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24)
24화: 소유주와 이사의 자격 심사
예상하지 못한 아만다 스테이블리의 도움을 받아들인다면, 단기적으로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과의 관계는 확실히 안 좋아질 것이었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도 계속 관계가 안 좋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런 도움 없이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을 상대하기에는 그녀나 카트라이트 펀드에게 준비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아무리 12시간의 사전 통보 후 새로 인수한 회사를 맡으러 이사를 파견하는게 카트라이트 펀드에게 익숙한 일이라고 해도, 받을 수 있는 현재의 도움을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미래의 위험 때문에 거절하는건 수지가 맞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사정 때문에 애꿎은 제3자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관료주의적인 태도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23살의 헬레나 카트라이트는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한채 브라질리아에서 영문도 모른채 난타당했지만, 32살의 헬레나 카트라이트는 대서양 반대편에서 같은 짓거리를 시도하는 관료들에게 제대로 본 때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과 능력이 차고도 넘쳤다.
“좋아요. 이번에는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저희도 적극적으로 협조할께요. 어떤 도움을 주실 수 있나요?”
헬레나의 말에 아만다 스테이블리는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살짝 긴장을 풀었다.
“우선 우리 법무팀과 변호사단을 지원해주겠어요. 당연히 비용은 우리가 부담하지요. 물론 카트라이트 펀드도 충분히 좋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겠지만, 더 중요한건 우리쪽은 지난 2년간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과 그들의 규정들을 탈탈 털었다는 거에요.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전문성의 문제니까요.”
“좋아요. 사양하지 않겠어요.”
헬레나의 시원스러운 승낙에 아만다 스테이블리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는듯이 씩 웃었다.
“이번 일이 잘 끝난다면, 우리가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좋겠군요.”
***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은 런던의 중심지에 위치한 패딩턴역 바로 옆에 있다.
헬레나는 축구의 종주국에서 100년 이상 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사무국이라면 인근에 위치한 버킹엄 궁이나 켄싱턴 궁과 같은 고풍스러운 건물에 입주해있을거라고 막연히 상상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하니, 역사와 전통의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은 왠지 영국의 건축가들이 각별히 사랑하는 유리와 철물이 되는대로 조합된 추한 몰골의 최첨단 건물에 입주해 있었다.
지난 3일간 밤을 새서 제출할 서류와 대응책을 마련했던 헬레나는 자신의 피로를 전혀 드러내지 않고, 당당하게 로비를 가로질러서 리셉션 앞에 도달했다.
리셉션을 지키던 직원이 헬레나와 정장과 서류가방으로 무장하고 그녀를 따르는 한 무리의 인원을 당혹스럽게 바라보았다.
“어떤 일로 방문해주셨는지요?”
“번리 풋볼 클럽의 대표이사 헬레나 카트라이트에요. 소유주와 이사의 자격 심사에 참석하러 왔습니다.”
헬레나가 PIF 컨소시엄의 법무팀과 변호사단 10여명을 모조리 이끌고 등장하자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의 심사단은 당황했다.
심사 대상을 위압하기 위해서 사무국 직원들이 잔뜩 들어왔는데, 혼자 내지는 변호사 한명 정도를 대동하고 출석할거라고 예상했던 헬레나가 잔뜩 지원군을 끌고 도착하자 회의실에 마련된 의자조차 부족했다.
말단 직원들이 부산스럽게 옆 회의실에서 의자를 가지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헬레나는 비웃음을 애써 삼켰다.
대학을 갓 졸업한 후 투입된 첫 기업 회생 데뷔전에서 브라질 정부 고위관료들과 머리끄댕이를 붙잡고 난투극(비유적으로 말이다)을 벌여봤던 헬레나의 눈에는,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이 아무 것도 모른채 소환된 미국인 투자자를 손쉽게 찍어누를 생각을 했던 것이 빤히 보였다.
“어···이분들은 어떤 분들이실까요?”
헬레나와 그녀의 일행들이 새롭게 가져온 의자들에 자리를 채 잡기도 전에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에서 나온 심사단 중 중간급 정도 되어보이는 관료가 법무팀과 변호사단을 가르키면서 물었다.
