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234)
234화: 그 끝은 신화
“하아···! 하아···!”
90분의 필사적인 사투를 벌이고 나서 다시 미드필드를 순식간에 가로지른 폐가 공기를 갈구하면서 불타오른다.
땀에 젖어서 달라붙어 있던 금발이 바람결에 나부끼면서 떠오르고 있었지만, 그런 하찮은 것에 신경쓰지 않는다.
아니, 신경 쓸 시간이 없다.
그의 어깨에 부딪쳐서 잔디 위를 나뒹굴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 같은 것은 더더욱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그의 세상은 오로지 스타디움의 조명이 밝히고 있는 밤하늘에서 추락하는 별처럼 떨어져내리고 있는 흰 공 뿐.
90분 동안 혹사당한 다리와 허벅지가 피로와 고통을 호소했지만.
먼저 왼발.
낙하지점까지는 거리가 아직도 멀다.
다시 오른발.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져내리는 공은 이제 그에게 더 시간을 주지 않는다.
또 왼발.
질주하는 동안 위로 제껴져서 하늘을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점점 정면을 향하고 있었다.
다시 오른발.
머리 위에서 이마 높이로.
또 왼발.
이마에서 눈 높이로.
다시 오른발.
눈에서 가슴으로.
또 왼발, 그리고 오른발.
그리고 가슴에서 허벅지로, 그리고 다시 무릎으로.
다시 왼발.
몇 호흡 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루할 정도로 길게 느껴졌던 낙하를 거의 마무리한 공이 잔디 위에 닿으려던 순간.
무아지경 속에서 팔과 다리를 움직이면서 경기장을 가로질러서 기필코 낙하 지점에 가장 먼저 도달한 번리의 주장 니콜라스 세이왈드는 오른발을 뒤로 당겼다.
“으아아아아!!!!!”
기대와 흥분과 공포와 절망이 뒤섞인 관중들의 함성이 웸블리 스타디움을 가득 채웠지만,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잔디를 스치면서 힘차게 휘둘러지는 그의 오른발 위에 걸리는 공 만이 그의 세상의 전부였다.
그리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가 땅을 향해서 낙하하던 공은 잔디를 스칠듯이 날아가면서 다시 한번 비상하기 시작했다.
표면에 새겨진 챔피언스 리그를 상징하는 별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렇게 일체의 회전도 걸리지 않은 공은 잔디 위를 날아가면서 점점 더 고도를 높였다.
발높이에서 다시 무릎으로, 무릎에서 허벅지로.
허벅지에서 가슴 높이로 올라설 때쯤에는 절망적인 표정을 짓는 레알 마드리드의 중앙 수비수 두 명과 그 사이에서 기대감을 주체할 수 없는 표정으로 공을 바라보는 벤야민 셰슈코의 환한 얼굴을 지나쳤다.
그리고 나서 가슴에서 머리 높이에 도달했을 때에는 필사적으로 몸을 날리면서 손을 뻗는 레알 마드리드의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가 나타났지만, 하늘을 향해서 다시 한번 날아오를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은 공은 지난 90분 동안 수없이 자신의 여정을 방해했던 골키퍼의 간절한 손길을 외면했다.
그렇게 거침없이 날아가던 공은.
그대로 질긴 그물에 힘차게 안기면서 조명으로 밝혀진 밤하늘로 향하던 여정을 마무리했다.
“으아아아아!!!!!!”
레알 마드리드의 페널티 박스 뒤에서는 포효와 고함, 눈물과 함성을 내뱉는 번리 팬들이 자리에서 뛰어올라서 하늘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역전골의 기쁨을 만끽하는 가운데.
그 자신도 믿겨지지 않는 골을 넣은 니콜라스 세이왈드는 침착하게 유니폼 왼쪽 가슴에 새겨진 팀의 엠블렘을 끌어당겨서 거기에 입을 맞췄다.
황금 테두리의 방패 위에 파란 바탕.
다시 그 안에 새겨진 황금색 방패 위에 포효하는 검은 사자와 황금색 손바닥, 그리고 그 주변을 날아다니는 두 마리의 황금색 꿀벌.
번리 지역의 산업을 상징하는 꿀벌들.
번리 읍의 모토 “Hold to the Truth (진실을 붙잡아라)”를 상징하는 손바닥.
그리고 번리 풋볼 클럽이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왕족이 방문한 축구 구단인 것을 상징하는 사자.
1886년에 빅토리아 여왕의 손자 알버트 빅터 왕자가 볼튼 원더러스를 상대한 경기를 방문하면서 만들어진 역사적인 기록.
