 위치.
당연히 상대팀 페널티 박스 안으로는 보낼 수 있지만, 그 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그야말로 행운의 영역이다.
그렇다고 골문을 바로 노리기에는 말도 안 되는 거리.
“어차피 너 밖에 없어. 네가 잘 차보면 되는거야.”
“하나도 도움이 안 되거든, 주장?”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말에 크리스티앙 메디나가 푸념처럼 대답했지만, 주심이 스프레이로 표시한 점 위에 조심스럽게 공을 내려놓았다.
“어, 잠깐. 잠깐만!”
“응?”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제지에 크리스티앙 메디나가 공에서 고개를 들어올렸다.
경기장을 훑는 젊은 미드필더의 시야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벌써부터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하는 양팀 선수들을 제지하는 주심의 모습을 지나서, 다급하게 사이드라인에서 교체판을 들어올리는 대기심과 그의 옆에 있는 거구의 모습으로 향했다.
“로렌조!!”
후반 93분.
생각보다 경기가 멈춘 순간들이 짧았기 때문에 추가시간도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아마 이게 마지막 공격이겠지.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에 형민은 번리가 자랑하는 최고의 헤딩 스페셜리스트, 로렌조 루카를 뽑아들었다.
“으아아아!!!”
홈팬들의 환호성이 거센 가운데, 한쪽에서 대형 배너를 풀어냈다.
등장한 것은 거구의 보라색 거인의 얼굴에 합성된 로렌조 루카의 모습과 함께 그 밑에 적혀진 글귀.
Lorenzo Lucca is inevitable.
로렌조 루카는 필연적이다.
유명한 히어로 영화의 걸작 대사를 그대로 베낀 배너가 우렁찬 함성과 함께 펄럭이는 가운데, 교체 대상으로 지목된 번리 선수가 사이드라인을 향해서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오늘 번리의 오른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해서 고군분투했던 구가.
선수단에서 최단신으로 프리킥 상황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를 빼고, 중앙 공격수가 2명이나 경기장에 투입되었다.
손짓으로 중앙 수비수도 2명 모두 공격에 가담하라는 감독의 손짓에 니콜라스 세이왈드와 크리스티앙 메디나가 시선을 교환했다.
“후방은 나랑 미카가 지킬테니까 너도 들어가.”
“음··· 알겠어.”
이제 와서 역습이 의미가 있을까?
이번 프리킥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주심은 아마 경기를 종료시킬 생각일거다.
망설이던 니콜라스 세이왈드도 고개를 끄덕이고 리버풀의 페널티 박스 안으로 향했다.
이미 파트릭 데 파울라까지 저 인파 속에 진입해 있는 상황.
최소한의 위협을 가하기 위해서 하프라인에 나와 있는 리버풀의 단신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와 그를 견제하는 번리의 수비수 미카 마르몰와 골키퍼 마르코 카르네세치, 그리고 프리킥을 차는 크리스티앙 메디나를 제외하면 경기에 출전한 22명의 선수 중 18명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신 크리스티앙 메디나는 공을 노려보는 시선을 떼지 않은채 천천히 공에서 뒤로 물러났다.
퍽!
“아씨, 꺼져!”
“너나 꺼져버려!”
낮은 목소리로 교환하는 욕설과 팔꿈치.
치사하게 꼬집거나 유니폼을 잡아당기는 건 기본이다.
공격하는 쪽은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수비하는 쪽은 어떻게든 상대의 공격을 방해하고 차단하기 위해서.
리버풀의 골키퍼를 제외한 17명의 필드 선수들이 페널티 박스 정중앙에 밀집된 채 서로와 서로를 팔꿈치로 찌르고 팔뚝으로 밀어내고 발로 걷어차면서 상대팀과 주심을 향해서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삐익!
드디어 불려지는 주심의 휘슬과 함께, 맹렬히 공으로 뛰어간 크리스티앙 메디나가 오른발을 힘차게 뒤로 들어올렸다가 내리찍으면서 강렬하게 공을 가격했다.
“온다!!”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성급한 일부는 벌써부터 허공에 몸을 띄우기 시작했다.
맹렬하게 회전하면서 오른쪽으로 꺾이는 공.
그 궤적을 받아내기 최적의 위치에는 경기장에서 가장 크고 터프한 선수들이 팔꿈치를 양 옆으로 위협적으로 휘두르면서 뛰어오를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버질!!”
동료의 이름을 외치면서 제일 먼저 뛰어오른건 리버풀의 젊은 중앙 수비수, 이브라힘 코나테.