“이번에 진행되는 소유주와 이사의 자격 심사를 위해서 번리 풋볼 클럽을 지원하러 와주신 분들입니다.”
“음···이분들은 PIF 컨소시엄 소속 분들이 아닌가요?”
관료가 지적했다.
“그게 문제가 되나요?”
헬레나의 질문에 관료는 가슴을 내밀면서 말했다.
“이미 특정한 소유주의 심사를 담당하시는 분들이 다른 소유주의 심사를 담당한 경우는 없습니다.”
“규정으로 보여주세요.”
“…네?”
헬레나의 당당한 반문에 관료는 당황했다.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 규정에 이미 한 명의 소유주를 담당하거나 대리하는 인력은 다른 소유주를 담당하거나 대리할 수 없다고 적힌 규정을 보여달라고요.”
“어, 그런 규정은···. 그러니까 한번도 이런 사례가···.”
“사례가 없다면 오늘 만들면 되겠네요. 불만이 있으시다면 정식으로 공문을 번리 풋볼 클럽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정확한 규정을 포함해서요. 설마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이 임의로 규정에도 없는 제재를 가하시지는 않겠지요?”
헬레나가 빈정거렸다.
아무런 대답이 없는 가운데, 주제도 모르고 까불던 중간급 관료 따위는 단번에 박살을 내버린 헬레나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다음에 턱까지 치켜들었다.
이번 시즌이 시작된 후 아직까지 무패 가도를 달리고 있는 번리의 선수들이 킥오프가 시작되기 전에 상대팀의 긴장된 얼굴을 보면서 이런 기분을 느낄까?
테이블 건너에서 표정이 안 좋아지고 있는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의 심사단을 내려다보면서 싱긋 미소를 지은 헬레나가 원정팀의 자격으로 경기 시작을 알렸다.
“자, 어서 시작하시지요. 저도 바쁘거든요.”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헬레나 카트라이트로, 미국 뉴욕주에 소재한 카트라이트 펀드 합명 회사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동시에 영국 랭커셔 주에 소재한 번리 풋볼 클럽의 이사 겸 이사회 의장 겸 대표이사 겸 재무담당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헬레나의 길고 장황한 설명에 내용을 기록하던 말단 관료가 쩔쩔 매는 가운데,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의 심사위원이 질문을 계속했다.
“어···그럼 미스 카트라이트. 사실관계부터 정립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번리 풋볼 클럽의 소유 관계입니다. 카트라이트 펀드는 번리 풋볼 클럽의 소유주가 맞습니까?”
“아닌데요?”
헬레나의 심드렁한 대답에 심사위원이 당황했다.
그의 옆에 앉아 있는 다른 심사위원이 매섭게 헬레나를 다그쳤다.
“미스 카트라이트. 이 자리에서의 발언은 모두 기록되며, 따라서 사실이 아닌 내용은 위증으로 판단됩니다.”
“위증도 아니고 사실을 말한 것 뿐인데요? 카트라이트 펀드는 번리 풋볼 클럽의 소유주가 아닙니다.”
“그럼 번리 풋볼 클럽의 소유주가 대체 누구란 말인가요?!”
첫번째 심사위원이 기회를 포착했다는듯 공격을 시도했다.
“그야 런던에 소재한 번리 풋볼 홀딩스 유한회사이지요.”
헬레나가 당연한 듯이 대답했다.
“2020년 12월에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에 인수 여부를 통지하고, 소유주와 이사의 자격 심사를 통해서 인수를 승인받지 않았나요? 9개월 전의 일이니까, 여기에 계신 분들이 승인해주셨을 것 같은데요?”
프리미어 리그 심사단의 말문이 잠시 막혔다.
이거, 브라질 환경국 관료들이 훨씬 더 매서웠는데? 아닌가? 그냥 내가 더 느긋해진건가?
블라우스가 식은땀으로 흠뻑 젖도록 속으로는 벌벌 떨면서도 그들을 상대하는 젊은 미국인 여자를 에어컨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방에서 몇시간 동안이나 윽박질렀던 브라질 관료들을 기억한 헬레나는 심드렁하게 심사단을 바라보았다.
