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최악의 시작, 최선의 경기
삐익!
“으아아아!!!”
관중들의 우렁찬 함성과 함께 주심은 휘슬을 내리고는 냉정하게 페널티 박스의 정중앙을 가르켰다.
“이런 젠장!!”
번리의 부주장 토마소 포베가가 머리를 감싸쥐면서 비통하게 욕설을 내뱉었지만, 번리의 선수 중 아무도 주심에게 항의를 하러 다가가지 못했다.
주장 니콜라스 세이왈드만 자신의 실수에 좌절하는 부주장의 어깨를 한 손으로 감싸안으면서 위로를 할 뿐.
사실 실수라고 부르기도 뭐하다.
선제골 이후, 레알 마드리드는 다시 수비적인 태세로 전환했다.
4명의 수비수와 골키퍼가 골문을 철통같이 지키는 가운데, 그 앞의 미드필드 3명은 번리의 미드필더들을 맞아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승부를 벌였다.
완벽하게 미드필드의 주도권을 빼앗지 못하는 가운데, 3명의 공격수 중 2명은 역습을 위해서 대기하고, 1명이 미드필드로 번갈아가면서 내려오면서 중앙을 통제하기 위한 싸움을 거들었다.
슈팅 숫자는 11대 2.
하지만 유효 슈팅 숫자는 2대 2로 똑같다.
효율을 끝판을 달리는 경기를 하고 있는 노련한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과 패기를 앞세워서 그들을 밀어붙이고 있는 혈기가득한 번리의 선수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베테랑 수비수들은 젊은 번리 공격수들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레알 마드리드의 페널티 박스 앞에서 일진일퇴의 공방이 벌어지던 가운데, 전반전이 막바지에 달하면서 레알 마드리드가 다시 한번 역습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그리고 단숨에 페널티 박스까지 돌파당한 카림 아데예미를 쫓아가던 토마소 포베가의 필사적인 백태클에 옛 동료가 걸려넘어지면서 불려진 페널티킥.
페널티킥과 함께 레드 카드가 아니라 옐로우 카드가 주어진걸 감지 덕지로 생각해야 할 정도로 완벽하게 빠져나간 카림 아데예미를 넘어뜨렸다.
토마소 포베가가 좌절하고 번리 선수들이 씁쓸하게 바라보는 가운데,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 사이에서 짧은 논의가 진행되고 이내 카림 아데예미가 공을 팔 밑에 끼고 페널티킥을 차기 위해서 다가갔다.
11미터의 승부.
조심스럽게 공을 내려놓은 그에게 다가간 주심에게서 주의사항을 전해들은 카림 아데예미는 공에서 몇걸음 천천히 물러났다.
골문 앞에서는 번리의 골키퍼 베일리 피콕-파렐이 긴장한 표정으로 카림 아데예미를 바라보았다.
연습에서 수십번 상대해보았지만, 페널티킥이라는건 도박과도 같다.
굳이 따진다면 골키퍼에게 불리한 러시안 룰렛.
천천히 자세를 낮춘 베일리 피콕-파렐과 공을 앞에 둔 카림 아데예미는 서로의 시선을 마주했다.
엷은 미소를 교환한 두 선수가 그대로 정지한 가운데,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으아아아!!!”
관중들의 함성과 함께, 공을 향해서 성큼 다가간 카림 아데예미가 맹렬하게 왼발을 휘둘렀고, 몸을 날린 베일리 피콕-파렐이 눈을 질끈 감은 가운데 그가 몸을 날린 방향 반대쪽으로 향한 공은 그대로 골네트를 출렁였다.
“좋았어!!”
카림 아데예미를 얼싸안은 레알 마드리드의 동료들이 기뻐하는 가운데, 다시 한번 미안하다는듯 한 손을 들어올리는 젊은 공격수를 향해서 번리 팬들은 다시 응원가를 부르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박수로 화답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형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
“We’re just a little town! (우리는 작은 마을이지!)”
“On the edge of Lanchashire! (랭카셔 변두리에!)”
“We’ve come to Europe! (우린 유럽에 왔다네!)”
“And we’ll go all the way! (그리고 끝까지 갈거라네!)”
“No one likes us! (아무도 우릴 좋아하지 않아!)”
“No one likes us! (아무도 우릴 좋아하지 않아!)”
“No one likes us! (아무도 우릴 좋아하지 않아!)”
“We don’t care! (우린 신경쓰지 않아!)”
“We are Burnley! (우린 번리니까!)”
“Super Burnley! (슈퍼 번리니까!)”
“We are Burnley! (우린 번리니까!)”
“From the Moor! (수렁에서 왔으니까!)”
“Led by the man! (우리를 이끄는 사나이는!)”
“From the east! (동방에서 왔다네!)”
“Super Burnley! (슈퍼 번리!)”
“Super Kim! (슈퍼 김!)”
“Super Burnley! (슈퍼 번리!)”
“Super Kim! (슈퍼 김!)”