하지만 이건 페이크다.
이브라힘 코나테가 그의 뒤를 이어서 뛰어오르려는 번리의 중앙 공격수 로렌조 루카를 내려오면서 살짝 누르는 가운데, 로렌조 루카와 동시에 뛰어오른 또다른 리버풀의 중앙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가 번리가 자랑하는 거구의 공격수를 거칠게 옆으로 밀어냈다.
“컥!”
배를 찔러오는 날카로운 팔꿈치에 로렌조 루카는 거친 신음을 내뱉으면서도 목을 길게 빼서 공이 날아오는 궤도에 이마를 가져다 대었다.
“알리송!!”
함께 뛰어올랐지만 거의 10센티나 더 큰 상대팀 중앙 공격수를 끝까지 견제하는 데에 실패한 베테랑 중앙 수비수의 외침과 함께 리버풀의 골키퍼 알리송이 로렌조 루카의 정면으로 뛰어올랐다.
한 명을 대상으로 무려 3명, 그것도 골키퍼가 포함된 방어망.
슈팅이 향할 수 있는 모든 각도를 양 손으로 차단하는 데에 성공한 알리송의 시야에 절망에 빠져 있어야 할 로렌조 루카가 씩 웃는 모습이 들어왔다.
“나 아니거든!!”
“으악!!”
로렌조 루카가 분명히 앞으로 내밀었어야 하는 이마를 뒤로 빼는 모습에 허공에서 버둥거리던 알리송이 비명을 질렀다.
골문 바로 앞에 밀집한 3명의 리버풀 선수와 1명의 번리 선수를 그대로 지나쳐간 공이 향한 곳은 리버풀의 먼쪽 골포스트.
필사적으로 뛰어오르는 스코틀랜드 국가대표팀의 주장이자 리버풀의 붙박이 왼쪽 수비수 앤드류 로버트슨을 찍어누르는 또 하나의 거구가 있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얼굴.
아직도 앳된 얼굴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번리의 중앙 수비수 네이선 콜린스가 완벽한 기회를 맞아서 허공에 뛰어오르고 있었다.
“안 돼!!”
골포스트를 지키던 앤드류 로버트슨이 함께 뛰어올랐지만, 키 차이도 한참이 나는데 뛰는 타이밍도 늦었다.
반면에 허공에 여유롭게 몸을 띄운 네이선 콜린스는 정확하게 공을 향해서 이마를 가져다대었다.
퉁!!
“흡?!!!”
눈이 동그랗게 커진 양팀 팬들이 일제히 숨을 삼키면서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가운데, 아름다운 소리를 남긴 공은 리버풀의 골문 왼쪽 상단 코너를 그대로 통과했다.
골네트가 출렁이는 동시에 앤드릴스 무어를 뒤흔드는 강렬한 외침소리가 터져나왔다.
***
삐이익!
“으아아아아아!!!”
양쪽 골문을 한번씩 바라본 주심이 한 손을 들어올리면서 길게 휘슬을 부는 동시에, 앤드릴스 무어를 가득 채우는 함성이 다시 한번 터져나왔다.
승자와 패자할 것 없이 양팀 선수들이 감정에 북받친듯 경기장 위에 주저 앉거나, 하늘을 바라보거나, 팬들을 향해서 박수를 보내는 가운데, 형민은 서둘러서 상대팀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발걸음을 옮겼다.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몰려드는 인파에 휩쓸리기 전에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과의 악수를 간신히 나눈 형민에게 가장 먼저 달려온건 주장 니콜라스 세이왈드였다.
“이겼어요!! 우승이라고요!! 으아아아!!”
“하하. 그래, 우승이야!”
아직도 얼떨떨한듯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형민을 끌어안은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자신의 젊은 감독을 번쩍 들어올렸다.
“우리가 우승했다아!!”
펑!
어디서 준비되었는지 알 수 없는 폭죽이 앤드릴스 무어의 지붕 위에서 하늘을 향해서 쏘아올려지는 가운데, 눈물을 흘리면서 열광하던 홈팬들이 이구동성으로 번리의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We are Burnley! (우린 번리!)”
“Super Burnley! (슈퍼 번리!)”
“We are Burnley! (우린 번리!)”
“From the Moor! (수렁에서 왔지!)”
“Led by the man! (우리를 이끄는 사나이는!)”
“From the east! (동방에서 왔다네!)”
“Super Burnley! (슈퍼 번리!)”
“Super Kim! (슈퍼 김!)”
“Super Burnley! (슈퍼 번리!)”
“Super Kim! (슈퍼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