“그, 그러면 번리 풋볼 홀딩스 유한회사의 소유주는 카트라이트 펀드가 아닌가요?”
간신히 생각이 돌아간 심사위원 중 한명이 물었다.
“그것도 아닌데요.”
헬레나는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번리 풋볼 홀딩스 유한회사의 소유주는 케이먼 제도에 소재한 카트라이트-번리 특수목적유한회사입니다만?”
“그, 그럼··· 그 카트라이트-번리 회사···.”
길고 복잡한 이름을 심사위원이 더듬거리자, 헬레나가 친절하게 그를 바로잡아 주었다.
“카트라이트-번리 특수목적유한회사요.”
“하여간, 그 특수회사의 소유주는 누군가요?!”
“케이먼 제도에 소재한 카트라이트-번리 특수목적유한회사의 소유주는 버뮤다에 소재한 제19호 카트라이트 특수목적펀드입니다.”
“그럼 그 펀드의 소유주는···.”
“아, 물론 펀드의 소유주는 펀드에 참여한 유한 책임 조합원입니다. 명단을 읽어드릴까요?”
번리 풋볼 클럽의 소유주는 런던에 설립되어 있는 중간 지주회사.
여러가지 법적, 행정적, 그리고 세금적인 이슈 때문에 여기까지는 상당히 일반적으로 축구 등 스포츠 구단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방식이다.
그렇지만 그 다음에는 상당히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들이 기업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방식이 등장하면서,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고 헬레나를 갈구기만 하면 될거라고 생각하면서 등판한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의 심사단이 당황했다.
대부분의 사모펀드의 경우, 일단 세금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 세계 방방 곡곡의 조세회피처에 중간 지주회사를 설립해서 운영한다.
한두번 정도 중간 지주회사를 넣어서 실제 소유주와 소유물 간의 거리를 벌리고, 불필요한 법적인 책임이나 소송을 피하기 위한 방식.
카트라이트 펀드도 월스트리트에서 역사와 전통의 자랑하는 사모펀드 답게 곳곳의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중간 지주회사를 하나씩 옮겨다니는 복잡한 지배구조를 구성하고 있었다.
거기에 월스트리트의 명문가가 운영하는 펀드 명단까지 나오면, 카트라이트 펀드에 투자한 수십개의 금융회사, 투자사, 각국의 연금 및 국부펀드, 그리고 온갖 슈퍼리치의 명단이 나오기 시작한다.
다음 질문에 대한 대답이 뭐라고 나올지 두려워하면서 몸을 사리는 심사위원들을 헬레나가 즐겁게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마침내 심사단의 정중앙에 앉아서 침묵을 지키고 있던 심사위원장이 그 무거운 입을 열었다.
“미스 카트라이트.”
헬레나한테 이리저리 휘둘리던 심사위원들을 못 마땅하게 둘러본 심사위원장이 샛길로 빠지던 흐름을 다시 바로 잡았다.
“똑똑하신 분이니, 저희가 여기에서 진짜 묻고자 하는 질문이 뭔지는 잘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번리 풋볼 클럽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주체가 누구입니까?”
아, 나름 재밌었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어보면 대답해줄 수 밖에 없잖아.
자세를 반듯이 고친 헬레나는 심사위원장을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물론 번리 풋볼 클럽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주체는 카트라이트 펀드 합명 회사와, 합명 회사의 대표 파트너인 이안 카트라이트 2세이지요.”
원하던 대답을 얻어낸 심사위원장은 한심스러운 눈빛으로 다른 심사위원들을 둘러보았다.
가야 하는 방향을 상사로부터 제시받은 심사위원들은 헬레나에게 준비된 질문을 이어갔다.
“그러면 번리 풋볼 클럽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카트라이트 펀드···어, 카트라이트 펀드 합명 회사에 대한 소유주와 이사의 자격 심사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헬레나는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이 애써 준비한 판에 올라가서 춤을 출 생각은 털끝 만큼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