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25)
25화: 소유주와 이사의 자격 심사
자신들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심사를 끌고 가려는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의 심사위원들을 바라보던 헬레나는 살짝 고개를 돌려서 자신의 옆에 앉은 변호사단에게 눈짓했다.
지난 2년 동안 지리하게 상대했던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이 열심히 얻어맞는 것을 속시원하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던 PIF 컨소시엄의 법무팀과 변호사단은, 임시 의뢰인이 잘 깔아준 판 위에서 공을 넘겨받자 일제히 씩 웃으면서 준비한 반격의 포문을 열었다.
좋은 패스를 받으면 잘 마무리하는게 같은 팀원으로서의 의무이자 기쁨.
아만다 스테이블리의 장담대로, 그녀의 법무팀과 변호사단은 정말 실력이 출중했을 뿐만 아니라 사무국의 내규와 규정, 심지어 관례와 역사에도 빠삭했다.
“이번 건은 소유주와 이사의 자격 심사 대상이 아닙니다.”
“…네?”
멍하게 눈을 깜빡이는 심사위원을 대상으로 변호사단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번리 풋볼 클럽의 소유주인 번리 풋볼 홀딩스 유한회사는 타인으로 교체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번리 풋볼 클럽의 소유주입니다. 이번에 진행된 것은 번리 풋볼 홀딩스 유한회사의 소유주가 교체된 사적인 사건이지요.”
번리 풋볼 홀딩스의 소유주 교체는 번리 풋볼 클럽의 소유주 교체와 같다.
따라서 소유주 및 이사의 자격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의 주장에 변호사단이 큰 엿을 날려주었다.
“하, 하지만···. 번리 풋볼 클럽에 대해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은 카트라이트 펀드라고 방금 미스 카트라이트가 인정했습니다!”
그런 말을 할 줄 알았다.
그런 표정을 지은 PIF컨소시엄 변호사단의 대표 변호사는 서류가방에서 보고서를 꺼내서 테이블 건너편으로 쓱 밀어주었다.
수십 페이지는 족히 될 것 같아 보이는 보고서를 거의 통째로 외운 대표 변호사가 씩 웃으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나 영국 대법원, 정확히는 당시 상원의 고등항소위원회지요. 고등항소위원회에서 1992년 8월 호지스앤선스 유한회사 대 국세청 사건의 판례에 따르면 유한회사의 소유주에게 유한회사의 법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상법에서 정의한 유한회사의 법적 유한책임을 근원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 성립되지 않습니다. 먼저 3페이지를 보시지요.”
창백한 표정이 된 심사위원이 보고서의 해당 페이지를 떨리는 손으로 펼쳤다.
수십장의 보고서를 한장 한장 설명하는 길고 지루한 설명이 이어졌지만, 결론적으로 변호사단의 지적은 간단했다.
다시 말해서, 현재 번리 풋볼 클럽의 주인은 번리 풋볼 홀딩스라는 기업이다.
따라서 번리 풋볼 클럽의 주인이 다른 기업으로 바뀌면 모를까, 번리 풋볼 홀딩스의 소유주가 어떻게 바뀌는지는 구단과 상관이 없다.
구단과 상관이 없으니, 구단의 관리와 감독을 담당하는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이 왈가왈부할 권리도 없다.
혹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관이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고?
그럼 대법원의 판례를 뒤집어라.
“어···. 어, 그러면···. 음···..”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샛길로 빠지는 상황 속에서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의 심사단 중 한명이 손수건을 꺼내서 땀이 흐르기 시작하는 이마를 닦았다.
자신했던 소유주의 자격에 대한 공격이 가로막힌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 심사단.
그래도 그중에는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이 있었는지, 아니면 혹시나 하는 차원에서 대안을 하나 정도는 마련해두었는지.
이번에는 구단이 채권에 대한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파산에 준하는 재정적인 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프리미어 리그의 재정 건전성을 위반한 벌로 승점 삭감을 진행하겠다는 공격을 시작했다.
“지난 7월, 번리 풋볼 클럽이 채권자인 MSD 그룹이 인수한 채권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서 부실채권이 발행되었고, 그걸 이 자리에 계신 카트라이트 펀드에서 인수하셨고요. 이는 프리미어 리그 구단이 지켜야 하는 최소 재정 건전성을 위반했기 때문에 승점 6점의 감점 대상입니다.”