밖에서는 아직도 끊이지 않은 팬들의 응원가가 들려오고 있다.
0대 2로 지고 있는 경기에서 기적을 일으켜달라는 감독에 대한 촉구이자 애원.
라커룸의 중앙에 선 형민은 선수들을 둘러보았다.
무거운 분위기.
허리 위에 손을 올린채 선수들을 바라보던 형민이 갑자기 피식 웃었다.
드디어 중압감에 눌린 감독이 미쳤나, 라는 표정으로 코치진과 선수들이 형민을 바라보는 가운데 번리의 젊은 명장은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이런 말을 하면 좀 그럴 수도 있는데 말이야···.”
미소를 지은 형민은 선수들 한명 한명과 눈을 마주치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난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생각해.”
중압감과 좌절감으로 눌려있던 선수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사실 이건 정말 미친 여정이었어! 그렇지 않아?”
코치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선수들도 한명씩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생각해봐! 우리는 AC밀란도, 바르셀로나도 잡았다고. 심지어 바르셀로나는 캄프 누에서! 세상에, 챔피언스 리그 4강전에서 바르셀로나를 캄프 누에서 3대 0으로 두들겨 팼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있겠어? 그것도 잉글랜드 시골 구석에 있는 팀이!”
이제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여기에서 더 전진하던, 아니면 여기에서 여정을 마무리하던, 그런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승리를 순순히 포기하는듯한 감독의 발언에 선수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요한건 우리가 후회하지 않는 시도를 했다는거야. 우리만의 경기를 펼치고, 그렇게 해서 패배한다면 그걸 오늘밤에 받아들일 수 있을거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가 오늘밤에 다리를 쭉 펴고 잘 수 있을까?”
“아니요!”
주장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가장 큰소리로 대답했고, 그 옆에서 좌절하고 있던 토마소 포베가가 눈을 빛내면서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니까 우리한테 필요한건 후반전에도 최선을 다하는거야.”
“만약 그 최선이 부족하면요?”
안셀모 가르시아 맥널티의 질문에 형민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면 다음 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와서 다시 시도해봐야지. 최선이 충분할 때까지.”
형민이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선수들을 둘러보았다.
“너희에게도. 나에게도. 시간은 충분해.”
아직도 분위기는 무거웠다.
하지만 이제는 짓눌리는 것 같은 무거움이 아니다.
진지함과 결의.
서로 눈빛을 교환한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형민이 부드럽게 말했다.
“자, 이제 가서 우리의 최선이 충분한지 확인하고 오자고.”
***
로렌조 루카는 필연적이다.
팬들이 제작한 초대형 배너가 바람결에 나부끼는 가운데, 주장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센터 서클 중앙에서 킥오프를 기다리고 있는 거구의 이탈리아 출신 공격수에게 다가왔다.
“로렌조.”
“어, 주장.”
“잘 들어봐.”
주변을 둘러보면서 손을 입으로 가린 젊은 미드필더는 라커룸에서 나오기 직전에 감독에게서 지시받은 작전을 전달했다.
“기술로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을 뚫어낼 수는 없어. 그러니까···.”
“힘으로 부수자고?”
“그래.”
로렌조 루카의 말에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양쪽 측면에서는 너한테 집중적으로 공을 공급할거야.”
“…열심히 뛰어야겠는걸.”
단순히 그의 키와 헤당 실력만 사용하겠다는 얘기가 아닌걸 안다.
때에 따라서는 최전방에서 공을 간수하면서 다른 동료들이 공격에 가담할 시간을 벌어주어야 하고, 아니면 바로 직접 공격으로 이어가야 할 수도 있다.
자칫하면 남은 45분 내내 허공을 날아다니는 공을 쫓아다니느라 시간을 허비하게 될 수도 있다.
아니면 가뜩이나 안 먹히던 공격이 더 꼬여버릴 수도 있고.
실질적으로 번리의 공격이 막힌 물꼬를 혼자서 풀어야 하는 상황에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로 떠오른 한때의 저니맨 공격수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하면 되는거지?”
“그래, 하면 되는거야.”
니콜라스 세이왈드는 씩 웃었다.
이 젊은 이탈리아 공격수가 좋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뭐가 됐던 해보자는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태도이다.
실패와 좌절이 익숙한 이 친구는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체력을 안배할 필요는 없어. 감독님이 70분 전후로 교체를 시켜줄거라고 하니까. 지금부터 25분 동안 열심히 태워보는거야.”
“그럼 한 골 정도는 넣어둬야 겠는걸?”
로렌조 루카가 씩 웃으면서 말했다.
“안 그러면 벤야민이 한 골 넣으면 내가 뒤쳐질테니까.”
32골 대 32골로 팽팽한 동점을 이루고 있는 번리 선수단의 득점왕 내기에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환하게 웃었다.
“난 너한테 걸었다는걸 잊지 마!”
“…무슨 소리야. 넌 벤야민도 거의 비슷한 금액으로 걸었잖아.”