그렇게 1882년에 창단된 이후 122년의 전통을 이어왔던 축구 클럽이 드디어 한 세기가 넘는 침묵을 깨고 유럽 무대를 재패하는 순간이었다.
3대 2.
번리의 역전골이었다.
***
삐익!
양쪽 골대를 돌아본 주심이 길게 휘슬을 불었다.
“으아아아아!!!!!!”
웸블리 스타디움이 승리를 거머쥔 번리 팬들의 내지르는 고함 소리에 진동하는 가운데, 사이드라인에서 양 주먹을 불끈 쥔 형민이 포효했다.
“으아아아!! 우승이야!! 우승이라고!!”
벤치에서 뛰쳐나와서 격렬하게 환호하는 선수들 가운데서 태진이 친구의 등 위에 뛰어오르면서 괴성을 질렀다.
“으아아아아!!!!”
서로를 부둥켜안고 포효하던 형민이 정신을 차렸다.
“잠깐! 잠깐만!”
“으아아아!!!”
허공을 향해서 포효하다가 경기장 안으로 뛰쳐들어가는 친구를 버려둔채 형민은 환호와 절망이 소용돌이치는 중립 지대를 가로질러서 반대쪽 사이드라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축하하네.”
그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지치고 씁쓸한 표정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내민 손을 형민은 굳게 움켜잡았다.
“감사합니다.”
자신의 은퇴 경기를 가장 큰 무대에서 치르고 패배한 노장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서 자신의 선수들에게 향했다.
그리고 상대 감독과 짧은 인사를 나누고 몸을 돌린 형민은 그 사이에 그에게 일제히 달려온 선수들에게 파묻혔다.
“감독님! 우승했어요!”
“우린 우승했다고!!”
“우리가 유럽의 챔피언이다!!!”
“으아아아아!!!!”
감독을 에워싼 채 열광하고 환호하는 암적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 너머로, 고개를 떨군채 경기장에 주저않은 흰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를 향해서 누군가 다가왔다.
“여어, 카림.”
느긋하게 레알 마드리드의 젊은 에이스 옆에 앉았던 니콜라스 세이왈드는 이내 팔을 베고 아예 잔디 위에 드러누웠다.
“우냐?”
“아씨, 누가 운다고!”
친구의 말에 어처구니 없다는듯이 고개를 쳐든 카림 아데예미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큭큭 웃었다.
“아, 울었으면 평생 울보 카림이라고 놀렸을텐데, 아쉽다.”
“흥! 내가 더 아쉽거든! 아오, 첫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줄 알았는데!”
“훗. 퍽이나. 감독님이 번리에 계신 동안에는 꿈 깨.”
카림 아데예미는 유소년 시절부터 함께 축구 선수를 향한 꿈을 키워갔던 친구를 짜증스럽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닥쳐라, 임마.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까지 오르는 것도 쉬운게 아니거든!”
“뭐, 나는 왠지 앞으로도 자주 오를 것 같은데?”
한가롭게 대답하는 친구의 말에 카림 아데예미는 옆에 쭉 뻗어있는 친구의 다리를 걷어찼다.
“아! 야, 이거 파울이다!”
“흥, 경기 끝난지 한참이나 지났거든? 주심도 퇴근했겠다!”
“주심이 퇴근을 왜 해! 아직 시상식도 남았는데!”
“주심이 시상식에 왜 필요하냐! 우승 트로피랑 메달은 UEFA 회장이 주는거라고!”
한참이나 실랑이를 주고받던 두 친구의 다툼은 결국 카림 아데예미가 니콜라스 세이왈드 옆에 드러눕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좋냐?”
“음,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고.”
“나쁜거야 내가 없다는거고. 좋은건?”
“하아···.”
허탈한듯 한숨을 푹 내쉰 카림 아데예미는 친구를 노려보았다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내가 참아야지. 나는 인자하니까. 나는 세인트 카림이다.”
“그래서 내가 없는 레알 마드리드가 좋은게 뭔데, 세인트 카림?”
“뭐, 수많은 우승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번리보다도 더 최첨단으로 도배된 훈련 시설 같은거지.”
물론 극성맞은 팬들이나 끊임없이 쫓아다니는 파파라치나 끝없는 언론의 관심을 별로 달갑지 않지만.
“아, 날씨는 확실히 더 좋다.”
“그렇군···.”
친구의 말을 경청하던 챔피언스 리그 우승팀의 주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네.”
“….”
오랜만에 만난 친구 둘 사이에는 편안한 정적이 흘렀다.
그렇게 나란히 잔디 위에 누워서 조명이 밝히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관중석과 경기장에서 환호하는 관중들과 선수들의 소음을 한참이나 조용히 듣고 있던 두 젊은이는 약속한듯이 거의 동시에 일어나서 앉았다.