이 시점에는 이미 소유주와 이사의 자격 심사라는 최소한의 체면치례를 벗어던진 노골적인 협박과 압력.
그러나 지난 3일 밤낮을 준비한 헬레나와 PIF 컨소시엄의 법무팀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변호사단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PIF 컨소시엄의 법무팀이 받아쳤다.
“승점 삭감은 구단이 재정과 관련된 규정을 위반했을 때에 부여하는게 맞습니다. 하지만 이게 적용되기 위해서 다음 중 하나 이상이 성립되어야 합니다. 첫째,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이 설정한 파이낸셜 페어플레이 등 재정 건전성과 관련된 조항을 위반할 것. 둘째, 구단이 파산 또는 그에 준하는 상황으로 지급해야 할 채무자에게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것.”
법무팀 책임자는 옆에서 서류를 건네받아서 펼쳤다.
“자, 먼저 재정 안정과 관련된 조항을 보겠습니다. 우선, 프리미어 리그 구단들의 재정 건전성은 매년 6월말에 평가가 진행되지요. 자, 2021년 6월말 기준으로 번리의 재정은···흑자네요? 약 50만 파운드의 흑자가 난 것으로 확인이 됩니다. 그럼, 건전성에 대한 문제는 없는걸로 확인이 되고···..”
다시 옆에서 두꺼운 장부를 건네받은 법무팀 책임자가 씩 웃으면서 이번에는 장부를 테이블 반대편으로 던졌다.
수백 페이지는 될 것 같은 장부가 굉음과 함께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의 심사위원들 앞에 떨어졌다.
“장부를 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겠지만, 현재 파산의 주체는 번리 풋볼 홀딩스 유한회사로,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의 관할 대상인 번리 풋볼 클럽은 모든 채무를 1펜스도 조정하지 않고 원계약대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파이낸셜 페어플레이 관련된 조항은 위반된 바가 없으며, 구단은 채무를 모두 이행하고 있기 때문에 승점 삭감에 해당되는 행위는 벌어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프리미어 리그 규정에 따르면, 구단이 파산하거나 재정적인 위기를 겪으면 감점의 대상이 되는건 맞다.
근데 정작 파산한건 구단이 아니라 구단의 주인이고, 구단은 줘야하는 돈을 마지막 1펜스까지 다 지급하고 있다.
이제 어쩔건데?
또 공격해보라는 듯이 노려보는 헬레나 이하 법무팀과 변호사단의 눈길에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 심사위원들이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는 가운데, 심사위원장이 암담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고마워요, 아만다. 덕분에 잘 끝났어요.”
“…네. 물론이지요. 아만다와 PIF 컨소시엄에게도 행운을 빌께요. 다음번은 경기장에서 만나기로 해요.”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에서 나온 헬레나가 통화를 마치자,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PIF 컨소시엄의 대표 변호사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오늘은 즐거웠습니다.”
씩 웃은 변호사가 내민 손을 굳게 맞잡아서 악수한 헬레나가 미소를 지었다.
“저도 즐거웠어요.”
“덕분에 저도 오랫동안 끌어온 일을 드디어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행운을 빌어요.”
미소와 함께 사라지는 PIF 컨소시엄의 법무팀과 변호사단을 배웅한 헬레나는 손을 들어서 지나가던 택시를 잡았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쓸데없는 골칫거리들이 제거된 지금, 축구에 집중할 일만 남았다.
***
리버풀에서의 패배 같은 무승부에도 불구하고, 형민은 카라바오컵에서는 주전들에게 휴식을 준다는 방침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카라바오컵 3라운드에 터프 무어에서 위건을 맞이한 번리는 애슐리 반즈가 중앙 공격수로 나서면서 좌우에 각각 구드문슨과 막스 코넷을 배치했다.
미드필드는 잭 코크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조시 브라운힐이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가운데 임대생인 제이콥 램지가 번리의 데뷔전을 치루게 되었다.
수비진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 번리에 합류한 후 오랜 부상에서 회복한 코너 로버츠가 마침내 재활을 끝내고 오른쪽 수비수로 번리에서 데뷔전.