“음···.”
할 말을 잃은 주장이 침묵했다.
로렌조 루카는 만족스럽게 씩 웃었다.
언젠가 한번 꼭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고.
***
로렌조 루카는 필연적이다.
바람결에 펄럭이는 초대형 배너를 보면서 로렌조 루카는 이를 악물었다.
“이봐, 너무 진지한거 아니야?”
옆에서 그를 견제하고 있던 독일 국가대표팀 소속의 베테랑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가 말을 걸어왔지만, 로렌조 루카는 그를 무시했다.
눈은 공과 경기장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쫓고, 발은 거기에 맞춰서 계속 포지션을 움직여갔다.
이번 시즌 동안 벤야민 셰슈코와 함께 훈련하면서 배운 것들.
공격진과 수비진 훈련을 담당하고 있는 코치 태진 정이 두 명의 중앙 공격수에게 요구한건 간단했다.
“로렌조 너는 벤야민한테서 움직임을 배우도록 해.”
“알겠습니다.”
“저는요?”
손을 들고 묻는 벤야민 셰슈코의 질문에 태진은 씩 웃었다.
“너가 로렌조한테서 배울건 정해져 있잖아?”
“설마···.”
하얗게 질리는 벤야민 셰슈코의 표정을 태진은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근육을 키우는거랑 몸싸움.”
빗장수비 카테나치오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이름을 떨치는 공격수가 되려면 보통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세리에D부터 세리에A까지 이탈리아 리그를 모두 경험한 로렌조 루카는 함께 훈련하는 번리 수비수들의 표현에 아주 조금만 양념을 쳐서 악마 그 자체였다.
키가 작으면 키로 찍어누르고, 힘으로 밀리면 그냥 힘으로 밀어버린다.
이미 거기서 수비수의 90%는 탈락.
간혹 등장하는 버질 반 다이크급의 체격과 힘이 된다면?
교과서에는 절대로 실리지 않는 온갖 수법들이 등장하지만, VAR 시대에 태진이 로렌조에게 요구한건 벤야민의 환상적인 움직임을 배우라는 것이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움직여야 가장 적절한 위치에 도달할 수 있는가.
그리고 언제 그 위치를 변형해야 하는가.
90분 동안 한순간도 쉬지 않은채 끊임없이 포지션을 움직이면서 기회를 포착하기 때문에 로렌조 루카와는 다른 의미로 함께 훈련하는 번리 수비수들의 원성을 사는 벤야민 셰슈코의 특기였다.
그리고 9년간 7개팀을 전전하면서 눈물젖은 빵을 씹어봤던 로렌조 루카는 배우고 연습하는 것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끊임없이 움직이는 가운데, 다시 한번 로렌조 루카를 향한 기회가 주어졌다.
“간다!”
이름을 부르지도 않는다.
한 손을 들어올린 번리의 왼쪽 수비수 루카 페예그리니의 외침과 함께 날카로운 왼발이 휘둘러졌다.
하프라인을 살짝 넘어선 상태에서 발사된 공.
후반전 동안에도 쉬지 않고 뒤엉킨채 중앙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양팀의 미드필더들을 건너뛴 공은 그대로 페널티 박스 정중앙으로 향했다.
“티보!!”
맹렬히 페널티 박스 안으로 돌진하는 로렌조 루카의 뒤를 쫓아가던 안토니오 뤼디거가 다급한 목소리로 골키퍼를 불렀다.
“젠장!!”
벨기에 국가대표팀과 레알 마드리드에서 부동의 골키퍼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티보 쿠르투아는 욕설을 내뱉으면서 골문에서 뛰쳐나왔다.
이거, 간격이 애매하다.
정확하게 달려나가는 자신과 돌진하는 상대팀 공격수 사이에 떨어지는 궤도를 그리고 있는 공을 보면서 벨기에의 명문 헹크에서 출발해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첼시를 거쳐서 레알 마드리드에 자리잡은 노련한 골키퍼는 그대로 허공에 몸을 띄우면서 양 주먹을 앞으로 내밀었다.
저 거구가 공에 닿기 전에 먼저 쳐내야 한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뻗어낸 양 주먹이 날아오던 공에 닿으려는 순간.
“X발!!”
갑자기 나타난 상대팀 공격수의 머리에 주먹을 거둬들이는 타이밍을 놓친 티보 쿠르투아 골키퍼는 탄식이 뒤섞인 욕설을 내뱉었다.
쿵!
먼저 공이 로렌조 루카의 머리에 맞고는 레알 마드리드의 골문을 향해서 궤도를 바꾼 직후에 티보 쿠르투아의 주먹이 젊은 공격수의 얼굴에 그대로 부딪쳤다.
퍽!
관중의 절반은 환호를, 나머지 절반은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상대팀 골키퍼의 주먹에 걸린 거구의 공격수가 페널티 박스 위에 나뒹굴었다.
삐익!
“로렌조!!”
주심의 휘슬이 불리는 가운데, 경기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