“축하해.”
카림 아데예미가 내민 손을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굳게 잡았다.
“고마워.”
“감독님한테도 축하드린다고 전해줘.”
친구의 말에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엄지 손가락으로 환호하는 번리 선수들이 밀집되어 있는 사이드라인을 가르켰다.
“네가 가서 직접 말씀드리지 그래?”
“에이. 그래도, 거기에 지금 내가 가는건 아닌 것 같아. 나중에.”
친구가 입고 있는 흰색 유니폼을 바라본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전해드릴께.”
***
“으아아아!! 우승이다!!”
“그럼 그럼!”
“하하하하! 감독님! 완전 신나요!!”
“어, 그래. 그렇구나.”
정신없이 사방에서 그를 붙잡고 껴안고, 흔들고, 환호하고 고함을 지르고 노래를 부르면서 축하하는 가운데 형민은 사이드라인으로 몰려나온 번리 풋볼 클럽 관계자들의 축하와 환호에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나타나지 않는 인영을 찾았다.
“헬레나! 헬레나, 어디 있어?!”
“여기 있어요.”
뒤에서 들려오는 웃음 섞인 말에 돌아서자, 헬레나가 환한 미소를 지은채 서있었다.
“축하해요, 당신!”
“헬레나!”
드디어 찾은 그녀를 양 팔로 안은 형민은 그녀를 휙 들어올리면서 제자리에서 한바퀴 돌았다.
“우승했어! 우리가 우승했다고!!”
“그래요! 우리가 우승한거에요!”
그리고 허공에 들어올린 연인을 다시 땅 위에 내려놓은 형민은 그녀를 힘껏 품에 끌어안았다.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나도요.”
가슴이 벅찬듯, 주변의 혼란을 무시한채 한참이나 서로를 끌어안고 있던 두 연인의 뒤에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지만, 점점 더 그 크기를 더해가는 소리.
경기장에서 나오는 소음이나 응원가라고 생각하고 형민의 품에 안겨서 소리를 무시하고 있던 헬레나는 점점 더 커지는 노랫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채 물었다.
“이게 무슨 소리에요?”
한참이나 기다려도 대답이 없자, 헬레나는 고개를 들어서 연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형민?”
잉글랜드 북서부 시골 축구 구단의 64년과 122년의 기다림을 끝낸 젊은 명장은 눈이 커진채 관중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고개를 돌린 헬레나는 낮은 탄성을 질렀다.
어느새 9만석 웸블리 스타디움의 한쪽 면에는 관중석을 완전히 가려버릴 것처럼 거대한 초대형 걸개가 내려오고 있었다.
새하얀 바탕에 새겨진 모습은 사이드라인에 서서 격정적으로 팔을 휘두르면서 경기를 지휘하고 있는 젊은 동양인 남자의 옆모습.
수천명이 넘는 번리 팬들이 합심해서 함께 흔들고 있는 그 걸개 아래에는 선명하게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영원히 그리고 영원히.
웸블리 스타디움의 절반을 암적색 물결로 채운 번리 팬들.
그들은 양 손을 높이 치켜든 채 소리 높여서 그들의 감독을 향해서 북유럽 특유의 서정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새로운 응원가를 함께 부르고 있었다.
“I stand alone in the darkness! (나는 어둠 속에 홀로 서있네!)”
“The winter of my life came so fast! (내 삶의 겨울은 너무도 빨리 찾아왔어!)”
“Memories go back to my childhood! (내 어린 날의 추억들!)”
“To days I still recall! (아직도 기억나는 그 날들!)”
“Oh how happy I was then! (그때는 행복했었네!)”
“There was no sorrow there was no pain! (슬픔도 고통도 없었다네!)”
“Walking through the green fields! (푸른 들판을 거닐었지!)”
“Sunshine in my eyes! (내 눈에는 햇빛이 비추었어!)”
합심해서 응원가를 부르던 번리의 팬들은 더 목소리를 높였다.
“Kim’s still there, everywhere! (김은 거기에 있지, 그 모든 곳에!)”
“Kim’s the dust in the wind! (김은 바람에 날리는 먼지 같네!)”
“Kim’s the star in the northern sky! (김은 하늘의 북극성과 같지!)”
“Kim never stayed anywhere! (김은 어디에도 머물지 않아!)”
“Kim’s the wind in the trees! (김은 숲 속의 바람 같네!)”
“Would Kim stay for us! (김이 우리를 위해 남아줄까!)”
“For ever and ever! (영원히 그리고 영원히!)”
“Would Kim stay for us! (김이 우리를 위해 남아줄까!)”
“For ever and ever! (영원히 그리고 영원히!)”
*Stratovarius의 Forever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