유망주 네이선 콜린스와 백업 케빈 롱이 중앙 수비수로 출전하고 노장 에릭 피터스가 왼쪽 수비로 나섰다.
반면에 서서히 번리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가는 4-3-3 포메이션을 맞아서 위건은 5-2-1-2 포메이션으로 중앙에 힘을 주었다.
한때 프리미어 리그 붙박이였지만 이제 3부 리그까지 떨어진 위건의 입장에서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4승 1무를 기록하면서 충격적인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번리를 상대로 절대적인 전력의 열세가 당연.
따라서 수비를 강화하고, 양쪽 윙백과 투톱을 중심으로 역습을 노리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지난번 경기에서 리버풀에서 압도적으로 짓눌린 번리 선수들은 그에 대한 분풀이를 하듯, 자신들의 홈을 방문한 위건을 정면으로 분쇄했다.
[골! 또 골입니다!]예정되지 않았던 런던 출장으로 밀린 업무 때문에 경기장에 나가지 못한 헬레나의 집무실에 켜진 티비에서는 지역 방송사에서 카라바오컵을 중계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후반전 시작과 함께 부상을 입은 잭 코크와 교체된 니콜라스 세이왈드인데요! 후반 56분, 요한 베르그 구드문슨의 2번째 어시스트와 함께 번리의 3번재 골을 넣습니다.]캐스터의 외침을 해설자가 받았다.
[아, 오늘 번리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른데요. 지난번 리버풀 전의 설욕을 하는 동시에 후보 선수들이 감독에게 시위를 하는 것처럼 날뛰고 있습니다.] [오늘의 수훈갑은 노장 공격수인 요한 베르그 구드문슨인데요. 1골 2어시스트로 오늘 번리가 넣은 3골에 모두 관여했어요!] [지난 시즌까지 준주전급으로 번리에서 활약했던 아이슬란드 대표님의 노장이 감독에게 프리미어 리그 경기 선발 출전을 요구하는듯 시위합니다.]자료 화면을 지켜보던 해설자가 즐거운듯이 얘기했다.
[이렇게 되면 김은 행복한 고민이 시작될 것 같은데요. 8월까지 절정의 폼을 보여주던 제이 로드리게즈, 번리가 자랑하는 에이스 드와이트 맥닐. 거기에 새롭게 합류한 카림 아데예미 간의 선발 경쟁에 구드문슨까지 도전장을 내미는 모습입니다.] [순식간에 5번째 옵션으로 밀려난 막스 코넷이 조금 힘들어지는데요. 번리 입장에서는 여름 이적 시장에서 막스 코넷의 영입에 1,275만 파운드를 투자했는데 5번째 옵션으로 밀려난게 좀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캐스터의 우려스러운 말에, 해설자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경기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현재까지 위건은 슈팅 3개에 유효슈팅은 0개! 꼼짝도 없이 자신들의 진영에 갇혀있는 모습입니다.]한편, 중계 카메라가 비추고 있지 않은 홈팀의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는 형민이 아서와 함께 교체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럼 요한을 중앙으로 옮길테니, 드와이트를 왼쪽 공격수로는 투입해주세요.”
“괜찮을까? 요한이 중앙 미드필드를 소화할 수는 있다고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측면 공격수라고.”
“괜찮아요. 이미 오늘 경기는 기울어졌고, 사실 오늘 이기는 것보다 브라우니에게 휴식을 주는게 더 중요해요.”
조시 브라운힐이 옆에서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면 왜 자신만 이름이 아니라 별명을 붙여서 부르는지 항의를 했겠지만, 이미 번리 내부에서 자리잡은 별명에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몸을 풀라고 이미 얘기를 해두었으니까, 파울루한테 부심에게 교체를 통보하라고 할께.”
고개를 끄덕이면 형민이 생각난듯이 물었다.
“잭은 어떻데요?”
“사이먼이 정밀 검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하네. 심각한 부상은 아닌 것 같아.”
하지만 팀닥터가 검사를 더 해야한다고 평가했다면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었다.
형민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후아···. 큰 부상은 아니어야 할텐데.”
승리는 거의 확실했지만, 여전히 종이처럼 얇은 선수층에 작은 부상에 마냥 기뻐할 수 없는 형민이었다.